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26화 (2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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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위력을 확인할 순간이 찾아왔다

26 위력을 확인할 순간이 찾아왔다

그날 저녁.

“오, 일한이! 스텟 단련실에 같이 가 주는 거야?”

“어, 할 게 좀 있어서.”

“좋아, 가자고!”

나는 모처럼 임강철과 함께 스텟 단련실로 향했다.

교관과의 개인 교습을 통해 체득한 스킬.

[흑영보]의 연습 겸 실험을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일한이, 너는 오늘도 마력 단련실인가?”

“아마도?”

“한결 같구만! 나도 곧 마나 호흡법의 제3단계에 입문할 수 있을 것 같아. 슬슬 감이 잡히거든!”

“그럼 너도 마력 단련실?”

“당연히 아니지! 첫 번째는 무조건 근력이다!”

“······.”

임강철과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는 사이, 어느새 스텟 단련실에 도착했다.

마치 구호처럼 근력 스텟을 외치는 그를 뒤로한 채 나는 마력 단련실로 들어갔다.

‘그림자 녀석도 항상 여기서 보법을 펼치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녀석이 하는 행동인 만큼 의미가 없진 않을 터였다.

그런 연유로 나는 적당히 자리를 잡은 즉시 상태창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스킬] 항목으로 시선을 내렸다.

[스킬]

-흑영보(C)

검은 그림자의 걸음

그곳에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생긴 따끈따끈한 스킬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C급이라. 범상치 않다고는 생각했는데, 설마 이 정도 수준일 줄이야.’

무려 C급 스킬.

교관도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게 그가 가진 보법 스킬, [섬전칠보]가 B급인 까닭이었다.

때문에 교관은 흑영보의 스킬 등급에 한 번, 내 성장 속도에 한 번 혀를 내둘렀다.

등급은 몰라도, 속도의 원인 정도는 바로 눈치챘다.

‘하기야 녀석이 요근래 흑영보만 펼쳤으니.’

다름 아닌 그림자.

처음 녀석의 행동이 변한 이후, 지금까지 동일한 행동을 반복한 것이다.

그만큼 내가 단숨에 체득한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째서 구태여 녀석이 직접 체득하지 않았는지가 살짝 의문이긴 하지만.’

일일이 의문을 가졌다간 끝이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이내 나는 본래의 목적으로 신경을 돌렸다.

‘총 네 걸음이니 네 개의 초식이라 보면 된다고 했나.’

다름 아닌 보법의 활용.

이에 관하여 이런저런 실험을 해 볼 생각이었다.

‘스킬을 체득했을 때처럼 네 초식을 한꺼번에 펼칠 수도 있지만, 각각 따로 펼칠 수도 있다고 했지.’

스킬을 체득했을 당시, 교관이 짤막한 조언을 해 줬다.

흑영보의 네 초식에는 각각의 효용이 따로 존재하며, 한꺼번에 펼치면 또 다른 효용이 드러날 거란 것이다.

나는 우선 각 초식의 효용을 파악하는 부분부터 집중하기로 했다.

‘스킬 사용은 속으로 떠올리면 된다고 했으니까.’

혹시 몰라 나는 첫 번째 걸음을 위한 구결의 첫 줄을 속으로 읊었다.

그러자 곧바로 몸이 반응했다.

스윽-

정면으로부터 오른쪽 사선으로 몸이 흐르듯 움직였다.

보폭이 크고, 발의 모양이 급격하게 비틀어졌으나 더는 몸의 균형을 잃지 않았다.

‘좋아, 더 이상 자세가 흐트러지진 않는다.’

스킬의 효과에 미소를 짓는 한편, 곧바로 두 번째 걸음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초식.’

자연스럽게 자세가 낮아지고, 오른발의 앞꿈치가 안쪽으로 돌아갔다.

스슷-

바닥에 스치듯, 미끄러지며 순식간에 몸이 움직였다.

어느새 처음 서 있던 위치를 마주 보는 식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배후를 잡을 수 있다니.’

감탄과 함께 곧바로 세 번째 초식을 전개했다.

그 순간.

타닷-

여태와는 달리 보폭을 작게, 걸음을 짧게 치듯 몸이 움직였다.

‘반 박자 빠른 움직임이라······.’

감각을 새겨 두며 마지막 초식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네 걸음, 흑영보를 전부 펼치고 났을 때.

“······와.”

나는 자세를 바로 하며 나직하게 탄성을 흘렸다.

첫 번째 시도였음에도 얻어 가는 바가 제법 큰 까닭이었다.

다만 처음이라 그런지, 모든 효용성을 파악하진 못한 듯했다.

