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나만의 농장(3)
그렇게 집을 다 수리했을 때였다.
[힘든 노동으로 체력과 힘이 오릅니다.]
[체력이 1 올랐습니다.]
[힘이 1 올랐습니다.]
[퀘스트 완료]
[퀘스트 보상으로 농장의 정식 소유권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100 업적점수를 얻으셨습니다.]
여러 메시지창이 떴다.
그리고 동시에 골램이 말하기 시작했다.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첫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그래? 별거 아니던데 뭐. 근데 이제 업적점수란 것에 대해 설명해줄래?”
[알겠습니다, 주인님. 히든 퀘스트로 업적 점수를 획득하셨다면, 업적 상점에서 점수를 이용해 원하는 아이템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업적상점을 여시려면 업적상점이라고 말씀하시거나, 사고하시면 됩니다.]
“흠, 일종의 캐쉬샵 같은 건가?”
[캐쉬샵이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아냐.”
현금을 들여서 얻는 것은 아니지만, 업적점수는 모으면 특별한 아이템을 살 수 있는 포인트인 모양이었다.
퀘스트 샵에서 뭘 파는지 궁금해진 나는, 골램의 말대로 업적상점을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좀 전의 목공 스킬로 제작을 했을 때 목재 가구들이 카탈로그처럼 나온 것 같이, 여러 아이템들이 그려진 시스템창이 떴다.
그 중 맨 앞에 있던 아이템을 클릭해보았는데, 그러자 아이템의 설명이 나타났다.
[로렌의 창 20QP, 세상을 구한 용사의 조력자가 사용했던 창.]
용사도 아닌 용사의 조력자가 사용했다는 설명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초반 아이템 같았다.
아이템 이름 옆의 20QP는 20 업적점수(Quest point)의 줄임말 같았고 말이다.
그 외에도 ‘유리아의 쌍검’이나 ‘어윈의 방패’ 등 여러 아이템이 있었지만, 나는 아직 어떤 것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시스템창을 꺼버렸다.
나중에 전투를 하게 되면 그때 생각해보고 사야할 것 같았다.
“어라? 저거 뭐야. 전엔 허름한 집 아니었어?”
“누가 고친 모양인데.”
“잠깐 봤었는데, 저 사람이 망치질 하고 있었어.”
“그럼 저 사람이 수리한 거야?”
“대단한데. 아주 새것처럼 고쳤잖아.”
그때 뒤에서 또 수다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새롭게 보이는 초보 유저들이었다.
이번엔 남녀가 섞인 무리였다.
게임을 같이 하는 대학생들처럼 보였다.
흠, 의도치 않게 시선을 사는 일이 빈번해졌다.
수영한답시고 팬티만 입었을 때야 눈에 띌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평범하게 집을 수리 했는데도 특이하게 보였나보다.
하긴, 허름했던 집을 이렇게 깔끔하게 수리했다면 눈에 띌만한 일이긴 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골램이 다시 말했다.
[이제 주인님은 농장의 정식 소유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정식 소유권?”
[농가를 비롯한 주변의 땅의 정식 부동산 권리를 획득하신 겁니다.]
“땅을 가졌단 말이야? 여긴 원래 주인이 없는 땅이었어?”
[아직 이곳에는 영주가 없습니다. 고로 세금도 없습니다.]
“그래? 그럼 땅을 더 넓히거나 사려면 어떡해야해?”
[땅을 더 넓히려면 땅을 사거나, 농장을 영향력을 넓히십시오.]
[스킬 ‘땅 관리’ 획득]
“어? 땅 관리라는 스킬을 얻었어.”
[땅 관리를 도와주는 스킬입니다. 사용 방법은 마찬가지로 말씀하시거나 사고하시면 됩니다.]
골램의 설명을 들으니, 아무래도 내가 농장의 정식주인이 됐단 말인 것 같다.
영주가 없어서 세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고, 땅을 넓히려면 땅을 사거나 영향력을 높이라는데, 사려면 누구에게 사야하고 영향력은 또 어떻게 넓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우선 ‘땅 관리’ 스킬을 써보기로 했다.
