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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33화 (133/218)

133화 그게 이번 무공의 이름이다

승급 심사를 치르고 D+급으로 승급한 이후.

나는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오늘부터 레이드 수업은 C+급 난이도로 진행하겠다. 참고로 말하자면 2주 후에 진행될 반 대항전의 난이도도 C+급으로 동일하다.”

레이드 수업의 난이도가 C+급으로 올라간 까닭이었다.

추측건대 반 대항전을 대비하기 위함인 듯했다.

실제로.

“이미 예상한 생도들도 있겠지만 이번 난이도 상승은 차후에 있을 반 대항전은 물론, 그 이후의 선발전까지 생도들의 역량을 순차적으로 배양하기 위함이다.”

진태진 교관은 선발전까지 언급하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고는.

“특히 이번 반 대항전에 A반 대표로 출전하는 안일한 생도, 윤설하 생도, 차은월 생도는 수업에 각별히 집중해서 A반의 이름을 드높이도록 한다. 알겠나?”

나와 내 친구들을 콕 집어 그렇게 말했다.

애초에 설렁설렁한 태도로 임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때문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결코 쉽지 않은 상대들과 경쟁하게 될 테니까.’

B반의 백유진 팀.

그리고 C반의 심인욱, 오윤서 팀.

두 팀 모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나.

-지금부터는 너희 팀의 전략을 철저하게 연구할 생각이다.

-맞아. 차은월에게 마냥 뒤처져 있을 수는 없으니까.

천재에 비견되는 수준의 역량을 갖춘 심인욱과 오윤서는 물론.

-기대해도 좋아, 안일한.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 백유진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전부 지난 승급 심사를 기점으로 나와의 경쟁에 칼을 갈고 있었다.

그것도 동등한 경쟁 상대가 아니라 완전히 몸을 낮춰 도전자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그들을 봐서라도 준비에 태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예의도 아닐뿐더러, 차후에 있을 선발전을 생각해서라도 만전을 기해야 했다.

그렇다고 마냥 긴장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일 따윈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겐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림자의 존재. 그게 내가 가진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녀석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난 24시간 전부를 반 대항전 준비에 투자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2주간 충실하게 단련과 준비에 매진한 결과.

-근력 스텟 52

-민첩 스텟 51

-체력 스텟 51

-마력 스텟 98

반 대항전을 며칠 앞둔 시점에 총합 252스텟.

마침내 B급을 달성했다.

‘근력과 민첩, 체력도 50스텟을 넘겼고, 마력 스텟은 이제 곧 100스텟인가.’

감개무량한 심정으로 스텟을 확인하는 한편.

이전에 그림자 녀석이 말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이번 무공은 일정 수준의 체급이 갖춰져야 본연의 위력이 발휘된다.

-B급이면 충분하겠지.

다름 아닌 새로운 무공에 관한 내용이었다.

녀석 또한 이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곧바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 밤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무공에 입문할 거다.

‘드디어 익히는구나. 내가 할 일은?’

-딱히 없다. 무공을 익히고, 체득하는 부분까지 전부 내가 할 테니까. 다만.

‘다만?’

-습득하고 난 다음, 실전에 쓰기에 앞서 무공의 활용 정도는 연구해 두는 편이 좋을 거다.

‘그거야 뭐, 당연한 거니까.’

나는 녀석의 충고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연습 과정은 물론, 체득하는 과정까지.

전부 거저먹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연구까지 녀석에게 미룬다면, 그건 양심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합의를 마칠 무렵, 잠깐 잊고 있던 화두가 뇌리를 스쳐 갔다.

‘아, 그러고 보니 그걸 안 물어봤네.’

-뭐지?

‘이번 무공의 명칭. 지금까지 알려 주지 않았잖아?’

-그것도 그렇군.

‘그래서? 새로운 무공의 이름이 뭐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질문에 녀석은 차분하게 답했다.

-무극삼권(無極三拳). 그게 이번 무공의 이름이다.

“무극삼권…….”

어쩐지 심오하게 느껴지는 울림에 나도 모르게 무공의 명칭을 중얼거렸다.

