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적어도 나만은 알고 있었다
느닷없이 다가온 두 사람.
그중 김은솔이 나서서 임강철에게 물었다.
“임강철, 너 아직 팀 못 구했지?!”
“이제 구할 생각이다만, 어떻게 알았지?”
“너희 저번 주 일요일에 대련했잖아! 소문 쫙 퍼졌어!”
그제야 나는 김은솔을 비롯한 두 사람이 다가온 이유를 깨달았다.
임강철에게 자신의 팀으로 들어올 것을 권유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어쨌든, 임강철! 팀을 구하는 중이라면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래?!”
김은솔은 이채가 가득한 두 눈으로 임강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창을 쓰고, 지석이는 마법을 쓰거든? 건틀렛을 쓰는 네가 합류하면 우리 팀의 밸런스가 상당히 괜찮아질 거야!”
단순히 제안을 넘어 적극적으로 팀의 장점을 어필하는 김은솔.
아무래도 그녀는 지난주 일요일에 있었던 대결의 결과는 물론, 내용까지 전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소문이 쫙 퍼졌다더니.’
과연, 그녀의 말은 빈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실제로 김은솔이 일으킨 소란에 주변의 생도들이 하나둘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 임강철이 아직 팀을 못 구했다고?”
“틀림없이 안일한이랑 함께할 줄 알았는데!”
“윤설하 무리는 진즉에 포기했는데, 이거 잘하면…….”
김은솔과 장지석을 시작으로 너도나도 임강철을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진풍경이 펼쳐진 가운데, 나와 내 친구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상황을 살폈다.
‘상위권 애들이 특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네.’
상위권 생도들은 대개 성적을 향한 욕심이 상당했다.
그런 이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특히나 놀라웠다.
상황이 퍽 낯설게 느껴지는 가운데.
“그래도 다행이네, 임강철이 팀을 못 구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말이지. 그치, 은월아?”
“응. 임강철은 워낙 이상한 애니까…….”
윤설하와 차은월은 다소 마음이 놓이는 듯, 뺨을 느슨하게 한 채로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나 또한 한시름 덜어낸 기분을 느끼며 임강철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내 질문에 임강철은 물론, 김은솔도 귀를 쫑긋 세우며 반응했다.
김은솔 팀과 더불어 주변에 있는 생도들의 시선까지도 전부 임강철에게 집중됐다.
그 속에서 당사자인 임강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권유해 줬으니, 이쪽으로 가는 게 맞겠군!”
승낙이나 다름없는 대답이었다.
이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나같이 임강철을 놓쳤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는 것이다.
반면 임강철을 쟁취한 김은솔은 탄성을 내지르며 잽싸게 말했다.
“정말이지?!”
“음! 난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남자가 아니다!”
“좋아! 바로 작성할게!”
김은솔은 그 길로 곧장 제자리로 돌아갔다.
함께 다가왔던 장지석 또한 들뜬 기색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과연 어떤 시너지가 발휘될지.’
기대감을 품고 있을 때.
“일한이!”
문득 임강철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음?”
“대결에선 졌지만, 우리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승부? 아.”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임강철과는 결과적으로 팀이 갈렸으니, 이제는 레이드 시합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합에선 결코 지지 않을 테니 각오하라고, 일한이!”
임강철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건치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미소로 화답하며 나직하게 대답했다.
“그래, 기대할게.”
슬슬 상황이 정리될 무렵.
딩동댕동-
5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윤설하를 돌아보는 순간.
“미리 작성해 뒀어. 이대로 제출한다?”
그녀는 명단이 적힌 종이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물어보는 윤설하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부탁할게.”
대답과 더불어 잠깐 생각에 잠겼다.
‘5, 6교시는 무기술 심화 수업이고, 그다음이 레이드 수업이었지.’
앞으로 대략 두 시간 후.
본격적으로 레이드 수업이 시작될 터였다.
‘과연 어떨지.’
기대감을 품은 채 슬슬 몸을 일으켰다.
* * *
시간이 흘러 6교시가 끝나갈 무렵.
“정진관까지 이동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테니 무기술 심화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다! 다들 빨리빨리 이동해라!”
고태식 교관은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수업을 마무리했다.
7교시에 있을 이동 수업을 배려해 준 것이다.
때문에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생도들은 곧장 정진관으로 이동했다.
입구에 도착하자 진태진 교관이 우리를 맞이해줬다.
“다들 모였으면 반별로 집합하도록.”
도착하자마자 그의 지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정렬이 끝나자 진태진 교관은 앞줄부터 차례대로 무언가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
내 차례에 이르러서야 그가 나눠 준 물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건 초인 라이선스……?’
다름 아닌 임시로 지급되는 초인 라이선스였다.
이전에 오윤진을 통해 위조된 라이선스를 접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생도들이 받은 건 임시 초인 라이선스다. D급으로 시작되며, 정식 자격증으로의 전환은 올해 12월쯤에 이뤄질 거다.”
진태진 교관으로부터 예상했던 내용이 흘러나왔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임시 초인 라이선스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내용은 다름이 아니었다.
국제적으로 통용된다는 점부터, 게이트에 출입하는 데 있어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는 점 등.
겨울 방학 때 이미 겪어 본 까닭에 대부분 아는 내용들이었다.
“재발급에는 시간이 걸리니 간수를 잘하도록. 이어서 승급 심사와 더불어 앞으로의 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겠다.”
