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34화 (3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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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34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다음날, 7교시.

1학기 기말 과정의 첫 실기 수업은 마력 수업이었다.

하나 이전과는 달리 장소가 조금 특이했다.

-시간에 맞춰 대강당 지하 1층, 체육관으로 집합할 것.

마력 단련실이 아닌 대강당의 지하 1층.

즉, 체육관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마력 수업인데 체육관이라니. 역시 기말부터는 뭔가 다른 건가?!”

“그러게.”

임강철과 잡담을 나누며 수업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다들 모였나.”

교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빠르게 인원을 파악하고는 곧장 수업에 들어갔다.

“체육관에서 마력 수업을 진행하는 부분에 다들 의문을 가졌을 거라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관은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마지막 코스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마력 스텟의 활용의 실기 시험이 바로 이곳, 마지막 코스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시험 방식에 대부분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에도 교관은 묵묵히 설명을 이어 갔다.

“난이도는 F+이며, 중간고사 때와는 달리 팀 단위가 아닌 개인으로 시험이 이뤄진다. 즉, 개인이 네 개의 트랙을 전부 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팀이 아닌 개인 평가라는 말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마지막 코스는 네 명이 나눠서 해도 벅찼으니까.’

그런 반응을 익히 짐작했는지.

“현재 생도들의 스텟 수준으론 고득점은커녕, 완주도 힘들 거다. 하지만 여기에 마력 스텟, 즉 마나 운용을 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교관이 설명을 덧붙였다.

“부족한 스텟을 마나 운용으로, 즉 신체 강화로 메우는 거다. 그럼 완주는 물론, 마나 운용의 숙련도에 따라 점수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겠지.”

그제야 납득이 됐다.

“물론 현시점에선 마나량이 턱없이 부족할 거다. 겨우 완주가 가능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터. 하나 개의치 말고 페이스 조절과 마나 활용에 집중해라.”

이어서 그는 이유를 덧붙였다.

“역동적인 움직임 속에 마나를 운용하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제4단계, 마나 로드 형성에 필요한 감각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즉, 이번 수업은 단순히 실기 시험의 대비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마나 호흡법 제4단계, ‘마나 로드 형성’의 입문을 위한 사전 준비도 포함된 것이다.

교관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우선 마나 운용 없이 시도해 보도록. 각자 수준에 맞는 적절한 템포를 익히고, 그에 맞춰 마나를 운용하여 부족함을 메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말을 끝으로 교관은 실습을 지시했다.

생도들이 하나둘씩 움직이는 가운데.

“해 보자, 일한이!”

“어.”

나 또한 친구들과 함께 줄을 섰다.

기다리는 동안 앞선 생도들의 실습을 지켜봤다.

그 결과 확 달라진 난이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역시 네 개의 트랙을 혼자 해서 그런가.’

첫 번째 트랙은 대부분 수월하게 나아갔다.

하나 두 번째 트랙의 중간 지점부터 상황이 변했다.

속도가 줄거나, 잠시 멈춰 선 채로 숨을 고르는 등.

대부분 페이스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이다.

“만만치 않구만!”

“그러게.”

물론 개중에는 적절한 템포 조절만으로 완주하는 생도들도 더러 있었다.

윤설하를 비롯하여 최상위권에 속하는 이들이 그랬다.

‘총 400점 만점에 대략 240점에서 250점.’

그들의 페이스 조절 타이밍과 성적을 머릿속에 담아 두는 사이.

“다음 생도, 위치로.”

내 차례가 다가왔다.

“일한이, 자신 있나?”

“뭐, 그럭저럭?”

임강철의 물음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지켜본 결과, 충분히 할 만하다고 판단한 까닭이었다.

‘페이스 조절이 관건이라면, 틀림없이 그 스킬이 도움이 될 테니까.’

어젯밤 뜻하지 않게 주어진 선물.

그게 이번 수업에서 큰 힘이 될 터였다.

“그럼 시작해라.”

교관의 지시에 맞춰 첫 번째 트랙을 박차고 나갔다.

