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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207화 (외전) (206/218)

외전 주마등

세계 유일의 S급 마법사, 차원의 여행자, 그리고 세계 최악의 빌런 집단, 낙일의 수장.

제니퍼 퀘이드.

그녀의 마법은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심지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그녀의 기세가 일변했다.

그 증거로써.

지잉-! 지잉-! 지잉-! 지잉-!

하늘, 그리고 지면에 십여 개에 달하는 거대한 마법진이 엄청난 속도로 새겨지기 시작했다.

지금껏 사살이 아닌, 제압과 납치를 목적으로 펼치던 마법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었다.

명백한 심경의 변화.

그림자는 곧장 그 원인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초재생을 눈치챈 건가.’

그가 가진 비장의 무기 중 하나.

재생 계열의 최상급 스킬, ‘초재생’의 존재 여부를 눈치챈 거다.

즉, 어지간한 수준으론 그가 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눈앞에서 파멸적인 규모로 펼쳐진 마법진이었다.

“……치잇!”

혀를 짧게 차며 대처하려는 순간.

“늦었어!”

제니퍼 퀘이드의 입꼬리가 찢어지듯 치솟았다.

거기에 반응하듯, 하늘에선 운석 세례가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땅에 새겨진 마법진은 지면 전체를 쩍쩍 갈라놓았다.

자연스레 표정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그림자는 직감했다.

‘슬슬 때가 됐나…….’

그에게 주어진 소임.

정말로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이다.

그사이 제니퍼 퀘이드가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무어라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림자는 그녀가 무슨 말을 입에 담았는지 신경 쓸 틈조차 없었다.

콰과과광-!

조소가 됐든, 야유가 됐든.

지금 이 순간에 그런 건 사소한 잡음에 불과할 뿐이다.

정말 마지막이 다가왔다면.

모든 걸 걸고서라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터억-

파멸적인 마법 세례.

그림자는 이를 향해 정면으로 발을 내디뎠다.

지면과 하늘이 재해로 뒤덮이고 있음에도 기꺼이 나아갔다.

그 안에서 본격적으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가진 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제니퍼 퀘이드의 마법에 맞섰다.

콰앙! 콰앙-!

온몸이 타들어 가고, 뼈마디가 비틀렸다.

어마어마한 격통이 엄청난 속도로 온몸을 잠식했다.

그런 고통과는 달리 신체는 그 이상의 속도로 피해를 수복해 갔다.

‘초재생’의 효과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신체의 피해를 본래대로 되돌려줄 뿐.

“……크윽!”

격통이 존재했다는 사실과 그에 따른 정신적인 데미지까지는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정신은 진작에 마모됐었다. 어쩌면 지난 생에 말이다.

‘……그래서 괜찮을 거라 여겼거늘.’

하나 ‘초재생’의 리스크는 그림자의 정신을 끊임없이 갉아먹었다.

단 한 순간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그대로 무너져 버릴 것만 같은 상황 속.

그림자는 속으로 끊임없이 한마디를 되뇌었다.

‘……잘 봐둬라.’

마지막 소임.

의식 속에서 지켜보고 있을 녀석, 안일한이 모든 것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것.

그것만이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 정신을 붙들게 해 주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콰앙-! 쾅!

요란한 굉음에 귓가가 먹먹하고, 메케한 연기로 인해 시야가 온전치 못했다.

그럼에도 그림자는 온몸을 비틀고 발악했다.

제니퍼 퀘이드가 최대한 많은 마법을 사용하게끔 유도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러한 의지가 전해졌는지.

-……그래, 모든 걸 담아 두지.

녀석 또한 모든 걸 받아들이고, 각오를 다졌다.

대답은 그걸로 충분했다.

그림자는 의심 한 점 없이 안일한의 의지를 믿고, 받아들인 것이다.

‘너라면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테니.’

물론 안일한은 아직 성인도 안 된 청소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녀석은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갖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미 그를 뛰어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모든 걸 전수해 줬으니까.’

이제 남은 건 사라지기 직전까지 제니퍼 퀘이드의 마법을 온몸에 각인시켜 두는 것뿐이었다.

그럼 그가 사라져도, ‘앞서간 자의 그림자’로서 녀석의 전투를 밝혀 줄 터.

거기까지 생각이 가닿은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묘한 감정이 샘솟았다.

정체는 다름 아닌 해방감이었다.

‘줄곧 제니퍼 퀘이드의 마법에 신체가 파괴되고, 정신이 부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해방감이라니…….’

신체가, 정신이 망가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해방되는 듯한 감각은 더욱 더 짙어져갔다.

그래서일까, 그림자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슬쩍 들어올렸다.

콰앙! 쾅!

파멸적인 마법 세례에 오감이 점차 아득해졌다.

어쩌면 의식 자체가 슬슬 소멸하고 있는 걸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림자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소멸에 몸을 맡긴 채, 뇌리를 스쳐 가는 하나의 기억을 음미했다.

그건 아주 오래된 소망이었다.

‘……드디어 모두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온 세상이 최악의 끝을 맞이할 무렵.

평화와 함께 영영 떠나보냈던 동료들.

오직 그만이 유일하게 소임을 짊어진 채 이렇듯, 과거로 회귀했다.

길고도 지난했던 과업의 끝이 도래했으니, 이제는 그들 곁으로 갈 수 있다.

‘아아, 드디어.’

완전히 사그라든 불씨처럼 의식이 꺼져가는 가운데.

그의 뇌리에 옛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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