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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25화 (25/239)

14화 2일차 로그인

오늘도 늦은 시각까지 야근을 했다.

대기업 사원에게 야근은 너무도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일에 완전히 집중하진 못 했다.

실수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자꾸 딴 생각이 났다.

당연히 가상현실 게임, 속 내 농장에 대한 생각이다.

어서 돌아가서 접속하고 싶다.

회사에 있는 내내 현실에서 맡을 수 없는 농장의 흙냄새가 그리웠다.

그래서 야근을 끝내고 부리나케 왔지만, 돌아오니 어제처럼 자정이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사용자 신원 ‘사공진’ 확인

<마일스톤>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접속한다!”

나는 지체 없이 가상현실기기를 통해 마일스톤으로 접속했다.

새하얗던 OS 환경이 색칠이 칠해지는 것처럼 농장의 풍경으로 바뀌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낮이란 점만 제외하면 마지막으로 접속을 종료했던 농장의 모습 그대로다.

멍멍!

“실버!”

농장을 지키던 실버가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달려온 실버를 안아주었다.

실버는 연신 내 얼굴을 핥았다.

“농장은 잘 지켰어?”

멍!

[실버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장하다.”

나는 실버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 주었다.

실버는 그것에 대답하듯 꼬리를 흔들었다.

한동안 실버와 교감을 계속한 뒤에 나는 농장을 둘러보았다.

이미 확인했지만,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가축들은 모두 자유롭게 울타리 안에서 돌아다니거나 축사에 들어앉아 있었고, 사과나무는 어느새 붉게 잘 익은 사과들을 달고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주인님.]

“아, 골램아. 다녀왔다.”

골램의 목소리로 들려서 인사를 주고받았다.

골램은 특유의 기계적인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저의 시간으로 약 64시간 만에 접속하셨습니다. 현재 농장에서 수확 및 획득 가능한 농산물은 사과, 계란, 양털, 송로버섯, 붉은 석양초입니다.]

“좋아, 그럼 일해 볼까?”

골램의 말에 의욕이 더욱 넘치게 된 나는 양팔을 걷으며 사과나무로 향했다.

[잘 익은 8등급 사과 24개]

[잘 익은 9등급 사과 60개]

사과는 3개에서 5개씩 얻어서 총 84개의 사과를 얻었다.

이것을 또 사과주스로 만들어서 마법사 길드의 아가씨에게 팔지 생각해보았지만, 더 좋은 쓰임새가 있을지도 몰라서 아직 아껴두기로 했다.

다음은 암탉에게서 계란을 얻었다.

[질 좋은 9등급 계란 6개]

[질 좋은 10등급 계란 10개]

계란은 16개를 얻을 수 있었다.

64시간 동안 자리를 비워서 이미 무정란 11개를 자동으로 낳았고, 쓰다듬어서 5개의 무정란을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아직 유정란은 없었다.

어제 얻은 10등급 계란 한 개까지 합쳐서 총 17개의 계란이 인벤토리에 있었다.

계란을 다 얻었으니 이젠 우유를 짤 시간이었다.

암소의 젖은 이미 빵빵하게 부풀어져 있었다.

나는 얼른 우유통을 목공 스킬로 더 만들어서 우유를 짰다.

[질 좋은 9등급 우유(3리터) 4통]

[질 좋은 10등급 우유(3리터) 5통]

24시간 동안 최대 28리터의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였기에 우유의 양이 매우 많았다.

이미 가지고 있었던 10등급 우유 2통까지 해서 총 11통, 그러니까 33리터의 우유가 모였다.

이것도 팔든지 뭔가를 만들든지 해서 처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다음으로 나는 양털을 깎기 위해 양털깎이용 단도를 꺼내들었다.

[질 좋은 9등급 양털 14뭉치]

[질 좋은 10등급 양털 26뭉치]

털이 수북이 자란 양 두 마리에게서 각각 양털 20뭉치, 도합 40뭉치를 얻었다.

어제 깎아서 얻은 것들까지 합치면 9등급이 34뭉치, 10등급이 46뭉치였다.

이것 역시 80뭉치나 모여서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돼지를 살피러 갔다.

각각 송로버섯과 붉은 석양초를 키우고 있는 허브돼지 두 마리다.

나는 돼지의 등에 매달려 있는 송로버섯과 붉은 석양초를 살펴보니, 각각 5개씩 얻을 수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9등급 송로버섯 4개]

[9등급 붉은 석양초 4개]

다섯 개를 모두 수확할 순 있지만, 나는 하나를 남겨둬서 좀 더 많이 재배해보자는 생각에 1개씩 남겨두었다.

송로버섯은 분명히 요리재료지만, 붉은 석양초는 아직 사용처가 뭔지 의아했다.

아마도 연금술로 포션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다 수확을 하는 데만 꼬박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다 하고 나니까, 기분이 매우 뿌듯했다.

회사에서 얻은 피로가 즐거운 농장 생활로 싹 사라지는 느낌!

더 기쁜 것은 이걸로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그냥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 수확물들을 다 팔기만 해도 짭짤할 것 같지만, 새롭게 뭔가를 해볼 수도 있어서 더욱 흥미진진했다.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냅니다.]

“음?”

뭐부터 할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쪽지가 빛을 낸다는 메시지가 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쪽지를 꺼냈다.

[히든 연계 퀘스트 발동]

[퀘스트, 채광을 해보자

광석을 다루는 것 또한 엄연히 하나의 생활 스킬이다.

지금부터 그 기초인 채광을 해보자.

클리어 조건 : 철광석 50덩이를 획득

클리어 보상 : 100 업적점수                 ]

채광!

분명히 채광도 스킬을 배웠다.

이번엔 그 채광에 관한 퀘스트가 뜬 것이다.

덩달아 배웠던 대장기술 스킬도 생각났지만, 아마도 이 다음 퀘스트려나?

여하튼 광석을 캐려면 광산에 가야하는데, 아마도 대장장이 NPC를 찾아가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마을에 가는 김에 마법사 길드에도 들려서 사과주스를 또 얼마에 살 것인지 물어보기도 하고 말이다.

“실버, 농장 잘 지켜야 해!”

멍멍!

마을로 가기 위해 농장을 비우므로 실버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실버는 혀를 헥헥 내밀며 대답하듯 짖었다.

나는 한달음에 마을로 향했다.

대장간을 먼저 들리기로 하고, 그곳에 가니 오늘도 기침을 연신하시는 연로한 대장장이 할아버지 NPC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콜록콜록, 어서오게. 예의 바른 이방인.”

“다른 게 아니라······ 혹시 이 근처에 철광석을 캘 수 있는 광산이 있습니까?”

“있지. 여기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산이 있는데, 어렵지 않게 찾을 걸세. 길을 따라가면 표지판이 안내해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그런데 곡괭이는 필요 없는가?”

“아, 하나 사겠습니다.”

“2000골드일세.”

나는 기꺼이 2000골드를 지불하고 곡괭이를 샀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채광하는데 곡괭이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았다.

곡괭이를 구입한 후엔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그 의욕 없어 보이는 마법사 아가씨 NPC에게 또 사과주스를 팔 것인지 결정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어서오세······ 앗! 당신!”

“안녕하세요.”

마법사 아가씨 NPC는 나를 단번에 알아보는 듯했다.

인사를 건넬땐 의욕이 없더니, 날 알아보더니 의욕이 생긴 모습이다.

“기다렸어요! 이름 모를 아저씨!”

“제 이름은 공진입니다.”

“그럼 공진 씨, 그 사과주스 더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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