시험 기간 동안 꾸준히 스텟을 단련한 덕분인지 빠르게 돌파할 수 있었다.

이윽고 두 번째 트랙에 이르렀을 때 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여기서 숨을 한 번 고르고 갔었지?’

상위권 생도들은 미리 템포를 조절했다.

덕분에 그들은 중간에 멈춰 서거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타닷-

반대로 나는 템포를 살짝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멈추는 일 없이, 오히려 처음과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비결은 다름 아닌 어젯밤에 획득한 두 가지 스킬,

그중 첫 번째인 [회복(D)] 덕분이었다.

-회복(D)

모든 종류의 휴식 효과가 2배 상승

휴식의 효율을 2배나 상승시켜 주는 스킬, 회복(D).

효과는 온몸으로, 주변의 반응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쟤는 어떻게 한 번도 안 쉴 수 있지······?”

“안일한이지? 역시 뭔가 있는 게 틀림없네.”

“20위권 안에 들지 않았나? 앞으로 지켜봐야겠다.”

대부분 감탄하는 가운데, 몇몇 상위권 생도들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렇게 나는 회복 스킬을 바탕으로 최대한 짧게 쉬며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 결과.

“오, 일한이! 220점? 체력이 제법인데?!”

나 또한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아직 최상위권에는 못 미치네.’

220점, 최상위권에 비하면 성적은 다소 처졌다.

스텟이라는 절대적인 격차가 존재하는 까닭이었다.

때문에 차후 마나를 활용한다 한들, 어지간하면 뒤집을 수 없을 터였다.

‘어지간하면, 말이지.’

하나 이제 더는 그런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확히는, 걱정을 크게 덜어낼 수 있었다.

이유는 역시 휴식과 더불어 주어진 두 번째 스킬.

[성장(D)] 덕분이었다.

-성장(D)

모든 종류의 단련 효과가 2배 상승

단련 효율의 2배 상승.

이 효과는 내 부족한 자질을 메워 줄 터였다.

더불어 이 스킬을 보고 나서야 그림자의 이상한 성장 속도의 비밀을 알아차렸다.

‘만일 녀석이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면.’

혹은 이보다 더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면 그동안의 성장 속도가 설명이 된다.

뜻하지 않게 의문이 하나 풀렸으나, 반대로 녀석의 정체에 관한 궁금증은 부풀어 갔다.

일단 접어 둔 채 생각을 정리했다.

‘회복 스킬의 효과는 체감했고. 성장 스킬은 뭐, 언제든 확인할 기회가 올 테니까.’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렇게 가닥을 짓고 넘어갈 무렵.

“이번에는 마나 운용을 더한 실습을 진행하겠다. 조금 전의 페이스를 고려하여 타이밍을 계산하면 보다 원활한 활용이 가능할 거다.”

교관이 다음 진도로 넘어갔다.

그의 지시에 또 다른 종류의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과연 마나 운용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림자 녀석이 여태 몰두했던 마나 호흡법.

그 결과물을 확인할 시간이 찾아온 까닭이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동안 기다린 끝에.

“시작해라.”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시작과 동시에 마나를 운용했다.

체내에 쌓인 마나에 의지를 불어넣은 순간.

쿠구구궁-!

어마어마한 격랑이 느껴졌다.

“······!”

고작 흐름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이쯤 되면 급류, 과장 조금 보태서 해일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게 원인이었을까.

쿠당탕-!

나는 그만 자빠지고 말았다.

마치 급발진하듯, 순식간에 몸의 균형을 잃은 것이다.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과 함께.

“푸핫, 일한이! 뭐 하나!”

임강철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반응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그저 입을 쩍 벌린 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얼떨떨했으나, 일단은 다시금 트랙을 달렸다.

동시에 속으로 생각했다.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는데······?’

이전과 비교하면 마나량, 순환 속도, 흐름의 방향, 심지어 마나에서 느껴지는 감각까지.

모든 면에서 판이하게 달라졌다.

여기까지는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반동이라 해야 할까.

