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23화 (23/239)

12화 첫 사냥(2)

잘못 나온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높은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 공격력이라면 만약 내가 내 자신을 공격할 경우, 나는 한 방에 죽는다.

원래 이 게임이 서로 한방에 죽이는, 죽창을 날려대는 게임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득, <생활의 달인> 클래스가 주는 효과 중 하나가 떠올랐다.

‘생산 스킬마다 10%씩 공격력이 오른다.’

정령술을 제외하고 지금 내가 가진 생활 스킬의 수는 11개다. 그러니까 공격력이 110% 상승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로렌의 창의 기본 공격력 20은 내 HP 상태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것이었다.

27의 힘과 합치면 54의 공격력 보정이 생긴다.

20의 기본 공격력과 54의 공격력 보정이 더해지면 74, 거기에 110%가 상승하면 81.4가 더해져서 155.4라는 공격력이 완성되는 것이다.

“갑자기 창을 꺼냈네.”

“무기를 든 모습은 처음 보는데.”

“저 창 뭔지 아는 사람?”

“모르겠음, 하지만 뭔가 좋아 보임.”

구경꾼들이 로렌의 창을 든 나를 두고 쑥덕거리고 있었다.

나는 킁킁 거리며 농장을 나가려는 돼지들을 잠시 멈춰세우곤 구경꾼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중 한명에게 말했다.

“저기, 잠시 말씀 좀 묻겠습니다.”

“뭐임?”

뭔가 말투가 이상한 사람이었다.

“제가 게임 초보라서 그런데, 공격력이 100보다 넘어가려면 레벨이 얼마나 되야 하죠?”

“뭘 당연한 걸 물어봄? 시작부터 힘만 찍으면 레벨 40은 돼야 맨손으로도 공격력 100됨.”

“······.”

“하지만 보통 힘1 체력2 이런 식으로 올리니까 이론상 90레벨은 돼야 함. 공격력 좋은 무기 끼면 더 빨리 됨.”

“그렇군요.”

“팁 줬는데, 뭐 주는 거 없음?”

“아, 네. 여기 있습니다.”

나는 1000골드를 주었다.

말투가 이상한 유저는 “아싸 꽁돈 얻었음.”이라면서 좋아했다.

일단 그의 말대로라면 나는 레벨1인데 40레벨 이상은 되어야 가능한 공격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공격력만 높은 괴물이란 느낌이었다.

지금도 잘 믿기진 않지만 뭔가 ‘먼치킨’이 된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초보자 마을 근처의 몬스터는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돼지들아, 이제 다시 가자.”

준비를 마친 나는 돼지들이 다시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렸다.

두 마리의 돼지들을 따라 농장 바깥의 필드로 나섰다.

돼지들은 땅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리며 뭔가를 찾아갔다.

“계속 농장만 만들던 사람이 웬일로 바깥에 나왔데?”

“드디어 사냥하려나 본데?”

“그냥 돼지를 따라가는 거 같지 않아?”

“숲 쪽으로 가는 것 같다.”

“거긴 이제 밤이라 선공몹 나오는데.”

구경꾼들이 뒤에서 수다를 떨었다.

마지막에 말한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밤의 숲에는 선공몹이 나오는 모양이다.

선공몹이란 선제 공격을 하는 몬스터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선공몹보다 다른 유저들이 비워둔 내 농장에 무단침입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부디 개조심 팻말을 유심히 보고, 실버에게 물려 죽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불돌이가 돼지들의 수색을 돕습니다.]

따라온 불돌이는 횃불이라도 된 것처럼 어둑어둑한 밤길을 밝게 비춰주었다.

돼지들은 그 덕에 길을 잃지 않고 자신들이 찾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뀨?

토끼 한 마리가 나와 돼지, 불돌이 앞을 가로막았다.

근데 특이한 토끼였다.

회색 토끼였는데, 이상하게 유니콘처럼 뿔이 나 있었다.

그 토끼의 머리 위에 뜬 몬스터 이름도 그냥 토끼가 아니었다.

[도깨비 토끼]

아무래도 뿔이 나있어서 도깨비 토끼인 모양이다.

