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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11화 (111/218)

111화 역시 일한 생도는 보통이 아니군요

김한석의 상태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를 인식한 순간.

쩌-엉!

김한석으로부터 검보랏빛 기파가 터져 나왔다.

나는 다급하게 혼원현천신공을 운용해 전신을 보호하는 한편, 추가로 호신을 발휘하여 방어의 강도를 높였다.

아슬아슬하게 준비를 갖출 무렵, 김한석이 일으킨 충격파가 닥쳐 왔다.

“……!”

감히 항거할 수 없는 힘에 나는 물론, 진태진 교관까지 속절없이 밀려났다.

단지 밀려나는 데서 그친 진태진 교관과는 다르게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커헉!”

피를 한 움큼 게워내자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만큼 갑작스럽게 변한 김한석의 힘은 대단했다.

하지만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틈 따윈 없었다.

가까스로 고개를 들자 내 시선이 가닿은 곳에는 김한석이 입가를 비틀고 있었다.

그러고는.

“자아, 넌 나와 함께 가자.”

나를 향해 불길한 기운을 두른 오른손을 뻗어 왔다.

온몸이 삐걱거리는 와중에 나는 힘겹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좀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점점 김한석의 손아귀가 가까워지는 가운데.

“더러운 손 치워라!”

별안간 진태진 교관이 소리쳤다.

그의 위협적인 접근에 김한석은 혀를 짧게 찼다.

“칫, 끈질기네요!”

김한석은 한차례 투덜거리더니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거칠게 달려드는 진태진 교관을 향해 제어 마법으로 응수했다.

그제야 진태진 교관은 걸음을 멈춰 세운 채 김한석의 마법에 대비를 갖췄다.

“이까짓…….”

마법 그 자체를 걷어내려던 진태진 교관은 일순 말문이 막혀 버렸다.

걷어내기는커녕, 검보랏빛 마나가 도리어 그의 전신을 옭아맨 것이다.

“……크윽!”

결국 진태진 교관은 신음을 터뜨리며 핏발이 선 두 눈으로 김한석을 노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슬슬 끝내도록 할까요?”

김한석은 특유의 나긋나긋한 말투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가닿은 곳에는 내 친구들을 비롯한 A반 생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진태진 교관은 두 눈을 부릅떴다.

“……네 녀석 설마!”

“태진 교관님은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네, 맞아요.”

김한석은 여유롭게 대답하며 A반 생도들을 향해 제어 마법을 발휘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보랏빛 마나가 파도처럼 친구들을 덮치는 순간.

“커, 헉!”

“……끄윽!”

내 친구들은 저항할 도리조차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 버렸다.

일순 벼락에 관통당한 것처럼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그들의 눈동자에 초점이 흐려졌다.

아무래도 타인을 조종하는 종류의 제어 마법을 시전한 듯했다.

이를 증명하듯.

스윽-

생도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그들은 하나둘씩 진태진 교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윽!”

진태진 교관은 하는 수 없이 검을 들고 자세를 갖췄다.

아무리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들, 그는 교관이었다.

본래라면 생도들이 떼를 지어 덤벼도 무리 없이 상대가 가능할 터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안 좋았다.

이지를 상실한 생도들이 제 몸의 안위를 도외시한 채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까닭이었다.

“잠시 애들 좀 상대하고 계세요, 태진 교관님.”

김한석은 싱긋 웃으며 한마디를 남기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거기에 소름이 돋는 한편,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차라리 정신을 잃었다면……!’

기습에 실패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김한석이 발휘한 충격파로 인해 입은 피해 때문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까닭이었다.

때문에 나는 부릅뜬 두 눈으로 김한석의 접근을 있는 힘껏 노려보는 한편.

‘……내 생각대로라면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속으로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 사이 김한석이 내 눈앞에 이르렀다.

그가 무어라 내게 말을 건네려는 찰나.

“……흐읍!”

나는 김한석을 향해 비틀거리는 몸을 내던졌다.

하지만.

“역시, 일한 생도는 하나부터 열까지 범상치 않네요.”