‘특히 네 번째 초식은 잘 모르겠네. 뭔가 다른 초식들보다 좀 더 특별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럼에도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흑영보를 제대로 익힐 수만 있다면······.’

당장 이틀 뒤에 있을 가상 대련은 물론.

1학기 중간의 실기 시험도 문제없을 거라는 걸 말이다.

물론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남은 숙제는 여기서 무투술로 이어 가는 건데.’

다름 아닌 무투술과의 조화.

회피만으론 가상이든, 실전이든 결코 이길 수 없다.

즉, 공격을 수반해야 보법 본연의 위력이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실마리는 잡았으니까.’

흑영보는 이미 교관도 가치를 인정한 보법이었다.

은밀하고 날카로운, 상대의 움직임에 허를 찌르는 데 특화됐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마디를 덧붙였다.

‘의표를 찌르는 움직임. 그 자체가 창출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했지.’

즉, 흑영보의 특성상 전투에 활용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킬도 내 힘으로 체득했다.’

그림자의 조력 없이, 내 두 발로 교관을 찾아갔으니까.

그러니 활용 또한 전적으로 내 몫이라 할 수 있었다.

‘해 보자.’

목표는 흑영보의 모든 걸음을 능숙하게, 적재적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방법을 찾아낼 생각이었다.

나는 다짐과 함께 연습에 몰두했다.

*

그날 밤.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현재 동기화율······ [12%]

-동기화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의 그림자]가 다소 낮은 분별력과 기억의 일부가 깃든 의식에 따라 행동합니다!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활성화됐습니다!

···

···

···

어김없이 그림자가 눈을 떴다.

“······.”

그는 곧바로 스텟 단련실을 향해 갔다.

“오, 일한이! 오늘도 파이팅하자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임강철.

그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준 다음, 그대로 마력 단련실로 들어갔다.

그림자는 적당히 자리를 잡은 채로 상태창을 떠올렸다.

이내 그는 시선을 살짝 내렸다.

[스킬]

-흑영보(C)

검은 그림자의 걸음

-[의식에 각인된 스킬] 급속 성장(C)

모든 종류의 단련 효과가 4배 상승

-[의식에 각인된 스킬] 급속 회복(C)

모든 종류의 휴식 효과가 4배 상승

새로 생긴 스킬, [흑영보(C)]를 확인한 순간 그림자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내 그는 순식간에 체내의 마나를 순환시켰다.

쏴아아-!

언제나처럼 호쾌하게 체내를 누비는 마나의 물결.

그 상태에서 그림자는 체내를 관조하여 흐름을 살폈다.

미약하지만 단단한 ‘토대’.

비좁지만 선명하게 뚫려있는 ‘길’까지.

모두 확인한 그림자는.

씨익-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는 양,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그림자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윽-

언제나처럼 기괴하고, 이상한 걸음이다.

하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팟-

각 동작이 빠르게 이어지고, 걸음걸음에 전신이 일렁거렸다.

비슷하면서도 미세한 차이.

마치 짙게 드리운 음영처럼, 신출귀몰(神出鬼沒)하게.

그렇게 그는 언제나처럼 끊임없이 반복할 뿐이었다.

*

이틀 뒤, 수요일.

7교시는 교관의 ‘가상 대련’의 설명으로 시작됐다.

“가장 먼저 가상 대련의 채점 기준, 대련의 방식 등. 기본적인 사항부터 설명하겠다.”

채점 기준에는 크게 세 가지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피격 횟수.

두 번째는 유효한 타격 횟수.

세 번째는 소요 시간이었다.

배점은 피격, 유효타, 시간순으로, 피격 횟수의 점수가 가장 컸다.

교관은 이유를 짤막하게 덧붙였다.

“현실, 즉 실전 전투는 적을 쓰러뜨리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한 까닭이다.”

따라서 실전 전투 능력의 배양에 목적을 둔 가상 대련 또한 그 부분을 중점으로 보는 모양이었다.

“방식은 간단하다. 가상 대련실 입구에 비치된 장비를 착용하면 목각 인형, 즉 더미 데이터가 나타난다. 녀석을 쓰러뜨리면 대련은 끝이 난다.”

방식까지 설명을 마친 교관은 곧바로 첫 번째 가상 대련으로 넘어갔다.

“지금부터 가상 대련을 실시하겠다. 본 교관이 호명한 4명의 생도는 바로 ‘가상 대련실’에 들어가도록.”

교관의 지시에 네 명의 생도가 가상 대련실로 들어갔다.

