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36화 (3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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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정답이다

36 정답이다

7교시가 시작된 가운데.

생각보다 빠르게 의문을 해소할 기회가 찾아왔다.

실마리를 얻은 부분은 다름이 아니었다.

“제4단계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기에 앞서 생도들에게 제공될 마나 스킬과 습득 요령부터 설명하겠다.”

바로 마나 스킬의 습득 요령.

보법과 동일한 방법일 거라 생각했으나, 조금 달랐다.

“아카데미에서 제공되는 스킬은 두 가지다. 마나 심법의 ‘삼재기공’, 마나 연공법의 ‘아킬른 하급 마나 연공법’이다.”

마나 심법과 마나 연공법.

이어서 교관은 미리 준비해 둔 교본을 꺼내 들었다.

“마법 계열을 지망하는 생도는 아킬른 하급 마나 연공법을, 그 외 생도는 삼재기공을 선택하면 된다.”

거기서 교관은 추가로 설명을 부연했다.

“단, 따로 마나 스킬을 가지고 있는 생도들은 익히지 않아도 좋다. 원하는 이들에겐 제공하겠지만, 필수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덧붙여 그는 중복해서 익혀도 무탈하다는 점.

애초에 안정성이 뛰어난 스킬들이라는 점 등.

필요한 설명을 마치고는, 교본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일단 받아두자.’

그런 생각으로 나는 삼재기공의 교본을 받아들였다.

분량으로 봤을 땐 책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첫 페이지에는 인체 해부도를 연상케 하는 사람 모형과 체내 마나 로드에 관한 각주로 채워져 있었다.

나머지 3페이지에는 구결로 추정되는 선문답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냥 마나 스킬은 전체적으로 구결이 엄청난가 보네.’

주위를 둘러보니 몇몇이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생각지 못한 분량에 난처한 기색을 보이는 것이다.

바로 그때, 교관이 말문을 열었다.

“전부 외울 필요는 없으니 안심해라. 제4단계 마나 로드 형성은 첫 페이지를, 제5단계 스킬 습득은 구결을 직접 참고하며 진행하면 된다.”

직접 참고하면서 습득하면 된다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래서 더더욱 맹점으로 작용한 듯했다.

교관은 그게 가능한 이유를 설명해 줬다.

“이미 생도들은 역동적인 움직임 속에서의 마나 운용, 즉 마나를 순환시키는 법을 익혔다. 교본을 보며 순환시키는 건 그보다 쉬우니, 못할 이유는 없을 터.”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마나 운용에 관한 실습을 이론 수업보다 먼저 한 건가?’

착착 맞물리는 교육 과정에 새삼스럽게 감탄이 나왔다.

그 사이 교관은 남은 7교시 동안 제4단계 실습을 지시했다.

이에 나는 챙겨온 공책을 꺼내 들었다.

‘얼떨결에 가지고 왔는데, 챙겨 오길 잘했다.’

다름 아닌 현천강기의 구결이 적힌 공책이었다.

임강철의 등쌀에 떠밀려 급하게 오느라 들고 왔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어디······.”

편하게 자세를 잡은 채 현천강기의 구결이 적혀 있는 페이지를 펼쳤다.

그대로 읊어 보기 전,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마나 로드에 관한 내용은 일절 없는 것 같은데.’

삼재기공이 수록된 교본과는 달리, 내 공책에는 구결만이 적혀 있었다.

때문에 잠시 생각해 본 결과.

‘일단 해 보자.’

상관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3주간 그림자 녀석이 마나 호흡법에 매진했다는 점.

더하여 이전에 비해 마나량, 순환 속도, 출력 등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점 등.

제4단계는 이미 몸에 각인시켜 놨을 가능성이 농후한 까닭이었다.

마음을 정한 즉시 나는 마나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쿠구구궁-!

조금은 익숙해진 마나의 격류가 느껴졌다.

이를 자유롭게 풀어놓자 거대한 흐름이 알아서 체내를 순환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한층 더 낯설게 느껴지는 마나의 오묘한 감각 속에 나는 입을 열었다.

“현천(玄天)의 기운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곧······.”

구결의 첫 문장을 읊는 순간.

쏴아아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각에 휩쓸렸다.

마치 몸과 정신이 유리된 것만 같은 감각.

사방이 허허로움으로 가득 찬 가운데. 그 속에 웅크리고 있는 미증유의 힘이 시야를 뒤덮었다.

