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플레이어-2화 (2/239)

1화 게임 접속 (2)

“호수?”

호수였다.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호수가 마을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허름한 농가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광고에서 보았던 호숫가의 작은 집을 떠올렸다.

물론 똑같지 않았다, 집은 지나치게 허름해서 멀리서 보아도 사람이 사는 곳 같지 않았다.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생각했던 그 광고 속의 영상과는 엄연히 달랐다.

하지만 나는 뭔가 이끌린 듯, 그곳으로 향했다.

알 수 없는 고양감에 달리기까지 했다.

숨이 찰 정도로 달리자, 나는 그 호수까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헉, 헉······.”

얼마 만에 숨이 차도록 달려봤을까?

현실에선 이런 운동을 할 틈도 없었다.

주말 출근도 하기 때문에 학생 때처럼 헬스클럽 다닐 여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숨을 고르면서 허름한 집을 바라보았다.

“······을씨년스러워.”

나도 모르게 감상을 내뱉었다.

말 그대로 가까이서보니 폐가처럼 을씨년스러웠다.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는데도 인적이 드물 법했다.

여기엔 유저들이 열심히 사냥하고 있던 토끼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담이 작은 사람은 들어가기를 꺼려할 것 같은 버려진 폐가의 모습이었지만, 나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안을 수색해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안에 보이는 것은 가구도 없이 낡은 벽난로와 잡동사니들뿐이었다.

나는 그것들에 호기심을 보이며 가까이 가보았다.

[낡은 쟁기]

[낡은 벌목용 도끼]

[낡은 수확용 대낫]

[낡은 목재 물뿌리개]

도구들을 먼저 찾을 수 있었다.

다 ‘낡은’ 수식어가 붙어 있는 것대로 무척 낡은 것들이었다.

현실이라면 다 집어 들기 힘들겠지만, 게임 속이라 인벤토리에 다 넣을 수 있었다..

뿌듯한 기분에 다른 잡동사니도 뒤적였다.

작은 포대에 뭔가가 잔뜩 담겨 있었는데, 그것들은 무언가의 씨앗이었다.

[사탕무 씨앗 50개]

이곳은 확실히 농가였던 모양이다.

게임 속 폐가에 그런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연히 벽난로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음?”

벽난로의 잿더미 위에 무언가가 여러 개 있었다.

우선 사탕무 씨앗을 인벤토리에 넣은 뒤, 그것을 살펴보러 갔다.

가까이에서 보자, 그것들도 아이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킬북 ‘농사’]

[스킬북 ‘조합’]

[마법공학 골램핵]

스킬북? 뭔가 게임적인 용어 같았다.

게다가 골램이라면 판타지의 몬스터나 사역마 같은 것이지 않던가?

그것의 핵이라면 귀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잿더미 위에 있어서 그냥 보기엔 더러운 돌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무거운 골램핵은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스킬북을 펼쳐보았다.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지만, 그것보다 시선을 끄는 것이 생겼다.

[‘농사’ 스킬을 배우겠습니까?]

뜬금없이 뜨는 메시지창, 하지만 당혹스럽기보단 기묘했다.

농사를 짓는데도 스킬이 있나? 없으면 못 짓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농사를 도와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난 이 스킬을 배우고 싶단 것이다.

마음 한편에서 조용한 호숫가의 농가에서 농사를 짓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현실의 벽에 의해 그저 망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귀농.

그걸 게임에서 해본다, 참으로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난 망설이지 않았다.

“배우겠다.”

띠링

[농사 Lv.1 획득]

잘은 모르겠지만 스킬을 배웠다는 메시지가 떴다.

같은 방식으로 조합 스킬도 배웠다.

그때, 그 책들과 골램핵이 놓였던 잿더미 위에 종이쪽지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그것을 주워서 펼쳐보았다.

[수상한 쪽지]

아이템 이름도 수상했다, 그리고 적혀 있는 내용도 똑같이 수상했다.

‘히든 피스’

그런 네 글자만 적혀 있었다.

히든 피스라는 단어는 게임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다.

주로 주인공만이 가지는 특이점 같은 것을 가리키는 것인데, 지금 보이는 이 수상한 쪽지는 중의적 의미 같았다.

이 종이쪽지(Piece)는 벽난로의 잿더미 위에 숨겨져(hidden) 있었으니, 그래서 히든 피스(hidden piece)가 아니냐고 말이다.

누가 하는 농담인지는 몰라도 참 고약하게 재미없는 농담 같았다.

우리 회사 부장님도 이런 아재개그는 안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나는 쪽지를 버리려다가 혹시 쓰일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다.

더 이상 농가 안에서 얻을 만한 것은 없어보였고, 나는 그곳을 나오려 했다.

[마법공학 골램핵이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음?”

그때, 수상한 메시지창이 떴다.

마법공학 골램핵이라면 방금 주은 아이템이다.

근데 그것이 말을 건다고?

[저를 주워주신 주인님, 주인님의 성함을 가르쳐주시겠습니까?]

“이름? 내 이름은 사공진인데.”

[사공진 주인님.]

“공진이라고 불러, 사는 성이니까.”

[공진 주인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골램핵은 인벤토리 창에 있는 것 같지만, 기계음 같은 음성은 귓가에서 들렸다.

마치 SF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나는 묘한 기분으로 그 녀석과 계속 대화했다.

“나도 만나서 반갑다. 그런데 널 뭐라고 부르면 좋지?”

[주인님께서 편하신 대로 불러주십시오. 제게 이름을 지어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골램으로 하자. 골램핵이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그런데 넌 뭘 할 수 있지?”

[지금으로썬 저의 기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본체가 없으므로, 주인님을 물리적으로 도와드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님께 조언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조언이라, 무슨 조언을 해줄 수 있어?”

[저를 만들어주신 창조주님의 선물을 주인님이 받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창조주님의 선물? 혹시 히든 피스라고 적힌 쪽지 말하는 거야?”

나는 어쩐지 그런 감이 들어서 물어보았다.

곧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습니다. 그 쪽지는 창조주님께서 남기신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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