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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법이구나, 애송이!
40 제법이구나, 애송이!
주말이 쏜살같이 흘러가고 월요일, 쭉정이들을 마지막으로 걸러낼 시간이 찾아왔다.
때문에 고태식은 7교시 시작과 동시에 스텟 검사부터 실시했다.
그 결과.
“총 32명이라. 올해는 꽤 많이 남았구먼.”
40명 중 8명이 낙오하고, 32명이 그의 첫 번째 기준을 통과했다.
그중에는.
“여기 있습니다.”
변함없이 무덤덤한 어조로 스마트 워치를 내미는 안일한도 포함되어 있었다.
액정에는 자격을 충족했음을 증명해 주는 수치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체력 스텟 22
22스텟, 확인한 순간 고태식의 뇌리에 눈앞의 애송이에 관한 기억이 스쳐 갔다.
‘분명 12스텟이었나.’
12스텟에서 22스텟까지.
5일 만에 10스텟은 제아무리 평가에 깐깐한 고태식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성장 폭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인정에 불과했다.
“저쪽에 가서 정렬해라.”
단지 금요일 저녁에 느꼈던 호기심이 살짝 더 커졌을 뿐, 고태식의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조차 없었다.
이제 고작 첫 번째 조건을 통과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고태식은 분류를 끝내고 난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먼저 한 달 뒤에 있을 수행평가와 내 수업 방식에 관해 간단히 설명하겠다. 두 번은 없으니 귓구멍 파고 잘 들어라.”
그는 한 차례 목을 가다듬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먼저 수행평가는 나와 대련하는 것이다. 채점, 감점 기준은 내 주관이다.”
교관 대련이란 말에 제법 볼 만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한 달이란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은 반면, 난이도는 너무나 극악인 까닭이었다.
하나 고태식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년 봐 왔던 반응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 가지, 확실한 기준이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게 일격을 가할 수 있으면 만점이다. 스치는 수준이라도 좋다.”
이번에는 다들 합이라도 맞춘 양, 마른침을 꿀꺽 삼켜 댔다.
이런 반응 역시 매년 똑같았다.
때문에 그는 빠르게 수업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내 수업에는 세 가지 코스가 존재한다. 뭐, 맞춤형이라 생각하면 될 거다. 초심자용 코스, 숙련자용 코스, 그리고 지옥 코스다.”
앞선 두 가지 코스는 명칭이 설명을 대신해 주는 만큼 생략했다.
그 대신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코스, ‘지옥 코스’에 관해 말문을 열었다.
“지옥 코스는 뭐, 말 그대로다. 극한을 경험하면서까지 강해지고 싶은 놈들은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자, 원하는 코스로 줄을 서라!”
고태식이 말을 마친 순간, 생도들은 우물쭈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22명이 초심자용 코스를, 8명이 숙련자용 코스를 선택하는 가운데.
“질문이 있습니다, 교관님.”
아직 코스를 선택하지 않은 애송이 한 명이 대뜸 손을 들었다.
이름이며, 얼굴이며. 어느새 익숙해진 녀석이었다.
‘안일한.’
하나 녀석의 질문은 철저히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지옥 코스를 택하면 확실히 강해질 수 있는 겁니까?”
내용을 들은 순간.
움찔-
고태식의 입가에 가느다란 경련이 일었다.
동시에 그는 재미있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장담하지. 뭐, 버틸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만.”
“답변 감사합니다.”
대답과 동시에 녀석은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여태 텅 비어 있던 지옥 코스로 말이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는 태도에 입꼬리가 연신 움찔거리는 찰나.
“역시 일한이! 호적수로 인정한 남자다운 선택이다!”
뒤이어 임강철이란 애송이도 안일한을 따라 합류했다.
그 순간.
‘이 녀석들 보게?’
고태식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가를 씰룩거렸다.
이는 빌런을 박살 내거나, 몬스터를 때려잡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
그 찰나의 순간에만 나오는 고태식의 오랜 습관이었다.
동시에 그는 생각했다.
‘두 놈 다 두 번째 기준까지 통과.’
*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된 후.
‘처음에는 마냥 무지막지할 줄만 알았는데.’
나는 고태식 교관에 관한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앞서 선택권을 제시한 게 결코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듯, 실제로 맞춤형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초심자용 코스를 택한 생도들에겐.
“삼재보와 육합권이다.”
아카데미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두 가지 스킬의 교본을 던져 줬다.
