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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60화 (60/218)

60화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딩동댕동-

종소리와 함께 6교시, 이론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다음 7교시가 이동 수업에 해당하는 마력 심화 수업인 만큼 생도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 이들과는 달리.

“일한이,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나?”

나는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임강철이 내 귀에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을 정도로 말이다.

“……어? 어.”

“점심시간에도 그러더니.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고민이라.”

가만히 곱씹어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랬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이었으며, 전부 그림자 녀석의 메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확히는 어젯밤, 내가 남긴 질문에 관한 녀석의 답변 때문이었다.

질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환영 마법의 사용자, 김한석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도대체 어떻게 대응할지.’

정말로 내가 교관인 김한석을 상대할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적으면서도 답을 회피할까 걱정했건만, 의외로 녀석은 시원하게 답변해 줬다.

내용은 이번에도 역시 내 예상을 아득하게 상회했다.

-너를 위해 마련된 안배는 비단 네가 가진 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게 될 사람들이 있다.

김한석은 그들과 함께 대적하게 될 거다.

나를 위해 준비된 안배.

그건 단순히 내가 가진 힘, 역량을 상승시켜 주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교관, 최소 B급인 김한석을 상대하기 위한 조력자까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탄성이 절로 흘러나오는 한편, 충분히 납득이 갔다.

‘애초에 나 혼자 상대하는 쪽이 훨씬 현실성이 없지.’

단순히 좁힐 수 없는 무력의 격차뿐만이 아니었다.

적어도 김한석이 교관직을 유지하는 이상, 확실한 물증 없이는 그를 건들 수 없다.

그런 점을 포함해서 물었으나, 다행히 녀석의 계획은 생각보다 치밀한 느낌이었다.

반면 두 번째 질문의 답변은 다소 모호했다.

질문의 내용은 다름이 아니었다.

‘백유진, 그리고 오윤서. 두 사람의 문제는 언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만일 그것도 소임에 포함된다면, 그들에 관한 정보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녀석은 제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 부분에 관해선 기억에 공백이 존재한다.

애석하게도 현시점에서 기억나는 건 두 가지다.

첫째는 둘의 문제가 전부 가정사에서 비롯됐다는 것.

둘째는 그들에게 접근하는 시점을 2학기로 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여태까지의 과정을 돌아봤을 때, 내가 가진 계획은 차선 혹은 최악을 상정했을 뿐.

실제로 네가 만들어 낸 최상의 결과에는 미치지 못함을 알고 있다.

그러니 둘의 문제에 관해선 상황을 공유하되, 나머지는 전적으로 네 판단에 맡기겠다.

기억이 온전치 못한 점부터, 둘의 문제나 접근 시점에 관한 개괄적인 내용.

마지막으로 내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겠다는 점까지.

원하는 만큼 정보를 얻진 못했지만, 답변에서 진실성이 느껴졌다.

이는 마지막으로 남긴 녀석의 메모에 특히 두드러졌다.

-예상대로 흔들리지 않고 침착한 면모를 보여 준 네게 경의를 표한다.

또한 김한석의 동향 파악과 상황 공유에 집중하겠다는 판단도 훌륭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뜻밖의 칭찬으로 필담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미래를 알고 있으며, 끝 모를 역량을 지닌 그림자.

그런 녀석에게 인정을 받아서 그런 걸까.

‘경의를 표한다라…….’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이번 필담을 통해 얻은 정보들을 다시금 머릿속으로 갈무리했다.

그 사이.

“일한이,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자!”

여태 물끄러미 지켜보던 임강철이 나를 채근해 왔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쉬는 시간의 절반이 흘러가 있었다.

나는 슬슬 몸을 일으키며 생각했다.

‘우선 백유진, 오윤서는 2학기로 미뤄 두고, 당분간은 김한석의 동향 파악에 집중하자.’

그렇게 정리한 다음.

“가자.”

임강철과 함께 교실을 벗어났다.

* * *

잠시 후, 7교시.

마력 심화 수업은 의외로 마력 단련실이 아니라 무기 훈련실에서 진행됐다.

