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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202화 (201/218)

202화 최대 출력, 아니 그 이상

“……너, 정말 당돌하기 짝이 없구나?”

제니퍼 퀘이드는 소름 끼칠 정도로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대로 그녀의 눈빛은 첫 대면 때와 마찬가지로 웃음기 하나 없었다.

분명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림자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 점이 더더욱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제니퍼 퀘이드는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이쯤 되니 네가 정녕 18살이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야. 예언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한 영향인가? 이런 걸 두고 애늙은이라 하나?”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양, 고개를 기울였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계속해서 쓸모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을 것 같았다.

때문에 그림자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수다나 떨자고 만든 자리는 아닐 텐데?”

고저 없는 목소리.

이에 제니퍼 퀘이드의 입가에 서렸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흐응, 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직도 안 끝난 건가?”

“……정말이지, 너는 사람을 열 받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제니퍼 퀘이드는 슬슬 열이 뻗치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림자는 손목을 슬쩍 돌리며 무심하게 입을 여는 한편.

“계속 잡담을 나누고 싶다면…….”

느닷없이 지면을 박차고 쏘아져 갔다.

“……혼자서 실컷 나불거리도록!”

선수를 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림자의 신형은 흑영신보 특유의 칠흑빛 안개 속으로 녹아들었다.

순식간에 간격이 좁혀지고 있음에도 제니퍼 퀘이드는 여전히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했다.

그렇게 서로의 사정권에 들어섰을 때.

스윽-

그녀는 허공에 대고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단순한 손짓, 거기서 비롯된 결과는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쩌저저적-!

그녀 주위에 있던 허공의 균열이 순식간에 팽창했다.

틈새에서 혀를 날름거리던 심연의 기운도 덩달아 세를 더해 갔다.

인세(人世)를 벗어난 힘.

불길하면서도 혐오스러운 기운에 맞서 그림자는 코어를 활성화시켰다.

쿠구구궁-!

혼원현천신공이 노도와도 같은 기세로 전신 곳곳을 내달렸다.

특유의 멸마(滅魔)의 기운이 체외로 발산하며 심연의 기운에 따른 여파를 밀어냈다.

그 즉시 그림자는 지면을 향해 크게 발을 굴렀다.

쿠웅-!

하늘에까지 떨쳐 울리는 진각.

무극삼권 제1초, 진천이었다.

거기서 비롯된 여파는 삽시간에 뻗어 나가 그릇된 기운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쩌-엉!

진천의 위력에 혼원현천신공 특유의 멸마의 기운까지 더해지자 심연의 기운은 맥을 못 추었다.

이어서 그림자는 진천의 투로에 따라 권격을 내질렀다.

맹렬하게 쏟아지는 공세는 심연의 기운을 넘어 허공의 균열에까지 가닿았다.

그 순간.

쩌적-

틈새는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S급 마법을 정면에서 분쇄해 버린 것이다.

깔끔하기 그지없는 대처에 제니퍼 퀘이드는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탄성을 흘렸다.

“……호오.”

자신의 마법을 파훼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니퍼 퀘이드는 태연자약했다.

이를 증명하듯 그녀는 감탄이 뒤섞인 말투로 여유롭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S급이었잖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 자리에 임했을 것 같나?”

무심하게 반박하는 그림자.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 그녀의 흥미를 자극했는지.

“그럼 꼭 한번 봐야겠는걸?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말이야.”

제니퍼 퀘이드의 두 눈에 이채가 가득 서렸다.

단순히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그녀는 돌연 양손을 허공에다 휘저었다.

마치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는 듯, 그녀의 유려한 손짓에 맞춰 강대한 마나가 넘실거렸다.

이윽고 농밀한 마나는 특정 형상을 이뤄 갔다.

지이이잉-!

머리 위로 눈처럼 새하얀 마법진이 새겨졌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무려 수십 개에 달했다.

규모부터 마법의 전개 속도까지, 과연 S급 마법사다운 저력이었다.

하지만.

‘완성되기 전에 쳐부순다.’

그림자 또한 어엿한 S급 초인이었다.

이 정도쯤은 가볍게 대처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는 판단 즉시 흑영신보에 마나를 더하여 칠흑의 안개를 넓게 흩뿌리는 한편.

