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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플레이어-17화 (17/239)

9화 첫 장사(2)

······연예인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인데, 식탐이 굉장한 것 같다.

혹시 모델이나 그런 쪽에 종사하는 사람일까?

외모를 보면 일반인 같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이해가 되었다.

그쪽 사람들은 스튜디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식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가상현실에서는 맛있는 것을 마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겠지.

물론 그녀가 그런 업종의 사람일 거란 것은 예상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럼 잠시 기다리세요.”

“네!”

구울 준비를 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면, 여자는 활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쩐지 진짜 요리사가 된 기분이었다.

먼저 불을 피워야 했으므로 물방울을 역소환해야만 했다.

[물방울이 좀 더 놀고 싶어 합니다.]

“많이 놀았잖아. 나중에 또 불러줄게.”

[물방울이 약속을 지키라고 말합니다.]

“알았어.”

물방울도 불돌이처럼 역소환되는 것을 아쉬워했다.

여하튼 겨우 달래서 역소환을 하고 불돌이를 소환했다.

[불돌이가 다시 불러주어서 기뻐합니다.]

[불돌이와의 친밀도가 올랐습니다.]

불돌이는 소환되자마자 내 주변을 빙빙 돌았다.

흡사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말이다.

역시 불돌이가 좀 더 살가운 성격이라 마음에 들었다.

“불돌아, 이번에도 장작에 불 좀 붙여주렴.”

[불돌이가 기쁜 마음으로 당신의 명령을 따릅니다.]

화르륵

곧 불돌이의 몸에서 불이 뻗어 나와 장작에 불을 붙였다.

모닥불이 만들어졌고, 나는 아까처럼 물고기를 손질 한 후, 꼬치에 꽂아 굽기 시작했다.

그냥 요리 스킬을 이용해서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이런 간단한 요리 정도는 직접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스탯이 오르는 효과를 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1000골드 받는 것은 달라지지 않으니 헛수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회사원이나 사업가, 장사꾼의 마인드로 볼 땐 어리석은 생각이다.

같은 물건을 팔아도 만약에 다른 물건보다 질이 좋다면? 당연히 입소문을 타게 된다.

바이어들도 질이 더 좋은 사업 아이템에 눈독을 들이기 마련이다.

그러니 하는 김에 돈을 벌 작정이라면 가능한 질도 좋게 만들어 파는 것이 이롭다.

양으로만 승부하려 하거나, 질은 도외시하려는 것은 삼류나 하는 짓이다.

“자, 다 됐습니다.”

“우와아, 정말 맛있겠어요.”

주문한 여자는 1000골드를 아깝지 않게 내며, 군침을 흘리는 채로 생선구이를 받아갔다.

그리고 구경꾼들이 보는 가운데에서 그것을 아구아구 먹기 시작했다.

마치 먹방 BJ나 스트리머처럼 말이다.

“음! 정말 맛있어요. 너무 살이 부드럽고, 민물고기인데 간도 적절하네요.”

“게임이라선지 일부러 맛있게 해놓은 것 같습니다.”

“아저씨가 너무 맛있게 구워줘서 그런 것 같아요.”

“음, 아저씨는 아닌데요.”

“앗, 죄송해요. 호호호!”

방송하는 것도 아닌데, 리액션도 야무지게 하는 여자였다.

아저씨란 말에 내가 조금 토라진 듯이 말하자, 익살스럽게 웃어넘기기도 했다.

그 후로는 한동안 먹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다른 구경꾼들도 그녀가 먹는 모습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생선구이를 다 먹자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어머? 버프가 생겼네요? 힘이랑 체력이 10이나 올랐어요.”

“네, 제대로 구웠나 보네요.”

그녀도 나와 똑같은 버프를 받은 모양이다.

그래서 덤덤히 대답했는데, 그녀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뭘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시고 계세요! 이런 버프는 사제도 주지 못한다고요!”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네, 능력치 포인트는 레벨당 3씩 밖에 주지 않잖아요. 힘과 체력이 10씩 오른다니, 6레벨이나 더 찍은 셈이라고요!”

