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 그건 곧 강해졌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 >
183 그건 곧 강해졌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
생존 수업의 첫 번째 과정.
빌런과의 전투 역량을 기르는 수업이 시작된 지 대략 2주가 흐른 가운데.
그사이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가장 먼저 연후와의 수련.
이는 곧 친구들과 함께하는 수련이 됐다.
정확히는 연후가 그림자와 무극삼권을 단련하는 틈틈이 내 친구들을 수련을 봐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윤설하와 차은월만 참가했으나, 며칠 뒤에는 임강철까지 함께했다.
이는 내가 제안한 것으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앞으로 임강철의 도움도 필요할 테니까.’
낙일의 수장, 제니퍼 퀘이드의 움직임에 따른 피해가 가늠조차 안 되는 지금.
이에 대비하기 위해선 아군이 필요했다.
즉, 윤설하와 차은월과 같은 이유로 임강철을 선택한 것이다.
‘백유진, 심인욱, 오윤서에게 밝히기는 아직 조금 이르니까.’
덤으로 예언자.즉, 우리의 존재를 특정하려는 김재학에게 혼선을 가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는 더 혼란스러울 거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 결과 연소소까지 포함하여 총 다섯 명이 함께 수련을 받았다.
두 번째는 동기화율.
다시금 연소소의 도움으로 상승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특성
-????의 그림자
동기화율 88%
계승 3단계 -온전한 링크-
8%가 올라 88%를 달성했다.
국제 대회 이후로 정체됐음을 고려하면 부족한 수치로, 새로운 능력의 개방도 없었다.
하지만 의식의 공유로 과정을 지켜보니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고통이 의식 너머로 전해질 정도니까.’
연소소의 표정이 매번 고통으로 얼룩진 건 물론이고, 심지어 기계 같은 그림자 녀석 또한 고통을 참지 못해 신음을 흘렸다.더욱이 동기화율의 100% 달성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점도 납득하는 데 한몫했다.
‘분명 100%를 달성하면 내 미구현 특성의 진정한 능력이 개방된다고 말했지?’
‘????의 그림자’의 진정한 능력의 개방.
이를 두고 그림자는 분명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무극삼권 제3초, 무극과 더불어 미구현 특성의 진정한 능력이야말로 최종 병기가 될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까지 듣게 되니 자연스럽게 인내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최종 결전에서나 쓸 수 있게 될 테니 마냥 기대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지만.’
이런 식으로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충실하게 보낸 까닭인지, 그야말로 눈 깜빡할 새 시간이 흘러갔다.
그 결과 마침내 생존 교과의 첫 번째 과정, 실전 대련 수업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바로 수업을 시작하는 대신, 진태진 교관은 생도들을 집합시킨 채로 말문을 열었다.
“다음 주부터는 생존 교육 과정의 두 번째 과정, ‘다수의 습격으로부터 생존하는 법’에 관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름 아닌 새로운 진도에 관해 설명하려는 것이다.
수업 내용은 첫 번째 과정과 비슷하면서도 살짝 차이가 있었다.
“방식은 간단하다.혼자서 총 다섯 명의 조교들을 상대로 1 분간 무사히 버텨 내는 거다.채점 기준은 첫 번째 과정과 동일하다.”
초인 다섯과의 전투.
말 그대로 다수의 습격 상황을 연출하고, 거기서 생환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다 대 일 전투라……'
언뜻 보기에도 꽤나 난이도 있는 수업 같았다.
심지어 다섯 명의 조교는 C급 초인 4명, 그리고 B급 초인 1 명으로 구성되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5분간 지속됐던 첫 번째 과정의 대련과는 달리 제한 시간이 1 분에 불과했다.
‘그런 식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거구나.’
실제로 만점 기준도 조교들의 제압이 아니었다.
치명타가 전무한 상태에서 피격 횟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수업 방식이며, 채점 기준까지.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 증거로써 생도의 대부분은 긴장감보단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물론 나는 다른 絹欲駭?조금 달리 생각했다.