동시에 무극삼권 제2초, 천라의 기수식을 취했다.

스스스……

사방에서 백은의 점이 부풀어 가는 가운데.

제니퍼 퀘이드의 마법진이 한발 앞서 완성됐다.

거기서 비롯된 건 다름 아닌 시퍼런 냉기를 두른 얼음 송곳이었다.

무려 수백에 이르는 숫자가 전부 한곳, 그림자를 향해 겨눠졌다.

그대로 쏟아져 내리기 직전에.

스슷-

타이밍 좋게 천라가 완성됐다.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난 백은색의 권격을 흩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대로 빗발치는 수백 개의 얼음 송곳에 닿은 순간.

채재재재쟁-!

백은의 권격에 모조리 파괴됐다.

그림자에게 접근조차 못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제니퍼 퀘이드의 표정은 여유로 가득했다.

오히려 잘됐다는 듯, 돌연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재차 손을 휘저었다.

빙결 마법에 이어 새로운 마법을 전개하려는 것이다.

“이것도 막을 수 있으려나?”

본래라면 천라를 펼치고 있는 만큼 대응이 불가능할 터였다.

제니퍼 퀘이드도 그 점을 노린 것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스스로의 의도를 대놓고 드러냈다.

“권사라서 유감이네? 주먹은 두 개뿐이니까.”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제니퍼 퀘이드.

하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여전히 빙결 마법을 막아 내고 있음에도 그림자는 표정 한 점 흐트러뜨리지 않고 응수했다.

그의 태도에 제니퍼 퀘이드는 순간 흠칫했다.

이를 인식하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아주 고약한 재능을 가졌단 말이지?”

그녀는 한층 낮은 어조로 으르렁거리며 새로운 마법을 전개했다.

공간째 일그러뜨리며 응축되는 마나, 이는 공간 절단 마법이었다.

그대로 발출하려는 순간.

후웅-!

별안간 백은의 권격이 눈앞에 닥쳐왔다.

“……!”

갑작스러운 일격에 제니퍼 퀘이드는 두 눈을 부릅떴다.

재빨리 반응하려 했지만, 권격은 그보다 한발 앞서서 마법진에 가닿았다.

그 순간.

콰직-!

그녀의 마법은 허무하게 파괴되어 버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혹스러울 틈조차 없이 백은색의 권격이 이어졌다.

“치잇!”

제니퍼 퀘이드는 표정을 와락 구긴 채 서둘러 양손을 휘저었다.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 방어 마법을 전개한 것이다.

터-엉!

다급하게 전개하느라 마나를 조금 과하게 투자했는지, 정체 모를 권격은 그대로 튕겨 나갔다.

‘마나로 이루어진 권격이라니……, 이것도 무공의 일종인가?’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조금 전 일격을 곱씹었다.

하지만 마냥 가만히 선 채로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정확히는.

타닷!

여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양, 그림자가 짓쳐들었다.

어느새 빙결 마법을 마법진째로 파괴해 버린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제니퍼 퀘이드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그래, 명색에 S급 초인인데 한 수 재간이 없을 순 없겠지.”

제니퍼 퀘이드는 서슬 퍼런 목소리로 씹어뱉듯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림자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착실하게 간격을 좁혀갔다.

마침내 사정권에 이르렀을 때.

“그럼 어디, 누구의 재간이 더 우위에 있는지 제대로 견주어 보자꾸나!”

그녀의 두 눈으로부터 안광이 폭사했다.

마치 거기에 반응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의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마나량이며 농도, 거기다 출력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심상치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휘익-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수십에 달하는 마법진이 허공에 새겨졌다.

지잉! 지잉! 지잉! 지잉!

엄청난 속도로 전개되는 공격 마법.

심지어 이는 겹치는 것 하나 없이 제각각 다른 마법들이었다.

대부분 처음 접하는 만큼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때문에 그림자는 표정을 굳히는 한편, 서둘러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부터는 최대 출력, 아니 그 이상으로 간다.’

제니퍼 퀘이드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 가운데 첫 번째.

그중 하나인 ‘초 진화’ 카드를 꺼내 들 때가 왔다.

판단 즉시 그림자는 코어의 출력을 과할 정도로 끌어올렸다.