“오늘부터 마나 활용의 두 번째 단계 호신의 실습 과정에 들어갈 겁니다. 방식은 대련, 그중에서도 초식 교환의 형태로 진행할 거예요.”

호신의 실습 과정이란 명목하에 실전 대련의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는 까닭이었다.

호신의 본래 목적을 생각하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방식이었다.

게다가 호신은 비단 마력 실기 시험뿐만이 아니라 대련 과목, 교관 대련 시험의 평가 항목에 포함되어 있었다.

때문에 김한석은 당분간 실습으로 수업이 진행될 거란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고는.

“본격적인 실습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20분간 호신을 유지한 채로 무기를 활용하는 연습부터 진행할게요.”

대련 이전에 연습할 시간을 제공했다.

그의 지시에 생도들이 하나둘씩 움직이는 가운데.

나 또한 친구들과 모였다.

합류하기 무섭게 세 사람은 한마디씩 꺼내 들었다.

“좋아, 해 보자!”

“세 번의 초식 교환이라. 괜찮으려나?”

“설하,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고마워.”

변함없이 의욕 넘치는 태도로 파이팅을 외치는 임강철부터.

서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윤설하와 차은월까지.

훈훈한 분위기 속에 다들 연습에 집중하는 반면.

나는 시작 전에 잠깐 고개를 돌렸다.

내 시선의 끝에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김한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그다지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윤설하, 차은월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는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런 생각과 함께 틈틈이 지켜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의 동선을 염두에 둔 채 신경을 호신 쪽으로 돌렸다.

‘먼저 그것부터 다시 해 볼까.’

현재 내 성취는 호신의 기초적인 활용부터, 응용 단계에 해당하는 호신의 부분적인 활용.

거기에 현천강기 특유의 효과, 호신에 반발력을 띠게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문제는 실전에서 활용이 가능한지의 여부였다.

‘마나의 활용은 정적인 상황보다 역동적인 상황에 펼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니까.’

그렇게 가닥을 잡은 즉시 코어에서 마나를 끌어냈다.

쿠구구궁-

현천의 마나 특유의 도도한 흐름이 빠른 속도로 체내를 순환했다.

점점 확장해 나간 끝에 체외로 흘러나왔다.

우우웅-!

현천강기 특유의 은회색 마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윽고 반투명한 막이 전신을 뒤덮었을 때, 나는 슬쩍슬쩍 몸을 움직여 봤다.

과연, 순환 경로가 조금씩 뒤틀리는 게 느껴졌다.

‘신체 강화를 유지한 채 스텟 서킷 트레이닝을 했을 때처럼 하면 되려나.’

그렇게 움직임을 최소화한 채로 호신을 유지하며 감각을 익혔다.

그 결과,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확인한 즉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호신의 부분적인 활용.’

이전 심인욱과 대련했을 당시.

그가 내 도박과도 같은 일격을 막을 수 있었던 방법이 바로 호신의 부분적인 활용이었다.

그때 그 반응 속도를 떠올리며 필요한 감각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특정 부위에 마나의 흐름을 집중한 채로 순환의 범위를 빠르게 좁히면…….’

속으로 되뇌는 한편, 체내 마나의 흐름을 오른손으로 이끌었다.

현천의 마나가 오른손에 가닿았을 때, 곧장 순환 경로를 조절했다.

흐름이 손바닥으로 국한되는 순간.

우우웅-!

은회색 마나가 순식간에 오른손을 뒤덮었다.

조금 전, 호신의 기초적인 활용에 비해 색채가 눈에 띄게 선명해졌다.

‘부분적인 활용은 앞으로 시간을 단축시키는 걸 목표로 연습하면 될 테고.’

피드백과 동시에 현 상태에서 현천강기의 이치, 진가를 더했다.

쏴아아-!

맹렬함을 더해가는 현천의 마나.

순환 경로가 오른손에 국한된 만큼 마나의 출력은 빠르게 증폭되어 갔다.

자연히 오른손을 뒤덮고 있던 은회색의 마나에도 영향을 끼쳤다.