“땅 관리!”
스킬을 사용하니, 주변 땅의 색깔이 바뀌었다.
내가 밟고 있는 농장의 땅은 초록색, 그 초록색은 호수를 전부 포함하고 농가 일대를 넓게 포함하고 있었다.
마을 쪽은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붉은색은 다른 사람의 소유인 땅을 말하는 것 같았다.
다른 곳은 흰색이었다.
내 것도, 남의 것도 아니니까 소거법으로 추측해보면, 누구의 땅도 아니란 의미 같았다.
나는 가까이 있는 흰 땅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러자 골램이 다시 말했다.
[소유주가 없는 땅입니다. 미개척지의 경우, 매매를 통해 땅의 권리를 획득하실 수 없습니다. 해당 땅에 집, 요새, 캠프, 등의 거주지를 짓거나 인근 거주지의 영향력을 넓히십시오.]
“그렇군, 마을 같은 땅은 돈을 주고 살 수도 있지만, 흰 땅은 주인이 없으니 땅을 살 순 없는 거구나.”
[그렇습니다.]
“그래서 흰 땅에는 또 집을 짓거나 아니면 농장을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땅으로 만들란 말이지?”
[맞습니다, 이해가 빠르십니다.]
골램의 설명을 들으니, 이 게임이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고 있었다.
* * *
“이런 젠장!”
김 팀장은 모니터링하고 있는 영상을 보고 욕을 하고 말았다.
그의 욕지거리에 함께 일하는 여사원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눈앞의 일이 너무 그를 화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웬 날벼락이야! 벌써부터 땅을 가지는 사람이 나온다니? 그것도 레벨 1짜리 유저가!”
“그럼 어떡해요? 블록 시켜요, 저 유저?”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했지!”
여사원의 말에 김 팀장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그녀에게 윽박지른 대로, 블록 시키거나 롤백 시킬 순 없었다.
우선 그는 부정행위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블록 시킬 명분이 없었다.
물론 편법으로 명분 따위야 만들면 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가 가진 히든 피스에 소유자가 블록당하거나 롤백되거나, 히든 피스를 제거하려고 하면 게임 시스템 자체를 삭제시켜버리는 코드가 심어져 있던 것이다.
“장기래 이 새끼······ 곱게 가지 못하고 우릴 엿 먹여?”
김 팀장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사람의 이름을 곱씹으며 말했다.
장기래, 수석 프로그래머였던 그는 마일스톤의 핵심개발진이었다.
그가 게임을 개발할 때, 김 팀장도 개발팀에서 일했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던 중, 장기래는 난치병의 암 진단을 받았고, 회사에 산재 신청을 냈다.
과로를 시켰기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말이다.
그는 임원은 아니었지만 회사에 공로가 컸고, 실제로 과로로 많이 했기 때문에 산재를 받을 만했었다.
하지만 절차상의 오류인지, 아니면 회사가 좋지 않은 마음을 먹었는지 그의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반발했지만, 회사가 돌려준 대답은 그냥 일을 하든지 아니면 퇴직하고 퇴직금을 받든 지였다.
장기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군말 없이 일을 하다가 얼마 후 쓰러져 죽었다.
흉흉한 일이었지만 스캔들이 터지길 바라지 않았던 임원들은 입단속을 시키고 일을 쉬쉬했다.
하지만 그가 이런 폭탄을 심어놓았을 줄은 아무도 몰랐던 일이었다.
김 팀장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의 이름을 말했지만 함께 있는 여사원은 신입사원이라 그 이름을 들어도 무슨 일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럼 어떡할까요, 팀장님?”
“후우······ 우선 우리 잘못 아니야. 위쪽에서 지시 내려올 때까지 그 사람 계속 감시해. 혹시라도 부정행위하면 바로 알려주고.”
“네.”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계속 감시하는 것뿐이었다.
이미 임원진에게도 보고가 들어갔으니, 조만간 결정이 내려올 것이었다.
김 팀장은 한때 개발진이었던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까봐 걱정이 되었다.
부디 그 유저가 더 이상 히든 피스를 발동시키지 않고 평범하게 플레이하길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