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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74화 (173/218)

< 174 정말이지 경이로운 성장 속도다 >

174 정말이지 경이로운 성장 속도다

김재학부터 오윤진, 그리고 연소소를 위시한 연씨세가의 인원들까지.

그들의 등장을 두고 그림자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분명 현 상황을 예상치 못한 건 사실이다.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음을 말이다.

물론 녀석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지만 거듭 생각할수록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 나쁘지 않다.오히려 좋다고 단언할 수 있지.녀석은 나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생각을 거듭했는지, 조금 더 확정적인 어조로 말을 이어 갔다.

김재학이 돌발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한들, 우리에겐 오윤진이란 강력한 우군이 있다.

녀석은 여름 방학 때 분명 이렇게 말했다.

제니퍼 퀘이드의 움직임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시키고, 대처하기 위해 아군이 필요하다고 말이다.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내게 있어 오유진은 교관 이상 가는 최강의 카드였다.

‘무려 A급 마법사니까.’

즉, 그녀가 함께하는 한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대처가 용이할 거라는 것이다.

녀석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설명을 추가로 이어 갔다.

게다가 예상보다 빠르게 연씨세가가 합류해 줬다는 점도 크나큰 이득이다.

‘동기화율 때문에?’

그것도 있고, 무극삼권의 마지막 초식을 제대로 수련하려면 연씨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기화율, 그리고 무극삼권의 마지막 초식까지.

연씨세가의 빠른 합류 덕분에 예상했던 시기보다 앞당겨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_구태여 문제를 꼽자면 스텟을 단련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그 정도야 뭐.’

딱히 단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애초에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그림자란 존재가 함께했다.

덕분에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만일 녀석이 동기화율이나 무극삼권의 마지막 초식의 수련으로 바빠도 딱히 상관없었다.

‘이번에는 내가 녀석 대신 스텟 단련을 맡으면 되는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고맙군.

‘애초에 그 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의 값어치가 더 크다는 거잖아?’

바로 그렇다.

‘그런 거라면 뭐, 두말할 것도 없겠네.’

내 대답이 도움이 된 건지, 녀석에게서 망설이는 기색이 사라졌다.

이를 증명하듯, 그림자는 다시금 단정적인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나머지 세부적인 조율은 차후에 하면 되겠군.

‘그럼 당분간은 그냥 지켜보는 거로?’

그 정도면 충분하다.결국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대처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알겠어.’

슬슬 그림자와의 대화를 마무리하는 한편, 나는 머릿속으로 오윤진과 연씨세가를 떠올렸다.

그사이.

“……지금껏 여러분이 들었던 수업과는 여러모로 궤를 달리할 테니, 모쪼록 잘 따라오길 바란다.”

김재학의 설명도 서서히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새삼스럽게이 사실을 인식하니 뒤늦게 아차 싶었다.

그림자 녀석과의 대화에 온 정신을 쏟은 탓에 2학기 커리큘럼에 관한 설명을 전부 놓쳐 버린 것이다.

‘……커리큘럼은 들었어야 했는데.’

생존 교육 과정은 분명 김재학의 행동반경과도 연관이 있을 터였다.

이를 위해서라도 숙지해 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임강철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생각을 정리할 무렵, 때마침 김재학의 설명도 끝났다.

그는 한 발짝 물러나며 처음과 마찬가지로 진태진 교관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에 진태진 교관은 바통을 이어받은 양 한 걸음 나서서 입을 열었다.

“오늘 남은 시간은 자습으로 대체하겠다.정식 수업은 내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니, 그리 알도록.이상이다.”

진태진 교관은 간단명료하게 자습을 통보하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김재학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갔다.

교관이 자리를 비우자 금방 곳곳에서 소란이 일었다.

대부분 조금 전 김재학이 설명한 생존 교과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일한이! 간만에 스텟 단련 어떤가?!”

어김없이 임강철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한결같은 그의 모습을 보게 되니 비로소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감상에 젖어있을 때, 임강철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가자고! 다른 반 애들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미리 약속해 둔 거야?”

“당연하지! 마침 저기 윤설하와 차은월도 오는구만!”

임강철의 말마따나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들을 보는 순간, 돌연 잊고 있던 문제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여름 방학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설명해 줘야 했지.’

이를 설명할 겸, 친구들의 수련 성과도 파악하면 될 듯싶었다.

나는 그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슬슬 몸을 일으켰다.

“알겠어, 가자.”

나는 그 길로 곧장 친구들과 함께 스텟 단련실을 향해 갔다.

잠시 후.

임강철의 말대로 스텟 단련실에는 백유진과 심인욱, 그리고 오윤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나 다름없었다.

그 증거로 세 사람은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내게 질문을 쏟아냈다.

“자, 안일한! 어디 해명해 봐!”

여름 방학 때 오윤진과의 수련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곳에 오는 내내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한 덕분일까.

비교적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내가 내세운 명분은 다름이 아니었다.

“……A급을 달성했다고?”

A급이 머지않은 상태였고, 따라서 마땅한 상대가 필요했다는 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오윤진과의 관계는 시업식 때 들었던 그녀의 행보를 들어 그럴싸하게 꾸며냈다.

그러자.

“와, 지난 여름 방학 때부터 알고 지냈던 거였어?”

“그렇다는 건 안일한, 너는 오윤진이 어느 쪽에 속한 사람인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단 거로군.

다행히 백유진과 심인욱은 감탄 내지는 수긍의 의미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오윤서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다른 이들보다 한참 전부터 내가 오윤진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럴 거면 미리 말이라도 해 주든가.”

내가 사전에 아무런 언질을 안 했다는 점에 특히 서운함을 표했다.