‘일단 권법인 것 같은데.’

과연 등급은 어느 정도일지, 그리고 위력은 어느 정도일지를 속으로 가늠하고 있을 때.

녀석이 무극삼권에 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총 세 개의 초식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 S급에 달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S급이라……, 이번에도 엄청난 무공을 준비했네.’

무려 혼원현천신공, 그리고 항마멸인장과 동급인 권법이었다.

그간 각법부터 수공, 장법, 지법 등.

여러 갈래의 무공을 배웠으나 개중에서 가장 손에 맞는 건 다름 아닌 복마구권이었다.

그래서일까, 무극삼권에 관한 기대감이 한껏 차올랐다.

바로 그때.

-미리 말하자면, 무극삼권은 초식을 한 개씩 익힐 예정이다.

그림자가 차분한 어조로 설명을 덧붙였다.

여태까지와는 다른 체득 방식에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되물었다.

‘초식을 한 개씩 익힌다고?’

그제야 조금 전, 녀석의 설명에서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무극삼권이 아니라 세 가지 초식이 각각 S급에 달하는 위력을 발휘할 거라 말했지?’

즉, 녀석은 내게 무극삼권의 초식에 관한 평가를 알려 줬을 뿐.

무극삼권 자체의 등급은 말해 주지 않았다.

‘……단순히 무극삼권이 S급이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아니, 그것보다 초식을 한 개씩만 익히는 게 가능해?’

내 질문은 다름 아닌 상태창에 관한 부분이었다.

무도 차원에서 비롯된 무공은 현실에선 스킬의 일환이었다.

원형이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스킬로써 본연의 힘이 발휘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초식의 형을 펼칠 때와 스킬로써 활용할 때 발휘되는 위력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이 점을 콕 집어 묻자 그림자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곧바로 대답했다.

-초식 하나하나가 곧 스킬이다. 무극삼권이란 세 개의 무공을 하나의 체계로 엮어낸 거니까.

‘세 개의 무공을 하나의 체계로 엮었다니……. 그런 것도 가능하구나.’

타 차원에 관한 이야기는 대개 이해의 범주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어도, 납득하는 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때문에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나머지 초식은 언제 익혀?’

-네가 감당할 수 있을 때 익히게 될 거다. 지금의 네겐 첫 번째 초식조차 아슬아슬한 수준이니까.

‘B급이어도 아슬아슬한 수준이라니, 대체 위력이 어느 정도이길래…….’

아예 가늠조차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지는 한편, 기대감이 급속도로 차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언젠간 세 개의 초식을 전부 익힐 날이 오겠지?’

-물론이다. 반드시 그리 만들 거니까.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무공.

그게 언제가 됐든 결국 내 수중에 들어올 거란 사실을 확신하는 까닭이었다.

‘일단 알겠어. 그럼 언제쯤 익힐 수 있지?’

-해 봐야 알겠지만, 대략 2주 정도는 걸릴 것 같군.

‘2주 정도인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렇다면 반 대항전에선 쓸 수 없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반 대항전 정도는 상관없으려나.’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새로운 무공 없이도 반 대항전 정도는 자신 있는 까닭이었다.

‘여태까지 무극삼권 없이도 잘해 왔으니까.’

나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그림자는 보기 좋다는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선발전에선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이번 반 대항전도 기대하고 있으니 잘해 봐라.

‘그래.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거야.’

* * *

시간이 흘러 토요일.

마침내 반 대항전이 펼쳐지는 날이 찾아왔다.

평일에는 정규 수업이 있는 만큼, 반 대항전은 주말에 개최됐다.

“그럼 각 반의 대표 팀은 앞으로 나오도록.”

2학년 주임, 이정식 교관의 지시에 나는 친구들을 돌아봤다.

“갈까?”

“응.”

“그래!”

그렇게 두 사람, 윤설하와 차은월과 함께 이정식 교관 앞으로 나아갔다.

그사이, 일련의 무리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다름 아닌 백유진의 팀과 심인욱, 오윤서의 팀이었다.

