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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41화 (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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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설마 이 정도 수준일 줄이야

41 설마 이 정도 수준일 줄이야

눈앞의 애송이, 안일한은 조금 이상했다.

당당히 강해질 수 있는지를 묻고, 망설임 없이 고난을 자처하는 것부터.

고태식, 그가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마냥 얼어붙는 대신 침착하게 자세를 갖추는 것까지.

같은 나이 또래 생도들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달랐다.

‘확실히 태진 교관이 인정하는 이유는 알 것 같다만.’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비범함에 가까울 것이다.

고태식 또한 본격적으로 ‘맞는 법 수업’을 시작하기 전까진 그리 생각했다.

비범함에 관한 흥미에서 의구심으로 감정이 변모한 건 바로 그때부터였다.

시작은 애송이 녀석이 발휘한 보법이었다.

탓-

감지되는 마나량은 미약했고, 마나의 활용 수준도 신체 강화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녀석이 보법을 펼치는 순간, 전신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순식간에 움직였다.

이와 같은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최소 C급 이상의 보법이라.’

애송이의 보법 스킬 등급이 최소 C급 이상이라는 것.

별다른 마나 활용 없이 특수한 성질, 효과를 발휘하는 점을 보아 확실했다.

물론 여기까지도 단순한 호기심의 영역이었다.

‘애송이에겐 차고 넘치는 수준, 그 정도로 썩 나쁘지 않은 보법이긴 하다만.’

그래 봐야 애송이는 애송이였다.

마나 활용이 기초 수준에 불과한 만큼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올 턱이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스킬의 출처는 제쳐 두고, 성취는 정확히 아카데미의 진도에 맞춰져 있으니.’

따라서 고태식은 호기심을 잠시 접어 둔 채, 본래 목적으로 신경을 돌렸다.

‘한 이 정도쯤이려나.’

녀석의 성취보다 대충 한 단계 정도 높게 힘을 조절하는 한편.

현재 수준으론 감당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냈다.

그렇게 고태식은 대련이 아닌 실전.

그것도 실제 전투에서나 겪을 법한 상황을 조성했다.

맞는 법 지도의 취지에 맞게 실전을 압축해서 경험시켜 주기 위함이었다.

이에 눈앞의 애송이, 안일한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

일부러 힘과 기세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조절한 만큼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회피는 고사하고 속수무책으로 얼어붙어 있는 게 정상이었다.

분명 그럴진대.

스윽-

녀석의 상체가 일순 기괴한 각도로 꺾였다.

때문에 그의 주먹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녀석의 뺨을 스쳐 갔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각도, 그리고 타이밍이었다.

의구심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계산이 틀렸을 리는 없는데.’

궤적부터 타이밍까지.

녀석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수준의 일격이었다.

하지만 그걸 피해냈다.

더욱이 예상을 벗어난 움직임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녀석이 자세를 본래대로 되돌리는 것과 동시에.

휘익-!

도리어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날카로운 투로로 말이다.

보는 순간, 고태식은 정체를 꿰뚫어 봤다.

‘무의식적으로 몸이, 그것도 무형의 기세에 반응했다는 건가?’

방금 보인 회피와 일격은 별개가 아니었다.

이어지는 동작. 아니, 차라리 하나의 초식에 가까웠다.

이를 알아차린 순간 한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

저번 주 금요일, 밤늦게까지 홀로 단련하던 애송이의 모습이었다.

‘묘하게 부자연스러웠지. 그 무공이 설마 이 정도 수준일 줄이야.’

가능성을 떠올리는 한편.

고태식은 오른팔을 급하게 꺾었다.

그러자 그의 오른손이 상식을 벗어난 속도로 움직이며 뭔가를 낚아챘다.

터억-!

다름 아닌 애송이의 주먹이었다.

낚아챈 순간, 녀석은 크게 움찔거렸다.

찰나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살핀 결과.

‘동공이 흔들리고 있어, 역시 생각했던 대로인가.’

조금 전의 반격은 녀석의 의지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소 C급 보법에, 무형의 기세에 반응하는 무공이라.’

의문과 호기심이 동시에 차올랐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입가가 비틀렸다.

‘일단 의문은 잠시 접어 두기로 하고.’

다시 본래 목적에 집중하자.

