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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90화 (189/218)

190화 최후의 퍼즐 조각

김재학을 꺾은 이후.

대련 당시에 보였던 노골적인 면모와는 다르게, 의외로 별일 없이 흘러갔다.

달리 말해 김재학이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다.

본격적으로 김재학을 압박하기 시작한 까닭이었다.

신창백가부터 대지의 혼 길드, 그리고 다섯 번째 진리 마탑까지.

내 요청에 따라 세 곳은 각각 인원을 차출했고, 오윤진이 인원들을 조율했다.

그 결과, 김재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에 놓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전적으로 오윤진의 수완 덕분이었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김재학의 동향을 주시한 채로 최종 국면을 대비했다.

대략 4주 차가 끝나갈 무렵, 나는 제법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등급.

-근력 스텟 81

-민첩 스텟 82

-체력 스텟 80

-마력 스텟 113

총합 356스텟으로 A+급을 돌파했다.

이전에 비해 40스텟 넘게 끌어올린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마력과 비교해 다소 처지던 근력, 민첩, 체력도 각각 80스텟을 넘어섰다.

‘S급에는 살짝 못 미치지만.’

충분히 넘볼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대로 간다면 제니퍼 퀘이드와 동급이라 할 수 있는 S급까지는 그야말로 시간문제였다.

다음은 동기화율이었다.

90%를 달성하고 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소소의 도움을 받아 작업한 결과.

[특성]

-????의 그림자

동기화율 99%

계승 4단계 -완전한 링크-

마침내 99%를 달성했다.

그림자는 동기화율 100%까지 불과 1%만을 남긴 채 작업을 끝마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꼭 필요한 순간이 올 거라 했던가.’

제니퍼 퀘이드와의 전투에 임하는 데 있어 동기화율 100%에 따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녀석은 최종 결전을 벌이기 직전에 100%를 채울 생각인 듯했다.

또한 그림자가 덧붙이기를, 100%를 달성하면 미구현 특성의 진정한 능력이 개방되는 모양이었다.

즉, 나머지 1%는 최후의 퍼즐 조각이 되는 셈이었다.

마지막 성과는 다름 아닌 무극삼권 제3초, 무극이었다.

정확히는 드디어 준비를 끝마쳤다.

무극의 체득을 시도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무극까지 익혔을 때야 비로소 진정한 무극삼권이 완성된다고 했었지?’

진천과 천라, 그리고 무극.

각각 S급 스킬에 달하는 세 개의 초식을 전부 체득한 순간.

비로소 무극삼권이라는 이름 아래 합쳐져 온전한 무공으로 거듭나는 모양이었다.

‘분명 오늘 밤에 시도할 거라 말했으니.’

앞으로 수 시간.

그때쯤이면 진정한 위력을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나는 기대감을 품은 채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날 밤.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현재 동기화율…… [99%]

-[????의 그림자]가 연륜에 따른 분별력과 미래시(未來視)가 담긴 기억, 그리고 의식에 따라 행동합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활성화됐습니다!

그림자는 천천히 눈을 뜨는 한편.

속으로 가만히 헤아렸다.

‘드디어 오늘이군.’

무극삼권의 제3초, 무극.

드디어 체득할 때가 된 것이다.

그림자는 몸을 일으키며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다.

때마침 연소소에게서 메시지가 와있었다.

-그림자 님, 연후 집사님께서 준비가 끝났다고 전해 달라 하셨어요.

예상대로 무극의 체득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녀에게 답장하는 대신, 그림자는 빠르게 기숙사 방을 벗어났다.

무기 훈련실에 들어서는 순간.

“오, 일한이!”

평소처럼 임강철을 비롯한 친구들이 맞이해 줬다.

그림자는 그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다음, 곧바로 연후에게 다가갔다.

접근을 확인한 연후는 어깨를 슬쩍슬쩍 돌리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몸은 안 풀어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짤막한 문답.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두 사람은 곧바로 자세를 취했다.

이윽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극삼권을 펼치기 시작했다.

진천부터 천라, 그리고 무극에 이르기까지.

마치 대련을 하듯, 무극삼권의 모든 초식을 동원해 가며 부딪혔다.

콰과과과광-!

이전과 비교해 투로의 다양성은 물론.

마나로 구현해 낸 권격. 즉 ‘무극’의 선명도와 위력은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권격이 맞닥뜨릴 때마다 굉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어느 순간 두 사람은 합이라도 맞춘 듯 주먹을 거둬들였다.

그대로 고요하게 시선을 교환하기를 수 초.

연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얻었다. 제자야, 너는 어떻지?”

“저도 얻었습니다.”

그림자는 대답과 함께 스킬창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그동안 바라마지않던 스킬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무극삼권(SS)

이는 ‘초 진화’와 ‘초 재생’에 이어 세 번째 SS급 스킬이었다.

한동안 감상하듯 무극삼권을 바라보던 그림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내 연후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비로소 모든 준비가 끝난 것 같습니다.”

필요한 역량의 대부분을 갖춘 건 물론.

김재학의 동향도 이미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적들의 수장, 제니퍼 퀘이드를 제거함으로써 미래를 되찾는 것뿐이었다.

‘때가 머지않았다.’

고요하게 시기를 헤아리는 가운데.

그림자의 눈빛에 굳은 의지가 서린 광망이 번뜩였다.

* * *

주말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갔다.

