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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85화 (184/218)

185화 너의 역량, 출처가 어떻게 되지?

“……!”

김재학은 두 눈을 부릅떴다.

이유는 다름 아닌 그의 시선 끝에 위치한 존재, 안일한 때문이었다.

쩌-엉!

지축을 울리는 굉음.

녀석의 진각으로 인해 그의 후배이자, 조교로서 수업에 참여한 두 명의 움직임이 일순 멎었다.

안일한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순식간에 두 명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털썩-

맥없이 쓰러지는 후배들.

이 모든 게 단 두 수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재학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건 결코 일개 생도의 수준이 아니다.’

일개 생도라고 보기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방금 쓰러진 후배들은 C급으로. 등급은 다소 낮아도 어엿한 수호자 길드 소속이다.

둘 다 백전노장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실전 경험을 쌓은 노련한 초인인 것이다.

그런 후배들을 단 두 수만에, 그것도 살수(殺手)를 쓰지 않고 온건하게 제압했다.

이는 서로 간에 격차가 상당할 때나 가능한 것이었다.

‘저 녀석은 대체…….’

마치 한 명의 고수가 여러 명의 하수를 상대하는 듯한 구도.

안일한의 활약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타닷- 탓-!

선두의 두 명이 눈 깜빡할 새 쓰러져 버린 만큼, 남은 사람들은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섣불리 접근하기보단 마나를 가일층 끌어내며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녀석의 통과로 마무리될 터였다.

하지만.

스르륵……

녀석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칠흑빛 안개로 화하며 그대로 짓쳐들었다.

그러고는 호신을 두른 두 명의 후배들을 향해 주먹을 쏟아냈다.

콰과과광-!

그야말로 사방에서 쏟아지는 권격에 후배들의 호신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어찌나 기세가 맹렬한지, 반격을 노리던 진태진 선배조차 수비에 집중해야 할 정도였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균형은 오래지 않아 깨졌다.

쩌적-!

작정하고 수비를 위해 일으킨 호신을 정면에서 분쇄시켜 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위력이었다.

“크, 흑!”

“커헉!”

강제로 호신이 파괴된 여파로 나머지 두 명의 후배들은 결국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물론 대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태진 선배가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재학은 어째선지 대련 결과가 이미 정해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치열한 공방은 예상대로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콰광! 콰과과광-!

순식간에 십여 합을 나누는 두 사람.

안일한이 명백히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쩌-엉!

마침내 녀석이 요사스러운 기운을 휘감은 오른손을 찔러 넣었다.

진태진 선배는 가까스로 창을 들어 올려 창대로 일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주르륵-

항거할 수 없는 힘에 그대로 밀려나 버렸다.

뿐만 아니라 일격의 여파가 체내에 남았는지, 진태진 선배의 안색은 창백했다.

이는 곧 결과가 나왔음을 말해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역시 훌륭하군, 기대 이상이다.”

어느 정도 안색을 회복한 진태진 선배는 녀석에게 극찬을 쏟아냈다.

안일한, 녀석이 A반 최초로 1분간 버티는 걸 넘어 5명 모두를 제압한 것이다.

김재학은 이채 가득한 눈빛으로 녀석을 주시하며 생각했다.

‘……더 강해졌다.’

첫 번째 과정에서도 녀석은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당시에도 녀석은 이미 생도 수준은 아득히 상회했었다.

그러니 더 이상 놀랄 일은 없다고 여겼건만, 그게 아니었다.

이제는 숫제 괴물이 되어 있는 까닭이었다.

‘기본 바탕이 되는 역량은 물론이고, 노련함에 정교함까지 갖춘 생도라니…….’

저 정도 성장 속도는 이미 재능이니, 천재성이니 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말이 안 되는, 비현실적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재학은 강렬한 호기심이 차오르는 한편.

의심에 머물러 있던 생각이 급속도로 확신으로 기울어 갔다.

‘저런 녀석이 평범한 생도일 리가 없다.’

그건 다름 아닌 여명의 수장, ‘예언자’의 존재에 관한 부분이었다.

저 녀석이 틀림없다.

여전히 녀석에게서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능력’에 관한 단서는 얻지 못했지만, 소거법으로 접근해 보면 명확했다.

‘천재들 중에서도 낭중지추다. 이미 두말할 것도 없는 이야기지.’

김재학은 확신과 함께 안일한을 바라봤다.

녀석은 진태진 선배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이쪽을 향했다.

‘피드백……. 그래, 그게 남아 있었지.’

때마침 잘됐다 싶었다.

몇 가지 확인할 게 남아 있는 까닭이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질문거리를 가늠하는 한편.

다가오는 안일한을 향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 * *

‘평정심만 유지한다면 별문제 없을 거야.’

나는 새삼스럽게 마음을 다잡으며 김재학과 마주 섰다.

그는 묘한 미소를 띤 채 자리를 권했다.

“안일한 생도였나. 대련은 잘 봤다. 앉지.”

“네, 부교관님.”

나는 덤덤하게 대답하며 그의 맞은편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김재학은 나와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참으로 대단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첫마디는 다름 아닌 칭찬이었다.

나직하게 감사를 표하자 김재학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A급에 달하는 역량은 물론, 심오하면서도 절륜한 위력을 자랑하는 무공, 거기에 노련한 대처와 정교한 활용까지. 너는 결코 그 나이 또래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갖추고 있더군.”

분명 내용 자체는 칭찬, 그것도 극찬에 가까웠다.

하지만 뉘앙스가 굉장히 묘했다.

심상치 않은 느낌마저 드는 가운데, 김재학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떻지?”

“……그 말씀은.”

“너는 그 모든 능력을 18살의 생도가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나?”

