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9화 (19/239)

10화 사과주스(2)

“어서오세요오······ 어라아? 아까 연금술 배우신 분이시네요오.”

“또 뵙네요, 아가씨.”

의욕 없어 보이는 마법사 아가씨는 여전히 카운터에 턱을 괴곤 졸듯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안에는 여러 마법사들이 연구나 뭔가를 하면서 바쁘게 돌아다녔다.

흠, 일단은 수요가 있는 곳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느낌이다.

자, 그럼 현장의 세일즈맨이 됐다는 기분으로 장사를 해볼까?

“저기요, 여기에 뭔가 팔려고 왔는데요.”

“네에? 아, 약초 파시려고 오셨어요오?”

“아뇨, 약초는 아닌데······ 그보다 더 좋은 거예요.”

“더 좋은거어?”

“네, 사과주스입니다.”

“······.”

“······.”

내 말에 의욕이 없어 보이는 마법사 아가씨는 어쩐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뭔가 귀찮다는 말투로 말했다.

“저흰 잡상인은 받지 않는데요오오.”

“그, 그런 게 아닙니다.”

“마법사 길드에서 주스를 판다고 하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셔도오······.”

“제가 팔려는 사과주스는 지력과 정신력이 6씩 오르는 추가효과가 있어요.”

“······.”

“······.”

의욕이 없어 보이는 마법사 아가씨의 눈이 더더욱 의심스럽게 바뀌었다.

아무래도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인데······.

“거짓말 하지마세요오.”

“거짓말 아닌데요.”

“하지만 그런 효과는 비약으로나 볼 수 있어요오. 요리로 추가효과를 볼 수 있단 것은 알지만, 그렇게 대단한 효과는 없는 걸로 알아요오.”

“그럼 할 수 없네요, 하나 그냥 드릴게요. 한 번 마셔보세요.”

나는 사과주스 하나를 꺼내서 마법사 아가씨에게 건넸다.

그녀는 나무잔에 담긴 사과주스를 물끄러미 보더니, 사과주스 향을 맡는 것 같았다.

······킁킁하고 냄새를 맡는 모습이 어쩐지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이 좋네요오.”

“네, 사과향이 좋더라고요.”

“단 냄새도 나니까, 마셔볼게요오. 뭐, 거짓말 같지만.”

“거짓말 아닙니다.”

마시는 순간까지도 안 믿는 눈초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맛은 일단 마음에 들었는지, 한 모금 마셨다가 곧 쭉 들이켰다.

“캬아.”

“어때요? 제 말이 맞죠?”

“······.”

마치 술이라도 마신 것 마냥, 소리도 내는 아가씨에게 이제 믿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어째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듯했다.

그리곤 목소리를 줄이며 나에게 말했다.

“저기요.”

“네?”

어쩐지 의욕이 없어 보이는 모습도 사라진 것 같았다.

“이거······ 몇 개나 있어요?”

“음, 방금 하나 드렸으니까 54개 있네요.”

“저한테 다 파세요.”

“네? 다 팔라고요?”

“네, 다 살게요.”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고 있었다.

이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는 것은 내 쪽이었다.

여기에 팔려고 왔긴 하지만, 한 사람에게 독점으로 다 파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단 의미인데, 하지만 나도 만만치는 않지.

“얼마에 사실 건데요?”

“10등급 사과가 300골드니까, 3배 쳐드려서 개당 900 골드에 살게요. 엄청 남는 장사죠?”

“아뇨, 개당 3000골드에 팔겠습니다.”

어림도 없는 소리를 하는 마법사 아가씨에게 단호히 말했다.

내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마, 말도 안 되는 폭리잖아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제가 900골드에 팔아도, 당신이 이곳의 마법사들에게 더 비싸게 되팔 수도 있잖아요?”

“······.”

내 말이 대충 맞았는지, 그녀는 합죽이가 된 듯이 말을 잃었다.

