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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주어졌다
33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주어졌다
시험 기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갔다.
이론과 실기를 동시에 준비하느라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정신없었다.
먼저 이론은 평일, 방과 후에 차은월과 윤설하의 도움을 받아 준비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뭐? 은월아, 너도 입학시험 필기 만점이었어?!”
“으응, 설하도 만점이었지? 수석이었으니까.”
“마력도 그렇고. 너, 대단하구나······?”
“그렇게 따지면 설하, 네가 더 대단하지!”
입학시험을 만점으로 통과한 천재들이었다.
그녀들 덕분에 나와 임강철은 맞춤형 과외를 받을 수 있었다.
실기는 주로 주말에 준비했다.
마나 호흡법은 차은월과 내가, 가상 대련은 나와 윤설하가 주도적으로 남은 사람들을 도왔다.
마지막으로 스텟 서킷 트레이닝은 팀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합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3주가 눈 깜빡할 사이에 흘러가 마침내 월요일.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됐다.
“생도들은 지금부터 필기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책가방 속에······.”
첫날과 둘째 날은 이론 시험만으로 진행됐다.
게이트와 균열 개론, 몬스터 생태학, 마력 기초 이론 등,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했다.
하지만.
‘······진짜 짚어 준 대로만 나오네.’
예상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풀 수 있었다.
문제의 70% 이상이 두 사람, 차은월과 윤설하가 짚어 준 부분에서 출제된 것이다.
덕분에 이론 시험의 평균 성적을 내 본 결과.
“오, 일한이 82점? 대단한데?!”
이론 시험의 평균이 80점을 넘었다.
셋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이뤄진 실기 시험은 한층 더 점수가 잘 나왔다.
가장 먼저 마력.
단순히 측정한 마력 스텟이 곧 점수가 되며, 1스텟 당 10점으로 10스텟 이상이 만점이었다.
거기서 나는.
-마력 스텟 9
9스텟으로 90점이 나왔다.
이는 이견의 여지 없이 그림자 덕분이었다.
‘보법을 펼칠 때도 그렇고, 참관 수업 다음 날부터는 아예 가부좌를 틀고 마나 호흡법에만 몰두했으니까.’
녀석 덕분에 별다른 노력 없이 90점을 획득한 것이다.
반대로 두 번째, 가상 대련은 꽤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B+ Rank
윤설하와의 내기 때보다 한 단계 높은 B+ 랭크, 80점이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스텟 서킷 트레이닝.
F+ 난이도로 진행되는 탓인지, 수행평가 때보단 확실히 점수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안일한]
-1학기 중간 스텟 서킷 트레이닝 실기 시험 78점
78점, 썩 나쁘지 않은 점수가 나왔다.
‘이론 평균 82점, 실기 평균 대략 82점. 거기에 수행평가 90점까지.’
강제 전출은커녕, 입학 초에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성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성공적으로 1학기 중간고사를 마쳤다.
*
중간고사가 끝난 후.
나는 시험의 뒤풀이 겸, 친구들과 함께 매점에서 간단하게 회식 시간을 가졌다.
“다들 고생했다!”
임강철은 마치 건배를 제의하듯, 음료수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이내 그는 제 할 일을 마쳤다는 양 냉동식품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한결같은 모습에 차은월은 질색을, 윤설하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여유를 만끽하던 중, 나는 문득 윤설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윤설하.”
“응?”
“이번에 성적, 어땠어?”
“으음, 그럭저럭? 근데 아마 1등은 못할 것 같아.”
윤설하는 다소 아쉬운 기색으로 말끝을 흐렸다.
본래 그녀의 노력과 승부욕은 전부 무시당하던 아버지,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지금도 승부욕은 여전한 듯했다.
‘이미 성향으로 굳어진 건가.’
충분히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여태 듣고 있던 차은월은 왠지 그늘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괜히 나 때문에 설하, 네 점수가······.”
그녀가 말하는 건 다름 아닌 팀 성적이 포함되는 스텟 서킷 트레이닝.
거기서 자신의 점수로 인해 윤설하의 점수가 떨어졌음을 자책하는 것이다.
이에 윤설하는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야! 다 같이 열심히 했는걸! 응, 다음에는 더 잘하면 되니까······!”
윤설하가 정신없이 달래주고 있을 때.
“그래, 차은월! 다음부터 더 잘하면 된다!”
임강철이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너도 설하 점수 떨궜잖아.”
“그게 내 최선이었으니, 후회는 없다!”
“······끄응.”