그는 곧바로 대련을 진행시키며 남은 생도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여기 있는 홀로그램 화면으로 각생도의 가상 대련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테니 나머지 생도들도 집중하도록.”

나는 곧장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방금 들어간 네 명에 대해 떠올렸다.

‘분명 경험자 셋에 비경험자 한 명이었나.’

무기술 경험자와 비경험자, 마침 딱 두 집단으로 나뉘었다.

따라서 나는 그들을 통해 전력 차이를 비교해 볼 생각이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큰 격차로 드러났다.

‘비경험자가 E랭크, 경험자들은 C+에서 B+랭크인가.’

가상 대련은 채점 기준에 따라 랭크로 결과가 나온다.

E랭크는 10점, E+랭크는 20점.

이런 식으로 채점해 A+가 100점 만점이었다.

눈앞의 결과를 점수로 치환하면 비경험자는 10점.

경험자들은 대략 60점에서 80점 사이였다.

‘격차가 어마어마하네.’

조금 더 지켜보니, 비경험자들의 점수대가 확실히 드러났다.

E랭크에서 D+랭크.

대략 10점에서 40점에 불과한 것이다.

‘일단 점수대는 확인했고.’

다음은 경험자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그 결과, 차이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일격은 위력적이고, 무기를 활용하는 데 있어 주저하는 기색이 전무했다.

물론 그들이 완벽한 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거칠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인가.’

다름 아닌 숙련도.

이제 고작 학기 초인 만큼, 경험자들도 아직은 여물지 않은 것이다.

‘그럼 충분히 할만하다.’

나 홀로 가능성을 엿보고 있을 때.

“일한이, 먼저 갔다 올게!”

임강철과 차은월, 그리고 윤설하까지.

내 팀원들의 차례가 한꺼번에 찾아왔다.

‘나만 그다음이네.’

공교로운 상황에 나직하게 탄성을 흘리는 한편, 그들의 대련을 집중해서 지켜봤다.

이내 나는 놀라운 결과를 접할 수 있었다.

‘······전부 다 비경험자일 텐데.’

여태까지의 비경험자들과 확실히 달랐다.

야성적인 움직임을 보여 준 임강철.

마나를 한층 더 능숙하게 활용하는 차은월.

둘 다 기대 이상이었으나 핵심은 윤설하였다.

‘분명 움직임 자체는 경험자들과 확연히 다른데.’

공격부터 회피까지, 분명 단순하고 단조롭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동작이었으나 윤설하가 펼치니 느낌이 또 달랐다.

‘저게 교본을 100% 이상 활용하는 움직임인가······?’

군더더기 없이 공격을 피하고, 차분하게 반격한다.

별다른 기교가 없어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피격 횟수가 확실히 적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C+랭크였다.

‘역시 윤설하는 괴물이네.’

나직하게 탄성을 흘리고 있을 때.

“다음 생도들은 준비하도록.”

내 차례가 다가왔다.

“일한이, 가서 보여 주라고!”

임강철의 격려와 함께 나는 가상 대련실로 들어갔다.

대련용 장비를 착용하는 순간, 감탄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눈앞에 목각 인형이 나타난 까닭이었다.

‘맞거나 때리면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던데.’

놀라운 기술력에 감탄하는 한편.

끼익-

녀석의 움직임에 맞서 준비를 갖췄다.

나는 보법의 위력을 시험해 볼 겸, 녀석의 선공을 기다렸다.

그러자 녀석이 순식간에 짓쳐들었다.

“······!”

눈을 부릅뜬 채로 녀석의 접근을 주시했다.

녀석이 빠르게 간격을 좁히더니, 코앞까지 닥쳐왔다.

그 순간 녀석의 발끝에 검게 일렁이는 뭔가가 보였다.

‘······그림자.’

정확히는 실제 그림자가 아니라 스킬의 작용, 흑영보가 가진 효과의 일환이었다.

저곳이야말로 내가 발을 내디뎌야 할 위치였다.

‘지금.’

흑영보의 제1초식을 떠올렸다.

동시에 몸이 비스듬히 녀석의 사선으로 흘러갔다.

그 결과.

후웅-

녀석의 일격이 옆머리를 스쳐 가는 게 느껴졌다.

아슬아슬했으나,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서 나는 확신했다.

‘······먹힌다. 그렇다면.’

필히 의표를 찌를 타이밍 또한 머지않아 생길 터.

나는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을 거쳐 가며 녀석의 공세를 모조리 회피했다.

그렇게 두세 번을 반복한 끝에.

‘지금이다.’

마지막 걸음이자 제4초식.

그 위력을 확인할 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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