‘조절이 안 돼.’

한 번 더 조심스레 운용해 봤음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다행히 자빠지진 않았지만, 또다시 휘청거린 것이다.

‘이건 뭐 고삐 풀린 망아지도 아니고.’

마치 거친 야생마처럼 체내를 내달리는 마나의 격류를 도무지 제어할 수가 없다.

마나는 그렇게 단 한 번도 흘려보낸 적 없는 길로 알아서 흘러가며, 시시각각 증폭됐다.

‘게다가 마나에서 뭔가 계속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허허로우면서도, 그 속에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좀처럼 변화를 따라갈 수 없는 가운데,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만일 이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분명 값진 선물이 될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숙제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일단 최대한 조절해 보자.’

다짐과 함께 조심스레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

두 시간 후.

“내일 실기 수업은 마력 단련실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진도는 마나 호흡법 제4단계 입문에 요구되는 이론 및 실습까지다. 이만 해산하도록.”

중간고사 이후 첫 실기 수업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일한이, 저녁 먹으러 가자! 윤설하, 차은월 너희 둘도 빨리 와!”

임강철의 등쌀로 인해 곧장 식당을 향해 갔다.

끌려가는 도중에도 내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체 그림자 녀석은 어쩌자고 마나를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쌓아 놓은 거지······?’

다름 아닌 마나 운용.

실기 수업 내내 매달렸음에도 실마리는커녕, 파편조차 잡지 못했다.

때문에 식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뭐가 문제지? 일단 마나를 순환시키는 것 자체는 괜찮은데.’

“······일한이!”

‘그럼 역시 신체를 강화할 때가 문제라는 건가?’

“일한이-!”

귓가에 임강철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나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떨어져, 귀 아파.”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나! 수업 시간에도 그렇고, 오늘따라 이상하다고!”

“뭐가.”

“처음에는 잘만 하더니, 중간부터 계속 휘청거렸잖아!”

“그건, 음······.”

무어라 설명하기가 좀 애매했다.

그저 말끝을 흐리고 있을 때, 문득 차은월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일한아.”

“어.”

“혹시 너도 마나의 제어가 잘 안 되는 거야······?”

그녀의 질문에 나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어떻게 알았어?”

“아, 역시!”

그녀는 활짝 웃는 한편.

“······일한이는 벌써 거기까지 나아갔구나.”

영문 모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차은월?”

“으응, 어? 아, 미안.”

“아니야. 그것보다 어떻게 알았는지 알려 줘.”

“사실 나도 중간고사 직전에 비슷한 현상을 겪었거든. 그래서 교관님께 상담을 받아 봤어.”

“그래?”

“응, 마나 제어의 불안정성은 보통 제4단계 입문하는 초기 과정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시더라고.”

그녀의 대답에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4단계였나. 그나저나 차은월은 혼자서 4단계에 입문했다는 건가······?’

새삼 차은월의 미친 재능에 감탄하고 있을 때.

여태 가만히 듣고 있던 윤설하가 별안간 입을 열었다.

“그, 그럼 너희 둘은 설마 벌써 4단계에 입문한 거야? 어떻게?!”

“으응. 정확히는 입문 직전의 과정이야. 아직 구체적인 이론은 배우지 않았으니까.”

차은월의 대답에 윤설하는 황당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진짜 너희 둘의 재능은······.”

너희 둘······?

어째선지 윤설하는 나까지 괴물을 보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녀의 경악에 차은월은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야! 난 아직 일한이만큼 마나량이 많지 않아서 아예 제어가 불가능하진 않아.”

“?”

어째 뉘앙스가 이상하다.

이어서 차은월은.

“······아직 4단계를 배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제어가 안 될 정도로 마나량을 축적했다니. 역시 일한이는 대단하구나.”

나를 향해 순수하게 감탄을 표했다.

두 천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탓에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교관님의 조언을 좀 들려줘.”

“아 맞다, 미안. 그게 말이지 뭐라 말씀하셨나면······.”

차은월이 교관의 조언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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