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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01화 (101/218)

101화 일한 생도, 잠깐 괜찮을까요?

7교시가 끝났을 때.

“일한이, 다음은 마력 수업인가?”

“어. 먼저 가 있어, 난 스텟 단련실 좀 들렀다가 갈게.”

8교시 수업을 위해 이동하기에 앞서 나는 임강철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러고는 곧장 스텟 단련실을 향해 갔다.

쉬는 시간을 활용해 스텟을 갱신하기 위함이었다.

‘2학기 초에 갱신한 이후로는 처음인가?’

여태 수행평가의 준비에 매진하느라 스텟 단련은 물론이고, 스텟을 갱신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확인하려던 차에 그림자 녀석이 스텟 단련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더불어 녀석은 당분간 스텟을 단련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 성과를 확인할 겸, 갱신을 위해 막간의 시간을 이용할 셈이었다.

‘어디 보자.’

쉬는 시간이 10분에 불과한 만큼 나는 단련실에 도착한 즉시 서둘러 스텟을 갱신했다.

그 결과.

-근력 스텟 31

-민첩 스텟 33

-체력 스텟 34

-마력 스텟 63

총합 161스텟.

내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161스텟이라니. 벌써 D+급을 찍었네.’

놀라운 결과에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분명 예전에 확인했을 당시에는 D+급까지 약 10스텟 정도가 부족했었다.

딱히 스텟을 단련하지 않았음에도 대련 혹은 가상 전투만으로 대략 20스텟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특히 다른 스텟들과 2배가량 차이가 나는 마력 스텟은 혀를 내두를 수준이었다.

‘마력 스텟은 혼원현천신공을 운용해서 그런 건가?’

2학기 들어서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마나를 활용했다.

그게 원인이 아닐까 추측하는 한편, 나는 결과를 갈무리했다.

더불어 가슴 속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림자 녀석의 새벽 단련에 나까지 스텟 단련에 집중한다면…….’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르기 전에 C급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진 ‘급속 성장’과 그림자 녀석의 성장 스킬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스럽게 의욕이 샘솟았다.

‘슬슬 이동해야겠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업 장소를 향해 이동했다.

* * *

8교시, 마력 수업은 수행평가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편하게 짝을 지어 대련하고, 호명하는 생도는 면담을 진행하게 될 겁니다. 그럼 시작하세요.”

마나 운용을 위주로 대련하고, 중간중간 김한석이 면담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하는 식이었다.

생도들은 익숙하게 움직여 하나둘씩 짝을 이뤘고, 나 또한 친구들과 모였다.

“일한이, 가볍게 한판 어때?!”

평소처럼 임강철이 나서서 대련을 청하는 가운데.

“안일한, 나도 오늘은 한판 붙어 보고 싶은데. 어때?”

웬일인지, 윤설하도 내게 의욕적으로 대련을 청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지난번 수행평가 때 환영검가 측에서 후원해 준 스킬을 최근에 체득했거든!”

윤설하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신창백가와 면담한 나와는 달랐다.

그녀의 유일한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스킬, 무공의 부재를 환영검가와의 면담을 통해 얻어낸 것이다.

‘보법과 검술을 얻었다고 했나?’

듣기론 C+급 보법과 B급 검술을 얻은 모양이었다.

마나 심법을 얻지 못했음에도 윤설하는 크게 기뻐하며 요 며칠간 수련에 열중했다.

그 결과 저번 주 주말에 체득을 완료한 듯했다.

때문에 그녀는 실전에서의 활용을 굉장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미안, 혹시 내일 해도 될까?”

나는 윤설하에게 양해를 구했다.

거절을 예상치 못했는지, 그녀는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유를 물어왔다.

“오늘은 차은월과 대련해 보고 싶어서.”

이는 어젯밤, 꿈속에서 그림자 녀석의 요청을 듣고 난 다음 결정한 것이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환영 마법사 김한석과의 결전이 머지않았다는 점이었다.

‘차은월이 아무리 천재라 해도 교관인 김한석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아예 두 손 놓고 있는 것보단 나을 터였다.