저번 주 수업을 마지막으로 생존 수업의 두 번째 과정이 끝난 가운데.

5주 차 월요일, 생존 수업의 세 번째 과정인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첫날이 밝아왔다.

‘이번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 2학기 중간고사를 대체한다고 했었나?’

세 번째 과정을 끝으로 정규 시험, 2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건 물론.

시험 내용 또한 이번 수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제법 중요했다.

하지만 중요도에 비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이유는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젠 진짜로 머지않았으니까.’

그림자 녀석의 최종 계획.

제니퍼 퀘이드와의 결전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아직은 심증에 불과하지만…….’

다만 김재학이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낸 점.

거기에 대응하여 인원을 동원하여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최종 결전을 대비하는 데 있어 필요한 역량의 대부분을 갖추게 됐다는 점 등.

자연스럽게 결전의 때가 성큼 다가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지.’

김재학의 동향은 꿰고 있을지언정 정확히 그가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몰랐다.

우리의 방침은 여전히 그자의 움직임에 맞게 대응하는 데 있는 까닭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촉각을 곤두세운 채로 세 번째 과정의 첫 수업을 기다렸다.

몇 시간 후.

“일한이, 이번 수업은 가상 대련실이다!”

“어, 바로 가자.”

생존 수업의 세 번째 과정.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법’ 수업은 이전과는 달리 가상 전투실에서 이뤄지는 모양이었다.

일찍이 친구들과 함께 이동해서 기다리는 사이.

“다들 모였나.”

진태진 교관과 김재학을 비롯한 조교들이 수업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김재학을 향하는 가운데.

문득 그와 눈이 마주쳤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씨익-

김재학이 느닷없이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섬뜩한 느낌과 더불어 불안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이는 찰나에 불과할 뿐으로, 김재학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돌렸다.

‘……대체 뭐지?’

시선 교환 자체는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라 그런 건지, 아니면 상대가 김재학이라 그런 건지.

이상하리만큼 신경이 쓰였다.

‘뭔가 꾸미고 있는 건가?’

속으로 고심하는 사이.

“다들 주목하도록. 지금부터 생존 수업의 세 번째 과정에 관해 설명하겠다.”

진태진 교관이 이목을 집중시키며 수업을 진행했다.

“이번 과정의 목표는 게이트 내부에서의 돌발 상황으로부터 생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거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돌발 상황은 곧 몬스터와의 전투 상황에서 빌런의 습격을 받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몬스터와 빌런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생환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기르는 것.

그게 바로 세 번째 과정의 핵심 목표인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참사들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수업은 상당한 도움이 될 터였다.

꽤나 적절한 커리큘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가운데.

진태진 교관이 설명을 이어 갔다.

“수업 방식은 간단하다. 먼저 일주일간, 가상 전투를 통해 상황에 적응하는 훈련을 진행한다. 그리고 6주 차에는 가상 레이드를 통해 실전을 대비할 거다.”

여태 그랬듯,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업 방식이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진태진 교관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6주 차 마지막 수업 시간에 정규 시험을 진행한다. 시험 방식은 실습, 실존하는 게이트에서 교관 및 조교들의 참관하에 이루어질 예정이니 참고하도록.”

실습, 실존하는 게이트에서의 시험.

듣자마자 좀 전의 불길한 예감이 다시금 엄습해 왔다.

그래서일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김재학의 반응을 확인했다.

그 순간.

“……!”

공교롭게도 또다시 김재학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바라보기 전부터 이미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일찍이 내게 시선을 고정시켜 둔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불현듯 뇌리에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쳐 갔다.

‘……설마 실습 때 일을 벌일 생각인가?’

설마가 아니라 진실로 그럴 작정인 듯했다.

저 행동은 이미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까닭이었다.

조금도 예상치 못한 탓에 마른침이 절로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그걸 대놓고 밝힐 줄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었다.

그림자 녀석의 말에 따르면, 현재 낙일의 전력은 기껏해야 제니퍼 퀘이드와 김재학, 그리고 소수의 추종자들뿐이었다.

즉, 저들의 전력은 우리의 전력과 비교해 명백히 열세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당당하게 나오니, 도무지 속내를 읽을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하릴없이 생각만 깊어지는 가운데.

-이럴 때일수록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때마침 그림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김재학으로부터 시선을 거둬들이는 한편, 곧바로 녀석과의 대화에 신경을 돌렸다.

그 순간 그림자가 말을 이어 갔다.

-머릿속이 복잡하겠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조차도 김재학이 당당하게 나올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으니까. 틀림없이 자신감의 발로겠지.

‘그러게 말이야.’

-하나 우리에게도 분명 이점은 존재한다. 상대의 계략은 모를지언정, 장소와 시기는 특정할 수 있게 됐으니.

‘……그건 그렇지?’

-우리는 그 점을 충분히 활용하면 되는 거다. 게다가 녀석이 게이트 내부에서 일을 벌일 작정이라면 내게도 한 가지, 짚이는 바가 있다.

한 가지 짐작 가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는 곧 김재학의 계략에 관해 어느 정도 예상하는 바가 있다는 뜻이었다.

-실습 때 움직일 거라면, 우리에게 최소한 2주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뭔가 더 준비할 게 있는 거야?’

-그래.

녀석이 더없이 든든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그림자는 천천히 말을 맺었다.

-지금껏 그래왔듯, 대비는 내게 맡기면 된다.

- 191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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