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6화 (6/239)

4화 나만의 농장(1)

[포만감이 가득 찼습니다.]

[포만감에 컨디션이 최상입니다.]

사탕처럼 단 맛을 내는 무를 맛있게 먹었다.

요리하지 않은 생무가 이렇게 맛있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물론 현실의 무는 이런 단맛이 나지 않으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땀 흘린 뒤 먹는 거라 더 맛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 메시지대로 포만감이 들었기에 힘내서 나머지 사탕무들을 수확했다.

[10등급 사탕무 35개]

[9등급 사탕무 14개]

모두 수확하니 14개의 사탕무는 등급이 하나 더 높았다.

농사를 잘 지으면 일정확률로 더 높은 등급의 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이걸 다 먹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다.

마을에 가면 팔 수 있을까?

[수상한 쪽지가 빛을 냅니다.]

“음?”

그때, 이상한 메시지가 떴다.

수상한 쪽지라면 벽난로의 잿더미 위에서 발견했던 쪽지였다.

‘히든 피스’라고 적혀 있었던 쪽지, 말 그대로 수상한 쪽지였다.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수상한 쪽지를 꺼내봤는데, 정말로 빛이 나고 있었다.

띠링

[히든 퀘스트 발동]

[퀘스트, 나만의 농장 만들기

허름한 농가를 수리해 나만의 농장을 만들자.

클리어 조건 : 직접 수리하거나, 목공스킬을 이용해 허름한 농가를 수리할 것.

퀘스트 보상 : 100 업적 점수, 농장의 정식 소유권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이게 뭐야?”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창조주님의 선물을 받는데 성공하셨습니다.]

뜬금없이 퀘스트가 발동했다.

골램의 설명을 들으면 아무래도 농사를 짓는 것이 그 ‘트리거’가 맞았던 것 같다.

“역시 농사를 짓는게, 그 트리거였어?”

[그렇습니다, 창조주께서는 일상에서 눈을 돌릴줄 알고, 농사를 비롯한 생활직 스킬로 마음의 힐링을 찾을 수 있는 사람에게 유산을 남기셨습니다.]

“그렇게 거창한 이유로 한 건 아닌데······.”

하지만 영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는 귀농에 관심이 좀 있었고, 그런 쪽으로 힐링을 찾고자 했으니 말이다.

단지 현실에선 무리라서 게임에서 찾았을 뿐이었다.

그게 히든피스가 될줄은 몰랐지만.

“그럼 이제 퀘스트를 하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쪽지가 주는 퀘스트를 깨다보면 창조주님의 선물을 계속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100 업적점수라는 게 창조주의 선물인가?”

[맞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시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알겠어.”

골램의 말을 들은 나는 퀘스트를 수락하고, 마을로 가보기로 했다.

집을 수리하려면 목공 스킬이 필요한 모양인데, 아마 마을에서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는 김에 사탕무들도 팔아야 하니, 어차피 마을은 꼭 가야했다.

게다가 호수를 보니 낚시가 생각나는데, 낚싯대도 기회가 되면 사봐야겠다.

그렇게 결심한 나는 한달음에 마을로 돌아가, <식료품 상점 ‘싱싱한 야채’>라고 적힌 간판의 상점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상점 안에 들어가니 예쁜 갈색머리 NPC가 밝게 인사했다.

식료품점답게 안에는 여러 식료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무얼 찾으시나요?”

“아, 사는게 아니라 팔려고 하는데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식료품 가게 NPC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토끼사체를 파시려면 식료품점이 아니라 푸줏간에 가셔야한답니다.”

내가 토끼사체를 팔려고 온 사람인 줄로 오해를 한 것 같았다.

초보 유저들은 토끼를 많이 사냥하던데, 그 토끼 사체를 식료품점에 팔려고 한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요, 사탕무를 팔려고 하는데요.”

“네? 사탕무요?”

“어, 그것도 사지 않나요?”

“아니요, 사죠. 여긴 식료품점이니까요. 그런데 어디서 나셨어요?”

“제가 농사지었는데요.”

“네?”

내 대답에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인 NPC 아가씨였다.

그녀는 동그랗게 된 눈으로 나에게 물었다.

“이방인이신데, 농사 스킬을 배우셨다고요?”

“네, 그게 이상한가요?”

“이상하다기 보단······ 드물죠. 아니, 그런 사람은 처음 봐요. 다들 사냥하시느라 바쁜데.”

“그렇군요. 그나저나 사주실래요?”

“네, 거래창을 띄울게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곧 눈앞에 투명한 거래창이 떴다.

MMORPG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만약 똑같다면 내 인벤토리에서 거래창으로 드래그하면 되겠지.

그리고 내 생각대로 거래창에 사탕무들을 올릴 수 있었다.

“10등급 사탕무 35개, 9등급 사탕무 14개군요. 많이 키우셨네요. 10등급은 개당 200골드에, 9등급은 300골드로 살게요. 총 11200 골드군요.”

친절하게 계산을 전부 해주는 NPC였다.

문제는 내가 이것이 적정가격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괜한 생각인 것 같다고 느꼈다.

현실 같지만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게임이다.

게임인데, 유저를 상대로 NPC가 사기를 칠 리가 없는 것이다.

게임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놔둘 리가 없으니 말이다.

“다 파시겠어요?”

“네.”

“그럼 수령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기우는 집어치우고 거래를 했다.

곧 내 인벤토리에 11200골드가 생겼다.

따로 인벤토리 칸을 차지하지는 않고 골드라는 숫자로 표시되었다.

흠, 일단 사탕무는 잘 판 것 같고, 다음은 씨앗을 사야한다.

“저기요, 여기 씨앗도 팝니까?”

“네, 물론이에요.”

“사탕무 씨앗 100개 살 수 있습니까?”

“개당 50골드에요.”

100개 사면 5000골드이란 말이다.

흠, 수익이 반토막 나는 투자다.

물론 농사지어서 또 팔면 돈을 더 벌겠지만, 농사엔 역시 비용도 드는구나.

그러나 어떤 일이든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도 아니니 나는 주저하지 않고 씨앗을 사기로 했다.

“다 살게요.”

“네, 여기 사탕무 씨앗 100개입니다.”

5000골드를 주고 사탕무 씨앗을 100개 샀다.

사는 김에 나는 그녀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혹시 여기 목공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습니까? 아, 그리고 낚싯대나 미끼를 사는 곳도요.”

“목공 스킬은 목수 아저씨를 찾아가시면 될 거예요. 대장간 옆에 목공소가 있어요. 그리고 낚싯대는 잡화점에 가면 살 수 있을 거예요. 요 근처에 있으니까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고마워요, 수고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친절한 아가씨에게 인사를 하고 식료품점을 나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