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35화 (3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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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역시 이건 선물이었어

35 역시 이건 선물이었어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임강철과 함께 체육관으로 다시 돌아왔다.

식사 도중 차은월에게 전해 들은 교관의 조언.

폭증한 마나량과 그에 따른 제어 문제의 해결책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래, 일한이! 한번 보여 주라고!”

임강철의 응원과 함께 나는 트랙 위에 섰다.

그 상태에서 기억을 더듬어 차은월의 조언을 떠올렸다.

-일단 마나를 운용하기에 앞서 흐름 전체를 파악해야 되는 것 같아.

그녀의 조언에 따르면, 마나의 흐름을 큰 틀에서 파악하는 것이 곧 제어의 시작이었다.

이를 곱씹으며 나는 마나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그 순간.

쿠구구궁-!

노도와도 같은 흐름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여전히 적응은 안 됐으나,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단순히 순환시키는 건 아무런 문제 없으니까.’

맹렬한 기세로 가로지르는 마나.

체내를 관조하며 마나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는 가운데.

탓-

나는 첫 발을 뗐다.

그렇게 첫 번째 트랙의 중간쯤 이르렀을 때.

‘······속도나 방향 정도는 알 것 같은데.’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깨달은 즉시 다음 조언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는 요령이자, 마음가짐이었다.

-일일이 제어하려 들수록 오히려 불안정해진대.

-으음, 그러니까 마나가 흐르는 과정을 통제할 게 아니라 목적지? 원하는 종착점으로 유도하는 느낌이려나?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친절하게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해 줬다.

-예를 들어 두 다리를 강화한다고 하면 우리는 원래 곧장 흐름을 그쪽으로 유도했잖아?

-이제는 그렇게 하는 대신, 마나가 체내를 전체적으로 순환했을 때.

-한 바퀴 돌고 난 추진력? 그걸 활용해서 최종적으로 두 다리를 향하게끔 만드는 느낌인 것 같아!

그녀 또한 교관의 조언을 되새기며 설명하는 만큼 다소 횡성수설하는 감이 없진 않았다.

그걸 감안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확실히 예전처럼 소량의 마나를 다루는 게 아니니까.’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속도가 됐든 마나량이 됐든.

도무지 중간에 제어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그렇게 납득을 하며 체내의 흐름을 살폈다.

쿠구구궁-!

마침내 체내를 한 바퀴 돌았을 때.

‘······지금!’

노도와도 같은 물줄기를 틀었다.

마나의 격류가 원하는 지점에 가닿는 순간.

쾅-!

어마어마한 각력이 트랙을 박찼다.

마치 탄환처럼 급격하게 앞으로 쏘아져 나간 것이다.

폭발적인 속도와 미증유의 힘이 느껴지는 가운데, 나는 흐름을 통제하기를 포기했다.

그 대신.

‘바로 두 번째 트랙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며 곧장 두 번째, ‘민첩 – 체력’ 트랙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거침없이 내달리는 마나의 흐름을 주시했다.

그 상태에서 또 한 바퀴, 순환을 마친 순간.

‘지금.’

말 그대로 전신에 흩뿌리듯, 넓게 퍼뜨렸다.

때마침.

후웅-!

전방으로부터 공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전신의 감각이 첨예하게 곤두섰다.

그로 인해 한 치 앞에 닥쳐오는 공은 물론, 그 너머에 있는 공들의 궤적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이만한 수준이라면.’

구태여 회피에 심력을 쏟을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저 미소와 함께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어깨를 슬쩍 틀거나, 진로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내딛는 발의 위치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두 번째 트랙, 이어서 세 번째 트랙까지 돌파한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직 트랙이 하나 남았는데도 벌써 점수가······.’

243점.

불과 세 번째 트랙만에 수업 시간에 나온 점수, 220점을 뛰어넘었음을 말이다.

그야말로 차원이 달라진 위력에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일한이! 어마어마한데?!”

임강철의 환호 속에 나는 새삼스레 생각했다.

‘역시 이건 선물이었어.’

통제가 가능해지니, 위력이 확실하게 체감되는 것이다.

기세를 몰아 마지막 트랙까지 단숨에 돌파하려는 순간.

“······커헉.”

