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일한이, 여전히 넌 나의 라이벌이다!
2학년 주임, 이정식 교관이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한 가운데.
‘1학년 교과 과정과는 궤를 달리한다더니, 정말이네.’
나는 오래지 않아 그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실제로 1학년과 2학년의 공통점은 반 배정이 그대로 유지되는 점뿐이었다.
그 외엔 크고 작은 차이점들이 존재했다.
첫 번째로 수업 방식.
오전은 교양 수업으로 1학년과 동일했으나 오후 수업이 전반적으로 달라졌다.
본래 5, 6교시에 이뤄지던 초인 이론 수업이 없어졌다.
즉, 5교시부터 9교시까지 전부 실기 수업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실기 수업 내용과 정규 시험에 관한 부분이었다.
둘 다 체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초인 이론 수업이 이뤄지던 기존의 5, 6교시는 무기술 심화 수업을.
나머지 7, 8, 9교시는 전부 ‘초인 국제 대회’ 준비로 갈음하는 것이다.
‘초인 국제 대회라…….’
이를테면 팀 단위로 레이드를 경쟁하는 시합이었다.
2학년 교과 과정을 전부 레이드 시합 준비로 갈음하는 만큼, 상당히 공신력 있는 대회였다.
각국의 아카데미가 전부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무엇보다 국제 대회 성적에 따른 길드 특채가 존재할 정도로 초인 사회에 의미가 컸다.
게다가 레이드 시합은 실전과 굉장히 유사한 만큼 개인의 역량 증진에도 커다란 도움이 됐다.
가상 레이드와는 달리 마탑의 협력하에 극한의 현실성을 목표로 한 시스템이 구축된 까닭이었다.
때문에 2학년의 정규 시험은 전부 레이드 시합 성적으로 대체됐다.
‘거기에 임시 초인 라이선스의 승급도 시합으로 이뤄진다지?’
본래 1학년 수료 시 받았어야 할 임시 초인 라이선스.
D급으로 지급되는 라이선스의 등급은 오로지 레이드 시합의 성적으로만 승급이 가능했다.
각 학기당 두 번씩, 일 년에 총 네 번.
즉, 승급 심사가 정규 시험을 대체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걸로 다들 레이드 시합의 중요성은 알아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정식 교관은 설명을 일단락 내는 한편, 슬슬 화제를 전환했다.
“그럼 이제 초인 국제 대회 준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설명하겠다. 생도들은 전원 이동할 준비를 하도록.”
그는 장소를 바꾸려는 듯, 지시를 내리며 단상을 내려갔다.
이정식 교관을 따라 곁에 서 있던 교관들도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통제를 시작한 건 익숙한 사람이었다.
“A반은 이쪽으로 집합하도록.”
바로 진태진 교관이었다.
A, B, C반 체계가 고스란히 이어지는 만큼 담당 교관 또한 그대로 유지되는 모양이었다.
다만 담당 교관이 없어진 B반은 다른 인물이 통제를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내가 B반을 맡을 거다! 알아들었으면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다름 아닌 고태식 교관이었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럼 다들 이따 보자고!”
백유진 등에게 우렁차게 인사를 건네는 임강철을 비롯한 내 친구들과 함께 A반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게 세 개의 반이 집합을 마칠 무렵.
“그럼 출발하겠다. A반부터 차례대로 따라오도록.”
이정식 교관을 필두로 2학년 전체가 한꺼번에 대강당을 빠져나갔다.
그대로 용맹관을 지나 아카데미의 거대한 부지를 대략 십여 분간 가로질렀다.
그렇게 이동한 끝에 거대한 돔 형태의 경기장 입구에 이르러서야 멈춰 섰다.
“이곳이 바로 레이드 시합과 승단 심사, 실기 수업이 이루어지는 경기장, 정진관이다.”
정진관.
이정식 교관은 앞으로 1년간 기숙사 이상으로 드나들어야 할 곳이 바로 정진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겨 입구로 들어섰다.