재차 양해를 구하고 나시야 비로소 그녀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내 이야기를 일단락내자 화제는 자연스럽게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그나저나 A급이라니.진짜 일한이는 괴물이네, 하핫!”

“우리도 B+급을 찍으면서 그나마 따라잡았다고 생각했거늘.안일한, 너는 매번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군.정말이지 경이로운 성장 속도다.”

“하아, 이쯤 되니까 억울한 기분조차 들지 않아.벌써부터 언니랑 동급이라니.”

다름 아닌 여름 방학 수련의 성과에 관해서였다.

나에 관한 감탄을 걷어내고 들어본 결과, 꽤나 놀라운 사실을 접할 수 있었다.

‘전부 다 B+급을 찍었다니……'

윤설하와 차은월은 물론, 백유진과 심인욱, 오윤서에 심지어 임강철까지.

내 친구들은 전부 B十급을 달성한 것이다.

심지어 윤설하와 백유진의 경우, A급을 가시권에 두고 있을 정도로 성장세가 매서웠다.

‘나는 전적으로 그림자 녀석 덕분이지만.’

이들은 나와는 달리 순수 지닌바 역량을 바탕으로 달성한 결과였다.

그래서인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러한 내 속내를 알 턱이 없는 친구들은 마냥 투지를 불태웠다.

“그래도 뭐, 넘어야 할 산이 바로 옆에 존재한다는 건 의외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동기부여가 되거든!”

“유진, 너 같은 천재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다.”

“그만큼 저 녀석이 괴물이란 뜻이겠지.하아, 단련이나 하러 가자.’’저마다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며 스텟 단련을 위해 흩어지는 세 사람.

임강철 또한 그들을 따라 힘차게 달려 나갔다.

반면 윤설하와 차은월은 저들과는 달리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내 곁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저 일한아, 일단 네가 말한대로 다른 애들한테는 아직 말 안 했어.”

“결과적으론 다 같이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되어서 다들 비슷한 성과를 내긴 했지만.”

나와의 약속에 관한 이야기부터, 방학 때 있었던 수련 내용 등.

그동안의 일을 조금 전보다 상세히 설명해 주는 한편, 한층 더 조심스러운 태도로 운을 뗐다.

“이대로 마음의 준비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거야???????”

“최선을 다하기는 했는데, 아직 우리가 부족해서 네게 폐가 될까 봐 조금 걱정돼서……"

최종 계획에 있어 내가 부탁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바로 그 점을 염려하는 모양이었다.

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기껍게 다가오는 한편.

“폐라니, 전혀 그렇지 않아.”

나는 두 사람을 향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마음 씀씀이뿐만 아니라 실제로 두 사람의 역량은 커다란 도움이 될 터였다.

그 증거로 그녀들은 지금보다 낮은 보급일 당시, 이미 침식 게이트의 몬스터를 상대한 전력이 있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잘 싸우겠지.’

즉, B十급을 찍은 순간부터 이미 나와의 약속을 더없이 잘 지켜 준 거나 다름없는 셈이었다.진심을 담아 대답하자 두 사람은 쑥스러운 듯, 쭈뼛쭈뼛 대답했다.

“알겠어, 언제든 말만 해 줘!”

“그 혹시, 다른 친구들에겐 어떻게 할까?계속 비밀로 하면 될까?”

차은월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대처하는 거라면……

그 전까진 최대한 사려야했다.

마침 그림자 녀석과의 대화로 어느 정도 시간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지은 참이었다.그러니 당분간 비밀을 아는 사람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쪽이 좋아 보였다.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 나중에 때가 되면 너희들에게 먼저 알려줄게.”

김재학으로부터 모종의 낌새가 보일 때.

그걸 포착하고 난 직후에 발 빠르게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할 무렵.

“알겠어……!”

차은월이 씩씩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과의 대화를 일단락낸 다음.

“그럼 우리도 슬슬 단련하러 가자.”

“응!”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모처럼 스텟 단련에 매진했다.

스텟 단련은 저녁 식사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다함께 저녁을 먹고 난 다음.

‘당분간 시간날 때마다 스텟 단련에 매진해야겠다.’ 나는 그림자 녀석에게 약속한 대로 스텟 단련을 위해 용맹관을 향했다.그대로 들어서려는 찰나.

“일주일만이네?”

돌연 등 뒤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인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오윤진이었다.

“아니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됐으려나?”

나는 묘한 기색으로 미소 짓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아직 안됐을 거예요.”

“그렇지?요근래 워낙 정신이 없었어야 말이지.”

평소 이상으로 능글맞게 대답하는 오윤진.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먼저 말을 꺼내 들었다.

“조만간 만날 거라더니, 진짜였네요.”

“놀랐니?”

"네, 상당히.”

“그런 것 치곤 반응이 너무 재미없는데?”

“아시다시피 누나만 만난 게 아니라서.”

마냥 놀라기엔 그녀보다 앞서 등장한 김재학의 존재가 너무 컸다.오윤진은 내 말에 숨은 뜻을 곧장 알아차렸는지, 표정을 살짝 굳혔다.이윽고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하아, 장난은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

“그자 때문에 찾아오신 거죠?”

“ 맞아.”

오윤진은 순순히 긍정하더니, 이어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지금 널 찾아온 이유도 그렇지만, 애초에 내가 이번 아카데미의 초빙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도 사실 김재학 때문이야.”

“……그자가 초빙에 응할 거란 사실을 미리 알고 계셨어요?”

“그 정도까진 아니야.반신반의한수준이었지.일부러 숨긴 건 아니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되묻자 그녀는 문득 난색을 표했다.

아무래도 내 질문을 추궁하는 거로 오해한 모양이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를 바로잡았다.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다만 살짝 놀란 것뿐이에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오윤진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는 한편,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김재학, 어떻게 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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