별안간 어마어마한 탈력감이 엄습해 왔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온몸에 힘이 쭉 빠지더니.

털썩-

결국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일한이? 무슨 일이야!”

여태 감탄을 연발하던 임강철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반응에 대꾸할 기운도 없었다.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솜마냥,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꼼짝없이 엎어져 있자, 임강철이 한달음에 다가와 몸을 흔들어 댔다.

“정신차려, 일한이! 일한이이-!”

그의 억센 손길에 마냥 흐물거리는 가운데.

나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줘.”

“음? 뭐라고?!”

“나 좀 업어 줘.”

“······.”

순간 말문이 막힌 임강철을 향해 힘겹게 덧붙였다.

“못 움직이겠어.”

그러니 기숙사까지 데려다 줘.

당당한 요구에 임강철은 멀뚱멀뚱 나를 바라봤다.

*

잠시 후.

나는 임강철이 업어 준 덕분에 무사히 기숙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저녁 단련을 하고 올 테니 푹 쉬고 있으라고, 일한이!”

“어, 고마워.”

제 임무를 마쳤다는 듯, 엄지를 치켜들며 기숙사를 벗어나는 임강철.

나는 침대에 엎어진 채로 대충 손을 흔들어 줬다.

그렇게 한 시간을 꼬박 쉬고 난 다음에야 겨우 기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기껏 제어 문제를 해결했더니, 이젠 또 다른 부분이 말썽이네.’

불현듯 엄습해 왔던 탈력감.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현상이라 그런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물론 원인으로 짐작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었다.

‘마나를 많이 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다름 아닌 무리한 마나 운용.

하지만 완전히 납득되진 않았다.

지금보다 마나량이 더 적을 때도 이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지금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수준으로 마나량이 늘어났는데.’

눈에 띄게 증가한 출력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원인이 있는 건지.

이런저런 추측만 늘어가는 가운데.

“안 되겠다.”

나는 결국 후유증처럼 남은 탈력감 속에 기어이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책상 앞에 마주 앉으며 공책을 펼쳤다.

‘괜히 심력 낭비하지 말고 물어보자.’

그림자 녀석에게 필담을 남기려는 것이다.

물론 여태까지의 경험상, 녀석은 자잘한 질문에는 무시로 일관했다.

나 또한 사소한 문제로 신경전을 벌여 봤자 손해라는 생각에 대충 넘어갔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당장 수업 진도는 물론이고, 이후 대련까지 생각하면 숙련된 마나 운용은 필수니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채 나는 질문을 적어 내려갔다.

작성을 마친 후, 다시금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그나마 휴식 스킬이 있으니까 좀 빠르게 회복되는 것 같긴 한데.’

과연 온몸에 남아있는 탈력감이 녀석의 행동에 영향을 줄지.

잡다한 생각과 함께 금세 잠에 들었다.

···

···

···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현재 동기화율······ [17%]

-[????의 그림자]가 낮은 수준의 분별력과 온전한 기억의 일부가 깃든 의식에 따라 행동합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활성화됐습니다!

-동기화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의 효율이 대폭 하락합니다!

-스킬 [초진화(SS)]가 [급속 성장(C)]으로 변경됩니다!

-모든 종류의 단련 효과가 4배 상승합니다!

-스킬 [초재생(SS)]이 [급속 회복(C)]으로 변경됩니다!

-모든 종류의 휴식 효과가 4배 상승합니다!

눈을 뜬 그림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

전신에 남아 있는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미약한 탈력감, 정체를 파악한 순간 미간을 찡그렸다.

단지 그뿐으로, 금세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움직였다.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책상 쪽이었다.

그러고는.

촤락-

당연하다는 듯 공책을 펼쳤다.

거기엔 몇 가지 질문이 적혀 있었다.

탈력감의 정체는 뭔지, 정말 마나 운용 때문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대충 곁눈질로 훑어본 결과.

‘어차피 머지않아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들.’

구태여 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답변 대신, 다른 내용을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대략 10여 분에 걸쳐 장문의 메모를 작성하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행선지는 언제나처럼 스텟 단련실이었다.

“오, 일한이! 벌써 괜찮아진 건가?!”

끄덕-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고!”

