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7화 (7/239)

4화 나만의 농장(2)

우선 가까이 있다는 잡화점을 찾아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잡화점의 이름은 ‘보물창고’였다.

보물창고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그냥 소소한 잡화점이었다.

“안녕하슈!”

“안녕하세요.”

그곳의 주인은 걸걸한 목소리로 인사하는 중년 사내였다.

“낚싯대 좀 사려는데요.”

“오, 낚시하시려고? 요 근처에 좋은 호수가 있지! 한가롭게 낚시나 하는 이방인은 드물지만!”

“······.”

“자 여기 있네. 아무거나 골라보게나. 물론 값은 다 다르지만!”

잡화점 한편에 있는 낚시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까이가서 그것들의 아이템명을 확인해보았다.

[싸구려 낚싯대]

[일반 낚싯대]

[고급 낚싯대]

보이는 그대로 싸구려인 나무 낚싯대와, 좀 나아보이는 일반 낚싯대, 그리고 기름까지 잘 먹여져 있는 고급 낚싯대가 있었다.

“각각 가격이 어떻게 되죠?”

“싸구려는 100골드! 대신 잘 부러지지! 일반은 1000골드! 부러지진 않는다네! 고급은 5000골드! 돈이 남아돌면 사게나!”

“······.”

흠, 정직하다고 해야 할지 신랄하다고 해야 할지 모를 잡화점 주인의 말이었다.

비용과 리스크를 따져볼 때 일반 낚싯대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하죠.”

“천 골드! 그런데 미끼는 사지 않겠나? 미끼가 없으면 물고기 구경은 하기 어려울 걸세!”

“미끼는 얼마죠?”

“개당 1골드! 매우 싸지!”

“100개 정도면 좀 오래 합니까?”

“잘 낚느냐 허탕 치느냐에 달렸지! 낚시가 다 그런 거 아니겠나? 으하하하!”

“······우선 100개만 사죠.”

“고맙군!”

호탕한 목소리의 잡화점 주인에게 미끼까지 샀다.

이제 목공 스킬을 배우러 갈 차례였다.

나는 식료품점 아가씨가 말해준대로 대장간을 찾아보았다.

목공소가 대장간 옆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아서 대장간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목공소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 가서 나무판을 만들고 있는 목수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시오.”

수염이 덥수룩히 자란 목수는 과묵한 인상이었다.

그는 다소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목공스킬을 배우러 왔습니다.”

“천 골드. 할인은 없소.”

“······.”

내 말에 아주 간결하게 용건만 말하는 그였다.

하지만 회사일로 이런 성격의 사람도 만나봤기에 나는 자연스레 천 골드를 건넸다.

띠링

[목공 Lv1 획득]

“됐소.”

“감사합니다. 그럼······.”

“망치와 못은 안 사나?”

“아, 필요합니까?”

“필요하지.”

게임이라 스킬을 쓰는데 망치가 필요한지, 못이 필요한지 몰라서 반사적으로 물어보았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필요하다고 대답했고 말이다.

망치와 못을 사라고 권하는 걸 보면 무뚝뚝하긴 하지만 장사수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얼마입니까?”

“망치는 500골드. 못은 개당 1골드.”

“어······ 못은 100개 사죠. 망치 하나 주시고요.”

“600골드.”

“여깄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거래창으로 돈을 주었다.

나는 그에게 짧게 목례하곤 목공소를 나섰다.

여기선 1600골드를 썼다.

6100골드에 1600골드를 썼으니까 7700골드를 썼다.

남은 돈은 3500골드였다.

게임 속의 금전감각을 조금씩 알아갔는데, 3500골드는 그리 많은 돈은 아닌 것 같았다.

좀 아끼던지, 아니면 또 농사를 지어서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때문에 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농사로 돈을 벌어보니 뭔가 더 재밌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다시 농가에 돌아가기로 했다.

* * *

가벼운 발걸음으로 농가에 돌아왔다.

여전히 허름한 농가가 눈에 들어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선 나무와 못, 망치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헤치고 망가진 집을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건축이나 목공 전문가도 어려워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게임이고, 나에겐 목공 스킬이 있다.

그런데 목공 스킬을 어떻게 써야 하나?

이 게임은 보통 말을 하거나 생각하면 발동 되는 거 같은데.

“목공 스킬!”

[망치가 손에 없습니다.]

아, 망치를 들어야 하는 모양이군.

나는 인벤토리에서 망치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이번엔 머릿속으로 목공 스킬을 외쳐보았다.

그러자 눈앞에 투명한 창이 떴다.

[명령을 선택하십시오.]

[제작]

[수리]

제작과 수리, 지금은 집을 수리해야 하니까 수리를 선택했다.

그러자 투명한 창이 사라지고 대신 허름한 농가 곳곳에 푸른색 마크가 표시되곤 그 옆에 메시지 창으로 뭔가가 적혀 있었다.

그 중 하나에 다가가 보았다.

[필요재료 : 나무 3, 못 4]

[수리하려면 재료를 가지고 망치로 두드리십시오.]

[수리 진척도 0%]

메시지창에 적힌 글을 보고 목공 스킬 사용법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망치를 꺼내 파란색 부분을 망치로 두들겼다.

[수리 진척도 10%]

[수리 진척도 20%]

[수리 진척도 30%]

[수리 진척도······]

망치를 두드릴 때마다 수리 진척도가 차올랐다.

이윽고 10번 두드리니까, 파란색 마크가 사라졌고 그 부분이 깔끔하게 수리되었다.

만약 이런 스킬을 쓰지 않고 직접 수리하려고 했다면 불가능하거나 굉장히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킬을 이용해 다른 곳도 수리하기로 했다.

방금 조금 썼지만, 본래 나무와 못은 100개씩 있었으니까 아마도 충분할 것이었다.

뚝딱 뚝딱!

집 바깥과 안쪽 이곳저곳을 수리했는데, 약간 문제가 발생했다. 너무 높은 곳이라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던 것이다.

사다리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나는 목공 스킬을 사용 했을 때 [제작] 메뉴도 있던 것을 떠올리고, 다시금 목공 스킬을 써보았다.

또 다시 [제작]과 [수리] 메뉴가 떴는데, 이번엔 [제작]을 선택했다.

그러자 투명한 창이 생겼고, 거기에 카탈로그처럼 여러 가지 물품이 그려져 있었다.

“의자, 테이블, 책장, 침대······ 다 필요 없고. 아, 여기 있네.”

스마트폰의 터치패드처럼 지금은 별 필요 없는 목재 가구목록들을 다 넘기곤 사다리를 찾았다.

그것을 클릭하자, 눈앞에 푸른색의 반투명한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손으로 만져보려 하자 그냥 통과되었다.

하지만 망치로 한 번 때려보자 신기하게도 두들겨졌다.

그 옆에 낯익은 메시지창도 있었다.

[필요재료 : 나무 8개, 못 8개]

[제작 진척도 10%]

한 번 때려서 제작 진척도가 10% 채워져 있었다.

몇 번 더 때려서 진척도를 올리니, 점점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이윽고 100%를 다 채우자, 사다리가 완성되곤 쓰러지려 했다.

그것을 붙잡고 수리를 해야 하는 곳으로 가져갔다.

난 그것으로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이나 지붕으로 올라가 수리를 계속했다.

이러고 있으니 진짜로 목수가 된 기분이다.

물론 진짜 목수 일에는 비교도 안 될 것이었고 기분만 내는 것이지만 말이다.

농사도 그렇고, 지금 하는 목공도 그렇고, 게임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말이 지금처럼 와 닿은 적은 없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