그리 생각하며 고태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법 날카로웠다만,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

“······그게 무슨.”

녀석이 말을 잇기 전에 가볍게 주먹을 꽂아 줬다.

이에 녀석은.

“커······헉!”

그대로 주르륵 밀려났다.

하나 임기응변인지, 아니면 생존본능의 발로인지.

그가 노렸던 명치를 정확히 가격당한 게 아니라 가까스로 들어 올린 왼쪽 팔뚝으로 막아 냈다.

덕분에 다리를 후들거릴지언정, 쓰러지진 않았다.

‘뭐, 그만큼 내가 힘 조절을 잘했다는 거겠지.’

앞서 임강철이란 애송이를 통해 미리 정신을 잃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늠해 뒀다.

그래야 비로소 맞는 법 수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까닭이었다.

그 일환으로써 고태식은 비틀거리는 녀석을 향해 빈정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고작 그 정도냐? 강해지고 싶다 했던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일부러 속을 살살 긁어 주자, 눈앞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서 녀석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니, 아닙니다.”

그 얼굴이 상당히 볼 만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무덤덤하던 평소 모습과는 달리 잔뜩 구겨져 있는 표정.

그중에서도 여전히 죽지 않은 눈빛이. 그 속에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전의가 마음에 쏙 들었다.

‘뭐 때문에 강해지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알 바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당장 중요한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배울 의지가 있다. 그거면 족하지.’

그렇다면 그가 해 줄 일은 간단했다.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러니까 일단은.

“기꺼이 감수해라!”

고태식은 입가를 사납게 비틀며 달려나갔다.

*

저녁 식사를 위해 친구들과 한 자리에 모였을 때.

“푸웁!”

“······히끅!”

나와 임강철의 얼굴을 본 두 사람, 윤설하와 차은월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홱 하니 돌리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미, 미안.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 너희 둘, 지금 상태가 좀 심각해······.”

“······난 임강철 보고 웃은 거야! 오해하지 마!.”

사과 비스무리한 말을 건네는 두 사람.

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실제로 나와 임강철의 꼴은 좋게 말해도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와는 달리.

“뭐, 뭣이?! 차은월, 그건 차별이다!”

임강철은 서운한 티를 팍팍 내며 항의했다.

차은월은 언제나처럼 그를 외면한 채,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내 걱정스러운 말투로 내게 물어왔다.

“그나저나 지옥 코스라니. 마법 계열 수업에는 그런 거 없었는데. 정말 괜찮겠어?”

“그러네. 확실히 버틸 수만 있다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만큼 강렬한 향상심을 가진 윤설하마저 고태식 교관의 수업 방식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저 웃으며 듣고 있을 때, 문득 차은월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윤설하를 향해 물었다.

“설하야, 혹시 너희 검술 수업도 그런 식으로 이뤄지는 거야?”

“아니, 진태진 교관님은 그룹으로 나누진 않고. 가상 대련을 시키면서 개개인에 맞춰 피드백을 해 주시는 정도? 은월이, 너는? 김한석 교관님의 수업이지?”

“으응. 우린 아직 대련은 아니고, 기초 마법이랑 마나 운용에 관한 이론 정도려나?”

검술 수업을 맡은 진태진 교관과 마법 수업을 담당하는 김한석 교관.

들어 보니 각각 수업 방식에 차이가 있음은 물론, 수행평가의 방식이나 내용, 채점 기준 등도 상이했다.

이를 듣게 되니 새삼스럽게 고태식 교관이 떠올랐다.

‘······하여간 정도를 모르는 양반 같으니.’

맞는 법, 처맞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그는 실제로 자신이 내뱉은 말을 충실히 이행했다.

나와 임강철을 말 그대로 흠씬 두들겨 팬 것이다.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그보다 고약한 건 따로 있었다.

‘게다가 딱 정신을 잃지 않을 정도로 조절할 줄이야.’

정말 죽을 정도로 아팠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때문에 무려 2교시 동안 맨정신으로 속절없이 처맞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뿐이었다면 탈주를 진지하게 고려했겠으나, 애석하게도 소득은 분명 있었다.

‘적어도 실전 대련, 아니 훗날 전투에서도 마냥 쫄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무자비하게 퍼붓는 공세부터, 무시무시하게 뿜어내는 살벌한 기세까지.

