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22화 (2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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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

22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

그날 밤.

‘······안되겠어.’

결국 잠에 들지 못한 윤설하는 곧장 기숙사를 빠져 나왔다.

그러고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복잡한 머릿속을 견딜 수가 없는 탓이었다.

그토록 그녀의 머릿속을 헝클어뜨리는 건 다름이 아니었다.

‘미구현 특성.’

본래라면 이는 일반적인 특성을 가진 그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인해 미구현 특성은 윤설하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구현의 조건도, 시기도 알 수 없는 미구현 특성.

결코 풀 수 없는 매듭과도 같은 그것에 매달린 한 사람이 있었다.

몇십 년을 매달렸고, 결국은 풀지 못해 나락까지 떨어져버린 그 사람.

그런 사람을 윤설하는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자라왔다.

‘더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다시 접하고 말았다.

그것도, 최근 들어 겨우 생긴 친구에게서 말이다.

‘더 이상 그걸로 가까운 사람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는데.’

거기까지 떠올렸을 때.

윤설하는 비로소 눈치 챘다.

어느새 발걸음이 스텟 단련실에 닿아있음을 말이다.

“······내가 여길 왜.”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발걸음은 단련실 안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친구, 임강철이 있었다.

임강철 또한 그녀를 발견했는지 곧바로 다가와 알은체를 해 왔다.

“오, 윤설하! 너도 새벽 단련을 하러 온 거냐?”

임강철의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텐션 덕분일까.

혼란이 차츰 잦아드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 그보다.”

“음?”

“······그, 안일한은?”

조심스럽게 묻자, 임강철은 한곳을 가리켰다.

다름 아닌 마력 단련실이었다.

“오늘도 마력 단련실이야, 요새 푹 빠져 있지!”

윤설하는 마력 단련실 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분명 다를 거야. 나보다 더 노력하잖아. 응, 틀림없이 그럴 거야.”

마치 주문을 외우듯, 스스로를 향해 끊임없이 되뇌는 윤설하.

그녀의 작은 말소리에 임강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뭔가 말했나?”

“······아니야, 아무것도.”

“그럼 함께 단련하는 건 어떤가!”

“오늘은 좀 피곤해서. 고생해.”

“그래, 푹 쉬어라!”

가볍게 손짓하는 임강철을 뒤로한 채 그녀는 단련실을 빠져나왔다.

기숙사로 돌아가서도 그녀는 하염없이 반복했다.

“······괜찮을 거야.”

그렇게 세뇌하듯 반복한 끝에 겨우 잠들 수 있었다.

*

다음날.

‘자, 오늘도 확인해볼까.’

스마트 워치의 녹화 영상 확인, 스텟 확인 등.

오전 수업을 이용한 점검은 이제 일과나 다름없었다.

거기서 어제자로 한 가지가 추가됐다.

[특성]

-????의 그림자

동기화율 9%

다름 아닌 미구현 특성, [동기화율]의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는 어젯밤 회식이 끝난 이후.

기숙사로 돌아가서 정한 것이었다.

‘딱히 동기화율에 변화는 없네. 그래서 그림자도 평소처럼 마력 단련실을 향한 건가?’

더불어 나는 기현상, ‘또 다른 나’를 일컫는 호칭까지 정했다.

[????의 그림자]이니, ‘그림자’로 칭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호칭 문제와 더불어 하나씩 확인한 결과,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마력 스텟은 오늘 7교시, 단련실에서 측정해 보면 될 테고. 그나저나 이 동기화율이 문젠데.’

동기화율이 언제, 어떻게 오르는지.

아직 조건을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태 알아서 오른 만큼, 별 신경 안 썼다.

결국 내가 할 일은 단순한 까닭이었다.

‘새로운 작용을 확인하고, 그걸 알맞게 활용하는 것.’

새삼스레 다짐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 있을 새로운 실기 수업, ‘무기술’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

···

···

7교시.

교관의 예고대로 남은 생도들의 면담 및 자율 단련으로 진행됐다.

나는 시간을 나름 알차게 활용했다.