김한석은 여유롭게 내 돌진을 피해냈다.

그 탓에 나는 고꾸라지고 말았다.

비릿한 흙내음을 맡으며 겨우 고개를 들자 등 뒤에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자고 있어요. 나중에 깨어났을 때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 줄게요.”

듣는 순간, 나는 김한석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역시 김한석은 나를 죽일 생각이 없다.’

그는 오히려 나를 납치하려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등 뒤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용도는 그걸 위한 듯했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내가 바라는 일이었다.

떠올린 순간.

화아앗-!

불길하기 짝이 없는 마나가 엄습해 왔다.

그에 맞서 체내의 혼원현천신공이 맹렬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역시 일한 생도는 보통이 아니군요.”

김한석은 더없이 즐겁다는 듯 웃을 뿐, 그다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양 마나를 더했다.

혼원현천신공의 방어력을 넘어서는 수준의 제어 마법에 물밀듯, 수마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빠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가운데, 김한석은 후련하다는 듯 몸을 돌렸다.

“자, 이제 태진 교관님만 처리하면 되겠군.”

거기까지 확인한 순간, 나는 저항하기를 포기했다.

다만 의식의 끈이 완전히 끊어지기 직전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머지는 맡긴다.’

김한석은 진태진 교관의 숨통을 끊기 위해 내게서 등을 돌린 상태였다.

즉 지금이야말로 두 번째 기회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기회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내게 맡겨라.

이제는 녀석의 차례였다.

나는 바통을 건네주며 모든 것을 내려놨다.

그리고.

번쩍-

그림자가 두 눈을 부릅떴다.

* * *

챙 채쟁-! 카앙!

진태진이 절망적인 분투를 이어 가는 가운데.

김한석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목적은 분명했다.

‘이제 슬슬 마무리 해야지.’

진태진의 숨통을 끊고, 상황을 정리하는 것.

하지만 김한석은 서두르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까지 물어 버리는 법이었다.

하물며 그게 B급 초인이자 ‘전장의 매’로 이름이 높은 진태진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게이트를 벗어날 때 고태식 교관님과의 교전도 준비해야 할 테니까.’

김한석은 그때를 대비해 힘을 최대한 보존할 셈이었다.

반면 진태진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이를 증명하듯.

“흐압!”

그는 동작이 큰 일격으로 생도들을 걷어내는 것과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모든 상황의 원흉인 김한석을 제거하여 상황을 단번에 끝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쯤은 김한석에겐 통하지 않았다.

“생도들이 태진 교관님을 애타게 찾고 있는데, 상당히 매정하시네요.”

곧장 생도들을 제어하여 진태진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것이다.

이에 진태진은 이를 바득 깨물면서 간격을 벌렸다.

생도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는 까닭이었다.

그게 곧 약점이 되리라는 건 진태진도 알고, 김한석도 아는 사실이었다.

“어디 한번 막아 보시죠.”

김한석은 미소와 함께 수십여 발에 이르는 마탄을 허공에 전개했다.

피하면 생도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게끔, 넓은 범위로 펼쳐 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지켜보는 진태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한석은 다시금 오브에 마나를 불어넣어 본격적으로 마탄을 쏟아냈다.

콰앙-! 쾅!

마탄이 점점 생도들 쪽을 향하는 가운데.

진태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마탄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야말로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미처 쳐내지 못한 마탄은 호신을 두른 몸으로 직접 받아냈다.

갈수록 너덜너덜해지는 그의 모습에 김한석의 입꼬리가 쭉 찢어졌다.

“하하!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네요, 이건!”

정말이지 즐겁다는 듯, 준비해 둔 마탄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며 진태진을 유린했다.

그의 전신은 물론, 얼굴까지 피로 뒤덮여 완전히 혈인이 됐을 무렵.

“이만 끝내도록 하죠!”

김한석은 마지막 숨통을 끊기 위해 강력한 한 방을 준비했다.

진태진과 함께 생도들까지 전부 처리할 셈이었다.