쌔애애액-!

범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오른손에 서린 은회색 마나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점점 속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왼손을 오른손으로 가져다 댔다.

그 순간.

카가가강-!

마치 톱날에 가져다 댄 듯, 왼손이 튕겨져 나갔다.

이는 곧 현천강기 특유의 효과, 반발력이 발현됐음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는 현상이었다.

‘건틀렛을 끼고 있으니 망정이지.’

맨손이었다면 피를 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현천강기의 반발력은 범상치 않은 위력을 자랑했다.

대신 마나 소모는 신체 강화 때 이상으로 극심한 수준이었다.

‘그림자 녀석 덕분에 마력이 29스텟까지 찍었음에도 이 정도라니.’

현천강기의 반발력을 상시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때문에 회심의 한 수 내지는 조커 카드로 활용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찰나.

“……그 흉악해 보이는 마나의 위력은 역시 현천강기에서 비롯된 거야? 게다가 이제 보니 응용까지 마스터한 모양이네?”

윤설하가 혀를 내두르며 말을 걸어왔다.

비주얼부터 소리까지, 범상치 않은 까닭에 그녀 또한 위력을 목격한 듯했다.

가만히 고개를 돌리자 윤설하 뿐 아니라 차은월, 임강철도 이채를 띤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무어라 입을 열려는 찰나.

저벅저벅-

가까워지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정체를 확인한 순간.

꿀꺽-

반사적으로 마른침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다름 아닌 김한석, 그가 다가오고 있는 까닭이었다.

나는 최대한 태연함을 가장한 채 그의 움직임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과연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

또한 차은월, 윤설하. 둘 중 누구에게 먼저 접근할지.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때.

“일한 생도, 제법 좋은 마나 심법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네요? 게다가 벌써 응용 단계에 접어든 데다가 마나 심법의 고유 효과까지 이끌어낼 줄이야. 대단합니다.”

별안간 김한석으로부터 내 이름이 튀어나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나머지, 나는 순간 헛숨을 삼켰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한석이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그만큼 마나 소모가 클 거예요. 맞죠?”

“네…….”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그는 별안간 나를 향해 검지를 치켜들었다.

“출력이 강한 만큼 마나 소모가 극심한 심법을 활용할 때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어요.”

“그 말씀은…….”

“보통 마나를 순환시킬 때 동그라미, 그러니까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연상하죠?”

“네.”

“그 상태에서 최대한 압축한다는 느낌으로 한번 마나를 순환시켜 보세요. 최종적으로 음, 반점의 형태를 이룬다는 느낌으로.”

때아닌 강의. 더욱이 내용 또한 범상치 않았다.

게다가 그는 내 쪽으로 다가온 이후, 차은월이나 윤설하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직 나만을 똑바로 주시한 채 수준 높은 조언을 들려주는 건 물론.

“그게 가능해지면 이런 것들도 할 수 있게 되거든요.”

몸소 시범까지 보여 주는 것이다.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화아악-!

김한석의 양손에 더없이 농밀한 검보랏빛 마나가 일어났다.

마치 심연과도 같은 마나가 중앙의 한점을 향해 끝없이 수렴해 가는 느낌이었다.

범상치 않은 현상에 시선을 사로잡혔을 때.

“손을 이쪽으로.”

김한석은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손짓했다.

꿀꺽-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홀린 듯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은 순간.

“……!”

알 수 없는 인력에 그대로 끌어당겨졌다.

더불어 위험한 감각이 전신에 엄습했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느낌 속에 별안간 서글서글한 목소리가 바로 코앞에서 들려왔다.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여러 부위에 호신을 일으킬 수 있는 건 물론. 마나 심법, 제 경우에는 연공법의 효과 또한 무리 없이 활용이 가능해요.”

논리정연한 설명과 함께 한 발짝 물러나는 김한석.

그제야 나는 숨을 토해내듯, 몰아 내쉬었다.

동시에 식은땀으로 인해 등이 축축하게 젖어있음을 뒤늦게 눈치챘다.

그런 나를 향해 김한석은 알 수 없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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