결국 차은월은 앓는 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윤설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맞아, 기회는 앞으로도 많으니까. 다들 고생했고······, 고마웠어.”
왠지 그녀는 말을 맺으며 나를 향해 곁눈질했다.
마지막 반응은 의아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았다.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왔네.’
그림자 녀석이 ‘소임’이라 일컬으며 강조했던 그녀의 트라우마.
보아하니 이제는 말끔히 해결된 듯싶었다.
새삼스레 떠올린 까닭일까, 생각은 자연스레 그림자 쪽으로 흘러갔다.
‘참관 수업 다음 날이었나?’
참관 수업 다음 날.
언제나처럼 스텟, 상태창, 영상을 체크하던 중 새로운 변화가 감지됐다.
다름 아닌 상태창, 미구현 특성에 관한 부분이었다.
[특성]
-????의 그림자
동기화율 17%
완전한 이식까지 남은 시간 [75 : 24 : 47]
동기화율이 15%를 넘은 데다가 [완전한 이식]이라는 의미불명의 문구가 한 줄 추가된 것이다.
‘15% 달성과 동시에 생긴 걸 보면 이것도 새로운 작용의 일환인 것처럼 보이는데.’
곧장 녀석에게 물어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모호하게 짝이 없었다.
‘체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나, 뭐라나.’
체급, 나는 대충 초인 지망생으로서의 역량이라 받아들였다.
그때 이후로 녀석에게서 별다른 소식은 없었다.
메시지도 없고, 행동 또한 그저 마나 호흡법 단련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완전한 이식]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상태였다.
‘75시간, 대략 다음 주 월요일에는 알 수 있을 테니.’
그때쯤이면 뭐라도 알게 될 터였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무렵.
저벅저벅-
문득 테이블로 접근해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슬쩍 돌리자, 뜻밖의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백유진? 뒤에 두 명은 심인욱하고 오윤서였나?’
다름 아닌 배경이 짱짱한 3인방이었다.
그들의 접근에 고개가 절로 기울어졌다.
‘왜 오는 거지? 혹시 윤설하 때문인가?’
심인욱과 오윤서는 몰라도, 백유진은 윤설하와 안면이 있을 터였다.
둘은 각각 차석, 수석으로 입학한 까닭이었다.
그래서일까.
“······.”
윤설하도 왠지 경계하는 기색으로 접근을 주시했다.
그녀의 반응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저들, 특히 백유진은 경쟁자이자, 탄탄한 배경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녀와 대척점에 있는 까닭이었다.
‘게다가 수행평가 때도 강진솔 패거리에게 피해를 입었으니.’
나는 그렇게 납득하며, 백유진을 물끄러미 살폈다.
그는 윤설하의 표정을 봤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다가왔다.
그대로 테이블 앞에 마주 선 채 입을 열었다.
“안녕, 난 백유진이야. 넌 이름이 뭐야?”
그런데 그 대상이 조금 이상했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윤설하가 아니었다.
그녀에겐 다만 눈짓으로 가볍게 인사를 할 뿐.
정작 말을 건 대상은.
‘······나?’
나였다.
‘틀림없이 윤설하에게 말을 걸 줄 알았는데.’
나는 고개를 기울이는 한편, 나직하게 대답했다.
“안일한.”
“우와, 이름이 좀 특이하네?”
“뭐, 자주 들어.”
무덤덤한 대꾸에 그는 묘한 기색으로 입맛을 다셨다.
‘뭐지, 얘?’
어째선지 내게 관심을 보이는 백유진.
도통 그 이유가 짐작조차 되질 않았다.
때문에 말없이 그를 살피던 중.
‘······음?’
문득 백유진 뒤에 서 있는 두 사람, 심인욱과 오윤서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둘의 반응도 백유진만큼이나 이상했다.
‘오윤서는 어째 차은월을 노려보는 것 같은데, 심인욱은······, 얘는 또 눈빛이 왜 이래?’
심인욱은 다가오는 동안 내 쪽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런데 백유진이 말을 건 순간부터 나를 묘한 기색으로 곁눈질하는 것이다.
기이한 분위기, 그 속에서 백유진이 말을 이어 갔다.
“안일한, 일한이라 불러도 되지?”
“어.”
“일한이 너, 혹시 부모님이 웅심 길드 쪽에 계셔?”
“······웅심? 4대 길드?”
“응!”
웅심(雄心) 길드라니.
뜬금없는 물음에 다소 어이가 없었다.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는지, 내 표정을 본 그는 머쓱한 듯 웃으며 덧붙였다.
