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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78화 (177/218)

< 178 책임은 모두 본 교관이 질 테니 >

178 책임은 모두 본 교관이 질 테니

전력을 다해서 본 교관을 제압해 봐라.

진태진 교관의 발언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였다.

이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찰나.

타닷-

진태진 교관이 대련실 바닥을 박차고 쏘아져 왔다.

동시에 시퍼런 뇌전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속도와 날카로움이 주가 되는 보법, 섬전칠보였다.

거기에 맞춰 나는 흑영신보로 맞섰다.

화아앗-

칠흑빛 안개에 녹아드는 감각 속, 그와의 간격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갔다.그사이 나는 머릿속으로 전략을 가늠했다.

‘……과연 내가 교관님을 제압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내 전략은 언제나 한 가지였다.

지닌 바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적을 죽이는 것.

심지어 대련에서조차 나는 이러한 마인드로 임했다.

‘지금까지는 보통 내 수준으론 감당할 수 없는 상대들과 대련해 왔으니까.’ 전력을 쏟아내도 아무 탈이 없었다.

하지만지금은?

등급의 차이가 명백했다.

그렇다고 이전에 임강철과 대련할 때처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보다 훨씬 강해졌을뿐더러, 눈앞의 상대도 당시의 임강철을 아득히 상회하는 까닭이었다.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채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

쐐애액-!

진태진 교관의 창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쇄도했다.

나는 백은의 마나를 일으키는 한편.

창날의 궤도, 그 한 가운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사이.

파지 직-

손등에 푸른 섬전이 일었다.

벼락을 쪼개는 수공, 다름 아닌 벽뢰수였다.

반 박자 빠르게 창날을 튕겨낸 즉시 공세로 전환했다.

아니, 전환하려는 찰나.

휘 릭-

진태진 교관의 창끝이 기묘한 궤적을 그렸다.

심지어 어느샌가 그의 위치는 정면이 아닌 왼쪽, 사각을 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는 내 대응을이 미 꿰고 있는 모양이었다.

서둘러 반격을 준비하려는 순간, 진태진 교관이 준엄한 목소리로 나를 꾸짖었다.

“본 교관은 분명 전력을 다하라고 말했다.”

“……!”

“거리낄 필요는 조금도 없다, 책임은 모두 본 교관이 질 테니.”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 한편.

무의미하게 겉돌던 생각이 비로소 명확해졌다.

‘가급적 유효타를 최소화시키면서 전력을 쏟아보자.’ 빌런을 상대로 무사히 생환, 즉 피해를 최소화한 채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

그게 이번 생존 수업의 목표였다.

따라서 지금 대련에서의 관건은 유효타를 최소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내게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지금까진 급속 재생을 바탕으로 살을 내주면서 뼈를 취했지만.’

이를 남발하면 당연히 위력은 줄어들 터였다.

무릇 비장의 무기란 허를 찔렀을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었다.

지금과 같은 대련 경험을 토대로 차후 급속 재생 없이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가 되면 급속 재생은 진정으로 비장의 무기이자, 품 안의 비수로써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겠지.’

무기의 위력이 올라가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나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확신과 더불어 전략을 수립한 순간.

쐐애액-!

진태진 교관의 창날이 은밀한 각도로 쇄도해 왔다.

나는 출력을 가일층 끌어올리 며 상체를 살짝 비틀었다.

그러고는 크게 한 발짝, 발을 굴렀다.

쩌-엉!

지축을 울리는 듯한 굉음.

다름 아닌 진천이었다.

진각에 따른 기파가 엄청난 기세로 뻗어나가는 가운데.

‘‘……!”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던 진태진 교관은 여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더욱이 진천이란 무공 자체를 예상치 못했는지, 그는 미간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출력을 끌어올렸다.여파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는 곧 지금껏 유지되던 공방일체의 공백을 의미했다.

그건 내게 있어 주도권을 쥘 기회나 다름없었다.

‘내 차례다.’

나는 판단 즉시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자 코어의 출력을 가일층 끌어올렸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교관님은 조금이라도 틈을 내어드리면 바로 날카롭게 반격하실 테니까.’

수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날카롭게 반격을 가하며 틈을 넓히는 것.

이거야말로 진태진 교관이 지금껏 선보인 전략이었다.

따라서 나는 그럴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만들 작정으로 두 주먹을 휘둘렀다.