쿠구구궁-

혼원현천신공에 따른 마나가 도도하게 흐르며 전신에 막대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림자는 폭발적인 기세를 내뿜는 한편.

허공에 새겨진 마법진을 향해 무극삼권 제3초, 무극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독립적으로 뻗어 나가는 권격 세례.

그림자는 단순히 무극에서 그치지 않고 진천과 천라를 동시에 펼쳤다.

맹렬하게 쏟아내는 공세에 제니퍼 퀘이드의 마법진은 완성되기 직전에 파괴되어 갔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제니퍼 퀘이드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제 마법이 파괴되는 속도 이상으로 새로운 마법을 전개했다.

단순히 손짓만으로 마법을 일으키는 만큼, 중과부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몇몇 마법진이 완성되는 걸 막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대책을 달리해야 했다.

무턱대고 공세에만 집중했다간, 가랑비에 앞섶이 젖듯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었다.

‘초 재생으로 버틸 수야 있겠지만.’

그 전략을 꺼내 들기엔 아직 이른 타이밍이었다.

적당한 수준으로 효과를 누리는 거라면 모를까, 반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 일은 녀석의 몫이니까.’

그림자는 판단과 동시에 순식간에 발길을 틀었다.

그 직후, 그가 딛고 선 자리로 온갖 마법이 쏟아졌다.

푸슈슉-!

거대한 가시가 지면에 처박히고, 땅 밑에선 팔뚝만 한 넝쿨이 채찍처럼 쇄도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면이 뒤집히거나, 뇌전이 창날의 형태를 띤 채 내리치는 등.

그야말로 마법의 향연이라 일컬어도 무방한 수준으로 공세가 쇄도해 왔다.

콰과과광-!

마법으로 인한 폭발로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피어나는 가운데.

제니퍼 퀘이드는 자신의 전략이 완벽하게 먹혀들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히죽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조금 전 기세는 어디 갔지? 지옥을 보여 준다고 하지 않았었니?”

비아냥거리는 순간에도 제니퍼 퀘이드는 새로운 마법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단순히 온갖 마법을 전개하는 데서 나아가 마치 사냥감을 몰듯, 이동 동선까지 제한을 가했다.

그만큼 마나가 급속도로 소모됐지만 상관없었다.

마나량 싸움에서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콰광-! 콰직! 쩌-엉!

온갖 마법이 충돌하고, 폭발하며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소란스러운 상황 속.

촤락-

제니퍼 퀘이드는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를 감지했다.

작디작은 소리였으나, S급에 이르러 갖추게 된 초월적인 감각은 이를 놓치지 않고 캐치했다.

이는 살갗을 찢기며 피가 흩어지는 소리였다.

즉, 처음으로 그림자에게 유효한 타격을 가한 것이다.

씨익-

제니퍼 퀘이드는 미소를 짓는 한편.

소리의 진원지를 빙 둘러싸듯, 순식간에 마법진을 전개했다.

마법으로 그림자를 포위한 것이다.

그 상태로 그녀는 먼지구름이 걷히길 기다렸다.

마침내 시야가 본래대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좀 알겠니? 힘의 격차를 말이야.”

야릇한 목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콰직-! 콰지직!

무형의 권격이 날아들며 에워싸고 있던 마법진을 순식간에 쳐부쉈다.

이에 제니퍼 퀘이드는 마땅찮은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쯧, 혈기가 지나친 것도 정도가 있지. 역시 아직 어려서 그런…….”

투덜거리던 찰나, 그녀는 문득 그림자의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옆구리의 옷자락이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듯이 찢겨졌으나, 정작 그 속은 멀쩡했다.

“……어떻게 멀쩡한 거지?”

분명 조금 전의 타격을 허구가 아닌 실재였다.

S급의 초월적인 감각이 이를 놓치거나, 헷갈릴 확률은 전무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한 가지였다.

“너 설마……!”

제니퍼 퀘이드가 굳은 낯빛으로 무어라 말을 이어 나가려는 찰나.

그림자가 무심한 어조로 말을 잘라냈다.

“고작 이런 거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비아냥에는 비아냥으로 고스란히 되갚아 준 이후.

“참으로 유감스러운 녀석이로군.”

그림자는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곧장 지면을 박찼다.

- 203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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