그렇게 쏟아내려는 순간.

오싹-!

불현듯 소름 끼치는 감각이 엄습해 왔다.

이를 인지한 순간, 김한석은 곧바로 전신에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어디서 비롯됐는지 모를 백은색의 참격이 날아들었다.

쩌-엉!

요란한 소리와 더불어 마나의 파편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 와중에 김한석은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참격 너머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정말로 놀랍다는 듯,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일한 생도는 번번이 저를 놀라게 만드네요.”

분명 강력한 수면 마법으로 재워 둔 안일한이 멀쩡하게 일어나 있는 까닭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타닷-

안일한은 무표정하게 달려들기까지 했다.

그의 돌진에 김한석은 대처를 준비하며 생각했다.

‘분명 조금 전에는 충격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았는데.’

어떻게 이토록 멀쩡한 상태로 덤벼들 수 있을까.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웠다.

그럴수록 김한석의 가슴 속에는 강렬한 호기심과 흥미가 끓어올랐다.

‘대체 무슨 수를 썼기에. 아니, 도대체 어떤 스킬들을 가지고 있길래.’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지.

반드시 알아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김한석은 빠르게 마탄을 전개했다.

거기에 반응하듯.

쌔애애액-!

백은의 마나가 안일한의 전신을 뒤덮었다.

이어서 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마탄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한석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굳이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택하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겠죠, 일한 생도?”

제어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물리적으로 재우면 될 일이었다.

다소간의 상처는 남겠지만 애초에 상대가 자초한 일이니만큼 김한석은 개의치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 바로 그때부터였다.

콰앙-! 쾅!

쏟아지는 마탄 세례 속에서 안일한이 보이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그는 마탄이 어깨를 스치고, 팔뚝에 직격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진격했다.

때문에 김한석은 눈매를 가늘게 좁힌 채 안일한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제야 깨달았다.

‘……저 움직임은.’

순간순간 세밀한 움직임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마탄에 닿을 때만 미소(微少)한 범위에 호신을 발휘하여 방어와 마나 효율을 동시에 취했다.

그야말로 노련하기 짝이 없는 움직임이었다.

이를 인식한 순간, 김한석은 깊어지는 의문에 표정이 절로 굳었다.

‘대체 이 아이는…….’

호기심, 흥미를 넘어 위험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사이에 안일한이 짓쳐들었다.

마법사로서 달갑지 않은 간격 속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이 펼쳐졌다.

이를 통해 김한석은 깨달았다.

‘이 아이의 마나와 힘은 일개 생도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걸 활용하는 능력과 보유 스킬은…….’

생도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음을 말이다.

전적으로 이 사실을 깨달은 덕분이었다.

츠즛-!

뺨을 스치는 날카로운 참격을 간발의 차로 피해낸 것은 말이다.

그 즉시 김한석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목숨만 붙여서 데려간다.’

달리 말해 그 정도로 임하지 않으면 만에 하나의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김한석은 판단 즉시 코어의 마나를 힘껏 끌어냈다.

이번에는 단순히 마탄이 아니었다.

‘어디로 피하든, 결코 벗어나지 못할 거야.’

일대를 마나로 뒤덮어 산발적으로 폭발시키는 것.

‘흑점 폭발’이었다.

폭발은 회피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고,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폭발의 범위가 계속해서 확장된다.

즉, 이 마법이라면 안일한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리 생각하며 마법을 전개한 순간.

“……!”

김한석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두 눈을 부릅떴다.

정면에 일으킨 첫 번째 폭발, 그 한복판으로 안일한이 뛰어드는 까닭이었다.

그럼 반드시 죽는다.

이를 알기 때문에 김한석은 찰나지간 망설였다.

그 사이.

화륵-!

검보랏빛 화마가 안일한을 덮쳤다.

거의 동시에 화마 속에서부터 무언가가 빛살처럼 쇄도해 왔다.

‘……손바닥?’

정체를 깨닫는 순간.

콰직-!

김한석의 오른쪽 가슴이 꿰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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