승급 심사 일정.
작년의 정규 시험을 대체하는 만큼 나는 진태진 교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대략 2주 후에 D+급 승급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심사 결과로 각 반에서 최강의 팀을 가릴 거다.”
2주 후 승급 심사, 그리고 최강의 팀 선별까지.
정보를 하나씩 머릿속에 갈무리하는 사이, 진태진 교관이 설명을 이어 갔다.
“승급 심사에서 선발된 팀은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뒤에 있을 반 대항전에 자동으로 출전하게 된다. 이 또한 기억해 두도록.”
다름 아닌 반 대항전에 관한 이야기였다.
‘반 대항전이라……, 그럼 국제 대회 선발전까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지도.’
반 대항전부터 선발전까지,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시기를 가늠하고 있을 때.
진태진 교관은 설명을 끝마쳤다는 듯 그대로 돌아섰다.
“그럼 다들 입장해라.”
그의 지시에 따라 앞줄부터 차례차례 정진관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이전에 봤던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시야에 펼쳐졌다.
‘변함없이 거대하네.’
경기장 중앙에 위치한 두 개의 거대한 터널, 가상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A반부터 C반까지 전부 입장을 끝마쳤다.
이어서 각 반의 담임 교관은 가상 게이트 쪽으로 생도들을 인솔해 갔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레이드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가상 게이트는 한 번에 10개의 팀이 입장 가능하다. 오늘은 레이드 수업 첫날이니만큼, 체험과 팀 구성원들과의 합을 맞추는 데 집중하면 될 거다.”
의외로 레이드 수업에 관한 설명은 짧게 마무리됐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작년에 했던 가상 레이드 수업과의 차이는 직접 겪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지금부터 차례대로 줄을 서도록.”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겪어 보라는 것이다.
그 말에 대부분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된 기색으로 가상 게이트를 바라봤다.
물론 개중에 몇몇은 벌써부터 첫 수업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중에는.
“크으, 이거 참 기대가 되는군! 안 그런가, 일한이?!”
임강철이 포함되어 있었다.
텐션은 살짝 다를지언정, 속마음은 나 또한 그와 다를 바 없었다.
‘실전과 굉장히 흡사한 환경과 조건으로 진행된다고 했었나.’
과연 얼마나 비슷하고, 또 얼마나 다를지.
특히 나의 경우, 지난 겨울 방학을 통해 실전을 겪어 봤으니 비교가 한결 용이할 터였다.
기대감과 함께 내 차례를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팀의 차례가 다가왔다.
진태진 교관은 가상 게이트 전용 아티팩트를 지급하며 마지막으로 설명했다.
“입장하는 순간 방금 지급한 아티팩트에 소량의 마나를 흘려 넣어라. 가상 게이트용 제어 마법이 걸려 있으니, 낯선 감각이 발생하더라도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럼 입장하도록.”
그의 지시에 손에 쥔 아티팩트를 쳐다보는 한편,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총 10개에 달하는 가상 게이트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들어가기에 앞서 내 친구들, 윤설하와 차은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잘해 보자. 첫날이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겠어.”
“응!”
대답을 듣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게이트 입구에 멈춰 섰다.
그 상태로 손에 쥔 아티팩트에 마나를 불어 넣는 한편.
게이트 너머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자.
“……!”
실제 게이트에 들어설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각이 전신에 엄습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가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이윽고 낯선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초원 필드였다.
“이런 식으로 시간대까지 조정이 되는구나…….”
윤설하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작년에 했던 가상 레이드는 필드나 시간대는 고정이었는데.’
아무래도 앞서 교관들이 설명했듯, 레이드 수업은 여러모로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감상을 뒤로한 채 친구들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일단 시야부터 확보하자.”
지금처럼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을 땐 시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는 오윤진과의 동행에서 배운 지식 중 하나였다.
내 제안에 친구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는 한편.
“아, 알겠어.”
별다른 반발 없이 수긍했다.
두 사람이 마나를 일으키는 사이, 나 또한 코어를 활성화시켜 안력을 강화했다.
빠르게 어둠에 적응하고 난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친구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딛고 선 곳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기척이 느껴졌다.
쿵 쿵 쿵-!
요란한 발소리.
모를 수가 없는 기척에 내 뒤를 따르던 두 사람은 흠칫했다.
“이, 일한아!”
“뭔가 오고 있어! 준비하자!”
나를 호출하는 차은월과 곧바로 검을 빼 드는 윤설하.
두 사람의 반응을 확인하며 나 역시 전투를 준비했다.
오래지 않아 가까워지는 기척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취익-! 취에엑!
다름 아닌 오크였다.
C급 난이도인 만큼 몬스터 또한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세 마리라…….’
공교롭게도 다가오는 오크는 총 세 마리였다.
작년에 했던 가상 게이트 수업이라면 혼자서 세 마리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실전은 조금 다르지.’
적어도 나만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일 지금 수업이 실전과 유사하다면, 작년 수업 때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를 거란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친구들에게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
‘직접 겪어 보는 편이 훨씬 빠를 테니까.’
때문에 나는 설명 대신, 친구들에게 제안했다.
“마침 세 마리니까 한 마리씩 맡아 보자. 상황에 따라서 전략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각자 소통에 집중하는 거로 하자.”
“그래!”
“알겠어!”
그렇게 두 사람과 합의를 끝마쳤을 무렵.
어느새 세 마리의 오크들이 지척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