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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39화 (139/218)

139화 지켜보면 알게 될 겁니다

무극삼권의 제1초, 진천(振天).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진각(震脚)이었다.

정확히는 진각을 밟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무공이었다.

‘기본부터 응용까지, 여러 가지의 투로가 존재할 거란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그제야 그림자 녀석의 설명이 온전히 이해되는 한편, 입이 절로 벌어졌다.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위력 때문이었다.

‘이건 마치 심인욱이 가지고 있는 패왕진군보와 비슷한 느낌인데.’

패왕이 진군하듯, 적들에게 위압감을 선사하는 보법.

진천에서 비롯된 진각은 패왕진군보와 비슷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효과나 활용은 완전히 다른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진각 자체만으로도 위력적인 데다가, 이건 정말이지…….’

범상치 않은 위력만큼이나 마나 소모도 엄청났다.

그 증거로 진천을 펼친 직후, 마나 소모에 따른 특유의 탈력감이 전신에 밀려들었다.

이는 사실상 작년 이후로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현상이었다.

새삼스럽게 격세감이 느껴지는 한편.

‘그래서 복마구권처럼 활용하면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건가?’

뒤늦게 그림자 녀석의 조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납득과 더불어 체내를 관조해 코어의 마나 상태를 살폈다.

다시 확인해 봐도 마나의 소모량이 상당했다.

물론 이는 잠시일 뿐, 실시간으로 새로운 마나가 채워지고 있었다.

‘역시 혼원현천신공인가.’

과연 S급 마나 심법다운 효능이었다.

나는 진천의 마나 소모량과 지금 느껴지는 마나의 회복 속도를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해 봤다.

‘어느 정도 텀을 두고 적절한 순간에 활용한다면…….’

실전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계산을 마친 즉시 가상 대련의 설정을 재조정했다.

다시 한번 진천을 활용해 보기 위함이었다.

‘마나량을 조절할 수 있을지.’

소모되는 마나량의 조절이나, 진각에 이어 권법을 한번 펼쳐 보는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확인해 볼 생각으로 이런저런 요소들을 가늠하고 있을 때.

-처음 접해 본 소감이 어떤가?

문득 그림자 녀석이 말을 걸어왔다.

때마침 잘됐다 싶어 나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녀석과의 대화에 어울렸다.

‘효과는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일단 잠재력은 엄청난 무공인 것 같아.’

-역시 안목이 있군.

‘그나저나 체득하는 데 유독 시간이 걸린 이유가 전부 투로를 익히느라 그랬던 거야?’

-정확하다.

녀석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일말의 의문이 해소됐다.

단순히 체득에서 그치지 않고 온몸에 직접 경험을 새겨 넣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럼 실전에서의 활용도 금방 익힐 수 있겠네?’

-하기 나름이겠지만, 너라면 가능할 것도 같군.

녀석의 긍정적인 답변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나는 기억을 더듬어 선배들과의 내기까지 남은 시간을 헤아렸다.

‘앞으로 대략 1주일.’

그 정도면 진천을 연습하는 시간은 충분할 것 같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가상 대련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연습에 임해야 할 듯싶었다.

떠올린 방식은 다름이 아니었다.

‘아무렴, 실전만 한 게 없겠지?’

판단과 더불어 그림자와의 대화를 슬슬 마무리 지었다.

‘일단 연습해 볼게. 조언은 언제나 환영이니까. 알지?’

-그래.

그림자 녀석의 대답을 끝으로 나는 가상 대련실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곧장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내용은 다름과 같았다.

-보여 줄 게 있어. 가상 전투실 앞에서 보자.

잠시 후.

나는 한산한 가상 전투실에 친구들과 함께 모였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일단 윤설하와 차은월과는 합을 맞춰 봐야 할 테고.’

레이드에선 개인의 무력 이상으로 팀원들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이미 어느 정도 전략이 정해진 상황에서 무턱대고 진천을 활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이들에게 미리 진천의 존재를 알리고,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었다.

‘나머지 친구들에게도 괜찮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머지 친구들의 경우에는 B급 난이도 레이드에 관한 조언을 얻고자 호출했다.

