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과수를 해보자(2)
[하급 불의 정령의 이름을 ‘불돌이’로 하겠습니까?]
“그래.”
재차 확인하는 메시지에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불의 정령, 그러니까 불돌이 내 주변을 회전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불돌이가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마음에 들어? 그럼 다행이네.”
불돌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상하로 몸을 흔들었다.
이렇게 보니 애완동물이 생긴 기분이다.
어쩐지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뜨거울 것 같아서 곤란했다.
[불돌이가 쓰다듬어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괜찮다고?”
[불돌이가 없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도깨비불 같은 형상을 자세히 보면 안에는 밝은 전구 같은 구가 있었다.
쓰다듬는다면 그걸 쓰다듬으면 될 것 같은데, 뜨겁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게임이니, 좀 뜨거우면 어떤가?
게다가 불돌이가 괜찮다고 하니까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불돌이가 수줍어합니다.]
그래서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듯, 구를 쓰다듬으니 불돌이가 매우 좋아하는 듯했다.
거기다가 그리 뜨겁지 않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재미가 좀 들려서 한참을 쓰다듬어 주니 메시지창이 떴다.
[불돌이와의 친밀도가 소폭 향상 되었습니다.]
친밀도라, 그러고 보면 정령술사가 정령술은 정령과 친해져야 좋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정령술사는 그런 것을 조금 단점처럼 말했었는데, 애완동물 기르는 느낌이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만복도가 낮은 상태입니다.]
[식사를 통해 만복도를 올리십시오.]
아, 불돌이랑 놀다보니 정작 해야 할 일을 잊고 있었다.
“불돌아, 여기 장작에 불 좀 붙여줄래?”
불돌이는 고개를 끄덕이듯 흔들거리곤 화르륵 소리를 내며 장작에 불을 뿜었다.
장작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훌륭한 모닥불이 되어서 생선을 굽기에 충분해졌다.
그럼 먹을 베스를 손질해야 한다.
칼이 없으니 도끼날을 이용하기로 했다.
배를 따고 내장을 전부 끄집어 낸 다음, 그것들을 불에 태웠다.
그리고 목공 스킬로 적당한 나무꼬치를 만든 다음 베스를 꼬치에 꿰었다.
그러자 제법 ‘만화 생선’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대로 잘 굽기만 하면 맛도 있을 것 같았다.
잠깐, 요리 스킬은 어떻게 쓰는 걸까?
아마도 이것도 말을 하거나 생각하면 뭔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 스킬!”
[만들 요리를 선택하십시오.]
바로 각종 요리 그림이 그려져 있는 레시피들이 눈앞에 떴다.
가장 앞에 있던 것은 우연하게도 ‘사탕무 스튜’였다.
나는 사탕무 스튜의 레시피를 확인해보았다.
[레시피, 사탕무 스튜
기본 재료 : 사탕무, 물
추가 재료 : 소금, 당근, 감자 외 각종 채소 혹은 과일
필요한 도구 : 냄비와 불, 재료를 다듬을 칼 혹은 날붙이
추가설명 ]
이런 레시피를 읽으면서 나는 직관적으로 대충 예상은 갔지만, 추가설명을 읽어보기로 했다.
추가설명을 클릭하자, 추가설명이 적힌 메시지창이 떴다.
[요리스킬 추가설명, 요리에 필요한 기본 재료만으로도 필요 도구를 가진 상태라면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 재료만으로는 특별한 스킬이 있지 않는 한 요리의 추가 효과를 얻기 힘듭니다. 추가 재료를 투입해 요리를 하면 맛과 만복도도 더 좋아지고, 더 좋은 추가 효과 또한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요리스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요리를 할 경우, 요리가 잘 만들어졌을 때 요리 스킬의 숙련도가 더 오르며, 더 좋은 추가 효과를 얻을 확률 또한 올라갑니다.]
다소 긴 설명이 적혔는데, 나는 꼼꼼히 읽어서 요리 스킬에 대해 완전히 이해를 했다.