명백히 이상했다.

뉘앙스 자체가 질문이 아니라 추궁에 가까웠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침묵할 수도 없는 까닭에 나는 천천히 대답을 입에 담았다.

“경우에 따라서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라…….”

김재학은 재미있다는 듯, 내 대답을 되풀이하며 한층 더 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최 그의 속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쳐 갔다.

‘설마…….’

명백히 좋지 않은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을 때.

김재학이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 경우에 따라선 가능할지도 모르지.”

내 대답을 긍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단순히 수긍에서 끝나지 않았다.

“특별한 존재라면 말이야.”

특별한 존재.

이를 듣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내 정체를 알아차렸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화했음을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표정을 유지하며 속으로 끊임없이 평정을 되뇌었다.

동시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네요.”

“그렇지?”

“네. 하지만 저는 제가 특별하다고는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호오, 그런가?”

김재학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내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양 가벼운 어조로 덧붙였다.

“뭐, 그리 생각할 수도 있겠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법이니까.”

“실제로 부족하기도 하고요.”

“겸손하군. 살짝 지나친 느낌이 없지 않지만 말이야.”

묘한 어조로 말끝을 흐리는 김재학.

나는 그의 의중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조심스레 되물었다.

“저, 대련에 관한 피드백은 언제 가능할까요?”

“아, 그렇지. 그게 있었지?”

김재학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양 능청스러운 태도로 대꾸하는 한편.

별안간 눈빛을 빛내며 운을 뗐다.

“앞서 말했듯, 훌륭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 그래서 네게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네.”

“너의 역량, 출처가 어떻게 되지?”

“…….”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당황했다기보단, 대답할 거리가 마땅치 않은 탓이었다.

때문에 나는 엉성하게 대꾸할 바에는 차라리 솔직하게 응수하기로 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혹시 피드백을 해 주시는 데 있어 필요한 내용인가요?”

“개인적인 흥미가 있어서 말이지. 물론 피드백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그렇군요. 일단 생각나는 대로 말씀드릴게요.”

나는 그렇게 운을 떼는 한편, 미리 생각해 둔 답변을 입에 담았다.

백유진의 숙부인 백천기부터 오윤진, 그리고 연씨세가의 연후까지.

김재학이 확인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골라서 스승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분들께 무공을 전수받고, 체득과 수련까지도 그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나같이 유명한 분들이군.”

“우연찮게 인연이 닿게 됐습니다.”

“그분들이 무려 S급에 달하는 무공을 전수해 줬다?”

“아무래도 저를 좋게 봐주신 듯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이쯤 되니 서서히 본래 페이스가 돌아온 덕분이었다.

‘언제까지 휘둘릴 순 없으니까.’

지금껏 살펴본 결과, 김재학은 분명 내 정체에 관하여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즉, 한없이 가까울지언정 완벽하진 않은 것이다.

당장 액션을 취하지 않고 지금과 같이 대화로 찔러보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였다.

“……호오.”

실제로 김재학은 계속해서 나를 추궁하는 대신, 재미있다는 듯 탄성을 흘릴 뿐이었다.

나는 그가 보이는 반응을 통해 확신을 더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덕분이었다.

“보아하니 너는 미구현 특성을 타고난 모양인데.”

“네, 맞습니다.”

“능력에 관해 말해 줄 수 있나?”

“말씀드리고 할 것도 없습니다. 아직 구현되지 않았으니까요.”

“……구현되지 않았다?”

“네.”

즉각적인 대답에 김재학은 잠깐 침묵했다.

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완전한 확신을 얻고 싶은 모양인데.’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정황상의 증거를 토대로 추리하여 99%에 닿은 것까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1%,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시키는 부분만큼은 내가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다.

‘99%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면, 100%가 필요한 거라면.’

김재학이 확신에 한없이 가깝다는 사실만으로 움직인다면 모를까.

그가 100%에 목을 맨다면 내게도 방법이 있었다.

‘어떻게든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오롯이 내 의지로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완전히 마음이 편해졌다.

반면 김재학은 묘한 기색으로 미소를 거둬들였다.

“……흐음, 조금 부족하겠지만 어쩔 수 없나?”

내용 자체는 피드백을 하기에 내 대답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다는 불만이 녹아 있었다.

물론 김재학은 이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

“사실 단점은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야. 개선점 정도가 되겠지. 도움은 될 테니 집중해서 듣도록.”

본래 목적, 대련의 피드백에 관해 말문을 열었다.

나는 거기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수업이 끝나면 그림자 녀석과 이 문제를 논의해 봐야겠어.’

당장 위기는 모면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문제를 잠깐 유보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99%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까닭이었다.

그러니 대책이 필요했다.

생각을 정리하는 한편, 뒤늦게 김재학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였다.

* * *

수업이 끝난 후.

“나는 잠깐 기숙사 좀 들렀다 갈게. 너희들 먼저 저녁 먹고 있어.”

나는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곧바로 기숙사 방을 향해 갔다.

도착한 즉시 머릿속에서 그림자 특유의 고저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의 첫마디는 다름이 아니었다.

-훌륭한 대처였다.

김재학과의 대면에 있어 내가 취한 행동을 칭찬하는 것이다.

이는 곧 내 임기응변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칭찬에 취해 있을 틈은 없었다.

‘……고마워, 그보다는 대책을 정해야 할 것 같은데.’

김재학의 행동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까닭이었다.

녀석 또한 같은 생각이었는지,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김재학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른 건 사실이다. 하나 그렇다고 생각해 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림자는 언제나 그렇듯, 대책을 가지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가운데.

녀석은 천천히 대책에 관해 운을 뗐다.

- 186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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