이를 목도한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게 바로 현천의 기운.’

여태 마나에서 느껴지던 오묘한 감각이 곧 현천의 이치 그 자체였음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무아지경 속에서 현천의 이치에 따라 자유롭게 노닐었다.

마치 깨기 싫은 단잠과도 같은 감각 속에.

“······도.”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찌르르 울려왔다.

“안일한 생도!”

그제야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일순 광망이 시야를 뒤덮었으나, 서서히 시각이 본래대로 되돌아왔다.

그제야 코앞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교관, 님?”

어쩐지 익숙한 상황이었다.

하나 이번에는 단순히 교관뿐 아니라 주변의 시선도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설마 이거 지금.’

황당하면서도 기분 좋은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을 때.

교관은 내 무릎 근처에 널브러져 있는 공책을 살폈다.

이내 그의 눈길이 네 글자에 가닿았다.

현천강기, 이를 확인한 순간.

“······!”

교관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이어서 그는 나를 향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음, 이해했다.”

그대로 미련 없이 물러섰다.

‘······뭘 이해하신 거지?’

고개를 기울이는 한편,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시간은 7교시를 훌쩍 넘어 8교시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거기까지 확인하자 모를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한 번에 스킬, 현천강기를 익힌 건가.’

구결을 읊는 것과 동시에 무아지경에 빠졌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렸다.

흑영보를 습득했을 때와 완전히 동일한 상황.

그 증거로 교관은 내게 나직하게 말했다.

“상태창, 스킬을 확인해 봐라.”

더하여 교관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끝나고 잠시 남도록.”

그대로 물러나는 교관을 얼떨떨하게 바라보던 나는.

‘스킬, 확인해야지.’

그의 말대로 곧장 상태창을 떠올렸다.

스킬 항목에는.

[스킬]

-흑영보(C)

-회복(D)

-성장(D)

-현천강기(B)

현천강기가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확인한 순간 나는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B급이라니, 미친.’

명칭부터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등급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려 B급, 이전에 교관이 선보인 ‘섬전칠보’와 동급의 스킬이었다.

‘물론 종류는 다르지만.’

교관의 스킬과 동급이라는 것만으로 충격이 대단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현천강기를 활용해 봤다.

그 순간.

쿠구구궁-

현천의 마나, 그 도도한 흐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체내를 거침없이 누비며, 지나간 자리에선 끓어오르는 힘이 느껴졌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나 호흡도 뭔가 변한 것 같고.’

마나 호흡을 통해 수급되는 마나량의 규모는 물론.

체내 들어선 순간 현천의 마나로 변모했다.

그렇게 배꼽 아래로 흘러가 완전히 구체를 이룬 구심점에 더해지는 것이다.

즉, 마나의 수급부터 효능에 이르기까지 차원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이쯤 되면 위력이 궁금해지는데.’

당장 내게 가능한 확인 방법은 체내 순환을 통한 신체 강화뿐이었다.

그럼에도 위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 달아오를 무렵.

“지금부터 8교시 수업을 시작하겠다. 나눠 준 교본을 토대로 실습을 진행하되, 질문이 있는 생도는······.”

8교시가 시작됐다.

더불어 교관이 내게 남긴 전언이 새삼 떠올랐다.

‘방과 후에 잠깐 남으라고 하셨지?’

아무래도 현천강기 때문인 듯했다.

‘마침 잘됐다.’

안 그래도 탈력감 문제를 비롯하여 몇 가지 의문이 남아있었다.

교관에게 직접 묻는다면 명쾌하게 해결될 터.

‘뭐부터 여쭤보는 게 좋을까.’

질문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한편.

남은 수업 시간을 활용하여 마나 호흡에 매진했다.

*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다. 내일 7, 8교시는 오늘과 동일하고, 9교시부터 무기별 전담 교관의 지도하에 무기술 심화 과정 수업이 진행되니 참고하도록.”

다음 수업 예고를 마지막으로 9교시가 끝이 났다.

하나둘씩 마력 단련실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일한이, 저녁 먹으러 가자!”

“먼저 가, 오늘은 할 게 있어서.”

“음? 알겠다!”

나는 임강철과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단련실에 남았다.

그러고는.

“대강당으로 가지.”

“네.”

교관을 따라 움직였다.

별다른 의문 없이 대강당에 들어선 순간, 교관은 단상의 뒤편으로 가서 뭔가를 꺼내왔다.

