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07화 (107/218)

107화 이제 곧 쇼타임이다

진태진 교관의 조력을 얻어낸 이후.

나는 김한석과의 결전을 대비해 스텟 단련과 무공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일주일쯤 됐을 무렵.

‘……이게 항마멸인장인가?’

그림자 녀석에 제공해 준 S급 장법이자, 김한석의 숨통을 끊을 비수.

항마멸인장(降魔滅印掌)을 체득할 수 있었다.

-항마멸인장(S)

혼원현천신공과 흑영신보에 이어 세 번째 S급 스킬로써 스킬창에 자리 잡은 항마멸인장.

등급이 S급이라 그런지, 과연 위력이 대단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가상 대련의 더미 데이터를 분쇄시켜 버린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가상 대련으로는 위력을 정확하게 가늠하는 건 무리인가.’

나는 그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미 데이터 정도는 무영귀살각으로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까닭이었다.

때문에 나는 위력을 파악하는 걸 그만두고 그림자 녀석의 설명을 기정사실로 여기기로 했다.

‘김한석의 숨통을 끊을 비수로써 건네준 무공이니 위력은 확실하겠지.’

대신 항마멸인장의 각 초식을 몸에 익히고, 마나 소모값을 헤아리는 등.

필요한 순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끔 무공에 적응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그렇게 순조롭게 결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19일 후, 늦은 밤.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현재 동기화율…… [45%]

-[????의 그림자]가 연륜의 일부가 깃든 분별력과 미래시(未來視)의 편린이 담긴 기억, 그리고 의식에 따라 행동합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활성화됐습니다!

-동기화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 효율의 재조정이 시작됩니다!

그림자는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깨달았다.

김한석과의 결전, 이를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드디어 갖춰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하며 ‘각인 스킬의 재조정’을 기다렸다.

잠시 후.

-의식에 각인된 [스킬] 효율의 재조절이 완료됐습니다!

-스킬 [초진화(SS)]가 [진화(A)]로 변경됩니다!

-신체 및 마나 코어의 성장 효율이 2배 상승합니다!

-신체 및 마나 코어의 수준이 평상시의 2배로 유지됩니다!

-스킬 [초재생(SS)]이 [재생(A)]으로 변경됩니다!

-모든 종류의 휴식 효과가 16배 상승합니다!

-신체의 치명적인 데미지를 회복하며 절단 및 파손된 신체 부위를 수복합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건 물론.

-이식된 스킬 [급속 성장(C)]이 [초성장(B)]으로 변경됩니다!

-이식된 스킬 [급속 회복(C)]이 [초회복(B)]으로 변경됩니다!

안일한에게 이식된 스킬의 등급까지 한 단계 올라갔다.

잇달아 떠오른 메시지를 전부 확인한 그림자는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이걸로 준비는 끝났다.’

이로써 김한석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은 전부 갖춘 셈이었다.

이제 남은 건 준비한 무기를 활용해 차후 격전의 씨앗이 될 김한석의 숨통을 확실히 끊는 것뿐이었다.

그림자는 재차 각오를 다지며 몸을 일으켰다.

‘수행평가는 내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 시간이 후면 김한석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림자는 여느 때처럼 기숙사를 벗어나 스텟 단련실을 향했다.

동기화율 45%를 달성함에 따라 각인 스킬이 ‘진화’로 업그레이드된 만큼 피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림자는 묵묵히 단련에 임했다.

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 끝에 월요일.

수행평가의 날이 밝았다.

* * *

아카데미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특히 1학년 행정실의 상황은 한층 더 어수선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2학기 기말 수행평가 때문이었다.

더욱이 이번 수행평가는 명백하게 여태까지와는 다른 방식, 현장 실습의 형태로 진행됐다.

그로 인해 이번 시험의 감독을 맡은 교관들은 아침부터 실습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 와중에 한 사람.

“태진 교관님, 시간이 참 빠르네요. 벌써 2학기 기말 수행평가라니.”

김한석은 바쁜 와중에도 평소처럼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에 진태진은 나직하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벌써 2학기네요. 1학년 생도들의 입학식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감회가 새로운 듯, 김한석은 새삼스럽게 탄성과 함께 중얼거렸다.

반면 진태진은 평소처럼, 아니 평소 이상으로 굳은 낯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김한석은 고개를 기울이며 재차 질문을 건넸다.

“태진 교관님, 무슨 일 있으세요?”

그제야 진태진은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그의 뇌리로 한 가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머지않아 아카데미에 크나큰 참사가 벌어질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제가 가진 미구현 특성으로 비슷한 광경을 본 것 같습니다.

다름 아닌 대략 4주 전, 안일한 생도와 차 안에서 나눴던 대화였다.

사실 이는 느닷없이 떠오른 생각이 아니었다.

생도와의 대화 이후, 줄곧 머리 한구석에 남아 이따금씩 떠오른 것이다.

‘그 이후로 생도의 능력은 발현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때의 상담 이후.

안일한 생도에게서 추가적인 상담 요청은 없었다.

물어볼까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생도에게 도리어 부담이 될까 여태까지 단념해 왔다.

생각이 들 때마다 애써 신경을 돌리는 식으로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참사에 관한 생각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별 탈 없이 끝나야 할 텐데.’

진태진은 속으로 그렇게 되뇌는 한편, 김한석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그런가요? 왠지 피곤해 보이네요.”

“어제는 조금 늦게 퇴근했습니다. 아무래도 수행평가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서.”

“저런, 역시 2학기 기말 시즌은 어쩔 수 없나 보네요.”

김한석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충 반응해 주고 다시금 본래 하던 일에 신경을 돌리려는 찰나.

