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동료 (2)
“은월 씨, 이분이 전에 말씀드렸던 안일한 님이에요. 두 분 인사 나누세요.”
오윤진은 서로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한편.
차은월을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은월 씨.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볼게요.”
“……네.”
미묘한 어조로 답하는 차은월.
그녀에게 한차례 눈짓한 다음, 오윤진은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안일한은 곁눈질로 천천히 차은월을 살폈다.
아담한 키에 가녀린 체구, 살짝살짝 어깨선을 스치는 긴 머리칼까지.
객관적으로 봐도 미인이었다.
다만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에 날이 바짝 서 있어 접근하기 힘든 기색이 묻어났다.
‘그나저나 같은 나이라니…….’
차가운 눈빛을 감안해도 차은월은 상당히 동안이었다.
오윤진에게 사전에 나이를 듣지 않았다면 같은 나이임을 못 알아볼 정도로 말이다.
그 정도로 감상을 끝내는 한편, 안일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일한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무덤덤하게 소개하며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마나 심법의 체득뿐만 아니라 마나의 활용까지 익혀야 하는 만큼, 그녀와는 오랜 시간을 함께하게 될 터였다.
잘 부탁한다는 의미의 악수를 건넸건만, 돌아오는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
차은월은 무언가 불만스러운 듯, 미간을 가늘게 좁힌 채 그저 바라볼 뿐.
쉽게 내민 손을 맞잡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를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텅 빈 손이 민망하게 느껴져 슬슬 거둬들이려는 찰나.
“하아.”
차은월은 가느다랗게 한숨을 내쉬며 느릿하게 손을 내밀었다.
“……차은월이에요.”
“부족하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못해 하는 것 같은 악수였지만, 그럼에도 안일한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반면 차은월은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듯 툴툴대는 어조로 답했다.
“그럼 말 좀 편하게 할게요.”
“편한 대로 하시길.”
“……들어 보니 나이가 같은 모양인데, 편하게 하지?”
“저는 이게 편합니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답하는 안일한.
이에 차은월은 미간을 구기며 혀를 짧게 찼다.
“칫. 연후 님도 계시고, 오윤진 그 여자도 있는데 왜 하필 나한테…….”
듣거나 말거나, 차은월은 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안일한은 여전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불쾌하다거나, 무례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애초에 차은월 정도 되는 초인이 나 같은 사람의 수련을 도와준다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니까.’
고등급의 초인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 시간을 쏟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비효율적인 까닭이었다. 그런 사소한 일에 매달리기엔 그들의 가치는 너무나 귀중했다.
이는 어떤 길드, 가문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상대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을 내준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맞겠지.’
그런 속내를 뒤로한 채 안일한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나에 관해선 차은월 님이 전문가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윤진이 일부러 그에게 붙여 준 게 아닐지.
나름의 추측을 입에 담았다.
듣는 순간, 차은월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그녀는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안일한을 노려봤다.
“……당신,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네?”
“사실이니까요. 그것 외엔 달리 짚이는 바가 없군요.”
“하아……, 이걸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솔직하다고 해야 할지.”
끙, 차은월은 이마를 짚은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실언을 했나 싶어 그녀의 표정을 살폈지만, 딱히 불쾌한 기색은 아니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무렵, 차은월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 전에, ‘님’이라는 호칭은 좀 빼지? 듣기 부담스러우니까.”
“차은월 씨로 괜찮겠습니까?”
“……한결 났네.”
여전히 불만스러운 어투로 중얼거리는 차은월.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숨을 내쉬며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래서?”
“뭔가 할 말이 있는 겁니까?”
“그 여자한테 받은 게 있을 거 아니야. 몸 상태를 보아하니 마나 심법일 테고, 그럼 계열은?”
“강 계열과 유 계열의 심법, 두 가지를 전부 제공받았습니다.”
“현재 성취는? 마나 운용 말이야.”
“이제 겨우 인식한 수준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갈 길이 아득하네.”
차은월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역시 그녀에게서 불쾌하다거나 싫은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차은월은 의욕마저 느껴지는 말투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럼 바로 시작할 거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