그렇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운 무공을 익혀 왔어. 이번 B급 난이도 레이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단 한번 봐줘.”

친구들에게 새로운 무공, 진천의 존재를 알렸다.

이에 친구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딱히 무공의 연원을 추궁하거나, 캐묻는 사람은 없었다.

“이젠 그것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그러게, 일일이 따지기엔 너무 멀리 왔으니까.”

심인욱이나 오윤서의 말처럼, 이쯤 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별 탈 없이 받아들였음을 확인한 즉시 가상 전투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가상 전투를 통해 무극삼권 제1초, 진천을 선보였다.

처음 가상 대련을 통해 실험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기본적인 투로까지 펼쳐 봤다.

‘이런 식이구나.’

진천에 내재된 효과의 편린을 체감하는 한편, 순식간에 가상 전투를 끝내 버렸다.

입맛을 다시며 시뮬레이션 룸에서 빠져나온 순간.

“안일한, 너는 정말이지…….”

백유진이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다른 이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심인욱의 경우, 충격이 대단한 듯했다.

“……진천이라 했나? 정말이지, 그 무공은 패왕진군보를 넘어서는군.”

기본적으로 무표정을 고수하는 심인욱조차 표정에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질시가 아니라 순수한 감탄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심인욱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게 진천에 관해 질문해 왔다.

“보아하니 마나 소모가 꽤 큰 모양이군. 게다가 아직 익숙지 않은 것 같은데.”

그의 날카로운 지적에 새삼스럽게 무공을 공개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하면 제대로 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기대와 함께 심인욱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안 됐어.”

“내기까지 앞으로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그 안에 숙달하는 게 목표일 테고?”

“정확해.”

내 대답에 심인욱은 물론, 곁에 있던 백유진 또한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당장 실전에서 쓰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아직 시간에는 여유가 있으니까.”

앞으로 일주일, 백유진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윤설하를 바라봤다.

내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앞으로 그 무공을 바탕으로 새로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해 보자는 거지? 알겠어.”

곧바로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줬다.

마지막으로 나는 차은월을 향해 나직하게 물었다.

“차은월, 너는 어때? B급 달성까지 얼마나 남았지?”

“으응, 대략 일주일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흐음.”

그녀의 성장은 예나 지금이나 마력 스텟 쪽이 독보적이었다.

반면 나머지 스텟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그 탓에 성장이 더딘 모양이었다.

가만히 생각하고 있자, 차은월이 재차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바로 실전으로 넘어가도 될 것 같아……!”

“레이드?”

“응! 여태 느꼈는데, 아무래도 그냥 단련하는 것보단 실전이 스텟 성장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차은월의 말에 따르면 레이드에서의 마나 운용이 마력 스텟의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는 모양이었다.

다양한 마나 활용과 꾸준히 마나를 소모하고, 회복하는 과정의 반복 덕분인 듯했다.

즉, 그녀도 윤설하처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실전 위주로 준비하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다행이네. 그럼 지금부터 연습하는 거로 하자.”

“알겠어!”

그렇게 합의를 마친 후.

나는 친구들과 함께 본격적인 내기의 준비에 들어갔다.

* * *

일주일 후.

진천호는 제 친구들, 하유리와 도정석과 함께 시간에 맞춰 정진관에 들어섰다.

그러자 익숙한 면면들이 그들을 맞이해 줬다.

“오셨네요.”

다름 아닌 후배이자 내기의 상대인 안일한의 무리였다.

그를 보는 순간, 진천호의 두 눈에 흥미로운 기색이 서렸다.

첫 만남, 정확히는 두 번째 만남에서 녀석이 보여 준 배짱을 떠올린 까닭이었다.

‘과연 배짱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그게 참 기대가 됐다.

감상을 뒤로한 채 진천호는 안일한과 마주 섰다.

대충 인사를 나눈 다음,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기억하고 있겠지만 B+급 이상이면 너희의 승리, 그 아래면 우리의 승리야. 대가는 알고 있겠지?”

다름 아닌 내기에 관한 최종 점검이었다.

이에 안일한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선배님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배님은…….”

“너희 모두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전심전력을 다 해서 조력하는 것. 나도 기억하고 있어.”

