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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64화 (163/218)

< 164 앞으로 우리는 S급을 뛰어 넘을 거다 >

164 앞으로 우리는 S급을 뛰어 넘을 거다

세계의 몇 안 되는 S급 초인, 미국의 간판스타, 차원의 여행자, 그리고…… 낙일의 수장.

이 모든 수식어는 단 한 사람, ‘제니퍼 퀘이드’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중 마지막 수식어로 인해 지금 이 순간, 생면부지의 그녀와 나 사이의 관계가 정립됐다.

‘……여명 계획의 최종 목표이자, 제거해야 할 적.’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지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나 두려움 따위의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제니퍼 퀘이드는 앞으로 수십, 수백만의 목숨을 유린하게 될 터였다.

‘그런 악마 같은 자를 죽이는 데 죄책감이라니.’

나는 그 정도로 어리숙한 성격은 아니었다.

다만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제니퍼 퀘이드의 역량 때문이었다.

S 급초인.

이는 A급 마법사인 김한석은 물론이고, 심지어 악마화를 이룬 서문건조차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과연 내가 그만한 존재를 상대할 수 있을지.’

A급에도 못 미치는 내가 그녀를 죽일 수 있을지.

그 부분이 사뭇 마음에 걸 렸다.

더욱이 최종 계획의 실패는 단순히 내 목숨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세상의 종말로 이어지는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 속내를 알아차렸는지.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괜찮다.”

그림자는 여느 때처럼 단호한 어조로 내게 격려의 말을 건네 줬다.

또한 녀석의 말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격려에서 그치지 않았다.

“당장 그녀와 싸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 그사이 우리도 준비를 갖추면 된다

“준비라면……

“당연히 S급 초인과 맞설 준비다, 앞으로 우리는 S급을 뛰어넘을 거다.”

“……!”

S급 뛰어 넘는다.

예상치 못한 그림자의 단언에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녀석의 성격상, 단순히 포부에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 덕분일까, 여태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던 부담감이 서서히 지워져 갔다.

‘……나도 참, 어쩔 수 없나?’

언제나 향상심에 온 신경을 쏟아내는 것.

그게 참으로 나답다는 새삼스러운 생각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생각해 둔 계획을 들려줘.”

“생각이 정리된 모양이군. 그럼 바로 시작하지.”

그림자는 옅은 미소와 함께 본격적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운을 뗐다.

“이미 들어서 알겠지만, 이번 사건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제니퍼 퀘이드를 꿰어내는 거였다.”

“기억나는 것 같아.우리의 능력에 관한 정보를 흘린다고 했었지?”

이는 그림자가 연소소와 계획을 수립할 당시, 의식의 공유로 접한 내용이었다.

나는 기억을 더듬는 한편, 떠오른 의문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그나저나 진짜 제니퍼 퀘이드가 모습을 드러낼까?”

“틀림없이 움직일 거다.‘예언자’의 존재는 그녀에게 있어 무엇보다 탐스러운 먹잇감일 테니까.”

녀석이 내세운 근거는 다름 아닌 이전 생에서 제니퍼 퀘이드가 보인 움직임이었다.

실제로 낙일은 연씨세가의 계승을 노리고 서문세가를 통해 배후에서 공작을 일삼고 있었다.

이 점을 생각하니 바로 납득이 됐다.

“게다가 이번 사건으로 낙일의 간부, 사도들의 대부분을 제거한 상태다.”

“가용할 수 있는 인원 자체가 적을 테니, 결국 제니퍼 퀘이드가 움직인다?”

“역시 눈치가 빠르군.정확하다.게다가 그녀의 괴팍한 성향을 고려하면 결국에는 전력과 상관없이 직접 움직일 거다.”

즉, 제니퍼 퀘이드가 직접 움직일 거란 점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존재했다.

“제니퍼 퀘이드가 움직이는 시기와 정확한 수단을 특정하는 건 힘들다.”

그녀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예측할 순 없다는 점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애초에 김한석을 기점으로 녀석이 알고 있던 미래와는 완전히 틀어졌을 테니까.’

미래를 전부 꿰뚫고 있다는 이점은 꽤나 오래전에 색이 바랬다.

그나마 상대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번엔 그마저도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듯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제니퍼 퀘이드, 그녀의 성격 때문이었다.

‘괴팍하고,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고 했나?’

애초부터 가늠하기 어려운 성격의 보유자인 만큼, 정보 선점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그림자 또한이 점을 십분 고려하여 앞으로의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니 우리는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걸 기조로 삼는다.”

“으음, 그럼 필연적으로 대응이 한 박자 늦을 수밖에 없겠네.”

“그렇겠지.하지만 생각보다 늦지는 않을 거다.”

“생각보다늦지 않을거라니?”

“정보가 적은 탓에 상대의 패를 읽기 힘들다면, 반대로 상대방의 카드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녀석의 묘한 뉘앙스에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속으로 곱씹어 보자 금방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낙일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다면……"

“전력의 90% 이상이 소실된 셈이다.즉, 애초에 저들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적어진 상태라는 뜻이지.”

“그렇구나……!”

“현재 남아 있는 전력이라 해 봐야 제니퍼 퀘이드 본인과 몇몇 측근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도의 경우에는 김재학 한 명에 불과할 거다.”

상대에게 수단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상대의 전략을 특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터였다.

즉, 상대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난 다음이어도 충분히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새삼스럽게 이번 사건의 가치가 가슴에 와닿은 기분이 들었다.

“결론은 그럼 네 말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네?”

“그래.우리는 역량을 기르는 데 집중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의외로 간단한 결론이 나왔다.

내가 온전히 납득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림자는 슬슬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했다.