이는 내 개인적인 판단인 반면, 두 번째 이유는 그림자 녀석의 요청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혼원현천신공을 자주, 가급적이면 매 순간 운용해라. 대련이나 가상 전투를 벌일 때도 포함이다.

요청과 더불어 녀석은 그게 바로 혼원현천신공의 진정한 묘리에 다가서는 법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나는 오전의 교양 수업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코어를 활성화시킨 상태였다.

‘아직은 감이 잘 안 잡히지만.’

그림자 녀석은 대련에서 호신을 쓰지 않은 채로 맞아 보면 알게 될 거라고 덧붙였다.

다소 과격한 요구였지만 나는 시험해 보기로 했다.

여태까지의 경험상 그림자 녀석이 쓸데없는 짓을 요구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속내를 알 턱이 없는 차은월은 느닷없는 요청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랑?”

“응. 부탁할게.”

“으음, 난 괜찮지만…….”

차은월은 왠지 머뭇거리는 기색으로 말끝을 흐렸다.

윤설하 쪽을 곁눈질하는 거로 보아 아무래도 그녀가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이를 알아차렸는지, 윤설하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 괜찮아! 난 임강철이랑 해도 되니까!”

“정말?”

“응!”

윤설하의 대답에 이번에는 임강철이 호탕하게 웃으며 반응했다.

“좋지! 바로 해 보자고!”

그렇게 간격을 벌리는 두 사람을 뒤로한 채, 나 또한 차은월과 마주 섰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머뭇거리던 모습과는 달리 어느새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련할 준비가 된 것 같아 나는 그녀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

“응.”

차은월은 대답과 동시에 특성을 발휘했다.

마법의 위력까지 증폭시키는 마력 역장이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봤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다.

‘분산되어 있는 형태라니.’

커다란 돔 형태의 방어막을 연상시켰던 이전의 형태와는 달랐다.

규모가 작은 손거울만 한 크기로 줄어들었으며, 개수도 하나가 아닌 9개로 늘어난 것이다.

가만히 고개를 갸웃거리자 차은월은 수줍은 듯 특성을 설명해 줬다.

“연습하다 보니까 이렇게도 가능하더라고.”

“……뭔가 심상치 않은데?”

“응. 그러니까 각오하는 편이 좋을 거야.”

차은월은 배시시 웃으며 다시금 자세를 취했다.

나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흑영보를 전개했다.

그녀의 분산된 역장을 주의 깊게 살피는 한편, 빠르게 달려나가며 생각했다.

‘정면으로 맞아 보는 건 아무래도 좀 위험하니까.’

살짝 빗맞는 수준으로 그림자 녀석의 조언을 테스트해 보자.

그렇게 결정을 내릴 무렵.

우우웅-!

차은월의 오브에서 심상치 않은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마나는 9개에 달하는 구체를 이뤄 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의 마법은 정면에 배치된 9개의 역장을 통과했다.

그 순간, 포탄에 버금가는 크기로 증폭됐다.

“……!”

과연, 각오하라던 그녀의 말은 빈말이 아닌 듯했다.

그리 생각하며 흑영보에 집중했다.

타닷-

마나의 포탄 세례가 시야를 뒤덮으며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근처에 있는 마탄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아슬아슬하게 오른쪽 어깻죽지에 맞을 것 같은 찰나.

쌔애액!

문득 체내에서 마나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인식하는 순간 정체를 알아차렸다.

‘……이거, 현천강기 특유의 반발력이잖아?’

다름 아닌 현천강기를 바탕으로 호신을 펼쳤을 때 나타나는 반발력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츠즈즈즛-!

어깻죽지를 스치는 마탄으로부터 마나의 파편이 사정없이 튀기 시작했다.

통증이 살짝 느껴졌으나 크게 신경 쓸 수준은 아니었다.

‘이게 혼원현천신공의 진정한 묘리인가……?’

그렇다고 보기엔 호신에 비해 마나의 효율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감각을 기억하는 한편, 불규칙적으로 쏟아지는 마탄의 세례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이윽고 차은월과의 간격이 충분히 좁혀졌을 때.

‘여기선 복마구권으로.’

나는 곧장 마나의 유형화를 이뤄냈다.

