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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59화 (59/218)

59화 안배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딜레이가 아예 사라지고, 위력이 올라갔다라.’

김한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본디 차은월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

특성과 마법 발현 사이의 딜레이가 사라진 건 물론.

불과 며칠 만에 공격 마법의 위력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말이다.

더불어 비결도 꿰뚫어 봤다.

바로 그 때문이었다.

“혹시 은월 생도는 본인이 가진 마력 역장의 고유 효과를 찾아낸 건가요?”

차은월의 특성, 마력 역장의 고유 효과를 발견했는지를 물어본 것은 말이다.

사실 김한석은 이미 속으로 확신하고 있는 상태였다.

찰나지간 벌어진 두 생도의 공방. 그 속에서 차은월의 행동을 똑똑히 지켜본 까닭이었다.

‘분명 마력 역장을 유지한 채 공격 마법을 발현시켰어.’

맨 처음 오윤서가 공격 마법을 발현하는 것과 동시에 특성, 마력 확산을 발휘했을 때.

차은월은 방어 마법 대신 발휘한 마력 역장을 공세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유지했다.

나아가 역장을 펼친 채로 공격 마법을 전개했다.

상식대로라면 역장에 부딪혀 폭발했을 터였다.

하지만.

‘통과했어.’

공격 마법은 역장을 그대로 통과했다.

그렇게 빠져나온 마나의 탄환은 어느새 포탄에 비견될 만한 출력을 갖춘 채였다.

이와 같은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마법 위력의 증폭.

그게 바로 차은월이 가진 마력 역장의 고유 효과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네. 운 좋게 찾아낼 수 있었어요.”

“증폭, 맞죠?”

“네! 역시 교관님은 한 번에 알아보시네요!”

차은월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긍정을 표했다.

그녀의 반응을 잠시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김한석은 재차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요. 긴가민가했거든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요?”

“그만큼 희소하고, 위력적인 효과란 뜻이에요.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여타 마력 역장의 효과들보다 더.”

“가,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극찬에 차은월은 수줍은 듯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그녀를 향해 김한석은 슬슬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그나저나 은월 생도는 정말 대단하네요. 혼자 힘으로 찾아낸 건가요? 쉽지 않았을 텐데.”

“아, 그게 친구의 도움을 받았어요!”

“……호오, 굉장히 흥미롭네요. 누구죠, 그 뛰어난 생도는?”

“안일한이에요.”

안일한, 김한석은 묘한 눈빛으로 이름 석 자를 속으로 곱씹었다.

그의 속내를 알 턱이 없는 차은월은 신이 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김한석의 눈가에 서린 흥미가 점점 짙어져 갔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지난 마력 수업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단번에 호신을 이뤄냈지.’

빼어난 감각을 보여 준 건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마력 역장의 고유 효과를 찾아내기까지.

자연스럽게 안일한의 이름 석 자가 김한석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그 사이.

“……이렇게 된 거예요.”

차은월은 배시시 웃으며 슬슬 설명을 마무리 지었다.

김한석은 그녀의 모습에 입맛을 다셨다.

그녀의 마음속 균열이 어느새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탓이었다.

당분간 저 눈빛에 어린 총기가 탁해질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뭐,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생각과 함께 김한석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가닿은 곳에는.

“……으윽.”

패배의 분함에 입술을 질끈 깨무는 오윤서가 있었다.

* * *

모든 수업이 끝난 이후.

저녁 식사를 위해 평소처럼 친구들과 모인 가운데, 나는 가장 먼저 차은월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그녀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실제로 기분도 좋은지, 그녀는 신이 난 채로 오늘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풀어놨다.

그러자.

“오, 대단한데?!”

“그렇지 않아도 걱정했는데, 잘됐다!”

임강철은 물론, 윤설하는 마치 제 일인 것처럼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두 사람의 반응에 차은월은 진심으로 기뻤는지, 맑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 나는 조심스럽게 차은월을 향해 물었다.

“차은월.”

“응?”

