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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69화 (168/218)

< 169 정교함을 더하는 거야 >

169 정교함을 더하는 거야

마나 운용과 마법의 전개 속도, 그리고 위력 등.

마법사로서의 전투 역량은 물론이고, 돌발적인 변수에 직면했을 때의 판단력, 그리고 대처 능력까지.적어도 내가 보기에 오윤진은이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상당히 오랜만에 벽을 느꼈다.

‘이런 기분은 고태식 교관님과의 대련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넘을 수 없는 벽.

적어도 지금 당장은 도무지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이는 자기 객관화의 일환으로, 딱히 전의를 상실하거나 하진 않았다.

‘앞으로 정진하다 보면……'

틀림없이 닿을 수 있을 거란 확신도 함께 생겼다.

이러한 감상에서 비롯된 찬사가 바로 그것이었다.

“정말 괴물 같아요……"

이는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온 감탄사였다.

적어도 나로서는 그랬으나.

“……뭐?지금 누가 누구더러 괴물이래! 진짜 웃기는 애네?”

오윤진은 느닷없이 빽 하고 소리치며 반응했다.

어안이 벙벙한 나머지,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무어라 해명하려는 찰나, 그녀가 손을 내저으며 선수를 쳤다.

“됐어.하아, 이거 참모양 빠지네?”

오윤진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감정을 추스르려는 양, 무어라 중얼거렸다.

“나답지 않게 너무 흥분해 버렸네.도대체 이게 무슨 망신이람.”

오윤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이내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됐는지, 그녀는 안색을 고치며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운을 뗐다.

“일단 대충 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겠어.”

나는 오윤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조금 전 대련에 대한 피드백……!’

깨달은 즉시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경청할게요.”

“뭐, 경청할 것까지야.아무튼, 조금 흥분하긴 했지만 조금 전에 한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야.”

“조금 전이라면……"

“괴물은 내가 아니라 너라고.애초에이 누나는 그런 식으로 불릴 시기는 지났으니까.”

나른한 목소리, 하지 만 눈빛은 차분했다.

즉, 과찬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것이다.

어찌 반응해야 좋을지 일순 고민에 휩싸였으나, 이러한 걱정은 기우로 그쳤다.

“물론이 평가는 어디까지나 네 나이를 비춰 봤을 때 그렇다는 거야.”

단순히 금칠에서 끝내지 않고 냉정한 평가를 덧붙였다.

거기서 신뢰감이 느껴졌다.

한층 더 설명에 집중하는 가운데, 오윤진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지금 당장 아카데미를 박차고 나와도 손색이 없을 정도야.이미 진작에 네 나이 또래 수준은 뛰어넘었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제가 앞으로 상대해야 하는 적은 제 나이 또래가 아니죠.”

“맞아.그러니 아카데미의 생도들과 너를 견주어 보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오윤진은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어엿한 한 명의 초인, 아니지.고위 등급 초인을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상당히 어설퍼.전체적으로 세밀함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어설프고, 세밀함이 부족하다.

확실하게 와닿진 않는 내용이었다.

가만히 고개를 기울이자 오윤진은 추가적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네가 가진 능력, 아마도 스킬이겠지?그것도 상당히I위력적인 스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맞습니다.”

“아직까지 제어가 미숙해.활용이 좀 더 정확하겠네.”

“그런가요……?”

“그래.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능력에 휘둘리는 셈이지.그 증거로 너, 마지막에 마나 탈진을 겪었지?”

“…...!”

정확한 지적이었다.

탄성과 함께 두 눈을 휘둥그레 뜨자 오윤진은 쿡 하고 웃었다.

이내 그녀는 표정을 가다듬고는 마저 설명을 이었다.

“그만한 능력이니까 충분히 이해해.애초에 맹신하지 말라고 말할 생각도 없어.다만, 한번 생각해 보렴?”

“무슨 말씀이시죠?”

“네가 가진 그건 단순하게 활용해도 100%의 위력이 발휘되는 능력이야.만일 그걸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과연 어떤 위력이 나올까?”

“그건……

“지금의 150%, 아니 200%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거야.이 부분은 내가 보증할게.”

맞는 말을 넘어 당연한 말이었다.하지만 문제는‘어떻게 하느냐’였다.

다행히 오윤진은 원론적인 설명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줬다.

“정교함을 더하는 거야.정교하게 활용하는 거지.”

“정교하게, 라는 말씀은……"

“예를 들자면 강약을 조절하거나, 타이밍을 구분하는 등.매 순간 닥친 상황에 따라 디테일하게 활용하라는 뜻이야.”

“……확실히.”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납득할 수밖에 없는 대답이 흘러 나온 까닭이었다.

그도 그럴 게, 내 능력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림자 또한 비슷한 조언을 들려줬다.

덕분에 조언이 한층 깊숙이 와닿는 가운데.

“능력에 관한 조언은 이쯤하고, 다음 문제는……, 흐응이 부분은 설명할 필요는 없으려나?”

오윤진은 문득 말끝을 흐리 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이자 그녀는 나직한 목소리로 해명했다.

“잠깐 생각을 정리하느라 그랬어.신경 쓰이게 했니?”

“아, 괜찮아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다음 문제는 설 명보단 행동이 더 빠를 것 같아서.”

“우선 들려주시겠습니까?”

“그거야 뭐, 어려울 것 없지.네게 마법사를 상대하는 법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이야.”

대 마법사 전투의 이해도 부족.

이는 당연하면서도 꽤나 심각한 문제였다.

애초에 그녀에게 수련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이유부터가 그것 때문이니 더더욱 그랬다.

