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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211화 (210/218)

외전 제안 (1)

그로부터 3일 뒤.

야심한 시간이었음에도 안일한은 집을 나섰다.

이번엔 협회의 호출 때문이 아니었다.

사적인 목적, 정확히는 누군가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흐응, 오셨네요? 그것도 혼자서.”

다름 아닌 오윤진.

재앙의 마녀라는 이명을 가진 악명 높은 빌런을 만나러 나온 것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안일한은 협회 측에 별다른 보고 없이 혼자서 이 자리에 임했다.

애초에 지난번 수원에서의 이중 균열 사태 이후, 사후 보고를 할 때도 이번 만남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당신에게 딱히 악의는 없어 보였으니까.”

해를 끼친다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습게도, 근거는 당시 그녀가 보인 행동이었다.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은 건 물론이고, 마법사님에게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어.’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그녀가 중년 남성에게 시전한 마법은 수면 계열 마법이었다.

즉, 애초부터 해를 가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비밀까지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그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호오, 담력도 합격.”

“……합격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런 게 있어요. 그보다 중요한 의문이 있지 않나요?”

자잘한 건 넘어가자.

그녀의 말뜻을 이해한 그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참사, 재해가 아니라 인재인 겁니까?”

“맞아요. 특정 대상을 지목하고 벌어진 일은 아니지만, 명백히 사람의 손에 벌어진 일이에요.”

“……확실, 합니까?”

“네.”

단호한 대답.

듣는 순간, 안일한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해묵은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건 다름 아닌 분노였다.

그래서일까.

“……누구죠.”

안일한의 입술 사이로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감정을 이해하는지, 오윤진도 웃음기를 지운 채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그 전에 조건이 있어요.”

“조건, 이라니.”

“정확히는 제안이에요.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유감이지만 대답해 드릴 수 없어요.”

그만큼 위험한 문제니까요. 오윤진은 나직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위험한 문제라니, 대체…….’

30년이나 지난 사건이다.

그 내막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는 건데 위험하다니.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런 속내를 충분히 공감한다는 듯, 오윤진은 추가적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30년 전 대참사는 물론이고, 이번에 수원에서 벌어진 이중 균열 사태까지. 전부 그들의 소행이니까요.”

“……!”

“일개 개인이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또한 내막을 알게 되면, 돌이킬 수 없을 거예요.”

그들의 소행이니, 돌이킬 수 없다느니.

도저히 사고가 따라가질 못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오윤진이 별안간 손을 내밀었다.

그 상태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희와 함께해요. 그럼 모든 비밀을 알게 될 거예요.”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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