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21화 (21/239)

11화 목축을 해보자(2)

[이 상품으로 결정하시겠습니까?]

늑대개를 클릭하니, 결정을 확인하는 문구가 떴다.

나는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주저 없이 ‘예’라고 커맨드를 넣었다.

[늑대개 한 마리를 분양 받았습니다.]

[400 업적점수를 소모하셨습니다.]

띠링!

구입을 알리는 메시지와 동시에 효과음이 들렸다.

그리고 눈앞에 개의 형상을 한 빛무리가 생겼다.

때마침 어둑어둑해지던 때라 그 빛이 무척 아름다웠다.

하지만 곧 빛이 사라지면서 개의 모습이 드러났다.

바로 그 늑대개였다.

멍멍!

[늑대개가 당신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합니다.]

회색늑대를 닮은 그 늑대개는 정령이나 골램이 그랬던 것처럼 이름부터 지어달라고 했다.

나는 정령처럼 한글식 이름인 늑돌이로 지으려다가, 한글식 이름은 정령들에게만 지어주는게 아이덴티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이름을 잠깐 고민하다가, 늑대개의 은빛에 가까운 회색털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네 이름은 이제 실버야!”

멍!

[실버가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대형견 정도의 크기인 실버는 그런 메시지를 띄웠다.

그리곤 양 앞발을 들어내게 기대며 쓰다듬어 달라는 제스쳐를 보였다.

나는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실버는 ‘앉아’ 자세를 하면서 쓰다듬을 받다가, 애정표현으로 내 얼굴을 핥았다.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저 개, 방금 빛난 곳에서 나타나지 않았어?”

“꺄악, 개가 너무 멋지다.”

“왜 갑자기 나타난 거지?”

“모르겠음. 뭔가 일어나고 있음.”

축사들을 만드느라 구경꾼들이 떠났었는데도, 어느새 다시 모였다.

그런 구경꾼들이 실버가 나타난 것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이 보기엔 실버가 갑자기 나타나서 신기한 모양이다.

나는 인기 있는 실버가 괜히 기특해져서 더욱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실버가 자신이 할 일을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아참, 쓰다듬어 주다보니 퀘스트를 잊고 있었다.

아직도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는 것을 보니 개에게 임무를 맡겨야 하나보다.

“실버야, 너는 이제 이 농장을 지켜야 한다.”

멍!

[실버가 자신의 임무를 인지합니다.]

[경비견을 농장에 두었습니다. 이제 이 농장은 경비견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무단침입자와 적대행위자는 경비견에게 선제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단침입 혹은 적대행위자에 한해선 경비견 혹은 주인이 반격해도 PK패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가축들이 경비견의 등장에 안심합니다.]

[퀘스트 완료!]

[100 업적점수 획득]

메시지들이 엄청 많이 떴다.

경비견을 둔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뭔가 시스템으로 보장되는 것인 모양이다.

아마 농장을 다른 유저나 몬스터로부터 지켜주는 것 같다.

그리고 가축들이 안심하게 되면서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400 업적점수를 소모했지만, 퀘스트를 깨면서 100의 업적점수를 다시 얻었다.

[불돌이가 새로이 나타난 실버를 환영합니다.]

불돌이는 실버가 마음에 들었는지, 실버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실버는 친구가 생긴 것처럼 불돌이를 쫓으며 멍멍 짖었다.

보면 훈훈해지는 광경이었고, 구경꾼들도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자 문득 나는 개한테도 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공 스킬이면 분명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목공 스킬!”

스킬을 사용하고 제작을 누르자 제작 가능 목록의 카탈로그가 나타났다.

이리저리 넘겨보니 개집도 모델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클릭했다.

목재뿐만 아니라 못도 약간 들었지만, 아직 못은 조금 남아 있었다.

땅땅땅땅!

개집은 건축이 아닌 목공으로 만들어지는 소형 구조물이라 열 번의 망치질로도 금방 완성되었다.

[실버가 자신의 집이 생긴 것을 기뻐합니다.]

[실버와의 친밀도가 개선되었습니다.]

“와, 지금 개집 지은 거임?”

“아까도 외양간하고 많이 짓는 거 봤음.”

“저것도 생활스킬인가?”

“신기한 거 많이 하네.”

구경꾼들은 개집을 짓는 것을 보자, 또 수군거렸다.

그들 중 몇 명이 목공 스킬이나 건축 스킬을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한편 실버는 자신의 집이 마음에 꼭 드는지 집 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반복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곤 흐뭇함을 느끼면서도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개를 키우는 집이라면 반드시 그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목공 스킬의 제작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적당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땅땅땅땅!

“뭘 또 만드는 것 같은데?”

“표지판 아니야?”

구경꾼 중 누군가가 만들어지고 있는 모형을 알아보았다.

그렇다, 나는 표지판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것을 다 만들어서 농장의 입구에 잘 보이도록 세워둔 뒤, 카우보이 목장주인이 준 양털깎이용 단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글귀를 새겼다.

[개조심. 무단침입시 공격함.]

내가 생각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개를 키우면 반드시 세워야 하는 경고문, 바로 개조심이다.

나는 흐뭇하게 완성품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곧 메시지 창이 떴다.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냅니다.]

[히든 연계 퀘스트 발동]

이제는 익숙한 메시지였다.

[퀘스트, 축산을 해보자.

가축들을 새 가족으로 들였다.

그들을 이용해 축산품을 얻어보자.

클리어 조건 : 우유, 계란, 양털, 송로버섯을 획득하기.

클리어 보상 : 100 업적점수                   ]

그리고 새로운 퀘스트를 얻었다.

가축을 얻었으니 이제 그 가축들에게서 축산품을 얻으라는 퀘스트였다.

상당히 흥미가 생기는 퀘스트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당연히 수락하고 당장 계란부터 얻으려고 했다.

하지만 닭장 근처에 가도 암탉은 계란을 낳지 않았다.

이런, 그럼 낳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주인님, 계란을 얻으시려면 암탉을 쓰다듬어 주시면 됩니다.]

그때 내 의중을 읽은 골램이 적절한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골램이 말한 대로 암탉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암탉이 둥지에서 잠깐 일어서더니, 그 아래에 계란 하나가 있었다.

[질 좋은 10등급 계란]

계란도 사탕무나 사과와 마찬가지로 등급이 매겨져 있었다.

거기다가 ‘질 좋은’이 붙어 있었는데, 이것도 생활의 달인 클래스 효과인 것 같았다.

[무정란을 낳은 암탉은 4시간 후에 또 다시 무정란을 낳을 수 있습니다. 최대 다섯 알까지 모아둘 수 있으며, 그 이상 낳지 않은 무정란은 자동으로 낳게 됩니다. 유정란을 무정란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또한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한 암탉은 특별한 계란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골램이 곧 닭의 축산 시스템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다음은 우유를 얻어 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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