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65화 (65/218)

65화 그거, 최소한 복마구권보다 윗줄이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 효율의 재조절이 완료됐습니다!

-스킬 [초진화(SS)]가 [초성장(B)]으로 변경됩니다!

-모든 종류의 단련 효과가 8배 상승합니다!

-스킬 [초재생(SS)]이 [초회복(B)]으로 변경됩니다!

-모든 종류의 휴식 효과가 8배 상승합니다!

-이식된 스킬 [성장(D)]이 [급속 성장(C)]으로 변경됩니다!

-이식된 스킬 [회복(D)]이 [급속 회복(C)]으로 변경됩니다!

눈앞에 잇달아 떠오르는 메시지 세례.

그림자는 빠르게 훑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초성장(B)’과 ‘초회복(B)’.

각각 8배의 효율을 안겨 주는 스킬들이었다.

슬슬 D급을 바라보는 시점에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몇몇 타고난 이들을 제외하면 스텟은 등급이 오를수록 성장 효율이 극심하게 떨어지는 까닭이었다.

‘아직 진화나 재생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 부분이 살짝 아쉬웠다.

특히 재생의 경우, 곧 있을 게이트 현장 실습의 돌발 상황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기에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는 금방 털어 냈다.

고작 스킬 하나의 유무에 상황이 좌우될 만큼 계획을 허투루 짜진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그림자는 동기화율에 따른 변화를 쭉 훑어내린 다음.

저벅저벅-

책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슬슬 계획의 세부적인 요소들을 공유할 때였다.

그대로 공책을 펼쳐 망설임 없이 주의사항을 적어 내려갔다.

그림자는 대략 세 줄 정도 적고 난 다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만하면 게이트 실습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는 제공한 셈이었다.

이어서 그는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헤아렸다.

정보를 제공했으니, 이제는 무기를 전해줄 차례였다.

‘혹시 모르니 그게 좋겠군.’

때마침 알맞은 스킬을 한 가지 떠올렸다.

정확히는 ‘알맞다’기 보단, 녀석의 현 수준에 비해서는 과분한 스킬이었다.

그럼에도 마음을 굳힌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더 이상 혼자서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니까.’

녀석은 혼자가 아니다.

여태 그랬듯, 녀석을 도와줄 사람이 이곳 아카데미에 최소로 잡아도 두 명은 존재했다.

그러니 다소 시간은 걸릴지언정, 충분히 소화가 가능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판단 즉시 페이지를 넘겨 무공의 명칭과 구결을 적어 내려갔다.

‘자, 그럼.’

그림자는 다 적고 나서야 기숙사를 빠져나갔다.

그 길로 곧장 무기 훈련실을 향해 갔다.

밤이 깊은 탓인지, 훈련실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나서는 곧장 손목의 스마트 워치를 풀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내려놓은 채 카메라 각도를 살폈다.

이 또한 녀석과 합의를 본 부분 중 하나였다.

그렇게 전신의 움직임을 담을 수 있을 위치에 스마트 워치를 내려놓고 나서야.

스윽-

자세를 취했다.

예사롭지 않은 기수식.

처음 무공을 시도할 때와는 여러모로 달랐다.

어느새 무공을 펼치기에 적합한 몸 상태가 된 것이다.

이 정도면 무공의 형(形) 정도는 금방 몸에 새길 수 있으리라.

판단 즉시 그림자는 호흡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곧바로 허공을 향해 발을 휘둘러 찼다.

휘익-!

표홀한 궤적을 그리는 발차기.

이어지는 동작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리 없이 신속하고, 파괴적이었다.

이전의 복마구권과 비슷한 부류의 무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웅대하거나, 패도적인 기세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살기 일변도의 각법. 이유는 간단했다.

쌔액-!

간악한 존재들을 척살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만들어진 무공이었으니까.

무아지경 속에서 각 초식을 거듭해서 펼치는 가운데.

스르륵-

무공의 진의.

귀살(鬼殺)의 기운이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오전 수업.