바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오윤진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부분은 직접 해 보는 게 낫겠지? 아, 물론 그때그때 필요한 조언은 해 줄게.”

“감사합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였다.

이에 나는 두말없이 수긍하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오윤진은 손을 대충 휘저으며 말했다.

“오늘은 그럼 첫날이니까 이쯤 하는 게 좋겠네.”

“네, 고생하셨어요.”

“고생은 무슨, 내일도 같은 시간으로 괜찮지?”

“문제없습니다.”

“알겠어.일단 옷 좀 갈아입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렴.”

그렇게 오윤진이 탈의실로 향한 사이.

-역시 맡기길 잘했군.

느닷없이 머릿속에서 그림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식을 공유하는 만큼, 녀석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이다.

때마침 오윤진도 자리를 비웠것^다, 나는 녀석과의 대화에 어울리기로했다.

‘그러게.최고의 선택이었던 것같아.’

특히 마법사와의 전투를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그랬다.

아카데미가 됐든, 신창백가가 됐든.

오윤진을 능가하는 마법사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그나저나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녀석은 덤덤하게 수긍하는 한편, 별안간 내게 뭔가를 요청해 왔다.

내용은 다름이 아니었다.

-오윤진에게 오늘 밤에 시간을 내어달라고 전해줬으면 한다.

‘오늘 밤?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그래.이 기회에 그녀에게도 우리의 비밀을 털어놓을 생각이다.

앞서 내가 윤설하와 차은월에게 그랬듯, 오윤진에게도 비밀을 밝히려는 것이다.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겠다, 나는 곧장 수긍했다.

아니, 오히려 그녀에게 받을 피드백을 고려하면 밝히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하기야, 능력을 정확히 인지한 상태라면 보다 세밀한 피드백도 가능할 테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오윤진은 이미 운명공동체다.같은 배를 탄 이상 밝히는 게 도리겠지.

‘맞는 말이네.다소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렇게 납득하는 사이.

“오래 기다렸니?”

오윤진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옷을 갈아입었음은 물론, 상태도 대련했을 때와는 달리 멀쩡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로젓는 한편.

“혹시 오늘 밤에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나요?”

그림자에게 부탁받은 바를 입에 담았다.

이에 오윤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묘한 눈초리로 나를 응시했다.

“밤에?너는 유난히 밤에 만나는 걸 좋아하는구나?”

“그 말씀은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은데……:

“쿡, 그래서?”

오윤진은 한차례 농담과 함께 용건을 되물었다.

순간 고민했으나, 그냥 솔직하게 답하기로했다.

“제 비밀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 오윤진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아무래도 내 제안을 전혀 예상치 못한 듯했다.

이윽고 그녀는 흥미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용건이라면 당연히 어울려줘야지.지난번처럼 밤 11 시면 괜찮겠니?”

“네.그때 만났던 장소에서 봬요.”

“알겠어.그럼 조심히 돌아가렴.”

그렇게 일사천리로 약속을 잡고 난 다음, 나는 머릿속으로 녀석에게 할 말을 떠올렸다.

‘들었지?’

-그래.맡겨 둬라.

녀석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나는 길드를 벗어났다.

그날 밤.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현재 동기화율…… [80%]

변함없는 내용의 메시지 세례가 시야를 메우는 가운데.

그림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시간 여유는 충분하군.’

일찍이 안일한에게 의식을 넘겨받은 덕분에 약속 시각까지는 제법 여유가 있었다.달리 할 일이 없는 만큼, 그림자는 곧장 나갈 채비를 갖추고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생각을 정리하며 기다리는 사이.

“안녕?”

오윤진이 평소처 럼 약속 시각보다 살짝 늦게 나타났다.

목례로 인사를 대신하자 그녀는 입술을 비죽 내민 채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그 쌀쌀맞은 반응은 뭐니?분명 오후에는 귀여웠던 것 같은데.”

“그런가?”

“이거 봐! 완전 다른 사람 같다니깐?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오윤진은 보란듯이 한숨을 푹 내쉬 며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반응과는 달리 그녀의 눈매는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농담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맞다.”

그림자는 곧바로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이에 오윤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추측건대 농담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그림자의 모습에 오윤진은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잠깐만, 진짜로?그러고 보니 비밀에 관해서 할 말이 있다고 했지?그게 설마……?”

“역시 눈치가 빠르군.당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

즉답에 오윤진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져 갔다.

반면 그림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 할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의 나는 안일한이 아니다.그의 무의식에 깃들어 있는 그림자다.”

“……무의식에 깃들어 있다고?게다가 그림자라니, 그게 대체 무슨 뜻이야?”

“그게 우리가 가진 미구현 특성의 능력이다.정확히는, 우리의 능력에 다른 미구현 특성의 능력이 더해진 결과가 바로 지금이다.”

고저 없는 목소리로 늘어놓는 설 명에 오윤진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대화를 따라가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잠깐 뜸을 들인 끝에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잠깐.네가 가진 미구현 특성은 미래 예지 계열 아니었어?”

“아니다.그건 당시의 상황을 모면하고, 당신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한 연막이었다.”

“……너 말이야.지나치게 솔직한 거 아니야?”

오윤진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지적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게 참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자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속내를 알 턱이 없는 오윤진은 발끈했다.

“……왜 웃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능력은 미래 예지가 아니다.”

“그럼 뭔데?아니, 그 전에 미래 예지가 아니라면 대체 너는 어떻게 미래를 알고 있는 거야?”

“답은 간단하다.”

오윤진의 물음에 그림자는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그건 내가 미래에서 온 존재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자신의 비밀을 입에 담았다.

이를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뭐, 라고?”

오윤진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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