터널과도 같은 통로를 지나자.
‘……이곳이 정진관.’
외부만큼이나 어마어마한 규모의 내부 경기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경기장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두 개의 커다란 터널이었다.
이정식 교관은 터널을 가리키며 운을 뗐다.
“저 두 개의 터널이 바로 레이드 시합이 이뤄지는 장소다. 가상 레이드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정교하고 현실적인 시스템이라 이해하면 될 거다.”
이를테면 두 개의 터널은 가상 게이트라 할 수 있었다.
이는 마치 가상 전투실에 마련된 시뮬레이션 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가상 게이트 쪽이 기술력이나 투자된 금액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무려 마탑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아티팩트까지 설치되어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그렇게 납득하는 사이.
“지금부터 구체적인 수업 및 시합 방식을 설명하겠다. 한 번만 설명할 테니, 집중하도록.”
이정식 교관이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내용은 다름이 아니었다.
레이드 시합은 팀 단위로 이뤄지며, 3명씩 하나의 팀을 구성한다는 것.
가장 먼저 각 반에서 최강의 팀을 선별하고, 그다음은 ‘반 대항전’을 치른다는 것.
그리고 나서야 국제 대회에 출전할 최강의 팀을 선발하는 ‘국제 대회 선발전’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국제 대회 선발전은 아카데미 내에서 진행되는 시합과는 다소 상이한 점이 존재한다. 그건 나중에 각 담임 교관이 설명할 테니, 그때 듣도록.”
그밖에도 자잘한 부분까지 설명이 끝났을 때.
“그럼 이걸로 시업식은 마치겠다. 지금부터는 각 반의 담당 교관이 통제하도록 한다.”
2학년 시업식이 모두 끝났다.
…
…
…
잠시 후.
A반은 진태진 교관의 통제하에 용맹관으로 돌아왔다.
최종적으로 4층에 위치한 A반에 도착했다.
반 배정과 마찬가지로 교실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너희 기수는 3년 내내 4층을 사용한다. 같은 이치로 올해 신입생들은 작년 3학년 졸업생들이 머물던 2층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교실의 역할이 사실상 교양 수업을 위한 장소인 만큼, 특별히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진태진 교관은 사소한 의문을 해소해 주고 나서야 본론으로 넘어갔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 수업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는 거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겠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 다들 집중해서 듣도록.”
수업 방식은 조금 전 이정식 교관의 설명과 비슷하면서도 한층 구체적이었다.
“우선 이번 주는 준비 기간이라 생각하면 편할 거다. 앞서 이정식 교관님께서 설명하셨듯, 5, 6교시는 무기술 심화 수업이다. 그리고 7교시부터는 가상 전투 및 가상 레이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곧바로 레이드 시합 준비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준비 기간을 갖는 모양이었다.
“다만 1학년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C급 난이도로 시작한다. 첫 번째 승급 심사 또한 동일한 난이도로 이뤄질 테니, 수업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설명을 맺는 것과 동시에 진태진 교관은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대로 끝내는가 싶은 순간.
“그리고, 한 가지. 생도들이 이번 주 내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추가로 몇 마디를 덧붙였다.
“이번 주 안으로 A반 전원이 각자 팀을 구성해서 본 교관에게 명단을 제출하는 거다.”
다름 아닌 팀 구성에 관한 지시였다.
“다들 알겠지만 아카데미 내에서 이뤄지는 레이드 시합은 3명이 하나의 팀을 이뤄 진행한다. 각자 자유롭게 구성하면 된다.”
이어서 진태진 교관은 검지를 들어 올리며 설명을 계속했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구성원의 역할군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크게는 근접과 원거리, 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무기의 사정거리 또한 고려 대상이 되겠지.”
진태진 교관의 설명에 A반 전원이 뜻하지 않은 고민에 휩싸였다.
그중에는 당연히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역할군이라…….’
나는 자연스럽게 내 친구들을 떠올렸다.
