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3화 (13/239)

7화 생활의 달인(2)

연금술은 또 어디의 누구에게 배워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 문득 마법사 길드가 있던 것을 떠올렸다.

연금술하면 마법과 관련되어 있는 느낌이라, 그곳에 가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대장장이 노인에게 인사를 하곤 마법사 길드를 보았던 곳으로 향했다.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령술사의 집과는 달리 꽤 큰 건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안에 들어가니, 마법사처럼 차려입은 NPC들이 여럿 있었다.

남녀노소로 인상들이 제각각이었는데, 카운터로 보이는 곳에 턱을 괴곤 지루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여마법사가 보였다.

“저기요.”

“네, 무슨 일이신가요오.”

별로 친절하진 않게 기운 빠지는 목소리로 말하는 여마법사 NPC였다.

원래 의욕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하는 일에 의욕이 없는 것인지, 여하튼 의욕이 없어보였다.

“연금술을 배우고 싶은데요.”

“네에? 연금술요오? 마법이 아니라요오?”

“네, 연금술입니다.”

“이상한 분이시네요오. 그런 비싸기만 한 생활 스킬을 왜 배우시려는 거죠오?”

여전히 의욕 없는 말투지만, 내가 연금술을 배우겠다고 하니까 조금 호기심을 보이는 그녀였다.

비싸기만 한? 그런 말은 어쩐지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말처럼 들렸다.

“연금술이 별로 좋지 않나요?”

“모르시는 건가요오? 재료 구하기 힘들고, 돈도 잘 안 되고······ 배우는데도 5000골드가 들어요. 그냥 마법 안 배우실래요?”

“흠······ 그래도 필요한 것은 연금술이라서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 게임, 자유도가 높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치곤 생활 스킬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보통 게임에서 생활 스킬은 보조라는 느낌이니 컨텐츠 집중의 의미에서 우선순위가 전투 스킬에 비해 뒤일 순 있었다.

대중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그럼 5000골드 주세요오.”

“여기 있습니다.”

[연금술 lv1 획득]

그렇게 연금술을 배웠다.

자 이제는 요리와 목축······ 둘 다 어디서 배워야 할지 짐작은 갔다.

요리는 마을의 식당을 찾아가면 될 것 같고, 목축은 바깥에 목장에 가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가까운 식당부터 찾아가보기로 했다.

“어서오세요!”

식당에 들어서자 활달한 소녀가 나를 반겼다.

식당 안에는 NPC 외에도 유저들이 간편한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들처럼 식사를 위해 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빈 테이블에 앉는 대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네, 무슨 일이죠? 주문인가요?”

“아뇨······ 요리 스킬을 배우고 싶은데요.”

“아, 스킬을 배우시려는 거군요. 1000골드에요.”

이번에는 별다르게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요리를 배우는 사람은 그래도 좀 있는 모양이다.

나는 곧 바로 천 골드를 줘서 스킬을 배웠다.

[요리 lv1 획득]

“안녕히 가세요!”

식당을 나서자, 활달한 소녀의 인사가 들렸다.

자 이제 클리어 조건까지 한 스킬 남았다.

목축······ 나는 마을 바깥에서 본 농장들 중에 가축이 있던 목장을 본 적이 있었다.

그곳의 위치를 떠올리며 걸어갔다.

그곳에 가니, 밀짚모자를 쓰고 소를 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아마 그가 목장의 주인인 것 같았다.

어쩐지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데······.

“여, 무슨 일이지?”

아니나 다를까, 내가 다가가자 그는 서부영화의 카우보이 같은 말투로 말했다.

물론 여긴 총 같은 것은 없을 중세 판타지 세계의 게임이지만 말이다.

“목축 스킬을 배우러 왔습니다.”

“히야, 보기드문 청년이군. 이방인들은 다들 모험하고 사냥하는데만 정신 팔린줄 알았는데. 1000골드만 내, 그럼 배울 수 있어.”

[목축 lv1 획득]

천 골드를 주자, 역시 곧바로 목축 스킬을 배웠다.

그렇게 클리어 조건을 모두 달성하자, 메시지가 연이어서 떴다.

[퀘스트 완료]

[100 업적점수를 얻었습니다.]

[히든 클래스 ‘생활의 달인’으로 전직하였습니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히든 클래스로 전직이 되었지만 체감상으론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만화에선 뭔가 각성 같은 걸 하면 ‘힘이 넘쳐!’ 따위의 대사를 하는 것 같은데, 딱히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곧 골램이 말했다.

[주인님, 직업 상세정보를 살펴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떻게 볼 수 있는데?”

[스테이터스창의 직업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알겠어.”

골램의 친절한 설명대로 해보니 곧바로 ‘생활의 달인’에 관한 정보가 적힌 시스템창이 떴다.

[직업정보 : 생활의 달인

설명 : 이 직업을 가지게 된 사람은 쪽지를 발견하고, 퀘스트의 트리거인 ‘농사를 짓는 것’을 완료한 사람이다. 당신은 왜 게임에서 농사를 하는가? 혹 현실에서 추구하지 못 했던 것을 게임에서 찾은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당신은 나와 같다. 현실의 나는 나를 혹사시켰고,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 뒤늦게나마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삶을 꿈꾸며 이 히든 클래스를 남긴다.]

꽤 긴 설명으로 시작하는 시스템창이었다.

아마도 이 직업을 만든 이유 같은 것이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골램이 말하는 창조주, 아마 이 게임이나 이런 히든 피스를 만든 사람이 남긴 메시지 같다.

골램이 했던 말과 비슷한 말들이었다.

현실에서 추구하지 못 했던 것을 게임에서 찾는다.

내가 그런 그 창조주란 사람의 의도에 부합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농사를 짓고, 거기서 힐링을 느꼈다.

아마 어느 정도는 그의 바람에 적합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계속 시스템창을 읽었다.

[직업효과 : 생활 스킬들이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생활 활동으로 획득할 수 있는 스탯의 성장속도가 대폭 빨라진다.

배운 생활 스킬들의 수에 따라 공격력이 10%씩 상승한다.]

남은 내용은 직업이 주는 효과에 대해 서술한 것 같았다.

서술되어 있는 3개의 효과 모두 생활 스킬에 관련되어 있었다.

요약하자면 이 직업은 생활 스킬을 쓰면 효과가 더 좋고, 스탯도 잘 오르고, 공격력도 쎄지는 모양이다.

한 마디로 생활 스킬만 쓰란 말이군.

예외적으로 전투 스킬인 정령술도 배웠는데, 아마 정령술이 생활 스킬에 관련되어 있는 걸까?

지금은 그렇게 밖에 추측하지 못했다.

“이봐,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나.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카우보이 같은 목장주인이 나에게 말했다.

시스템창을 읽고 있었는데, 골램의 말이 들리지 않는 그에겐 멍하니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뭐라도 사지 않을 거면 그만 돌아가 주라구. 난 바쁜 몸이니까.”

하나도 안 바빠 보이지만, 뭔가 사지 않을 거라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여기서도 뭔가 팝니까?”

“물론이지. 우유나 치즈, 계란······ 가축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팔지. 고기는 푸줏간에 가야하지만 말이야. 아, 물론 가축도 팔아. 목축 스킬도 배웠는데, 하나 사는 게 어때?”

“죄송합니다. 지금 수중에 있는 돈이 얼마 없군요.”

“그럼 나중에라도 오라고. 좋은 녀석으로 골라줄 테니.”

그렇게 말하며 정말로 카우보이가 컨셉인지 카우보이처럼 손가락 인사를 하는 그였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곤 목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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