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43화 (4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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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무공을 가장 빠르게 익히는 방법

43 무공을 가장 빠르게 익히는 방법

9교시, 마력 수업을 마지막으로 모든 수업이 끝난 순간.

‘바로 가자.’

나는 곧장 2층 소훈련실.

맹호라는 이명을 지닌 교관이 도사리고 있는 호굴(虎窟)을 향했다.

들어서자 고태식 교관이 입가를 꿈틀거리며 나를 맞이해 줬다.

“바로 튀어온 걸 보니 정신은 제대로 박혀 있구만.”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나를 향해 그는 뜬금없는 내용을 물어왔다.

“그래, 미래 예지 능력이라 했나?”

“······네.”

“거참, 생각할수록 놀랍네 예지 능력이라니.”

감탄보단 기가 차다는 반응에 가까웠다.

잠깐을 중얼거리던 고태식 교관은 이내 본론을 꺼내들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가고. 그래서 무공은 어떤 식으로 접했지?”

출처가 아닌 무공을 접한 방식을 묻는 고태식 교관.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밤마다 꿈을 꾸고 있습니다. 흐릿한 영상으로······.”

진태진 교관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거듭 생각해 봐도 이만한 대답이 없는 까닭이었다.

‘진태진 교관님에게 내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고.’

나름 궁리하여 내놓은 답변에 고태식 교관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그래서였군. 어쩐지 동작이 경직되어 있더라니.”

동작이 경직되어 있다.

그 말에 단숨에 흥미가 동했다.

‘부자연스럽다는 의미가 그런 거였나?’

꿈에서 본 걸 그대로 따라 했으니, 부자연스럽고 경직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뜻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야겠군.”

고태식 교관은 또다시 영문 모를 혼잣말과 함께.

스윽-

느닷없이 보폭을 벌리며 특정 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나를 향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한 번뿐이니, 두 눈 크게 뜨고 잘 봐라.”

말을 마친 순간.

후웅-

별안간 그가 주먹을 내질렀다.

그저 허공을 향해 뻗은 일권이었다.

하나 거기서 느껴지는 살기는 온몸이 저릿할 정도였다.

‘······수업 시간에 활용하셨던 무공과는 완전 다른 것 같은데.’

이어서 그의 동작이 역동적으로 변모했다.

두 번째 일격이 허공을 강타하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설마 복마구권······?’

눈앞의 무공이야말로 복마구권(伏魔九拳)임을 말이다.

의도를 알아차린 나는 온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후욱- 파앙!

각기 다른 동작으로 뻗어 나가는 주먹.

절도 있고, 살벌했다.

영상으로 접했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 정도면 마(魔)를 굴종시키는 게 아니라 아예 박살 내 버릴 것 같은데.’

마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멸하기 위한 일권.

그런 기세를 담은 초식이 총 여섯 번 이어졌다.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사이.

“이게 전반 6초식이고.”

어느새 전반 6초식의 시범이 끝났다.

‘전반이라면, 나머지 세 초식은 또 다른 느낌인 건가.’

감상을 떠올릴 무렵.

스윽-

한 발짝, 성큼 내딛는 걸 시작으로 고태식 교관의 시범이 이어졌다.

그대로 각 동작이 면면부절 이어지더니, 어느새 한층 더 살벌한 공세로 화하여 허공에 퍼부어졌다.

초식 하나하나가 마치 마(魔)를 굴종시키는 세 가지 방법을 보는 듯했다.

“이게 후반 3초식이다.”

이를 두고 고태식 교관은 후반 3초식이라 일렀다.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 끝나버린 탓에 진한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의문은 그다음에서야 떠올랐다.

‘대체 교관님은 어떻게 그걸 완벽하게 재현하신 거지?’

복마구권. 머리로는 몰라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방금 본 권법이야말로 진정한 복마구권이었음을 말이다.

마치 내 속내를 들여다본 것처럼, 고태식 교관은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나 정도 되면 무공 정도는 한번 손을 섞어 보면 대충 파악이 가능하니,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라.”

손을 섞어 보면 알 수 있다니.

‘역시 A급 초인인 건가······?’

범인은 가늠할 수 없는 고차원의 기예, 그렇게 받아들이고 넘어갔다.

‘뭐, 오히려 내겐 잘된 일이니까.’

발의 위치가 핵심인 보법과 달리 무공은 여러 동작의 복합적인 작용이었다.