그 순간 문제점을 인식했다.
‘……잠깐만, 세 명이라고?’
세 명이 하나의 팀을 이룬다.
반면 내 친구들은 셋, 나를 포함하면 총 네 명이었다.
이는 곧 네 명이 온전하게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생각지 못한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명단 제출 기간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다. 잘 생각해 보고, 상의해서 결정하도록. 이상이다.”
진태진 교관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고민 속에서 오늘 하루의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 * *
학기 첫날인 만큼 일정은 점심시간에 맞춰서 끝났다.
생도의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 가운데.
나 또한 친구들과 함께 식당을 향해 갔다.
다만 조금 전 진태진 교관의 지시 때문인지.
“…….”
다들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심지어 임강철 또한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에 골몰하고 있는 상태였다.
때문에 평소와는 다르게 점심 식사는 무거운 침묵 속에서 이뤄졌다.
이를 견디기 힘들었는지.
“……저, 얘들아. 우리 팀은 어떻게 할까?”
윤설하가 나서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녀의 뒤를 이어 차은월 또한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네 명이잖아. 하필이면 팀의 정원이 세 명일 건 또 뭐람…….”
에둘러 표현했으나, 의미는 다름이 아니었다.
우리가 찢어져야 한다는 것.
우리 중 한 명은 다른 사람들과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대체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정말 애매하네.’
실로 애매했다.
특히나 내겐 조금 다른 의미로 이번 팀 구성, 나아가 초인 국제 대회가 정말로 중요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그림자 녀석, 분명 국제 대회는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고 말했으니까.’
그림자 녀석이 언급한 계획의 두 번째 단계는 2학년 교과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녀석은 ‘국제 대회’를 콕 짚어 언급했다.
‘전 세계에 점조직 형태로 분포한 낙일(落日), 그 녀석들이 노리는 이들과 접촉해야 한다고 말했었나.’
지금까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김한석을 처리하기에 앞서 그가 노리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갔듯.
적들이 아닌 그들이 타깃으로 삼는 목표물에게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녀석은 국제 대회의 출전뿐만 아니라 월등한 성적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월등한 성적을 위해서라면…….’
윤설하와 차은월, 두 천재가 적격이었다.
가장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임강철을 배제하는 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아니, 결정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내 마음이 느끼는 가책이 문제였다.
그로 인해 한참을 말없이 고민하고 있을 때.
“다들 고민이 많아 보이는군……!”
느닷없이 임강철이 말문을 열었다.
쾌활하고 우렁차던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하고 묵직한 태도였다.
그래서일까.
꿀꺽-
윤설하와 차은월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나도 편치 않은 마음으로 임강철의 행동을 지켜봤다.
그 순간.
“……!”
별안간 임강철이 고개를 돌렸다.
그로 인해 눈이 마주친 상황 속에서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일한이, 난 아무래도 우리가 결정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결정하다니?”
“네 명 중에서 우리 둘만 무기가 겹친다. 그러니 우리 둘 중에서 한 명이 결정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 말은…….”
“누가 빠질 건지, 그걸 결정하는 거다.”
“……!”
단도직입적으로 밝히는 임강철의 의견에 나는 물론.
윤설하와 차은월까지도 움찔했다.
두 사람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우리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임강철은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제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 난 너와 한 번쯤은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다!”
“……붙어보고 싶었다고?”
사실 임강철과는 실기 수업을 같이 들었던 만큼, 여러 차례 붙어봤다.
하지만 그건 대련일 뿐, ‘제대로’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최선을 다하긴 했어도, 서로가 전력이었다고 말하기는 어폐가 있을 테니까.’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때.
“그래! 물론 지금까지 일한이, 네가 많이 앞서나간 건 사실이다.”
임강철이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에도 나는 진지하게 생각한다.”
“생각한다니, 뭘?”
“여전히 넌 나의 라이벌이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일한이, 넌 어떻지?!”
임강철을 비롯한 모든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