그대로 의식 세계에서 벗어 나기 전, 나는 문득 떠오른 의문을 입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

“뭐지?”

“낙일이 언제쯤 움직이게 될지.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없을까?”

내 물음에 그림자는 잠시 침음을 흘렸다.

잠깐을 그렇게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추측이지만, 아마 올해는 넘기지 않을 거다.”

“올해를 넘기지 않는다, 라……"

나는 녀석의 대답을 되뇌는 한편.

속으로 남은 시간을 헤아렸다.

‘2학기는 물론, 아직 여름 방학도 꽤 남아 있으니까.’

이 정도 시간이면 결전을 준비하는 데 결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다시금 각오를 다지는 사이.

“……안일한 님?”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그 증거로 고개를 기울이는 연소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녀를 향해 나직하게 운을 뗐다.

“잠깐 생각을 정리하느라.그보다 연 당주님의 호의는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호의라뇨, 당치도 않아요!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뿐이에요……!”

“다만 도움을 주시는 건 연씨세가의 문제를 모두 정리한 다음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내 대답에 연소소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윽고 염려스러운 기색으로 조심스레 되물었다.

“……정말 괜찮으세요?결코 안일한 님의 저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낙일은 개인이 맞서기엔 너무나 위험한 존재들이에요.”

“저희에게 계획이 있습니다.이참에 간략하게 설명해 드릴게요/나는 조금 전까지 그림자와 나눴던 대화를 짧게 축약해서 그녀에게 들려줬다.

설명이 끝날 무렵.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만, 슬슬 시간이 됐습니다.”

때마침 인솔 교관이 병실에 들어섰다.

중요한 이야기의 대부분은 이미 전달을 끝마친 상황이었다.

이는 연소소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그녀는 별다른 반발 없이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그녀는 나직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저희도 방금 설명해 주신 점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겠습니다.”

이는 내 설명에 대한 답변이나 다름없었다.

그러고는 인솔 교관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병실에서 벗어나기 직전, 연소소는 고개를 돌려 문득 내 쪽을 향했다.

내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다시 뵙게 되는 그 날까지, 부디 무탈하시길.”

연소소는 그렇게 투명한 미소를 마지막으로 떠나갔다.

그녀의 빈자리는 인솔 교관과 처음 보는 중년 남성들이 대체했다.아무래도 내게서 이번 사건에 관한 진술을 받기 위함인 듯했다.

“일한생도, 준비됐나?”

내 상태를 의식한 건지, 인솔 교관은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나는 기억을 더듬어 연소소의 당부를 떠올리는 한편.

“네,문제없습니다.”

교관에게 나직하게 대답했다.

***

서문세가의 난, 혹은 국제 대회 참사라 불리는 사건의 진술을 끝마친 이후.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퇴원과 함께 귀국 길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 땅을 밟고 난 직후 아카데미를 들린 내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일한 생도.푹 쉬고, 2학기 시업식 때 보도록 하지.”

집까지 바래다준 인솔 교관을 인사로 배웅하고 나시야 나는 집에 들어섰다.

교관에게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집에는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중국에 머물렀던 건 몇 주에 불과했으나, 체감상으론 몇 개월이나 지난 것 같았다.

이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는지.

와락

보자마자 나를 말 없이 안아 주셨다.

추측건대 아버지께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알고 계시는 모양이었다.하지만 무덤덤한 성향의 아버지답게 구구절절 걱정을 늘어놓는 대신.

“너무 걱정 끼치지 말거라.”

딱 한마디만을 건네셨다.

걱정되지만, 차마 말릴 수는 없는 까닭이리라.

‘어째서 내가 초인이 되고자 했는지, 아버지라면 알고 계실 테니.’

그렇기에 당신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때문이었다.

“……네, 조심할게요.”

순순히 대답을 돌려드린 것은 말이다.

어차피 그림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끝이 머지않은 까닭이었다.

‘여명 계획도 최종 국면에 접어들었으니까.’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다음이 마지 막이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나마 말씀드릴 무렵.

“피곤할 테니, 푹 쉬거라.”

슬슬 아버지와의 해후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린 다음, 나는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걸터앉은 순간.

위이잉-

스마트 워치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진동에 잠깐 확인해 본 결과, 두 눈이 저절로 커졌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뭔 메시지가 이렇게 많이 왔담?’

윤설하와 차은월을 비롯한 내 친구들부터, 진태진 교관님과 고태식 교관님, 심지어 오윤진에 이르기까지.내 귀국 소식을 접한 건지,다양한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명 한명 답장을보내는 가운데.

-오윤진이라……, 마침 잘됐군.

오윤진에 이르렀을 때 문득 그림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그녀에 관해 무어라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남은 여름방학 동안…….

그림자가 무어라 설명하려는 찰나.

불현듯, 뇌리에 해야 할 일이 스쳐 갔다.

때문에 나는 잠시 녀석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깐만, 그전에 할일이 있어.’

-뭐지?‘

나는 대답하는 대신, 스마트 워치의 액정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방금 메시지를 보낸 윤설하와 차은월의 답장이 표시되어 있었다.

의식은 물론, 시야가 공유되는 만큼 녀석에게도 액정이 보일 터였다.

때문에 나는 내용을 설명하는 대신, 조금 전의 화제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처음 서문건의 게이트에 휘말렸을 당시, 두 사람에게 약속한 게 있거든.혹시 기억해?’

-음, 사정을 설명해 주겠다는 약속이었나?

‘맞아.일단 그것부터 하려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이는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가 되는 까닭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어디까지 밝힐 것인지에 관해 녀석에게 의견을 구하고자했다.

내 질문에 잠시 침묵하던 그림자는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녀석에게서 흘러나온 대답은.

“……!”

다소 내 예상을 벗어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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