쩌저저정-!

진천의 투로에 따라 권의 세례를 쏟아냈다.

거기에 맞서 진태진 교관은 굳은 낯빛으로 미친 듯이 창을 휘두르는 한편.

파직-

간격을 벌리기 위해 섬전칠보를 발휘했다.

예상대로 반격을 가할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이었다.

‘적어도 교관님이라면.’ 빈틈을 보이는 순간, 매섭게 파고들어 전황을 뒤집으려 들 터였다.따라서 현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금도 방심해선 안 됐다.나는 그런 일념하에 진태진 교관을 바짝 추격했다.

처음부터 줄곧 흑영신보를 유지해 온 덕분에 손쉽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잡았다……!’

확신과 함께 무극삼권 제2초, 천라를 펼치려는 순간.

돌연 눈앞에서 시퍼런 뇌전이 일었다.

진태진 교관이 섬전칠보를 바탕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순식간에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된 가운데.

“……!”

진태진 교관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뒷걸음질로 섬전칠보를 유지한 채 역으로 내게 공세를 퍼붓는 것이다.

휘익-!

두터운 회색 마나를 두른 창끝이 시야를 뒤덮었다.

여타 무기와 달리 선이 아닌 점으로써 쇄도하는 까닭에 벽뢰수로는 무리였다.

‘이럴 때는 일일이 대응하기보단……

가능하다면 힘으로 찍어 누르는 편이 훨씬 유효했다.

그리고 내겐 이를 가능케 만들 힘이 있었다.

판단과 동시에 나는 흑영신보의 세를 순식간에 넓혔다.

스르륵-

칠흑의 안개가 제 몸집을 부풀리며 일대에 퍼져 갔다.

거기에 맞춰 슬슬 시동을 걸었다.

다름 아닌 무극삼권 제2초, 천라였다.

쏴아아아-

칠흑빛 안개 속에서 권영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권의 그림자는 이윽고 혼원현천신공 특유의 백은색으로 화했다.

그 상태로 권격이 진태진 교관을 향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쩌-엉!

시야를 수놓던 점의 세례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말 그대로 진태진 교관의 공세를 힘으로 찍어 누른 것이다.

“……크윽!”

진태진 교관은 굳은 낯빛으로 헛숨을 터뜨렸다.

단순히 화력에서 밀렸을 뿐만 아니라 무극삼권 특유의 마나 순환 방해 효과까지 작용한 까닭이었다 실제로 철옹성처럼 두텁게 느껴졌던 그의 회색 마나는 상당히 흐트러진 상태였다.

이를 확인한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실전에 한없이 가까우나, 결국은 대련이었다.

제한 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진태진 교관은 내게 우위를 점하는 정도가 아닌 제압을 요구했다.

달리 말해서 그가 내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철저히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었다.

‘그만큼 내가 강해졌다는 증거가 될 테니.’

나는 마음을 다잡고 출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진태진 교관의 퇴로를 점한 채 타이밍을 가늠했다.

마침내 원하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지금!’ 순간적으로 주먹을 거둬들이며 순식간에 진태진 교관을 향해 파고들었다.

그는 놀랍게도, 내 의도를 꿰뚫어 봤다.

작정하고 방어를 위해 모든 심력을 쏟아낸 것이다.

어느샌가 선명해진 회색빛 마나가 이를 증명했다.

하지 만 상관없었다.

‘제압도 내 방식이라면……

틀림없이 먹힐 테니까.

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초근접전에 돌입했다.

카가가가강-!

유형화된 마나를 넘어, 건틀렛과 창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충돌했다.

초근접전은 나를 위한 간격이었음에도 진태진 교관의 대응은 매서웠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겐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가 있었다.

이는 다름이 아니었다.

‘마나량과 출력.’

끝없이 재생되는 마나와 A급 경지에서 비롯된 폭발력.

두 가지 힘을 바탕으로 벽뢰수를 펼쳤다.

카강-!

마치 번개를 쪼개듯, 반격의 궤도 자체를 비틀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론 항마멸인장을 준비했다.

마나 흐름 자체가 틀어막힌다면 진태진 교관도 더 이상은 손쓸 도리가 없을 터였다.

항마멸인장 특유의 요사스러운 기운이 손아귀를 휘감는 가운데.