보법인 삼재보, 그리고 육합권은 명칭으로 보아 권술에 속하는 무공인 듯했다.
고태식 교관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먼저 익히는 순서다. 각 동작을 숙지할 것. 몸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다. 구결은 그다음이고, 이 두 가지가 갖춰졌을 때 체득을 시도해라.”
스킬의 체득 방법을 설명하는 한편.
“한 번씩 펼쳐 봐라. 동시에 귓구멍은 잘 열어 두고.”
실습 지시와 함께 발의 위치, 보폭, 무게중심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를 봐줬다.
이어지는 숙련자용 코스의 지도도 마찬가지였다.
“네 녀석들은 둘씩 짝을 지어라. 지금부터 실전 대련을 진행하되, 마나 활용은 신체 강화까지만 허용한다.”
일견 실전 대련으로 때우는 것 같았으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겉멋을 부릴 거면 차라리 검을 들어라. 그쪽이 훨씬 화려할 테니까!”
“쓸데없는 힘을 빼라고 했지, 누가 그렇게 맥없이 주먹을 휘두르랬나! 네놈은 검을 잡아도 꽝이겠다!”
“지닌 무공의 장점을 어떻게 보는 사람보다 모를 수 있지? 패도적인 기개를 담고 있다면, 하다못해 ‘패도’의 시늉이라도 내야 맞는 거다!”
습관이나 성향 등.
동작, 자세를 넘어 무공의 활용 방식이나 태도 위주로 지도해 주는 것이다.
동시에 초심자용 코스의 생도들의 지도도 한꺼번에 해냈다.
‘······굉장하네.’
그저 무성의할 거란 생각 때문일까.
의외의 지도 방식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차올랐다.
“크으, 정말 근육만큼이나 지도 방식도 훌륭하시군!”
“그러게.”
임강철과 잡담을 나누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저벅저벅-
고태식 교관이 천천히 다가왔다.
이내 그는 임강철을 향해 뭔가를 툭 하고 던졌다.
“어, 엇?!”
임강철은 이를 겨우 받아들었다.
정체는 다름이 아니었다.
“삼재보와 육합권!”
“그래, 아까 들었으니 어떻게 익히는 건지 알겠지?”
“네! 그럼 바로 하면 됩니까?!”
“아니, 그건 방과 후에 알아서 해라. 천천히 해도 늦지 않으니까.”
고태식 교관은 영문 모를 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은 그대로 나를 향했다.
“네놈은 필요 없겠지?”
“······네?”
“네 녀석은 보법과 무공, 둘 다 있지 않냐.”
거친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움찔했다.
‘······그걸 어떻게.’
무어라 해명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찰나.
“뭐, 좋을 대로 해라.”
다행히 그냥 넘어갔다.
그 대신.
“어차피 기본 스킬이 됐든, 네 녀석이 가진 스킬이 됐든. 당분간 의미는 없을 테니까.”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을 내게 건넸다.
‘······이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나?’
어떻게 알았는지는 일단 제쳐 두고, 당장 해명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의중을 알 수 없었다.
가만히 바라보자 고태식 교관은 내 시선을 마주한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옥 코스를 택한 너희 둘이 가장 먼저 배우게 될 건 맞는 법이다.”
“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어봤다.
하지만.
“맞는 법. 처맞는 방법 말이다. 설마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닐 테고.”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더욱이 장난도 아니고 100% 진심으로 하는 말 같았다.
“처맞을 때 최대한 덜 아프게 맞으려 용을 쓰든, 기를 쓰고 회피하든, 아니면 반격을 가하든. 너희들 자유다.”
“······그게 무슨.”
“참고로 나는 25%의 힘만을 사용할 것이며, 단 한 번이라도 내게 일격을 성사시키거나 10분 동안 버텨 내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이 정도면 설명은 충분하겠지?”
조금도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항변할 틈도 없이 그는 곧장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임강철.”“네, 넵!”
“일단 너부터다!”
임강철을 향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로 짓쳐 드는 주먹에 임강철은 반사적으로 양팔을 들어 올렸다.
엉성하게나마 가드를 올린 순간.
후웅-!
고태식 교관의 주먹이 포탄처럼 임강철의 양팔을 강타했다.
콰-앙!
상식을 벗어난 소리, 동시에 임강철의 거체가 주르륵 밀려났다.
본래 서 있던 자리로부터 한참이나 멀어진 그는 고개를 떨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내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리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버텨······, 냈습니다!”