‘다섯 명을 전부 제압할 수 있을까?’
단순히 버티는 걸 넘어 조교들을 전부 제압할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다.
설령 당장은 불가능하더라도, 이를 가능케 만들 수준에 도달하고 싶었다.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그건 곧 그만큼 내가 강해졌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이번 계획에서는 내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
나의 생사뿐만 아니라 세계의 명운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했다.
새삼스럽게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마침 진태진 교관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참고로 말하자면, 조교들을 전부 제압하는 생도 또한 만점을 줄 거다.그렇다고 피해를 도외시한 채 대련에 임하는 건 금물이다.언제든 생존 교과의 목적을 잊지 말도록.”
제압에 관한 설명을 추가로 덧붙인 것이다.
그게 꼭 나를 향해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딱히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번에도 마냥 재생 계열 스킬에 의존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설명을 갈무리하며 마음을 정리할 무렵.
다음 주 수업에 관한 설명도 슬슬 끝나갔다.
그대로 첫 번째 과정의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는가 싶은 찰나, 진태진 교관이 추가로 운을 뗐다.
“참고로 오늘 수업은 C급 승급 심사로 대체할 거다.방식과 채점 기준은 수업 시간과 동일하며, 승급 커트라인은 80점이다.”
다름 아닌 초인 라이선스 C급 승급 심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승급 심사라……'
지금까지 낙일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일까, 무게감이 살짝 떨어졌다.
그사이 진태진 교관은 승급 심사에 관해 몇 가지 설명을 덧붙였다.
가장 먼저 아카데미의 졸업생 평균 등급이 C급인 만큼 정식 심사는 C급이 마지막이라는 점.
그렇기에 추가적인 승급 심사는 자격 요건을 갖춘 신청자에 한해서 주말에 따로 심사를 진행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추가 심사의 평가는 협회 측에서 심사위원을 따로 파견할 거라는 점 등.말 그대로 승급 심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 명했다.
“그럼 지금부터 초인 라이선스 C급 승급 심사를 시작하겠다.호명하는 생도는……"
설명이 길었던 만큼 승급 심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나는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나머지 승급 심사는 모든 걸 끝내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터였다.
그러니 우선은 눈앞에 집중하자.
생각을 정리할무렵, 때마침 내 차례가 다가왔다.
그리고.
“……안일한 생도, 만점이다.C 급 승급을 축하한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만점을 받아 c급으로 승급할 수 있었다.
***
주말은 평일 이상으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3주 차, 생존 교과의 새로운 수업이 시작되는 첫날이 다가온 것이다.
첫 번째 과정과 마찬가지로 진태진 교관은 수업 총괄 겸 조교로서 참여하려는 모양이었다.
그 탓에 수업의 진행은 이번에도 김재학이 전담했다.
“수업 방식은 앞서 진태진 교관님께서 설명해 주셨으니 생략하겠다.대신 수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한 가지, 여러분에게 보여 줄 게 있다.”
그는 짤막하게 설명을 끝마친 후, 조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전에 합이라도 맞춘 듯, 김재학의 눈짓에 그의 팀원들 중 다섯 명이 신속하게 움직였다.그들 중 한 명이 나서서 김재학에게 무기를 전달했다.
‘워 해머……'
강철의 기사라는 이명에 더없이 어울리는 무기, 바로 워 해머였다.
무기를 보는 순간.
꿀꺽-
나는 무의식적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추측건대, 작년에 있었던 사건 때문인 듯했다.
‘저 무기로 아예 작살이 났다고 했었나.’
물론 내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니고, 그림자 녀석이 겪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걸 보니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감정을 가만히 추스르고 있는 사이, 다섯 명의 조교가 별안간 김재학을 포위하듯 둘러쌌다.그러고는 굳은 낯빛으로 제각각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설마……'
어렴풋이 김재학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찰나, 때마침 김재학이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다수의 빌런을 상대로 생환하는 법.내가 직접 여러분께 시범을 보여 주겠다.”
수업에 앞서 몸소 시범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그제야 대부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저마다 탄성을 흘리며 눈빛을 빛냈다.
