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6화 (16/239)

9화 첫 장사(1)

“정령술!”

[현재 당신의 정신력 수준으로는 한 번에 하나의 정령만 소환 가능합니다.]

[하급 불의 정령 소환 해제]

그랬더니 소환할 때도 보았던 경고 메시지와 함께 메뉴가 하나만 활성화되었다.

아무래도 불돌이를 소환해제 해야 다른 정령을 부를 수 있는 모양이다.

[불돌이가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나중에 또 부를게.”

[불돌이가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합니다.]

“알았어.”

불돌이는 아쉬운지 계속 메시지창을 띄웠다.

나는 불돌이를 쓰다듬어 주면서 소환 해제 메뉴를 클릭했다.

곧 불돌이가 모습을 감췄다.

그러자 [하급 물의 정령 소환], [하급 땅의 정령 소환] [하급 바람의 정령 소환] 같은 메뉴가 생겼다.

이번에 필요한 것은 물의 정령이다.

츄파앗!

물이 튀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불돌이와 비슷하게 물덩이가 감싸고 있는 파란 구가 공중에 떠다녔다.

“우와, 저건 물의 정령인가?”

“처음봐도 물의 정령 같이 생겼네.”

“만지면 차가우려나?”

구경꾼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자 물의 정령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물의 정령이 시끄러운 것을 싫어합니다.]

[빨리 이름을 지어달라고 합니다.]

······메시지뿐이긴 하지만 어쩐지 차가운 성격인 것 같았다.

물이라서 그런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한글 이름으로 말이다.

“너는 이제 물방울이다.”

물방울처럼 생겼으니 물방울,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아하하, 물방울이래. 나라면 운디네로 했다.”

“아니지 엘라임으로 해야지.”

“그건 정령왕급 이름이고.”

“나이아드라는 것도 있거든?”

하지만 구경꾼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자기네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한데, 꼭 그 모습이 무협지나 판타지소설의 용어를 두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을 무시하고 불돌이를 쓰다듬은 것처럼 물방울을 쓰다듬어 보았다.

물방울을 감싼 물은 조금 차가운 느낌이었다.

[물방울이 자신의 이름이 조금 촌스럽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성의를 봐서 눈 감아 준다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물방울은 불돌이와는 성격이 정반대인 것 같았다.

불돌이가 개라면 물방울은 고양이라고나 할까?

온도 차이가 불과 물만큼 큰 것 같았다.

그래서 물방울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조금 조심스러웠다.

“물방울아, 저기 보이는 밭에 물을 뿌려줄래?”

[물방울이 관심 없어 합니다.]

“그러지 말고, 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게 해줄게.”

[당신의 말에 물방울이 호수를 관심 있게 바라봅니다.]

“호수에서 놀고 싶어? 그럼 일 끝내고 놀자.”

[물방울이 내키지 않지만 성의를 봐서 부탁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어린애 달래듯이 설득을 하자, 물방울은 그제야 내 말대로 밭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물뿌리개로 일일이 뿌리는 것보다 편했다.

다만 이럴때마다 물방울을 설득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고, 또한······

[마나가 얼마 없습니다.]

[정령술에는 마나가 듭니다. 마나가 다 떨어지면 정령이 힘을 못 쓰게 되니, 휴식을 취하거나 포션을 마셔서 마나를 회복하십시오.]

······아무래도 힘을 많이 쓰면 마나가 드는 모양이었다.

그냥 물을 뿌리는 것 같아도, 허공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것들 전부가 마나가 드는 정령술인 것 같다.

다행히 19개의 사과 묘목에 물은 다 주었지만, 마나 효율을 생각한다면 아직은 물뿌리개를 써야할 것 같다.

나중에 마나를 어떻게 올리는지도 알아보기로 했다.

[물방울이 호수에서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는 약속대로 물방울이 호수에서 노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물방울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호수에서 활개 쳤다.

잠수하는 것은 기본이고, 물수제비를 타듯 호숫가를 날아다니기도 했다.

나는 그런 물방울을 지켜보거나 낚시를 했다.

사과 종자에 물을 줄때가 되면 다시 물방울을 불러 물을 뿌리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생활 활동에 정령술을 반복 사용하여 정신력이 오릅니다.]

[정신력이 1 올랐습니다.]

[낚시를 하며 인내심이 올랐습니다.]

[정신력이 1 올랐습니다.]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하니, 정신력이 올랐다.

어쩐지 오르지 않던 정신력이 빨리 올라가는 느낌인데, 아마도 생활의 달인 효과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더불어서 낚시로 물고기들도 많이 낚아두었다.

[베스(45cm)]

[베스(32cm)]

[피라미(17cm)]

[동양메기(40cm)]

[피라미(12cm)]

다양한 민물어종이 잡혔다.

한 시간에 겨우 한 마리 잡을까 말까 하는 꼴이었지만, 다섯 마리나 낚아서인지 낚시 스킬도 2레벨이 되었다.

그렇게 낚시를 하던 사이, 어느덧 다시 물을 줄 시간이 되었다.

“물방울아, 물 줄 시간이야.”

[물방울이 귀찮지만 당신의 말을 따릅니다.]

물속에서 놀던 물방울이 물을 튀기며 튀어나왔다.

성격이 조금 차가운 것 같아도 말은 잘 듣는 아이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물주기다.

이번에 물을 주고 한 시간을 기다리면 사과나무가 다 자랄 것이다.

이미 사과나무는 상당히 자랐고, 풋사과들이 여럿 달려 있었다.

풋사과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왕이면 제대로 된 사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두었다.

촤악

물방울이 물을 뿌렸다.

마나가 조금 모자라기 때문에 내가 물뿌리개로 좀 거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물방울은 물을 다 뿌리자마자, 다시 호수에 첨벙 빠져들었다.

호수가 어지간히 좋은 모양이다.

나는 잡초를 대낫으로 제거하면서 물방울이 놀고 있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요.”

“네?”

그때, 농장의 구경꾼 중 한 명이 나를 불렀다.

여자였다, 아마도 나보다 어린 여자.

아마도 여대생이거나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것 같이 앳되고 예쁜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왜 나에게 말을 거는지 이상했지만 말이다.

“아까 물고기 잡은 거 있죠?”

“네, 그런데요.”

“그거······ 아까 구워먹은 것처럼 구워서 팔아주실 수 있으세요? 제가 보리빵만 먹다보니 너무 물려서요.”

그녀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다른 구경꾼들이 나와 그녀를 보고 있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아마도 먹을 것을 구워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이 좀 창피한 모양이다.

먹보로 보이기 싫어하는 여자들은 그런 생각을 가질 법하니 말이다.

“네, 어렵지 않죠. 다만······ 1000골드는 받아야겠습니다.”

“조금 깎아주실 수 없을까요?”

“식당에 파는 음식보다 훨씬 싸게 파는 건데요.”

요리 스킬을 배우러 식당에 갔을 때, 메뉴의 가격을 봐뒀었다.

대부분 2000골드에서 3000골드였다.

식당에선 서비스를 하니까 좀 더 비싸게 판다고 생각하고, 생선구이는 재료비가 거의 안 드니 1000골드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아잉, 그래도요.”

“······안됩니다.”

“히잉.”

가격흥정을 해보려고 애교를 떠는 여자였지만, 나는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몰차게 구는 것도 좀 그런데,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대신 이 녀석으로 구워드리죠. 지금 잡은 물고기 중에 가장 큰 놈입니다.”

나는 45cm짜리 베스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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