때문에 영상과 몸에 남아 있는 기억만으론 흉내를 내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 문제가 고태식 교관 덕분에 해결된 셈이었다.

의욕이 샘솟는 가운데, 때마침 그가 화제를 전환했다.

“복마구권, 이만큼 명칭에 담긴 의도를 훌륭하게 풀어낸 무공은 그리 많지 않다.”

시범에 이어 복마구권의 가치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나는 귀를 쫑긋 세운 채 경청했다.

“네 녀석은 C급 이상 스킬부터 특별한 성질, 효과가 발휘됨을 알고 있나?”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복마구권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성질, 효과가 발휘된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보아하니 이 무공은 살기나 적개심 감지에 특화된 것 같더군. 네 녀석이 수업 시간에 내 일격에 반응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군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작용일 뿐. 본격적으로 체득하고, 마나 활용을 더했을 때의 작용은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추측 정돈 가능하지만.”

“그 말씀은······.”

“의도를 충실히 재현할 수 있는 능력 내지는 효과겠지. 대개 수준 높은 무공은 그러하니.”

의도를 충실히 재현할 수 있는 능력.

‘마를 굴종시키는 권법. 그렇다는 건······.’

증오스럽기 짝이 없는 몬스터.

녀석들이야말로 마의 결정체이자, 무차별적인 증오의 화신이었다.

‘그런 존재들에게 효과적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거칠게 뛰었다.

나도 모르게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뭐, 효용에 관한 얘기는 이쯤하고. 애송이, 네 녀석은 무공을 익히는 데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고태식 교관이 내게 물었다.

본격적으로 지도가 시작된 것이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각 초식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구결에 따라 몸을 맡기는 거라 배웠습니다.”

“교과서적인 대답이군. 혹시 태진 교관에게 배웠나?”

“네.”

“맞는 말이다. 하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생각이 다르다니.

고개를 기울이자, 고태식 교관이 말을 이어 갔다.

“태진 교관이 거기까지만 가르친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나?”

“없습니다.”

“보통은 그렇겠지. 거기엔 주도적으로 깨달아야 비로소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공감이 됐다.

‘내 스스로 알아내기 전까지는 정답을 알려 주지 않으셨으니까.’

여태 진태진 교관으로부터 그런 의도를 은연중에 느낀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 방식이 아니다. 그러니 네 녀석을 지도할 때도 다른 방식을 사용할 거다. 왜냐고?”

고태식 교관은 앞선 방식을 부정했다.

“애초에 그게 될 놈이었으면 내게 도움 같은 건 청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

“······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편, 불길함이 느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아들었으면 귓구멍 활짝 열고 잘 들어라.”

고태식 교관은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무공의 체득이란 단순히 스킬 생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말씀은······.”

“체득 이전에 각 초식의 쓰임새, 응용, 그리고 초식 간의 연계에 따른 시너지까지! 무공의 진수를 숙지해야 비로소 익혔다고 할 수 있는 거다.”

무공의 진수를 꿰뚫는 것.

납득과는 별개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가르쳐 주는 게 고태식 교관님의 방식인가?’

뉘앙스로 보아 세세한 부분까지 지도해 주고, 교정해 주려는 듯했다.

잠깐 생각해 본 결과, 의외로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럼 혼자서도 연습이 가능할 테니까.’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때.

우드득-

익숙한 뼛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고태식 교관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만큼 중요한 무공의 이해도를 높이는 일이다. 그리고 이걸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이죠······?”

“바로 온몸으로 기억하는 거다! 머리는 잊어도, 몸은 절대 잊지 않는 법이거든! 뭐, 잊어도 상관없다. 결코 잊지 못할 때까지 때려 박아 주면 그만이니까.”

불길한 예감이 치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네 녀석은 내가 가르쳐 준 복마구권을 펼쳐라. 그걸로 어떻게든 내 공세에 대처하는 거다.”

맞는 법 수업과 굉장히 흡사한 방식이 튀어나왔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되물었다.

“······대처하지 못하면요?”

“뭐, 그럼 맞아야지. 별수 있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걱정하지 마라. 적당히 네 녀석이 현 수준으로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딱 맞춰 줄 테니!”

전혀 위로가 안 되는 말과 함께 코앞까지 닥쳐왔을 때.

“아, 미리 말해 두지.”

고태식 교관은 주먹을 들어 올리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앞으로 방과 후엔 무조건 개인 교습이다. 기간은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다.”