“사실 저번에 네가 가상 대련을 하는 걸 우연히 봤거든! 보법이 끝내주던데?”
그제야 관심을 갖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더불어.
‘천하의 백유진이 관심을 보이고, 거기다 대한민국 4대 길드를 연상케 할 정도라.’
새삼 흑영보의 위력과 가치를 실감했다.
더불어 이후 녀석이 약속한 수단들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속으론 미소가 절로 나왔으나, 조금도 내색하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길드 쪽과는 관계없어. 아버지는 민간인이시니까.”
“아, 그렇구나······.”
한층 더 묘한 기색으로 눈빛을 빛내는 백유진.
그는 이내 맑게 웃으며 사과를 건넸다.
“방해해서 미안, 나 궁금한 건 잘 못 참아서. 그럼 좋은 시간 보내!”
그 말을 끝으로 쿨하게 몸을 돌려 떠나갔다.
심인욱과 오윤서도 그와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뭔가 격의 없이 대하는 걸 보면 사람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어쭙잖은 배경으로 젠체하는 강진솔 패거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물론 이는 백유진에 한정된 이야기로, 나머지 두 사람은 여전히 거리감이 느껴졌다.
‘뭐, 보통은 그렇겠지.’
그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고 넘어갔다.
뜻밖의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분위기가 잠시 굳었으나.
“후! 잘 먹었다! 그나저나 방금 뭔 일 있었나?”
천연덕스러운 임강철 덕분에 본래대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을 보낸 끝에 뒤풀이를 마무리했다.
*
순식간에 주말이 지나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월요일, 본래라면 어떤 형태로든 수업이 진행됐겠지만.
“오늘 실기 수업은 성적 발표 및 강제 전출 조치 대상자 면담, 더하여 1학기 기말 진도에 관한 사전 설명으로 대체하겠다.”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라 그런지, 조금 다른 형태로 수업이 진행됐다.
가장 먼저 성적 발표부터 이뤄졌다.
‘반에서는 200명 중 18등, 전교에선 78등인가.’
이 정도면 학급은 물론, 전교에서도 상위 15% 정도에 속하는 수준이었다.
‘여기서 더 욕심내서 5%, 아니 1%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면······.’
목표에 크게 다가설 수 있으리라.
속으로 건설적인 다짐을 하는 사이.
교관으로부터 ‘강제 전출 조치 대상자’에 관한 언급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교실의 분위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해서 면담 대상자는 총 28명이다.”
무려 28명.
A반 생도의 약 10%가 강제 전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대부분 낙담하거나, 몇몇은 눈물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확실히 가혹한 조건이긴 하지만······.’
그런 감상은 학기 초에 비해 다소 옅어진 상태였다.
수업이든 시험이든,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음을 직접 체감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7, 8교시 동안 면담을 끝낸 교관은 9교시부터 1학기 기말의 진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1학기 기말고사 실기 시험 범위다. 마력 스텟의 활용에서 두 과목, 그리고 실전 대련에서 두 과목. 총 네 과목이다.”
교관은 이어서 말했다.
“따라서 1학기 기말의 진도는 본 교관이 진행하는 마나 호흡법 제4, 5단계 입문 수업, 그리고 무기별 전담 교관의 지도하에 진행되는 무기술 심화 과정이다.”
마나 호흡법 제4, 5단계, 그리고 무기술 심화 과정.
각각 마나 스킬 습득과 첫 실전을 의미했다.
그래서일까, 내게는 각별하게 다가왔다.
‘두 과목은 전투 계열 초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관문 같은 느낌이니까.’
전투 계열 초인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커리큘럼.
1학기 중간 과정이 일종의 대비였다면, 기말 과정부터는 본격적인 시작이 되는 셈이었다.
참으로 기대가 되는 가운데.
‘그러고 보니 그림자 녀석도 뭔가 준비하고 있었지.’
또 다른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떠올렸다.
다름 아닌 그림자의 새로운 작용.
그것도 무려 두 가지나 있었다.
첫 번째는 녀석이 3주간 말없이 몰두한 마나 호흡법이었다.
‘과연 마나 운용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당장 내일 마력 수업이 있으니 바로 확인이 가능할 터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동기화율 15% 달성과 함께 상태창에 나타난 [이식]이었다.
‘남은 시간을 계산하면 대략 저녁 10시쯤인가.’
이 또한 몇 시간 후면 확인이 가능할 터였다.
그렇게 나는 기대감에 부푼 채로 방과 후를 기다렸다.
···
···
···
4시간 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의 이식이 완료됐습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 이건 대체.’
기다리던 메시지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내게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