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수련 (2)
과연, 연후는 스스로 내뱉은 말을 철저하게 지켰다.
평범하지 않은 방식.
게이트나 균열 따위의 실전을 통해 안일한을 끊임없이 담금질한 것이다.
그 덕분일까, ‘앞서간 자의 그림자’로 재현할 수 있는 상황이 풍성해진 건 물론.
실전 전투 감각이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향상됐다.
앞선 두 가지 요소만큼은 아니어도, 스텟도 느리지만 착실하게 성장했다.
연후와의 실전 수련 이외의 시간을 온전히 스텟 단련에 투자한 덕분이었다.
정확히는 여명 차원에서 제공한 마나 수정과 스킬 등의 지원 덕분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1년간 수련에만 매진한 결과.
‘……드디어 D급이다.’
총합 130대 스텟으로 D급이 되었다.
그래 봐야 초인 아카데미의 2학년 생도만도 못한 수준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캐리어의 수준은 넘어선 셈이니.’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
…
…
연후의 지도에 따른 수련과 스텟 단련에 성실하게 매진하기를 수개월.
안일한은 처음으로 자진해서 연후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내용은 다름이 아니었다.
“뭐? 몬스터도 아니고, 초인을 상대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초인을 상대하는 법.
정확히는 빌런들을 상대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아무리 재앙을 앞둔 세상이라지만……, 패악질이 도를 넘어섰다.’
그간 연후와의 실전 수련은 대체로 비인가된 게이트나 균열에서 이뤄졌다.
음지의 초인들, 즉 빌런들이 이용하는 루트를 활용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안일한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패악질을 일삼는 쓰레기들의 모습을 말이다.
‘오지랖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그가 초인으로서의 힘을 원했던 이유가 그랬다.
어머니의 유지를 잇는 것.
물론 복수가 첫째였지만, 세상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 또한 당신의 의지 중 하나였다.
‘거기다 낙일이란 단체가 제아무리 악명이 높다 한들, 결국 사람으로 이루어졌다면.’
초인으로서 초인을 상대하는 법 또한 익혀 둬야 마땅하다는 사고도 깔려 있었다.
이러한 계산을 솔직하게 밝히자 연후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쓰레기들을 쳐 죽이는 법을?”
“그렇기에 배워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나 참, 내가 말세에도 스승 노릇을 해야 되나?”
스승 노릇.
거부감을 드러냈던 초기와는 달리, 연후는 이따금씩 ‘스승’이란 호칭을 입에 담았다.
안일한도 이미 연후를 내심 스승이라 여겼기에 별다른 반발 없이 넘어갔다.
“까짓것, 가르쳐 주지. 그전에 네놈, 오랜만에 실력이나 한번 보여 봐라.”
즉, 가르칠 가치가 있는지 시험하겠다는 의미였다.
연후와 함께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만큼, 이러한 방식은 이미 적응했다.
때문에 안일한은 잠자코 그의 시험에 응했다.
그리고.
“역시 허접해. 그런데 또 판단력, 센스는 있어. 캐리어로 살아온 세월이 길어서 그런 건가.”
“그 말씀은…….”
“뭐, 좋아. 마침 네놈에게 딱 맞는 전투 방식이 있으니 알려 주지.”
합격했다.
차오르는 기쁨에 주먹을 꽉 쥐는 찰나, 연후가 나직하게 덧붙였다.
“그전에 한 가지, 필요한 게 있다.”
“그게 무엇이죠?”
“초인들을 상대하고, 나아가 더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지.”
“……!”
“그 문제는 내가 아니라 다른 이가 맡아 줄 거다.”
연후가 말을 끝맺은 순간.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마침 안일한 님께 용건도 있으니까요.”
간만에 오윤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