그 말을 끝으로 지옥의 개인 교습이 시작됐다.

*

약 2주일 뒤 목요일, 8교시.

“이, 인욱아 내가 졌어!”

더벅머리 생도는 항복하는 시늉을 했다.

그제야 심인욱은 무표정하게 주먹을 거둬들였다.

친구라면 일으켜 줄 법도 하건만.

“······.”

심인욱은 단지 무표정하게 간격을 벌렸다.

더벅머리 생도는 애써 웃으며 혼자 몸을 일으켰다.

“와, 역시 인욱이는 강하구나. 진짜 못 당하겠다.”

때마침 옆에서 대련하던 두 명의 생도가 다가왔다.

“진창식, 오늘은 몇 분이나 버텼냐?”

“창식이 넌 재수도 없다. 하필 이틀 연속으로 인욱이랑 붙네.”

더벅머리 생도, 진창식은 두 친구의 말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엄준태, 손기욱. 너희들이라고 다를 것 같냐?”

이에 엄준태, 손기욱. 둘은 찔끔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하기야, 누가 됐든 비슷하겠지?”

“그럼, 인욱이를 누가 이기겠냐? 그치?”

맞장구를 치며 한 사람, 심인욱의 눈치를 살살 봤다.

결국 세 사람의 말뜻은 전부 하나로 통했다.

심인욱의 압도적인 실력에 대한 감탄, 그리고 칭송.

당사자인 그는 생각했다.

썩 나쁘진 않지만.

‘지겨워.’

권태롭다.

이유는 이미 질릴 만큼 들었다는 사실 외에도 하나 더 있었다.

다름 아닌 수준 차이.

같은 숙련자용 코스였어도, 수준은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일까, 심인욱은 수업보단 다른 쪽에 신경이 가닿았다.

“고작 그 정도냐! 어째 2주 동안 변함이 없냐, 애송이! 아니면 처맞는데 취미라도 들린 거냐!”

다름 아닌 2주째 고태식 교관에게 얻어터지고 있는 두 녀석.

그중에서도 유난히 거슬리는 녀석.

‘······안일한.’

안일한이었다.

이는 단지 옆에서 요란하다는 점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적수.

백유진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이 사실상 가장 컸다.

분명 처음엔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는 하나가 더 추가됐다.

하나 심인욱은 그 정체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없었다.

그저 이유 모를 적개심에 눈살을 찌푸릴 때.

“하여간, 저 두 놈은 진짜 2주째 뭐 하는 짓인지.”

“꽥꽥 비명만 질러대고 제자리걸음이잖아!”

“저래 봤자 인욱이 발끝에도 못 미칠 텐데, 그렇지?”

이때다 싶었는지, 세 사람은 신나게 떠들어댔다.

두 녀석. 특히 안일한의 험담이자, 동시에 그를 향한 아첨일 터였다.

본래라면 지겨움으로 끝났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짙은 혐오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제자리걸음이라고?’

대체 어딜 봐서 제자리걸음인지.

네놈들의 눈은 옹이구멍인지.

그렇게 쏘아붙이려던 심인욱은 애써 눌러 참았다.

그 정도로 이 녀석들의 안목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저게 어딜 봐서 헛짓거리야.’

결코 제자리걸음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작 2주 만에 교관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있는 거지.’

2주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룩해 낸 쪽이었다.

특히 안일한은 단지 반응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분명 교관님은 처음에 25%의 힘을 공언하셨지.’

하나 눈앞에 펼치는 움직임은 분명 그 이상이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비롯하여 기라성 같은 초인들을 접하며 자라온 그는 알 수 있었다.

고태식 교관이 공언한 말을 어기고, 25%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말이다.

30%, 나아가 안일한이 예사롭지 않은 무공을 펼칠 때면 35%까지도 발휘하는 듯했다.

즉, 겉보기에는 언제나 일방적인 구타였지만.

‘녀석의 성장 속도가 교관님의 힘을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있어.’

실상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런 중요한 차이를 보지 못하니, 수준이 떨어진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떠올린 순간.

‘······위기의식을 느낀다? 이 내가?’

적개심의 원인을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뒤늦게 불쾌감이 밀려들었다.

바로 그 때문이었다.

“너희들, 실력이 떨어지면 보는 눈이라도 길러라.”

평소라면 참았을 말을 내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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