끄덕-

간단하게 임강철과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누고는, 곧바로 마력 단련실에 들어섰다.

그는 가부좌를 튼 채로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오늘이 마지막.’

대략 3주간의 시간 투자의 결실.

마침내 이를 거둬들일 순간이 왔다.

탐스럽지만, 결코 다루기 쉽지 않은 과실. 하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과실을 따는 건 그의 몫이 아닌 까닭이었다.

그는 두 눈을 감은 채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쿠구구궁-!

체내의 마나가 반응했다.

더불어 현천의 기운이 보다 짙게 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바퀴, 두 바퀴······.

마나가 체내를 순환하고, 또 순환했다.

이윽고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비대해졌을 때.

‘지금.’

마나의 격류를 마지막 관문으로 이끌었다.

콰앙-! 콰앙-!

맹렬한 기세로 벽을 두들기는 가운데.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마침내.

쩌적-

벽에 균열이 일었다.

기세를 몰아 한꺼번에 몰아치는 순간.

쩌-엉!

마지막 관문까지 길이 열렸다.

보다 강대해진 마나의 흐름 속에 현천의 기운이 온전히 녹아들었다.

쿠구구궁-

그렇게, 전신을 누비던 현천의 마나가 도도하게 흘러간 끝에 도달한 곳은 배꼽 아래.

어느새 온전한 구체를 이룬 구심점이었다.

인지하는 것과 동시에 그는 슬쩍 눈을 떴다.

그림자처럼 일렁이는 눈빛 속에 시퍼런 광망이 터져 나왔다.

*

다음날.

“일한이, 이제 곧 7교시 시작이다!”

“······어?”

“오늘은 마력 단련실이다. 빨리 가자!”

“어.”

“오늘은 또 왜 이리 넋을 놓고 있어! 뭔 일 있나?”

의아한 듯 묻는 말에 나는 대충 고개를 내저었다.

‘······무슨 일이 있긴 하지.’

다만 무어라 설명하기가 참 애매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어젯밤.

그림자 녀석이 남긴 메모 때문이었다.

‘어째 답장을 받긴 했는데.’

내가 남겨 둔 질문에 관한 대답은 일절 없었다.

그렇다고 외면했다고 보기도 애매했다.

답변 대신, 장장 5페이지에 걸쳐 메모를 적어 놨기 때문이다.

내용의 시작은 다름이 아니었다.

-현천강기(玄天罡氣)

정갈하게 적혀 있는 네 글자, 현천강기.

명칭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를 시작으로 5페이지 내리 적혀 있는 내용은 흑영보 때보다 한층 더 심했다.

난해하게 짝이 없는 선문답으로 가득한 것이다.

‘현천강기, 그리고 선문답은 아마 구결일 테고. 그렇다면 역시 이건······.’

마나 호흡법에 관한 스킬.

그중에서도 [마나 심법]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를 깨달은 순간, 나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스킬이 생긴 건 좋은데······.’

장장 5페이지에 걸쳐 적혀 있는 구결 때문일까.

기쁨보다는 막막한 감정이 더 컸다.

‘이걸 통째로 외우기라도 해야 하나······?’

내가 아는 한, 스킬을 익히는 방법은 그뿐이었다.

이쯤 되니 오히려 녀석이 이걸 기억하고 전부 다 옮겨 적어 놨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나는 오전부터 지금까지 쭉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런 속내를 알 턱이 없는 임강철은.

“빨리 가자고!”

“어.”

시계를 가리키며 나를 채근했다.

때문에 구결이 적힌 공책을 내려놓을 틈도 없이 마력 단련실을 향했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도착했을 때.

“다들 모였군.”

때마침 교관이 뒤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인원 파악을 마친 다음,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갔다.

이내 교관으로부터.

“오늘 진도는 마나 호흡법 제4단계의 구체적인 요령과 실습, 그리고 마나 스킬에 관한 이론 전반이다.”

공교롭게도, 내게 필요한 설명이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예상대로 스킬 습득에 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거기서 끝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이어지는 강의 내용으로 뜻하지 않은 문제까지 풀 수 있었던 건 물론.

‘······잠깐, 현천강기가 그 정도라고?’

감히 상상도 못 한 내용까지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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