그들은 이정식 교관을 바라보기에 앞서 우리 팀 쪽을 살폈다.

특히.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

“결코 쉽지 않을 테니, 각오해 일한아.”

심인욱과 백유진은 내 쪽을 주시하며 한 마디씩 각오를 입에 담았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는 사이.

“다들 조용. 그럼 지금부터 반 대항전을 실시하겠다.”

진행을 맡은 이정식 교관이 본격적으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A반의 대표 팀부터 차례대로 아티팩트를 수령해 가고, 준비된 게이트 앞에서 정렬하도록.”

그의 지시에 맞춰 아티팩트를 받고 가상 게이트가 마련된 터널 안쪽으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수업 때와는 다르게 세 개의 게이트만 활성화되어 있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정렬을 마친 순간, 터널 입구에 서 있던 이정식 교관이 소리쳤다.

“그럼 지금부터 반 대항전을 실시한다. 각 팀은 곧바로 게이트에 진입하도록!”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팀을 비롯한 세 팀은 가상 게이트 너머로 발을 내디뎠다.

나는 게이트 진입 특유의 이질적인 감각 속에서 생각을 정리했다.

‘C+급 난이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는 오크 투사, 트롤 투술사, 그리고 언데드 종류였지?’

과연 어떤 몬스터가 등장할지.

속으로 가늠하는 사이.

화아앗-!

서서히 시야가 회복되어 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무성한 수풀이었다.

‘일단 숲 필드에 시간대는 한낮. 그렇다면…….’

나는 게이트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는 한편, 고개를 살짝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얘들아, 가자.”

같은 시각, 정진관.

“A반은 오크 투사, B반은 언데드, 그리고 C반은 트롤 주술사인가.”

고태식은 홀로그램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에 곁에 서 있던 진태진이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공교롭게도 세 팀 모두 적절한 필드가 배정된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A반이 마주한 대낮의 숲 필드에 등장하는 주요 몬스터는 오크 투사였다.

이들을 상대할 때의 핵심은 개개인의 무력이었다.

그리고 B반, 한밤의 공동묘지 필드에선 언데드가 등장했다.

언데드의 경우, 방어력과 위력은 약하지만 그만큼 개체 수가 많았다.

따라서 전투 속도가 생명이었다.

마지막으로 트롤 주술사가 주가 되는 열대우림 필드.

거기선 트롤 주술사의 마법을 어떤 식으로 파훼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

고태식은 공감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백유진, 그 애송이는 신창백가의 창술을 익히지 않고 제 손에 꼭 맞는 쾌속의 창술을 익혔으니까. 언데드를 상대하는 데 유리하겠지.”

실제로 백유진으로 대표되는 B반의 팀은 전투 속도가 상당한 편이었다.

고태식은 바로 이 점을 들어 그들이 언데드를 상대하는 데 이점을 가질 거라 판단했다.

“C반도 트롤 주술사들을 곧잘 상대할 겁니다.”

“그래. 오윤서와 심인욱이었나? 두 녀석 모두 마나에 대처하는 데 제법 성취를 보이더군.”

심인욱은 패왕진군보의 효과를 바탕으로 마법의 접근 자체를 봉쇄했다.

오윤서의 경우, 빠르고 효율적인 마법으로 상대의 마법을 파괴하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즉, C반도 트롤 주술사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A반은…….”

“잘 맞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오크 투사나 그쪽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를 생각하면 그리 큰 의미는 없을지도 모르겠군.”

오크 투사들을 상대로 개개인의 무력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만큼 오크 투사는 물론, C+급 난이도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의 무력 자체가 강맹한 까닭이었다.

“공략이라 해 봐야 정공법에 불과하니까. 다른 두 팀에 비하면 유리한 점이 없는 거나 다름없겠지.”

달리 말해서 A반은 뚜렷한 이점을 가진 B반, C반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고태식은 A반을 떠올리며 입가를 한껏 비틀었다.

다름 아닌 A반의 대표 팀에 속해 있는 생도 한 명의 존재 때문이었다.

“A반 대표 팀에는 안일한, 그 녀석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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