쥐어짜 내는 듯한 음성.
표정은 사정없이 구겨졌으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모습에.
“호오.”
일순 고태식 교관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하나 그게 한계였는지.
쿠-웅!
결국 임강철은 맥없이 허물어졌다.
고태식 교관은 대(大)자로 뻗은 그를 곁눈질하며 혀를 짧게 찼다.
“쯧, 아직은 물렁물렁하구먼.”
빈정거리는 말투, 하나 눈빛에는 이채가 서려 있었다.
이내 그 시선은.
“다음은 안일한, 네 녀석이다.”
그대로 나를 향했다.
고태식 교관을 정면으로 마주하자.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마치 포식자의 그것과도 같은 눈빛, 그리고 기세.
거기에 더하여.
우드득- 우드득-
뼛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래서일까.
움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가까스로 제어한 채 나는 고개를 세차게 휘저었다.
‘정말 불합리하게 느껴지지만, 분명 이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을 터.’
그가 마냥 무지막지한 인간이었으면 굳이 초심자, 숙련자로 구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조금 전 다른 생도들을 지도하며 내뱉은 말은 대개 짧았으나, 깊이가 느껴졌다.
그러니까.
‘맞는 법, 여기에도 뭔가 의미가 있을 거야.’
그런 일념 하나로 무의식적인 공포를 억눌렀다.
동시에 나는 양팔을 가볍게 들어 올려 자세를 취했다.
‘잘 생각해 보면, 처음으로 전력을 다할 기회다.’
그간 가상 대련을 꾸준히 해 왔으나,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성에 차지 않았다.
더미 데이터는 단지 입력된 행동반경 안에서 움직일 뿐.
마나 활용은커녕, 주도적인 전투를 펼칠 수 없는 까닭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이 순간은 기회였다.
‘마침 시험해 볼 것들이 제법 있으니까.’
얼마 전에 체득한 스킬, ‘삼재기공(E)’과 이를 토대로 한 현천강기의 활용부터.
두 종류의 마나를 바탕으로 신체 강화를 유지한 채로 흑영보를 펼쳐 보는 것까지.
이 모든 걸 단련이 아닌, 실전에서 그 위력을 시험해 볼 때가 온 것이다.
‘아직 무공을 실전에서 써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아직 활용이 불가능한 무공을 제외하더라도 이는 내게 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런 내 의지를 읽은 걸까.
“실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기개 하나만큼은 마음에 드는군!”
고태식 교관이 이채를 띤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후-웅!
임강철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내게 짓쳐 들었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는 것과 동시에 흑영보를 펼쳤다.
‘······보인다.’
움직임 그 자체는 놓쳤으나, 그의 발끝에 서린 그림자는 선명하게 보였다.
그곳을 향해 몸을 내던지듯, 마주 달려들며 삼재기공의 마나를 일으켰다.
솨아아-
전신을 향해 퍼져 나가는 청량한 감각.
현천강기와는 출력의 격이 다르지만 제어는 훨씬 수월했다.
그렇게 전신의 감각을 첨예하게 일깨운 채.
‘이번에는 현천강기를······!’
현천강기의 도도한 흐름을 두 다리에 흘려보냈다.
쏴아아-!
맹렬한 속도로 내달리는 현천의 마나에 전신으로부터 힘이 끓어올랐다.
이를 토대로.
후욱-
여태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고태식 교관의 그림자에, 측면에 침투한 것이다.
‘됐다, 이 정도면······!’
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고태식 교관의 측면, 옆구리가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 상태로 오른 주먹에 힘을 불어넣는 찰나.
“제법이구나, 애송이!”
시야가 일순 점멸했다.
회복된 순간, 깨달았다.
어느새 내가 고태식 교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음을 말이다.
후웅-!
큼직한 주먹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살기가 느껴졌다.
단지 수업일 뿐이다. 죽을 만큼 아플 순 있어도, 결코 죽을 일은 없다.
알고 있음에도 등골이 쭈뼛 섰다.
그대로 얼어붙은 채 주먹이 시야를 뒤덮은 순간.
스윽-
무언가에 반응하듯, 반사적으로 몸이 뒤틀렸다.
그로 인해 주먹이 내 뺨을 스쳐 갔다.
‘······어?’
방금 움직임은 명백히 인식과 제어를 벗어났다.
하나 거기에 의문을 떠올릴 틈조차 없이.
후-웅!
이번에는 내 주먹이 멋대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