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10화 (10/239)

5화 게임을 하는 이유(2)

“저기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회사원인데요?”

“네? 아하하! 그게 아니라요, 게임 속 직업 말이에요. 농부라든가, 그런 건가요? 농부란 직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원이란 대답에 그는 조금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게임 속 직업? 그런 거 없을 텐데······ 일전에 스탯창을 봤을 때도 직업란에 ‘무직’이라고 적힌 것을 봤었다.

“아직 직업이 없어요.”

“네? 없다고요?”

“네.”

나는 간결하게 대답하곤 다시 일에 집중했다.

다른 사람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그는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레벨은 어떻게 되세요?”

“1레벨인데요.”

“네에? 직업도 없고 레벨도 1인데······ 스킬 같은 것은 안 배운 거예요?”

“아뇨, 배웠어요. 농사 스킬이랑, 조합 스킬이랑, 목공 스킬도 있네요.”

땅 관리 스킬도 있었지만, 말하는 것을 까먹어서 그냥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조금 의문스럽게 바라보았다.

“스킬 배울 돈은 어디서 났어요? 혹시 부캐에요?”

“부캐가 뭔가요?”

“아, 본래 키우던 캐릭 말고 부가적으로 키우는 캐릭 말인데······ 아니 근데 이 게임 부캐 안 될 텐데. 혹시 핵유저?”

“핵유저는 또 뭡니까?”

“핵 쓰는 유저요. 불법 프로그램이요.”

“그런 거 모르겠네요.”

“그럼 돈은 어떻게 버셨는데요.”

질문이 점점 귀찮아졌다.

하지만 대답 안하거나 거짓말하면 또 이상한 오해할까봐 그냥 사실대로 말했다.

“농사지어서 벌었죠. 여기 안에 사탕무 씨앗이 있길래 심어서 팔았더니 1만 골드 정도 벌었습니다.”

“1만 골드나요?”

“네, 많은 건가요?”

“으음, 토끼 시체 200마리는 푸줏간에 팔아야 벌 돈이네요. 초반엔 큰돈이죠. 농사로 그렇게 쉽게 돈 벌수 있던 거예요?”

남자의 말에 다른 유저들의 수군거림이 커졌다.

농사가 그렇게 되는 줄 몰랐다거나, 나도 농사 지어볼까? 같은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질문에 ‘쉽다’고 말하기가 조금 힘들다고는 생각했다.

“글쎄요, 농사지으려면 밭도 잘 갈아야 되고 비료도 만들어야하고 씨앗도 잘 심어야하고 물도 한 시간마다 줘야 해요. 특히 물을 8시간 동안 한 시간마다 줘야하죠. 그동안 잡초가 자라니까 잘라줘야 합니다.”

“그럼 사냥은 언제해요?”

“못 하죠.”

사냥은 언제 하는지에 관한 물음에는 딱 잘라 못한다고 대답했다.

잠깐이라면 몰라도 계속 밭을 비울 순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자 농사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의 말이 쏙 들어갔다.

‘역시 똥 스킬이네.’ ‘할게 못 돼.’ ‘게임에서 왜 농사지음?’ 같은 말들이 들렸다.

“그, 그런데 왜 하시는 거예요?”

남자가 마지막 질문을 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재밌으니까요.”

* * *

띠링

[퀘스트 완료]

[퀘스트 보상으로 100 업적점수를 얻으셨습니다.]

울타리를 다 쳤다.

예상대로 20개의 울타리로 농장을 전부 둘러쌀 수 있었다.

다 만들고 나니 퀘스트가 완료되고 업적점수를 얻었다.

200 포인트나 모였지만, 아직은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보류해뒀다.

울타리를 다 친 농장은 제법 그럴싸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아직 밭뿐이지만 말이다.

졸졸졸졸

사각 사각

나는 다시 밭에 물을 주고 잡초를 베었다.

그 사이 울타리 만들기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이미 사냥하러 가버리고 없었다.

한편, 나는 잡초를 다 베고 나는 자투리 시간에 낚시를 시도해보았다.

물고기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낚시하는 요령도 별로 없었다.

낚싯바늘에 미끼를 달고 던지곤 서서 기다렸는데, 문득 나는 낚시 하는 사람들은 받침대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낚싯대를 둔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나는 바로 받침대를 만들기로 했다.

“어? 목록에 없네?”