“다들 준비는 잘하고 있나?”

행정실에 고태식이 들어섰다.

그의 등장에 진태진은 물론, B반을 담당하는 김한석과 C반의 담임 교관, 이은애까지 몸을 일으켜 인사했다.

“바쁠 테니 인사는 대충 그 정도로 하지.”

고태식은 손을 대충 내저으며 인사를 받았다.

그러고는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이번 수행평가의 총감독을 맡은 입장으로서 각 반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다.

고태식은 A반의 진태진에 이어서 B반의 김한석, 마지막으로 C반의 이은애와 한차례 대화를 나눴다.

“역시 다들 철저하구먼. 그럼 이대로 진행하고, 슬슬 움직이지.”

고태식의 지시에 진태진을 비롯한 세 사람은 각각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시간은 아침 9시를 앞두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1학년은 전부 대강당에 모여 있을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한 진태진은 짐을 챙기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시죠, 태진 교관님.”

김한석은 여유로운 말투로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

그에게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부디 별일 없기를…….’

진태진은 새삼스럽게 속으로 되뇌었다.

* * *

나는 임강철과 함께 교실로 등교하는 대신 집합 장소인 대강당을 향했다.

도착하자 A반뿐만 아니라 B반, C반의 생도들까지 모두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이 많은 만큼 소음에 가까운 수준으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자 다들 조용히 하고, 여길 주목해라!”

대강당의 입구로부터 거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체는 다름 아닌 고태식 교관이었다.

그는 뒤따르는 세 명의 교관들과 함께 곧장 단상 위로 올라갔다.

‘저 여성 교관님은 분명 이은애 교관님이셨나?’

기억하기론 C반의 담임 교관이자, 창술 심화 수업을 담당하는 교관이었다.

아무래도 각 반의 담임 교관과 고태식 교관까지 해서 총 4명이 인솔 및 감독을 맡은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부터 수행평가에 관해 짤막하게 설명하겠다. 이번 시험의 인솔 인원은 나를 포함 총 네 명이며, 게이트 내부에선 각자 담임 교관의 말을 따르면 된다.”

고태식 교관은 수행평가의 평가와 인솔을 각 반의 담임 교관이 맡는다는 점부터.

그는 외부의 침입 및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게이트 밖에서 대기할 거라는 점.

마지막으로 시험은 임의로 구성된 다섯 명씩 조를 이뤄 각 담임 교관의 통제하에 진행될 거라는 점까지.

필요한 설명들을 계속해서 이어 갔다.

그러고는.

“시험에 관한 질문은 게이트에 입장하고 난 다음에 각 반의 담임 교관이 받아 줄 거다. 다들 이동해라!”

질의응답을 다른 교관들에게 넘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동을 지시했다.

시험 장소로의 이동은 지난 여름 방학 때 실시한 실습과 비슷했다.

준비된 차량에 탑승하여 세 시간가량 달린 끝에 게이트 일대에 도착한 것이다.

“도착했다. 다들 질서를 지키며 내리도록.”

진태진 교관의 지시에 하나둘씩 버스에서 내렸다.

내 차례가 되어 차에서 내린 순간, 왠지 익숙한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게이트 일대는 전부 이런 느낌인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수행평가가 진행되는 게이트 입구는 깊은 산속 어딘가에 위치해 있었다.

일대에 들어섰을 때, 특유의 이질적인 감각이 전신에 엄습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트의 입구가 보였다.

고오오-

게이트 입구의 외견은 마치 유형화를 이룬 마나가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입구 앞에서 A반, B반, C반이 차례대로 줄을 섰다.

행렬의 후미에 위치한 고태식 교관은 마지막으로 생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들 담임 교관의 지시에 잘 따르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 이상이다!”

그의 거친 목소리가 끝나고 나서야 진태진 교관은 몸을 돌렸다.

“앞줄부터 차례대로 입장하도록.”

그의 지시에 A반 생도들이 본격적으로 게이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내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두방망이질쳤다.

이윽고 내가 들어갈 차례가 됐다.

‘……드디어.’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고는 게이트 너머로 발을 내디뎠다.

진태진을 포함하여 A반의 전 인원이 입장한 가운데.

다음은 B반이 입장할 차례였다.

“다들 질서를 지키며 입장해 주세요.”

김한석은 변함없이 싱글거리는 낯으로 생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하나둘씩 입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김한석은 품 속에 손을 넣었다.

그는 미리 준비해 둔 아티팩트 특유의 촉감을 느끼며 생각했다.

‘이제 곧 쇼타임이다.’

* * *

게이트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이 뒤바뀌었다.

깊은 산속의 풍경은 어디가고, 널따란 초원과 그 위를 어슬렁거리는 몬스터들이 우리를 반겨 줬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우거진 수풀 지대가 보였다.

이는 가장 보편적인 필드나 다름없었다.

긴장과 함께 주변 환경을 확인하고 있을 때.

“자, 다들 주목.”

뒤쪽에서부터 진태진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지시에 생도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지금부터 수행평가의 시험 방식을 설명하겠다.”

아무래도 수행평가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을 설명하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귀를 기울이는 한편, 촉각을 곤두세웠다.

내가 속한 A반은 물론, C반까지 전부 입장을 끝마친 상황이었다.

즉, 김한석이 언제 움직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나 혼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진태진 교관은 설명을 이어 갔다.

아니.

“지금부터 각자 스마트 워치를 확인하도록. 무작위로 편성된 자신의 조를 확인할 수 있을…….”

그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스르륵-

게이트 내부에 이변이 발생한 것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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