백은의 마나가 양손을 휘감는 가운데, 또다시 체내의 마나가 요동쳤다.

‘이번에는 반발력이 아니라 폭발력인가?’

다름 아닌 현천강기 특유의 폭발력이었다.

그로 인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한층 빠르게 몸이 움직였다.

더불어 주먹에 힘과 마나가 과하게 실렸다.

즉, 혼원현천신공의 낯선 효과로 인해 힘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이거 자칫 잘못하면…….’

차은월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가능성을 떠올린 찰나.

휘릭-!

차은월의 양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손짓에 9개로 분산되어 있던 마력 역장이 순식간에 여러 겹으로 겹쳐졌다.

반응으로 보아 내 공격에 실린 마나를 읽은 듯했다.

그 결과.

쩌-엉!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격돌했다.

그녀가 전개한 역장을 다섯 개쯤 박살 냈을 때, 겨우 힘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안심하고 다시금 간격을 벌렸다.

내 모습에서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차은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기, 일한아 괜찮아?”

그녀는 본래 서 있던 자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상태였다.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가 차은월을 너무 과소평가한 건가?’

혼원현천신공의 묘리 수련의 부작용으로 힘이 과하게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걱정했건만, 차은월은 상상 이상으로 여유로운 대처를 보여 줬다.

더욱이 그녀는 특유의 마나를 읽는 능력을 통해 내게서 이상함을 느끼고 배려까지 해줬다.

‘특성의 활용 폭도 그렇고. 아마도 대련을 계속했다면 충분히 대처했으려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차은월의 성장은 눈부신 수준이었다.

각오하라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마음을 고쳐먹는 한편, 마음을 놓았다.

‘어중간한 상대였다면 난처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가 차은월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오히려 불안정한 혼원현천신공의 수련에 꽤나 도움이 될 듯싶었다.

‘아직은 좋다기보단 불안정하게 느껴질 뿐이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아직 익숙지 않아서 발생한 시행착오의 일환일 터였다.

그만큼 그림자 녀석을 믿고, S급 스킬 혼원현천신공을 믿었다.

나는 그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고는 차은월을 향해 입을 열었다.

“괜찮아. 실험하고 싶은 게 있는데 조절이 잘 안 됐던 것 같아.”

“아, 그래?”

“어. 당분간은 살짝 불안정할 것 같은데, 괜찮아?”

“으응. 괜찮을 것 같아.”

혹시 몰라 양해를 구했건만, 차은월은 개의치 않고 받아들여 줬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좀 더 연습해 보자,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일한 생도, 잠깐 괜찮을까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김한석이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돌렸다.

“네, 교관님.”

“일한 생도 차례예요. 이쪽으로 오세요.”

아무래도 면담의 차례가 온 듯했다.

나는 다시 한번 차은월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훈련실 구석에 마련된 곳으로 가서 김한석과 마주 앉았다.

그는 평소처럼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역시 일한 생도는 뛰어나네요. 대련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마나 운용이 살짝 불안정한 것 같던데, 일한 생도도 인식하고 있죠?”

“네, 이것저것 실험하고 있어서요.”

“다행이네요.”

이전과 마찬가지로 생각보다 건실한 면담이었다.

그리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오늘은 피드백보단 심화 수업을 하도록 하죠.”

김한석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화제를 꺼내 들었다.

“심화 수업이요?”

“네. 마법에 대항하는 법이라 할까요?”

마법에 대항하는 법.

분명 흥미가 있는 주제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대가 상대라 그런지, 긴장이 됐다.

내 속내를 알 턱이 없는 김한석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갔다.

“근접 무기를 택한 생도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 중 하나죠.”

“그런가요?”

“네. 빌런뿐만이 아니라 고위험 몬스터 중에서도 마법을 사용하는 개체가 존재하니까요.”

“그렇군요.”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김한석이 별안간 검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상식 테스트를 한번 해 볼까요?”

“상식 테스트요?”

“네. 혹시 일한 생도는 공격 마법 이외의 마법을 알고 있나요?”

“공격 마법 이외라는 말씀은……?”

“이를테면, 환영 마법이라든지.”

환영 마법.

생각지도 못한 김한석의 언급에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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