뿔을 보곤 유니콘을 연상했는데, 도깨비라고 하니 상당히 토종 같은 느낌이다.

뀨르르르

하지만 곧 나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갈며 소리를 내었다.

직감적으로 저 녀석이 이 숲에서 나오는 선공몹인 모양이었다.

곧 나는 창을 꼬나 쥐었다.

창은 예로부터 가장 기본적인 냉병기였다.

초보자도 쉽게 다룰 수 있는 냉병기, 바보라도 쥐어서 휘둘러 찌르거나 벨 수 있다.

물론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면 더 잘 싸우겠지만, 무기의 숙련 난이도가 낮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냉병기 싸움을 한 번도 안 해본 나라도 저 토끼를 찌르는 것은 별 문제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군대에서 창과 비슷한 총검술은 지겹도록 하지 않았던가?

뀨우우우!

하지만 문제는 토끼가 상당히 날랬다는 것이다.

좌우로 스탭을 밟더니 상당히 민첩하게 달려들었다.

저런 것을 정확히 찌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불돌이가 당신을 돕기 위해 임의로 공격합니다.]

화르르르륵

그때, 불돌이가 나에게 달려드는 도깨비 토끼에게 불을 뿜었다.

도깨비 토끼는 그 공격에 위축되어 발이 묶였다.

지금이 바로 공격 찬스인 것이다!

“잘했어, 불돌아!”

[불돌이가 당신의 칭찬에 기뻐합니다.]

푸욱!

뀨우우우······.

위축된 토끼는 내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정확히 몸통을 꿰뚫렸고, 귀여운 단말마의 비명소리를 내며 죽어버렸다.

축 늘어진 사체에 다가가니, 그것은 아이템이 되어 있었다.

[도깨비 토끼 사체]

사냥이란 것을 처음 해봤는데, 한 방에 죽어버려서 긴장감은 있는 듯 없는 듯 오묘했다.

나는 그 사체를 인벤토리에 넣고, 겁먹어서 뒤에서 떨고 있는 돼지들을 달래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돼지들은 계속 땅을 킁킁대며 뭔가를 찾았다.

그리고 이윽고 한 그루의 나무에 도착했다.

신기한 일이 있었다, 돼지가 거기에 도착하기 전에는 나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돼지가 킁킁대며 나무 밑을 헤집자, 투명했던 것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버섯, 그것도 블랙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리는 서양 송로버섯이었다.

[질 좋은 10등급 송로버섯]

이번에도 생활의 달인 효과로 ‘질 좋은’이 붙은 아이템이었다.

그것을 집어든 순간이었다.

[퀘스트 달성]

[100 업적점수 획득]

축산을 하는 퀘스트가 깨졌다.

나는 만족하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돼지의 축산 시스템도 궁금해졌다.

그러자 골램이 설명해주었다.

[돼지는 8시간마다 최대 3개까지의 송로버섯 혹은 약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약초? 약초도 찾을 수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주인님. 덧붙이면 약초는 연금술의 약초추적 스킬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돼지는 버섯과 약초의 채집 외에도 그 두 가지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돼지가 버섯이나 약초를 재배한다고? 어떻게?”

[그 송로버섯을 돼지의 등에 놓아보십시오.]

나는 골램이 말한 대로 수컷돼지의 등에 송로버섯를 놓아보았다.

[이 돼지로 ‘송로버섯’을 재배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내 의사를 묻는 메시지창이 떴다.

그 메시지를 수락했다.

그러자 돼지의 등에 버섯이 마치 뿌리를 내린 듯이 붙어버렸다.

깜짝 놀랐는데, 골램의 설명이 이어졌다.

[돼지의 ‘송로돼지’ 기능과 더불어 존재하는 ‘허브돼지’의 기능입니다. 허브돼지인 상태에선 약초의 채집이 불가능하지만, 대신 등에 심은 버섯이나 약초를 기릅니다. 돼지의 컨디션에 따라 재배하고 있는 것의 질과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

뭔가 게임성이 느껴지는 시스템이었다.

현실에선 당연히 불가능한 일.

하지만 묘하게 재밌는 축산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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