나는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기야, A급 초인의 전투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도 김재학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물론 이유는 남들과 조금 달랐다.
단순히 A급 초인 김재학의 실력이 아닌, 낙일의 사도로서의 김재학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물론 시범이니만큼 전력을 발휘하진 않겠지만.’
상황 판단이 나 대처, 그리고 습관 등.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요소들 정도는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 일념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을 때, 김재학이 나직하게 말했다.
“딱 한 번만 보여 줄 테니, 다들 잘 지켜보도록.그럼 시작하지.”
김재학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타닷- 다섯 명의 조교들이 일제히 바닥을 박찼다.
일사불란한 움직임, 그로 인해 간격은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어 갔다.
마침내 서로의 사정권에 들어선 순간.
화아앗-!
김재학의 전신으로부터 순백색 마나가 터져 나왔다.
다름 아닌 ‘호신’이었다.
그 상태로 본격적인 다 대 일 전투가 시작됐다.
콰과과광-!
불규칙적으로 쇄도하는 공세.
이에 맞서 김재학은 간결한 동작으로 응수했다.
때론 호신으로, 때론 워 해머로 공세를 받아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강철의 기사라는 별칭이 허명은 아니었네.’
두텁고, 웅장하고, 압도적이었다.
특히 여타 무기들에 비해 다소 느리고 둔한 워 해머로 모든 공세를 받아내는 광경은 일품이었다.자연스럽게 가슴 속에서 호승심이 끓어오르는 가운데.
김재학의 움직임이 일변했다.
콰앙-!
크게 한 번, 워 해머를 횡으로 휘둘러 다섯 명의 공세를 일거에 걷어내 버렸다.
이는 상대의 호흡을 전부 꿰뚫고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기예였다.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흘러나오는 상황 속, 김재학은 별안간 워 해머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 순간.
화아앗!
그의 워 해머에 거룩한 광채가 서리기 시작했다.
그대로 내리찍은 순간.
쩌-엉!
굉음과 함께 광휘가 폭발했다.
장엄하기 짝이 없는 일격에 다섯 명의 조교들은 황급히 간격을 벌리며 응수했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이미 김재학과의 간격은 상당히 벌어진 상태였다.
이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나서야 김재학의 의도를 깨달았다.
‘전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일격이었구나.’
실제로 간격은 충분히 벌어졌고, 덕분에 김재학은 포위망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전투의 지연으로 이어졌다.
뒤늦게 다섯 명의 조교들이 정신 차리고 다시 짓쳐들었으나.
“그만, 1분지났다.”
제한 시간이 끝났다.
즉, 김재학은 ‘다수와의 전투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수업 의도에 충실한 수법을 선보인 것이다.
‘확실히 깔끔하긴 하지만……'
내가 지향하는 바와 달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상대가 낙일의 사도라 그런 건지.
감탄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론 살짝 아니꼽게 느껴졌다.
이 런 내 속내와는 무관하게 대부분의 생도는 김재학을 향해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김재학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렇듯, 다수와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호흡을 읽어내는 거다.”
상대방의 호흡을 읽고, 빈틈을 파고들어 운신의 여유를 확보하는 것.
그게 바로 다수와의 전투에서 생환하는 가장 좋은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김재학은 추가로 설명을 부연했다.
“물론 제압을 위해선 상대방의 호흡을 한층 세세하게 읽어내야 할 거다.그리고 스스로의 호흡도 정확하게 캐치하고, 제어할 줄 알아야겠지.”
마지막은 그나마 도움이 되는 조언이었다.
속으로 가만히 되뇌고 있을 때.
김재학은 다시 워 해머를 조교들에게 건네며 말을 이어 갔다.
“그럼 지금부터 수업을 시작하겠다.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수업부터는 대련 후 일대일 피드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대일 피드백.
이는 특별할 것 없는, 으레 겪어 본 수업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특별히 내가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지도할 예정이니, 참고하도록.”
김재학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시선이 정확히 나를 향하는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