“아까 김한석 교관님이 칭찬해 주셨다고 했잖아.”

“응!”

“그 이후로 별다른 말씀 없으셨어?”

내 물음에 차은월은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이내 기억이 났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으음, 혼자서 알아냈냐고 물어보시던데?”

“그래서?”

“일한이, 네 도움을 받았다고 말씀드렸어!”

뿌듯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답하는 차은월.

그녀가 내 이름을 언급하자 윤설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응했다.

“안일한?”

“으응, 며칠 전에 상담했었는데…….”

둘이서 나에 관한 이야기로 여념이 없을 때.

나는 표정을 굳힌 채 생각에 잠겼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김한석 교관…….’

묘한 눈빛에 어딘가 위험한 느낌을 주던 교관.

그의 정체를 오늘 아침, 그림자 녀석의 메모를 통해 알게 된 까닭이었다.

-김한석. 그가 바로 다가올 격변의 시발점이자,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존재다.

여태 심상치 않은 어조로 언급하던 ‘격변’과 깊게 관련되어 있음은 물론.

-그리고 그는 환영 마법의 사용자다.

김한석 교관이야말로 녀석이 소임을 통해 대비하고자 했던 존재, ‘환영 마법’의 사용자인 까닭이었다.

이를 새삼스럽게 떠올린 순간.

오싹-

반사적으로 오한이 들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물론 그밖에도 꿈속에 나타난 여성의 정체가 차은월이라는 점부터.

녀석이 미래의 차은월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까지.

녀석의 답변에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 더러 있었으나, 김한석 교관의 정체를 앞지를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녀석의 메모가 단지 정체를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한석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기는 2학기 기말고사 무렵이다.

먹잇감을 추리고, 파고들 틈새를 포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까닭이다.

즉, 시간은 충분하다. 당연히 대책도 마련되어 있다.

환영 마법 사용자, 김한석 교관의 구체적인 활동 시기를 언급한 건 물론.

그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 나름의 계획도 가지고 있음을 언급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환영 마법의 원천봉쇄, 그리고 그에게 대적하기 위한 힘을 기르는 것.

첫 번째인 원천봉쇄.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환영 마법을 사용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쪽에 가까웠다.

즉 사용자인 김한석 교관을 제지하는 게 아니라 그가 노리는 먹잇감.

그 대상의 심리적 불안 요소를 해소함으로써 환영 마법으로 파고들 틈을 제거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림자 녀석은 환영 마법의 먹잇감, 김한석 교관이 노리는 대상까지 부연했다.

거기에는 총 5명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었다.

그중 3명은 그림자 녀석의 소임과 관련된 인물.

윤설하, 심인욱, 차은월이었으며, 나머지 둘 또한 익숙한 이름이었다.

‘백유진, 그리고 오윤서.’

생각지도 못한 언급에 처음엔 깜짝 놀랐다.

이내 5명의 공통점에 생각이 가닿았다.

‘재능.’

그것도 일반 생도들과 비교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재능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즉, 타고난 재능을 갖춘 이들이야말로 김한석 교관이 노리는 먹잇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를 깨닫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들이 환영 마법에 당했을 때의 위험성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상대적으로 어중간하단 평가를 받는 심인욱조차 막대한 피해를 불러일으킨다고 했지.’

만약 그를 상회하는 천재, 이를테면 윤설하나 백유진 같은 이들이 환영 마법에 잡아먹힌다면?

앞서 그림자 녀석이 말했듯, 훗날 어마어마한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다시금 체감하는 한편, 자연스레 녀석이 두 번째로 언급한 ‘대적하기 위한 힘’을 떠올렸다.

-환영 마법의 사용자, 김한석을 상대하기 위한 안배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중 첫 번째 힘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한 달 뒤.

여름 방학 때 진행하는 게이트 현장 실습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거다.

김한석 교관을 상대하기 위한 안배가 존재한다는 점.

그 첫 번째 힘을 여름 방학 때 얻을 수 있다는 점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차차 알려 주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녀석의 메모는 끝을 맺었다.