예컨대 내가 한 것처럼 직접 요리를 하려고 해도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과 요리 스킬에 의존해야하는 사람에 차별을 두려고 한 것 같다.
다른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니, ‘생선 구이’가 아마도 지금 내가 하려는 것과 비슷한 것 같지만 우선 이번에는 내가 이미 요리를 거의 다 했으니 이대로 해볼 생각이다.
나는 요리 스킬창을 모두 닫고, 생선을 조심스럽게 직화로 구웠다.
지글 지글
한 면이 너무 타지 않게, 그리고 덜 익지도 않게 골고루 익도록 돌려가면서 구웠다.
생선기름이 뚝뚝 떨어지면서 마치 프라이팬이나 오븐에 굽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곧 맛있는 냄새가 나서, 군침이 흘렀다.
생선이 잘 익은 모습이 되어 가고 있었다.
비늘이 까져서 드러나는 살이 예쁘게 익은 것이다.
다 구워졌다고 생각 되어서, 나는 그것을 한 입 베어 먹어보았다.
맛은? 천상의 맛이었다.
“저 사람 봐, 생선 구워 먹는다.”
“아까 낚시하던데 잡아서 구워먹나 보네, 레알 자연인인 듯”
“맛있겠다······ 난 또 보리빵이나 먹어야 하는데.”
“나도 한입 먹어보고 싶다.”
맛있는 것을 먹고 있으니 구경꾼들이 또 생겼다.
역시나 이번에도 초보자들 몇몇이 울타리에 기대어서, 생선을 구워먹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부분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한입만 먹어봤으면 한다고 혼잣말을 들으란 듯이 했지만, 나는 한입도 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무시하곤 생선을 먹어치웠다.
이상하게도 잔뼈 같은 것은 없었다.
먹기 편하라고 만들어둔 게임 상의 허용인 듯하다.
그래서 맛도 좋고 먹기도 편해서 30센티짜리 베스 하나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만복도가 가득 찼습니다.]
[맛있는 요리를 먹었습니다. 추가 효과를 얻습니다]
[생활의 달인 클래스의 효과로 인해 추가 효과가 더욱 강해집니다.]
[추가효과, 8시간동안 힘 + 10, 체력 + 10]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하고 힘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뭔가 무거운 것도 더 잘 들 수 있을 것 같고, 달리기도 오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힘과 체력이 올랐다는 추가효과 때문인 것 같다.
[불돌이가 생선뼈를 보며 군침을 흘립니다.]
“응? 이거 달라고?”
[불돌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뼈인데, 먹을 수 있어?”
[불돌이가 자신은 뭐든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슬슬 불도 끄고 정리를 하려던 때에 불돌이의 메시지를 보았다.
나는 애완동물 같은 불돌이에게 생선뼈를 주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불돌이의 말을 믿고 한 번 주기로 했다.
그러자 불돌이는 마치 그 생선뼈를 흡수하듯 도깨비불의 밝은 구 속으로 빨아들여버렸다.
[불돌이가 흡족해 합니다.]
반응을 보아하니 잘 먹은 것 같았다.
쓰레기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은 일이다.
“저거 정령인거지? 아마도 불의 정령인가?”
“정령은 처음 보는데.”
“정령술, 마법보다 약함. 그리고 정령이 말 안들을 때도 있음.”
“그래도 애완동물처럼 기를 수 있으면 재밌겠다.”
“추천하지 않음. 똥망캐됨.”
“얘는 뭘 봐도 다 똥캐라고 말하는 애니까 믿지 마요.”
정령과 대화하는 것을 본 구경꾼들이 하는 말이 들렸다.
정령술도 그들에겐 생소한 것인 모양이었다.
정령술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하는 모양인데, 그들을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슬슬 또 사과 씨앗을 심은 곳에 물을 뿌리고 잡초를 없애야 할 때였다.
그런데 문득, 물의 정령을 이용하면 물을 더 쉽게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정령술을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