“본래 마법사들 모두에게 팔 생각이었는데, 당신에게만 독점적으로 판다면 그만큼 인센티브가 있어야 해요. 당신도 이걸 다 사고 싶을 만큼의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예컨대 음식 효과와 비약 효과는 중첩이 된다던지.”

“헉, 그걸 어떻게······.”

“넘겨짚은 겁니다.”

“······.”

예전에 해본 게임의 지식을 활용해서 찔러 본 것인데, 유도심문에 그대로 걸리는 아가씨였다.

“저한테 도매로 사서 이윤을 남기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저는 그쪽으로 좀 빠삭해서요. 3000골드가 아니면 아가씨에게 독점으로 팔 생각은 없습니다.”

“그, 그래도 다른 마법사 분들이 사신다는 보장은······.”

“뭐, 아가씨한테 그랬던 것처럼 사과주스 하나를 더 시음시켜보면 ‘정직한 구매자’들이 생길지도 모르죠. 다 아가씨처럼 영악하진 않을 테니까요. 그럼······.”

“자, 잠깐만요.”

내가 다른 마법사들에게로 가려고 하자, 그녀가 황급히 만류했다.

아무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나보다.

“3000골드에······ 다 살게요.”

“정말요?”

“네, 설마 더 올리진 않겠죠?”

“흠······.”

3000골드인데도 산다는 것은 어쩐지 그 이상의 가격으로도 되팔만한 물건이라던가, 아니면 두고두고 마시고 싶을 정도로 효과나 맛이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다.

가격을 더 불렀어야 했나, 약간 후회가 들었지만 3000골드에 팔기로 했으니 신용은 지키는 편이 좋았다.

“좋아요, 그렇게 팔죠.”

“······정말 영악하시네요.”

“흠, 제가 할 말이군요.”

그렇게 3000골드에 54개의 사과주스를 전부 팔아서 162000골드를 벌었다.

생선구이를 팔아서 번 돈까지 합쳐 수중에 175000골드가 들어왔다.

지갑 대신 인벤토리긴 하지만, 어쩐지 지갑이 두둑해진 기분이었다.

상당한 돈이 생겼다.

이걸 어디다 써야 할까?

보통의 게임 플레이어라면 좋은 장비를 맞춘다던가, 포션을 산다던가, 무엇이든 강해질 수 있는 아이템을 사려고 했겠지만, 나는 아직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나에겐 좀 더 힐링이 필요해.

무얼하면 현실에 지친 나를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을까?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씨앗을 잔뜩 사서 좀 더 큰 농사를 지어볼까? 이것도 나쁜 생각 같지 않았다.

이왕 내친 김에 그물이나 통발도 사서 낚시를 해볼까? 발상은 좋지만 호수의 물고기가 남아날지 의문이었다.

물론 게임이니까 현실과는 달리 없던 물고기도 다시 생긴다거나 하겠지만 말이다.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냅니다.]

“음?”

내가 뭘 할지 고민하는 때, 쪽지가 다시 빛을 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쪽지를 꺼냈다.

[히든 연계 퀘스트 발동]

어김없이 히든 퀘스트가 발동했다.

마침 돈도 벌었으니, 이 퀘스트를 해결하는데 돈을 쓰면 될 것 같았다.

나는 곧이어 뜨는 메시지창을 유심히 읽었다.

[퀘스트, 목축을 해보자.

농사도, 과수도, 해보았다. 이제 가축을 기르는 목축을 해볼 때이다.

닭, 소, 양, 돼지를 길러보자.

클리어 조건 : 닭, 소, 양, 돼지를 사육하라.

클리어 보상 : 100 업적점수                             ]

목축이라······ 가축을 기른다는 생각은 마침 못 했었는데,

어디서 가축들을 사야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 카우보이 같은 목장주가 있는 목장에 가면 살 수 있다.

말투가 좀 이상한 NPC지만, 성격은 좋아보였다.

사는 김에 목축에 대해서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한달음에 마을을 나서서 목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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