찰나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갈 기세로 뻗어냈다.결코 피하거나, 대응할 수 없는 타이밍을 노렸다.

그렇기에 결과 역시 예상한 그대로였다.

쩌-엉!

진태진 교관의 복부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물론 육체에 직접적인 타격이 아닌 복부를 감싸는 호신에 작용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주르륵-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몇 발자국이나 밀려난 것이다.

진태진 교관은 창대를 바닥에 고정시킨 채 침묵했다.

주먹을 거둬들이고 자세를 바로 할 무렵.

꿀꺽-

주위에서 누군가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제야 장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두가 나와 진태진 교관의 대련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탄성과 함께 대련 결과를 인식할 무렵, 진태진 교관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그의 창백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진태진 교관은 역시 진태진 교관이었다.

“……본 교관의 패배다.”

일말의 내색조차 없이 패배를 시인한 것이다.

그 상태로 진태진 교관은 몇 번의 심호흡 끝에 자세를 바로했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생도에겐 피드백이 필요 없다.앞으로도 정진하도록.본 교관도 기쁜 마음으로 생도의 끝없는 성장을 지켜볼 테니.

의심의 여지 없는 나의 승리였다.

몇 시간후.

“……이것으로 오늘 수업을 마치겠다.”

진태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건조한 어조로 수업의 끝을 알렸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단련실을 빠져 나갔다.

그 길로 곧장 행정실을 향하려는 찰나.

“진태진 선배님.”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진태진은 고개를 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재학 팀장.”

다름 아닌 김재학이었다.

그는 진태진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적인 자리에선 편하게 불러주셔도 됩니다, 선배님.”

“이미 입에 붙어 버린 것 같군.자네가 팀장이 된 지도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

“그렇군요.”

김재학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향해 진태진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용건을 묻는 말이었다.

인연이 짧지 않은 만큼, 진태진의 성격 정도는 김재학도 이미 적응한 상태였다.

때문에 김재학은 별다른 내색 없이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방금 수업에서 몇몇 뛰어난 생도들이 눈에 띄더군요.”

“호오, 수호자 길드의 팀장이 눈여겨본 인재라……"

“그들이야말로 초인 사회의 미래이지 않습니까.선배로서 조금 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인지라.”

“그래서?자네가 눈여겨본 생도들의 이름을 들어보도록 하지.”

“윤설하 생도, 차은월 생도, 그리고 안일한 생도로 총 세 명입니다.”

세 명의 이름을 입에 담는순간, 진태진의 눈가에 이채가 서렸다.

수재들 중에서도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라 칭하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이들만 언급한 까닭이었다.

“과연, 자네는 안목이 뛰어나군.”

“아직 부족합니다.선배님만큼 동량들을 길러낼 자신은 없으니까요.”

김재학은 겸양과 함께 곧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윤설하 생도는 어떻습니까?”

“환영검가의 후원을 받는 생도다.윤설하 생도의 재능, 천재성은 신창백가의 백유진 생도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이지.”

“그럼 그 친구에게 필요한 건 경험과 시간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김재학의 의견은 진태진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대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차은월 생도는 어떻습니까?”

“기호 체급은 부족할지언정, 이를 메우고도 남을 재능을 가진 생도다.특히 제 분야, 마법에서는 같은 나이 또래에서 독보적인 수준이지.

“스텟의 부족함을 메울 정도라……, 그렇다면 그 친구는 근접 계열 초인과의 전투 경험만 길러주면 별문제 없겠군요.”

김재학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단정한 어조로 답했다.

이어서 그는 마지막으로 남은 한 생도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럼 안일한 생도는 어떻습니까?”

“말이 필요 없는 수준이지.안일한 생도는 이미 가르침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단정적인 말투로 극찬을 늘어놓는 진태진.

이에 김재학은 나직하게 탄성을 흘리는 한편,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런 것 같더군요.저도 대련을 지켜봤습니다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인 듯싶었습니다.

“자네는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군.”

“진심으로 그렇습니다.그래서인지 호기심이 절로 생기더군요.”

“호기심이라 함은?”

마침내 진태진으로부터 원하는 질문이 흘러나왔다.

김재학은 이채 가득한 두 눈으로 생각해 둔 바를 입에 담았다.

“안일한,이 친구는 대체 어떤 경로로 그만한 역량을 기를 수 있었는지.뭐, 그런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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