그런데 문제는 목공 스킬의 제작 목록에 ‘낚시 받침대’는 없었다.

사소한 거라 그런지 없던 모양이다.

그때, 골램이 말했다.

[주인님, 모형제작을 하시겠습니까?]

“모형제작?”

[목록에 없는 모형을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지?”

[목록의 가장 끝에 ‘새로운 모형제작’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과연 골램의 설명대로 목록을 계속 넘겨보니 끝에 ‘새로운 모형제작’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클릭해보았다.

[원하시는 모형을 만들어주십시오.]

그런 메시지와 함께 투명한 파란색 찰흙 같은 것이 눈 앞에 생겼다.

직관적으로 찰흙공작이 생각났다.

그래서 한번 파란색 모형을 만져 보았는데, 정말 찰흙처럼 매우 말랑했다.

하지만 찰흙과는 달리 압력을 주면 단단해지기도 하고, 또 모양을 만들기 위해 굽힐 수도 있고, 떼어내는 것도 가능해서 찰흙공작보다 쉬웠다.

나는 조잡하지만 낚싯대를 둘 수 있는 받침대를 만들 수 있었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또 다시 메시지창이 떴다.

[모형 제작을 완료하시겠습니까?]

나는 그렇다고 커맨드를 입력했다.

[이 발명품의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발명품이란 말이 눈에 띄었다.

현실에선 내 발명품이 아닌데, 이 게임에선 내가 이걸 처음으로 만든 모양이다.

이름은······ 대충 ‘낚시 받침대’로 만들어 두자.

[낚시 받침대를 발명하셨습니다.]

[제작 가능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10 업적점수를 얻으셨습니다.]

[다른 목수가 당신의 발명품을 만들 경우, 당신의 명성이 올라갑니다.]

네 개의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떴다.

그 중 세 번째 메시지를 눈여겨봤는데, 히든 퀘스트 외에도 업적점수를 얻을 수 있는 모양이다.

다만 그 양이 매우 적었다.

아니, 상대적으로 적었다.

내 히든 퀘스트가 업적점수를 많이 주는 것인지, 많이 준 거라면 얼마나 많이 준 것인지 아직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중에 필요할 때 써보고 파악 해둬야 할 것 같다.

그런 후에 나는 좀 더 편하게 낚시를 해보려고 의자도 만들어보았다.

[목공 스킬 레벨업!]

[목공 Lv2 획득]

목공 스킬이 올랐다.

레벨2가 되었는데, 스킬 설명을 보면 좀 더 어려운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레벨이 오르면 좋은 것이겠거니 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느긋이 낚시를 해보았다.

여전히 물고기는 그렇게 잘 잡히진 않았다.

입질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오진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나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또 잡초를 베거나 물을 주었다.

일을 모두 끝내면 의자에 앉아 극한의 게으름을 즐기도 했다.

따분해서 잠이 올 것도 같았다.

찰팍 찰팍

“음?”

그때, 입질이 왔다.

졸고 있던 나는 황급히 깨어나서 낚싯대를 잡았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낚싯대, 미끼를 문 물고기는 도망치려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황급히 릴을 감았다.

물고기가 대물이라면 실이 끊어질 수 있어서 힘 조절을 해야 하지만, 그래야 할 정도로 입질이 세진 않았다.

릴을 감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물고기를 물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오오······.”

30센티 정도 되어 보이는 제법 큰 물고기였다.

물고기에 대해서 별로 알지 못하는 나지만, 아이템 이름을 확인해서 무슨 물고기인지 알 수 있었다.

[베스(30cm)]

어쩐지 눈에 익다싶더니 큰입우럭이라고도 불리는 물고기였다.

우리나라에선 생태계 교란종으로 취급되기도 하는 민물고기다.

낚시와 그리 인연이 있지 않은 일반인인지라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흠, 그런데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먹을까? 하지만 불도 없고, 조리도구도 없다.

풀어주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다.

마을에서 어디에 팔아보던지 아니면 뒀다가 나중에 먹어봐야할 것 같다.

[처음으로 물고기를 낚는데 성공하여서 낚시 스킬을 알게 되었습니다.]

[낚시 lv1 획득]

물고기를 인벤토리에 넣으니 낚시 스킬을 배웠다는 메시지가 떴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 낚시 스킬을 이용해 낚시를 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럼 물고기를 좀 더 낚기 쉬워질까?

나는 시험 삼아 다시 낚싯대를 드리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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