정체는 다름이 아니었다.

‘펀치 머신? 분명 파괴력 측정기였나?’

파괴력 측정기.

입학시험 때 근력 측정에 사용했던 바로 그 기구였다.

‘저걸 왜 꺼내셨지?’

의문을 떠올리고 있을 때, 교관이 내게 질문해 왔다.

“생도는 혹시 마나 운용에 있어 문제를 겪지 않았나?”

“······!”

“이를테면 제어의 문제라든지, 느닷없이 탈력감이 밀려들었다든지.”

두 가지 증상 모두 내가 겪은 것들이었다.

소름이 돋는 한편, 얼떨결게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역시 그렇군. 질문을 바꿔 보지. 생도는 마나 심법에 관해 어디까지 알고 있지?”

예상과는 다른 교관의 질문에 고개가 절로 기울어졌다.

‘현천강기를 물어보실 줄 알았는데. 아니면 마나 스킬과 관련된 질문인 건가?’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나는 일단 물음에 답했다.

“······무도 차원에서 비롯된 스킬이고, 근접 계열 무기를 택한 초인에게 적합하다는 것까지 알고 있습니다.”

“수업을 집중해서 들었군.”

교관은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빠르게 말을 이어 갔다.

“마나 심법은 크게 유(柔) 계열과 강(强) 계열. 두 가지로 나뉜다.”

“두 가지 계열······.”

“그중 유(柔) 계열은 마력 스텟의 활용에 있어 유지력과 효율에 특화되어 있다. 교본으로 제공된 삼재기공이 여기에 속하지.”

느닷없는 이론 수업에 어안이 벙벙할 때.

교관은 아랑곳 않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은 강(强) 계열. 생도의 현천강기는 이쪽 계열에 속할 거다. 보통 ‘강기’라는 명칭이 붙은 심법은 대개 그렇다. 설명은, 음. 직접 보여 주는 편이 났겠지.”

갑작스러운 ‘현천강기’의 언급부터, 설명 대신 직접 보여 주겠다는 말까지.

고개를 기울이고 있을 때, 교관이 간단히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먼저 그냥 쳤을 때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교관은 곧장 파괴력 측정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결과는 75점이 나왔다.

‘여전히 엄청난 수치네.’

그저 멍하니 감탄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강 계열의 마나 심법으로 마나를 운용했을 때다.”

교관은 또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내 그의 손에 파르스름한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파직-

강렬한 스파크와 함께 그의 주먹이 선명한 빛무리에 휩싸였다.

‘······설마 저게 마나인가?’

무의식적으로 정체를 떠올리고 있을 때, 교관이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쩌-엉!

차원이 다른 소리와 함께 결과가 나왔다.

확인한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162점······.”

무려 2배가 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교관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 갔다.

“이렇듯, 강 계열의 심법은 위력, 그리고 호신에 특화되어 있다. 더불어 이게 바로 생도가 마나 제어나 탈력감의 문제를 겪는 이유다.”

“······!”

“마나의 순환 속도가 맹렬한 만큼 제어가 쉽지 않고, 강맹한 위력을 내는 만큼 마나 소모가 극심하다. 심법의 등급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하나 교관의 설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강 계열의 마나 심법을 가졌다는 건 곧 단순한 신체 강화를 넘어 실전 대련, 레이드까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무기를 손에 쥔 셈이 된다. 하지만.”

그는 이어서 말했다.

“심법을 아무런 제약 없이 원활하게 활용하려면 마력 스텟이 최소 D급 수준은 이르러야겠지.”

그제야 품고 있던 의문이 풀리는 한편,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명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스킬은 맞는데······.’

제약이 따른다.

그것도 당장은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의 제약이 말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절대 놓칠 수 없는 스킬이다.’

교관은 말했다.

제대로 활용만 가능하다면 차후 대련은 물론, 레이드까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거라고.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결책에 골몰하는 찰나.

“구태여 본 교관이 강점과 제약을 동시에 설명한 이유를 알겠나?”

교관으로부터 확신을 심어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는 내 스스로 답을 찾길 바라는 것이다.

‘만일 설명 속에 힌트가 있다면······.’

그 즉시 나는 오늘 수업 내용부터 조금 전의 설명까지, 기억을 더듬어 가며 숙고했다.

그 끝에 나온 결론을 조심스레 입에 담았다.

이를 들은 교관은.

“정답이다.”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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