“좋습니다.”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안일한을 필두로, 후배들이 터널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진천호는 이들의 면면을 곁눈질로 살폈다.

그러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안일한, 이 녀석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 애들의 표정도 썩 괜찮네.’

안일한은 물론.

녀석의 뒤를 따르는 두 사람, 윤설하와 차은월의 표정에는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의욕이 넘쳐 흐르는 느낌이었다.

자신감이 상당한 모습에 진천호는 가만히 생각했다.

‘그만큼 연습을 충실하게 한 건가? 그게 아니면…….’

흥미로운 가능성을 떠올리는 사이.

“천호야, 쟤네 들어갔어.”

하유리가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후배들의 레이드가 시작된 것이다.

진천호는 나직하게 대답하며 홀로그램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 속 풍경을 보는 순간, 후배들이 마주할 몬스터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언데드 병사 계열인가.’

오우거와 더불어 B급 난이도에 출몰하는 몬스터.

언데드 병사 계열이었다.

알아차린 순간 진천호는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꽤나 까다롭겠군.’

후배들의 팀 구성을 봤을 땐 그랬다.

근접 둘에 원거리 하나, 팀 구성이 이러할 때는 차라리 오우거 계열이 잘 맞았다.

오우거 계열은 도주하기 전에 처리하는 게 핵심인 만큼, 근접이 둘이면 안정적으로 녀석의 발을 묶어 둘 수 있는 까닭이었다.

반면 언데드 병사 계열은 조금 달랐다.

C+급 난이도 수준은 아니어도, 오우거에 비해 개체 수가 많았다.

게다가 B급 난이도인 만큼 각 개체의 무력은 일반적인 언데드를 가볍게 웃돌았다.

쪽수도 많은데 맷집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럴 땐 화력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기에 근접 계열보다 화력이 센 원거리 계열이 더 적합했다.

즉, 팀에 원거리 계열이 한 명뿐인 후배들에겐 화력이 다소 아쉬울 것이다.

그건 곧 공략의 까다로움으로 이어질 터였다.

‘화력을 끌어올리면 자연히 페이스를 조절하는 난이도가 올라가겠지. 반대로도 마찬가지고.’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과연 어떤 식으로 공략해 나갈지, 궁금증이 피어나는 가운데.

“……음?”

문득 나머지 후배들, 같은 명문 출신 자제들의 표정이 눈에 띄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표정에 서린 기색이 신경 쓰였다.

‘저 눈빛은…….’

의심하거나, 걱정하는 기색이 전무했다.

오히려 조금 전 게이트에 들어갔던 후배들처럼 이들에게도 은은한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그 믿음이 진천호에겐 의아하게 다가왔다.

때문에 그는 후배들을 향해 나직하게 물었다.

“너희들은 B급 난이도를 경험해 본 적 있나?”

그의 물음에 반응한 이는 다름 아닌 백유진이었다.

“뭐, 어느 정도는요.”

“그런데도 별로 걱정되진 않는 모양이네.”

진천호는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홀로그램 화면을 바라봤다.

그것만으로 저의를 알아차렸는지, 백유진은 나직하게 탄성을 흘렸다.

그러고는 옅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지켜보면 알게 될 겁니다.”

“……이것 참 기대가 되는데?”

마주 미소를 띤 채 대답하는 순간.

달그락-!

홀로그램 화면으로부터 익숙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드디어 후배들이 몬스터 무리와 조우한 것이다.

‘첫 대면부터 5마리라…….’

총 다섯 마리에 달하는 언데드 병사.

역시 언데드 계열다운 숫자였다.

‘C+급 난이도의 일반적인 언데드였으면 5마리 정도는 이동하면서도 처리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B급 언데드 병사는 이야기가 다르다.

아니나 다를까, 후배들은 멈춰 선 채로 전투를 준비했다.

‘과연 어떤 식으로 공략할지.’

새삼스럽게 기대감을 품는 사이.

화면 속 안일한이 느닷없이 오른발을 들어 올렸다.

‘……저건.’

기세가 심상치 않다.

그런 감상을 떠올리는 순간.

쿠-웅!

안일한이 한 차례 발을 굴렀다.

그로부터 어마어마한 기파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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