초인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에도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것들을 오늘 한꺼번에 겪었다.

동시에 깨달았다.

이런 게 진짜 실전이고, 전투임을 몸으로 배운 것이다.

소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나는 삼재기공이고, 나머지 하나는 강 계열의 마나로군. 출력은 제법 쓸 만하구먼.

고태식 교관은 내가 가진 두 종류의 마나를 단번에 파악한 건 물론.

-그럼 뭐 하나, 조절을 그따위로 하는데! 애초에 정말 강 계열 마나의 출력을 활용할 생각이 있긴 하냐?

현천강기를 활용하려는 의도와 내가 겪는 애로사항.

-제어하는 데 쫄지 마라. 폭발력을 원한다면, 폭발하기 충분할 정도로 순환시키고, 또 순환시키는 거다!

마지막으로 해결책까지.

두들겨 패는 와중에 한두 마디씩 툭툭 던졌다.

그런 조언들이 참 절묘하게 와닿았다.

‘맷집도 세질 테고, 전력을 다하는 만큼 역량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늘겠지만.’

여전히 아릿하게 남아 있는 통증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정말 괜찮겠어?”

차은월은 다시금 걱정하는 기색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물음에 나는 잠시 생각했다.

‘······고태식 교관이 무지막지한 사람이긴 하지만.’

실전 경험부터 마나 활용에 관한 조언까지.

첫 수업이었음에도 얻어가는 바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수확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응한 동작은 분명 그림자 녀석의 무공이었어.’

혼자 연습할 땐 오리무중이었던 무공.

그 진가가 ‘맞는 법 수업’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20%의 힘이라곤 하나, 무려 A급 초인의 일격에 반응하는 형태로 말이다.

‘구체적인 원인은 몰라도,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거기서 느꼈다.

이 정도면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음을 말이다.

때문에 나는 마음을 굳힌 채 차은월에게 대답했다.

“그야 뭐.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그러니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

목표에 다가설 힘을 얻을 때까지 말이다.

*

그날 밤.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현재 동기화율······ [19%]

-[????의 그림자]가 낮은 수준의 분별력과 온전한 기억의 일부가 깃든 의식에 따라 행동합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활성화됐습니다!

···

···

···

눈앞에 잇달아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할 틈도 없이.

“······윽.”

그림자는 격통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때문에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통증의 진원지를 살펴봤다.

그게 비단 한 곳이 아닌, 몸 전체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표정이 한층 더 구겨졌다.

“쯧.”

그가 가진 능력이 온전했다면 불과 수 시간 만에 회복될 수준의 데미지였다.

하나 지금 상태로는 회복까지 며칠은 꼬박 걸릴 것 같았다.

“하아.”

때문에 그림자는 미간을 찡그린 채 스킬 효과에 몸을 맡겼다.

거슬리는 감각이 어느 정도 옅어졌을 때가 돼서야 기숙사를 빠져나갔다.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무기 훈련실이었다.

언제나처럼 텅 빈 훈련실을 가로질러 적당히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후우.”

심호흡과 함께 차분하게 자세를 취했다.

살짝 무릎을 굽힌 채 간격을 벌리는 두 다리.

곧게 핀 허리와 어깨.

마지막으로 양손을 그러모아 앞으로 뻗었다.

그렇게 기수식을 취한 다음.

휘익-

주먹을 곧게 내질렀다.

이를 시작으로 자세와 투로를 바꿔 가며 기억 속 동작의 재현에 몰두했다.

동작 하나하나에 힘과 기세가 실렸다.

그건 웅대한 기상도, 패도적인 기개도 아니었다.

오직 삿된 존재를 멸하겠다는 의지만이 담겨 살벌하고, 파괴적이었다.

‘앞으로 조금.’

마음을 가다듬으며, 무공에 담긴 진의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을 때.

“살기가 아주 짙은 무공이구먼.”

훈련실의 입구에서부터 거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림자는 잠시 멈춰 선 채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 인상적인 외견의 중년 남성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중년 남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애송이. 그 살기 짙은 무공은 뭐고, 어디서 그런 걸 구했지?”

중년 남성은 무공의 출처를 물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

분명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처하지 못할 것도 없지.’

그림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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