나는 일과의 시작으로 그림자의 행적부터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특성]

-????의 그림자

동기화율 30%

계승 1단계 –미약한 링크-

다름 아닌 동기화율이었다.

머지않았을 거라 여겼던 30%를 드디어 달성한 것이다.

나는 수치를 포함하여 하나씩 차분하게 살펴봤다.

가장 먼저.

‘일단 계승에는 변화가 없고.’

특성을 마저 살핀 다음, 곧바로 스킬창으로 넘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스킬]

-흑영보(C)

-현천강기(B)

-복마구권(B)

-탈혼지(B+)

-혼원공(B+)

-급속 성장(C)

-급속 회복(C)

스킬에 변화가 있었다.

다름 아닌 ‘성장(D)’과 ‘회복(D)’이 C급 스킬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급속 성장(C)

모든 종류의 단련 효과가 4배 상승

-급속 회복(C)

모든 종류의 휴식 효과가 4배 상승

어마어마한 효과에 입이 쩍 벌어졌다.

‘……4배라니.’

애초에 2배 상승 효과였을 때조차 체감이 상당했다.

그만큼 유용한 스킬들이 단숨에 4배로 뛰어서 그런지,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 상태로 즐거운 상상과 함께 상태창 점검을 마쳤다.

이 기분은 정확히 녀석이 남긴 메모를 확인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이건 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내용이 적힌 공책.

녀석의 메모는 정확히 세 줄이었다.

-인솔자로 다섯 번째 진리 마탑에서 파견 나온 이유진 초인 선택할 것.

-게이트 진입 시 침식 현상이 발생할 테니 들어가자마자 가급적 혼원공을 유지할 것.

-혹시나 의식을 잃는 경우가 발생해도 당황하지 말고 남은 일은 내게 맡길 것.

뉘앙스로 봤을 때 게이트 현장 실습에 관한 내용인 듯했다.

다만 문제는 메모의 앞뒤 맥락과 의미를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질 거란 내용 같은데.’

인솔자 선정부터 침식 현상, 의식을 잃는 경우까지.

내용 자체는 의외로 디테일했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탓에 잘 와닿지 않았다.

한참을 노려본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일단 외워는 두자.’

그렇게 속으로 몇 차례 곱씹으며 다음 점검, 영상 확인으로 넘어갔다.

녀석은 메모를 남긴 즉시 무기 훈련실을 향해 갔다.

이어지는 녀석의 행동에.

“……!”

나는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휘익!

자세부터 풍기는 기세까지.

예사롭지 않은 발차기를 연거푸 선보이는 까닭이었다.

‘새로운 무공이다.’

의미를 깨달은 순간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녀석이 제 움직임을 잘 보이게끔 녹화해 준 덕분에 모든 동작이 두 눈에 생생하게 들어왔다.

보는 내내 탄성과 더불어 마른침이 절로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이건 최소 복마구권과 동급일지도.’

그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기세가 느껴졌다.

감상을 떠올린 순간, 문득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게이트 실습에 관한 메모를 적어 놓은 페이지가 접혀 있었지.’

혹시 무공의 명칭과 구결까지 적어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 즉시 나는 공책을 펼쳤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범상치 않은 다섯 글자와 함께 구결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무영귀살각(無影鬼殺脚)

무영귀살각.

속으로 되뇌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로 명칭과 구결을 알려 줬다는 건.’

어쩌면 녀석은 내가 무영귀살각을 빠르게 체득하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이를테면, 추후 게이트 현장 실습 때 일어날 모종의 사건에 대비하여 제공한 게 아닐까.

계속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런 거라면 이는 내게 있어 나쁠 것 하나 없는 이야기였다.

‘오늘부터 바로 단련해 보자.’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동시에 생각했다.

‘그렇다면 당장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이를 마음속에 염두에 둔 채 시간이 가길 기다렸다.

* * *

방과 후, 행정실.

“뭐? 기말고사도 끝난 마당에 무공을 봐달라고?”

특유의 거친 목소리로 되묻는 고태식 교관.

그를 찾아간 이유는 간단했다.

