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생활의 달인(1)
히든 클래스
게임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뭐, 잘은 모르지만 풍문으로 다른 가상현실 게임에서도 그런 것이 있다곤 들었다.
복권 당첨 수준의 행운이 따르던지 아니면 베타테스터 등의 방법으로 정보를 선점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이 내 눈앞에 덩그러니 나타나기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하긴, 골램도 주웠고 퀘스트를 주는 수상한 쪽지도 주워서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 퀘스트는 수락하고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클리어 조건은 목록에 적힌 스킬들을 배우는 것인데, 마을에서 다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수확한 사탕무도 전부 팔아야 하니까, 마을엔 무조건 가야한다.
나는 농장을 뒤로하고 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한달음에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일전에 사탕무를 팔았던 식료품점, 나는 그곳에서 식료품점 아가씨에게 사탕무 100개를 팔았다.
22400골드를 벌었다.
“감사합니다, 손님. 하지만 이제 사탕무는 너무 많이 샀네요. 다음에 파실 땐 낮은 가격으로 살 수 밖에 없어요.”
“아, 그래요?”
“혹시 다른 작물을 키워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추천하시는 것이 있나요?”
“음, 씨앗은 여러 개 있어요. 다만 뭘 추천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럼 나중에 알아보고 오도록 하죠.”
“네, 그러세요.”
많은 돈을 벌긴 했지만 같은 작물로는 계속 이윤을 보기 힘든 모양이다.
농사도 사업이니 리스크가 있을 수 있었다.
다른 작물을 골라야 했지만 일단 퀘스트를 깨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스킬을 배우기로 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정령술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나는 식료품점 아가씨에게 한 번 물어보기로 했다.
“저기요, 정령술을 배우려면 어디로 가야하죠?”
“전투기술로 정령술을 배우려고 하시는 거군요? 정령술사의 집이 있어요. 위치는······.”
식료품점 아가씨는 친절하게 위치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인사를 하곤 식료품점을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가르쳐준 대로 정령술사의 집을 찾아갔다.
“실례합니다.”
“네, 나가요.”
상점이 아니라 집이란 것에 유념하며 노크를 했다.
그러자 곧 안에서 NPC가 문을 열어주었다.
녹색머리의 소녀였다.
“무슨 일이시죠?”
“정령술을 배우러 왔는데요.”
“어머, 손님이시네요!”
“정령술사이신가요?”
“네, 제가 정령술사예요. 들어와요, 차를 내드리죠.”
보기보다 싹싹한 태도의 소녀였다.
나는 소녀의 안내를 따라 작고 소박한 집에 들어갔다.
안은 그냥 밝은 분위기의 나무집이었다.
뭔가 신기한 것이나 정령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인 느낌은 굉장히 소박한 집이라고 여겨졌다.
“자, 여기 앉으세요. 여기 녹차에요.”
“고마워요.”
“제가 더 고맙죠. 정말 오랜만의 손님이시니까요.”
손님이란 말을 어쩐지 강조하면서 말하는 소녀였다.
회사원의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오랜만이란 말은 그리 인기가 없다는 의미처럼 생각되었다.
그래서 괜히 캐묻는 것 같지만 그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정령술을 사람들이 잘 배우지 않나요?”
“소,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래요. 전투스킬로 분류되는데, 사실 전투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거든요.”
“왜 뛰어나지 않죠?”
“그게······ 정령술은 정령에게 전투를 위임하는 방식인데, 그래서 정령들과 호흡이 맞아야 해요. 정령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는 사람들은 정령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죠. 그리고 효율이라고 해야 하나······ 마법에 비해 초반에는 좀 약한 점도 있어요.”
“그렇군요.”
요점은 정령과 친하게 지내야만 하고, 마법에 비해 초반효율이 나쁘다는 것인가······.
“하, 하지만 정령술은 아이템에 속성을 깃들게 할 수 있어요! 물 불 땅 바람, 각성을 하면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도 부여할 수 있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요!”
“아이템에 속성을 깃들게 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뭐죠?”
“네? 아, 그러니까 예를 들면 검에 불속성을 부여해서 불타는 검이 되도록 만든다던가······ 물론 그럴 바에 차라리 파이어 애로우를 쏘는게 좋지 않냐고들 하지만······ 음, 그게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
뭔가 자신감 없이 말하는 소녀였다.
흠, 절대 세일즈 관련 일을 해선 안 될 것 같은 소녀였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데 그다지 재능이 없어 보이니까 말이다.
나는 소녀를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말을 끊었다.
“배우는데 얼마죠?”
“저, 정말로 배우실 거예요? 후회하시거나 나중에 원망하시지 않는 거죠?”
“······뭐 주의해야 할 점이라도 있나요?”
“일단 정령술을 배우시면 특수한 직업이 아니신 이상 다른 전투 스킬을 배우기 힘들어져요. 아, 어차피 정령사로 전직하실 거라면 그렇게 상관하실 일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그리고?”
“······좀 비싸요.”
“얼마인데요?”
“만 골드요.”
흠, 말 그대로 조금 값이 나가는 것 같았다.
그냥 만 골드야 지금 수중에 있는 돈으로도 충분히 낼 순 있지만, 소녀가 말한 부정적인 리스크들을 모두 감수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히든 클래스가 그만큼 좋으니까, 정령술을 배우라고 하는 거겠지?
“뭐, 배우죠.”
“정말이요?”
“네.”
“그, 그럼 지금 가르쳐드립니다?”
“네, 거래창 열게요.”
거듭 확인하는 그녀에게 내가 먼저 거래창을 열었다.
그리곤 만 골드를 건넸다.
[정령술 lv1 획득]
곧바로 정령술 스킬이 배워졌다.
“배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바깥에 나갈 땐 꾸벅 인사까지 하며 배웅하는 소녀였다.
자, 정령술은 배웠으니 다음은 건축?
누구에게 가야할지 생각해보니 목공 스킬을 가르쳐 준 목수가 떠올랐다.
목재로 집을 많이 지으니, 그가 건축 스킬을 가르쳐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혹시 아니라도 그에게 누가 건축 스킬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물어봐도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장간 옆의 목공소를 찾아가 또 그 과묵한 목수를 찾아뵜다.
“건축 스킬을 배우고 싶습니다.”
“2000골드.”
용건을 말하니, 그는 간략하게 대답했다.
건축 스킬은 전투 스킬이 아니라선지 정령술에 비해 저렴했다.
그에게 2000골드를 건네고 [건축 lv1]을 배웠다.
다음은 채광과 대장기술인데, 이건 어디서 배울지 뻔하게 알 수 있었다.
목공소의 바로 옆집이 대장간이었으니 말이다.
“콜록 콜록, 뭐? 채광 스킬이랑 대장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네, 어르신.”
대장간의 대장장이는 기침을 간헐적으로 하는 노인이었다.
근육이 보이긴 하지만 연로해서 망치질을 제대로 하실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그는 바로 가격을 말했다.
“각각 2000골드, 1000골드라네.”
“합쳐서 3000골드군요. 둘 다 배우겠습니다.”
[채광 획득]
[대장기술 lv1 획득]
사탕무를 팔아서 얻은 돈이 계속 깨지는 기분이지만, 어쨌거나 채광과 대장기술을 배웠다.
이제야 반을 배운 것 같은데, 다음은 연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