‘백유진, 오윤서. 그리고 안배된 힘이라.’

확실히 녀석이 남긴 메모의 내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불안감보다는 의외로 안도감이 더 컸다.

특히 문제의 핵심, 환영 마법에 관한 대책과 안배가 이미 준비됐다는 점에서 그랬다.

때문에 나는 침착하게 그림자 녀석의 메모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한편.

‘여름 방학까진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녀석이 언급한 안배를 마주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했다.

일단 김한석 교관의 정체를 파악했다 한들, 현시점에서 그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의 정체가 어찌 됐든, 명색에 교관인 만큼 최소 B급 이상의 초인인 까닭이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김한석 교관님, 아니 김한석. 그 사람의 동향을 계속해서 살펴봐야겠어.’

적어도 주의 깊게 살피는 거라면.

동향 파악과 동시에 그림자 녀석과 공유하는 것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녀석은 일단 그 사람이 활동하는 시기를 2학기로 잡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더하여 여태까지 소임이라는 명목하에 마음의 문제를 해결한 윤설하, 심인욱, 차은월부터.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 안 잡히는 두 사람.

백유진, 오윤서까지.

‘최대한 사정을 알아보고, 여름 방학 때 진행하는 게이트 현장 학습에 관한 정보도 찾아봐야…….’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저, 일한아. 근데 무슨 일 있어? 김한석 교관님은 왜?”

차은월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어왔다.

아무래도 여태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어 그런 듯했다.

의아한 기색을 제외하면, 그녀의 표정에는 수심 한 점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 * *

다음날 점심시간, 행정실.

“김한석 교관님, 식사하러 가시죠.”

“아, 진태진 교관님.”

진태진의 목소리에 김한석은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

이내 그는 그대로 몸을 일으키려다 말고,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진태진 교관님.”

“네.”

“교관님의 말씀대로 안일한 생도는 정말 뛰어나네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 있었습니까?”

옅은 미소와 함께 되묻는 진태진.

이에 김한석은 머릿속으로 지난 마력 심화 수업을 떠올리며 가볍게 운을 뗐다.

“강의를 듣자마자 바로 호신을 이뤄내더라고요. 혹시 이 친구도 천재인가요?”

“음, 천재라…….”

진태진은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잠시 말을 멈춘 채 생각에 잠겼다.

정확한 표현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가 재차 입을 열기 직전에 누군가가 거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요새 그 애송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많구먼.”

다름 아닌 고태식이었다.

그는 입가를 비틀며 두 사람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 녀석, 천재는 아닌데.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구먼. 유난히 감각이 뛰어나다고 해야 할까?”

고태식의 평가에 진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확실히 천재들처럼 하나를 가르쳤을 때 열을 깨우치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지만, 천재성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두 사람의 평가에 김한석은 탄성을 흘렸다.

“천재까진 아니지만 두 분께 강한 인상을 남길 정도라. 말씀을 들어보니 더욱 흥미가 생기네요!”

흥미 가득한 두 눈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김한석.

그의 모습에 고태식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마력 심화 수업도 시작했겠군. 그래서 물어본 건가?”

“그것도 있고, 개인적인 흥미입니다.”

“하여간, 한석 교관. 자네의 인재 사랑은 그칠 줄 모르는구먼. 식사나 하러 가세.”

고태식은 손을 휘저으며 몸을 돌렸다.

진태진도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한편, 재차 김한석을 바라봤다.

“가시죠, 김한석 교관님.”

“아, 저는 잠깐 정리할 서류가 있어서요.”

진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행정실을 벗어났다.

이윽고 두 사람이 완전히 빠져나갔을 때.

김한석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내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진태진의 자리를 향해 갔다.

그대로 컴퓨터를 조작하자 모니터 화면에 파일 하나가 나타났다.

[안일한]

다름 아닌 안일한 생도의 생활기록부였다.

김한석은 거리낌 없이 생기부를 열어 보며 생각했다.

‘과연 네게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지.’

화면을 훑어내리는 그의 눈빛에 스산함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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