‘체득 자체는 이미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혼자 힘으로 원활한 활용의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고태식 교관을 찾아왔다.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결과만큼은 확실하니까.’

그간의 경험을 돌아봤을 때.

고태식 교관의 지옥과도 같은 실전 대련만 한 수련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그랬다.

새삼스레 마음을 다지며 분명한 의지를 담아 답했다.

“네. 방학 전까지, 그러니까 목요일까지라도 좋습니다.”

“고작 4일? 차라리 스텟 단련이나 하지 그러냐?”

고태식 교관은 손을 건성으로 내저었다.

귀찮은 듯한 반응과는 달리.

“2학기를 대비한다면 차라리 그편이 나을 거다. 사람을 상대할 때보다 몬스터를 사냥할 때 훨씬 더 체력과 정신력 소모가 심할 테니까.”

꽤나 설득력 있는 설교를 이어 갔다.

분명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나 애초에 목적이 다른 만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반응에 고태식 교관이 눈살을 찌푸리는 찰나, 나는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사실 새로운 무공을 얻게 됐습니다.”

“……새로운 무공?”

그제야 고태식 교관은 흥미를 보였다.

“또 미래 예지인지 뭔지로 접한 거냐?”

“네. 예사롭지 않은 무공이었습니다. 조언을 해 주시면 보다 정확하게 익힐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흐음.”

잠시 입맛을 다시던 고태식 교관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몸을 일으켰다.

“네놈의 안목은 믿기 힘들지만 이전에도 범상치 않은 걸 배워 왔으니까.”

어디, 이번에는 또 어떤 걸 들고 왔는지 보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내게 손짓했다.

승낙이나 다름없는 행동에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대로 행정실을 빠져나가려는 찰나.

“호오, 일한 생도는 시험이 끝났는데도 열정적이군요. 아주 보기 좋네요.”

익숙한, 그래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한석.’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곧장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내 인사에 김한석은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며 화답했다.

“앞으로도 쭉 성장해 나가길 바랄게요.”

내용 자체는 덕담이었으나, 상대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마치 탐스러운 먹잇감을 눈앞에 두고, 살이 충분히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포식자의 속내 같달까.

오싹한 기분이 드는 까닭에 나도 모르게 혼원공을 끌어올렸다.

바로 그때.

“뭐 해, 안 오고.”

고태식 교관이 나를 채근해 왔다.

덕분에 나는 김한석을 뒤로한 채 서둘러 행정실을 빠져나왔다.

‘……나중엔 저만한 존재를 상대해야 된다 이거지.’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들어가라.”

2층 소훈련실에 도착했다.

방과 후, 그것도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라 그런지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어디 보여 봐라.”

들어서기가 무섭게 채근하는 고태식 교관.

나는 짤막한 대답과 함께 기억을 더듬었다.

‘처음으로 취해야 할 기수식이…….’

몇 번 정도 발의 위치를 조정한 끝에 영상 속 자세를 재현할 수 있었다.

그 상태에서 느리지만 최대한 녀석이 보여 준 동작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휘익-!

각법, 즉 발을 위주로 몸을 써는 게 처음이란 그런지 권법이나 지법을 펼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수련 덕분에 생각대로 몸이 잘 움직였다.

덕분에 초식을 거듭해 나갈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일까.

쌔액-!

자연스레 초식 전개에 속도가 붙고, 발차기에는 충분한 힘이 실렸다.

마침내 무공 전체를 재현해 냈을 땐 상체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가슴 속에 차오르는 뿌듯함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예사롭지 않은 고태식 교관의 표정이 두 눈에 들어왔다.

‘뭔가 잘못됐나?’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찰나, 고태식 교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녀석, 미래를 본다고 했나?”

“그렇습니다만…….”

“네놈이 본 미래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

“……네?”

영문을 알 수 없는 물음에 고개가 절로 기울어졌다.

그런 내 반응에 고태식 교관은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그의 말을 들은 순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그만한 무공을 접할 수 있는 건지를 묻는 거다.”

“그 말씀은…….”

“방금 보인 각법. 그거, 최소한 네놈이 가진 복마구권보다도 윗줄이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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