“흠, 그렇군요.”

꽤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지만 아직 사냥을 안 해본 나는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체감되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호들갑을 떨고 있었고, 다른 구경꾼들도 매우 놀란 표정이라, 그러려기 하고 있었다.

“이, 이럴 시간이 없겠어요. 저 당장 사냥하러 갈게요, 고마워요 오빠!”

“······.”

아저씨에서 호칭이 오빠로 바뀌었다.

그녀는 그런 인사를 남기고 쌩, 하는 소리를 낼 것처럼 사냥터로 뛰어가 버렸다.

그러자 구경꾼들이 나에게 외쳤다.

“저, 저기요! 제 것도 좀 구워주세요!”

“내가 먼저야! 먼저 구경하고 있었다고!”

“무슨 상관이야, 먼저 말한 사람 임자지.”

“난 돈 더 냄, 나한테 파셈.”

갑자기 주문이 쇄도했다.

10명 정도 있던 구경꾼들이 한꺼번에 주문을 해대서 매우 곤란해졌다.

갑자기 붐비게 된 식당 같은 분위기가 된 것이다.

나는 그들을 진정시키는 겸 모두에게 구워줄 수 없다는 말을 해야 했다.

“죄송하지만 지금 물고기 남은 것이 네 마리뿐입니다. 그것도 크기가 제각각입니다.”

“버프만 준다면 상관없어요!”

“제가 더 비싸게 살 테니 저한테 파세요!”

“아냐 내가 더 비싸게 살 거야!”

흠, 어쩐지 분위기가 경매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사실, 지금이라면 경매를 하기 딱 좋은 것 같았다.

다들 사려고 애쓰는데, 물품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자연히 경매가 만들어지고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회사원이다 보니, 지겹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물고기마다 경매를 하겠습니다. 먼저 32cm짜리 베스······.”

“1200골드!”

“1500골드!”

“에라이 2000골드!”

값이 순식간에 올랐다.

32cm짜리 베스는 2500골드에 팔렸다.

여자에게 판 것보다 2배 이상 비싸게 팔렸지만 그 다음으로 판 40센티짜리 동양메기는 3500골드로 더 비싸게 팔렸다.

크기가 커서 비싸게 팔린 것이라기 보단, 이미 한 마리 팔려서 기회가 더 줄어들어 경쟁수요가 더 커진 덕분이었다.

남은 17cm 피라미와 12cm 피라미는 크기가 좀 작았고, 그 점을 양해했지만 둘 다 3000골드와 2900골드에 팔렸다.

처음에 1000골드에 팔았던 것에 비해서 엄청난 마진을 자랑했다.

순식간에 12900골드를 벌었다, 사과나무를 사면서 100골드 남아 있던 주머니가 채워져 두둑해진 순간이다.

나는 그들에게 모두 생선구이를 구워 주웠다.

모두들 버프를 무사히 받았는지 흡족하고 또 놀란 표정이 되어 사냥을 하러 돌아갔다.

음식을 먹지 못한 사람들은 다음엔 꼭 자신에게 팔라며 약조해달라고 졸랐다.

나는 못이기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 완료]

[100 업적점수 획득]

[농사 스킬 레벨업!]

사람들에게 고기를 다 구워주고 나니, 어느덧 한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사과나무가 완연히 자라있었고, 잘 익은 사과들이 매달려 있었다.

덩달아 퀘스트도 완료되었고, 농사 스킬도 레벨업 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사과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스킬북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 다 자란 사과나무는 열매가 덜 열린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 보통 2개에서 3개 정도가 열려 있었다.

드물게 4개가 열린 것이 있었다.

그래서 총 56개의 사과를 수확했다.

다만 사과의 이름이 좀 특이했다.

[잘 익은 8등급 사과]

[잘 익은 9등급 사과]

모든 사과 앞에 ‘잘 익은’이란 것이 붙어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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