가장 먼저.

[안일한]

-1학기 중간 스텟 서킷 트레이닝 수행평가 90점

팀 성적 및 개인 성적이 합산된 수행평가 점수를 확인했다.

‘90점, 좋았어.’

다음은 ‘그림자’가 올려 준 마력 스텟의 갱신이었다.

-마력 스텟 4

그리고 남은 시간은 근래 들어 소홀했던 체력 스텟을 단련하는 데 매진했다.

물론 내가 직접 단련해서 그런지, 스텟의 변화는 없었다.

‘쩝, 그림자의 절반 수준의 자질만 있었어도.’

입맛을 다셨으나 금방 털어낼 수 있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이걸로 7교시는 마치겠다. 생도들은 10분 후 단련실 바로 옆에 위치한 ‘무기 훈련실’로 집합하도록, 이상.”

드디어 새로운 수업.

8교시 ‘무기술’의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교관이 단련실을 벗어나는 순간, 임강철이 내 팔뚝을 붙잡았다.

“일한이, 먼저 가 있자고!”

평소 이상으로 신이 난 모습.

오늘만큼은 나도 거기에 따라 줬다.

“그래, 가자.”

나도 무기술 수업은 물론, 무기 훈련실에도 호기심이 동했기 때문이다.

스텟 단련실의 바로 옆에 있는 만큼 곧바로 찾아낼 수 있었다.

들어서는 순간,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호오.”

스텟 단련실에 비견되는 규모부터, 입구 오른편에 보이는 무기고까지.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무기고의 내부였다.

“일한이! 무기 종류가 엄청난데?!”

“······이건 좀 놀랍네.”

임강철의 외침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다양한 종류의 검부터 창, 활, 건틀렛, 총화기, 오브 등.

처음 접하는 것부터 익숙한 것까지,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무기가 보관되어 있었다.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다들 모이도록.”

쉬는 시간 10분은 눈 깜빡할 새 지나가 버렸다.

교관의 호출에 임강철과 함께 무기고를 벗어났다.

때마침 ‘무기술’ 수업에 관한 설명이 시작됐다.

“오늘과 내일, 이틀간은 무기 체험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원하는 무기들을 마음껏 체험해 보되, 이미 무기를 정해 둔 생도들은 자율적으로 단련해도 좋다.”

이틀간의 무기 체험 수업.

아무래도 나 같은 비경험자를 위한 시간인 듯했다.

‘이틀이면 짧긴 해도 하나씩 체험해 볼 순 있겠지.’

무기들을 생각하는 사이, 교관이 설명을 이어 갔다.

“무기 변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무기를 바꾼 생도에게 따로 진도를 맞춰 주진 않는다. 그러니 가급적 이틀간 충분히 체험해 보고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그밖에도 교관은 무기술의 1학기 중간고사 시험 범위가 ‘실전 대련’이 아닌 ‘별개의 테스트’라는 점.

1학기 기말부터는 각 무기별 전담 교관을 통한 이동 수업으로 진행될 거라는 점 등.

필요한 설명을 덧붙이고 나서야 체험 시간을 줬다.

“그럼 각자 9교시까지 무기고에서 원하는 대로 무기를 골라 체험해 보도록.”

교관이 말을 맺은 순간, 생도들은 일전에 구성한 팀 단위로 모여들었다.

아무래도 첫 수행평가이자, 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친해진 까닭이리라.

나 또한 임강철을 비롯한 팀원들과 자연스레 모였다.

“다들 무기는 정했어?!”

임강철이 던진 화두에 가볍게 대꾸해 줬다.

“넌 정했어?”

“나는 당연히 건틀렛이다!”

임강철은 건틀렛.

‘······잘 어울리네.’

별다른 의문 없이 다음 사람으로 넘어갔다.

내 시선을 눈치챈 차은월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난 아무래도 오브(Orb)가 낫지 않을까 싶은데.”

“호오, 오브.”

오브(Orb).

오브는 [균열] 너머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마도 차원]에서 비롯된 무기였다.

마력 스텟을 바탕으로 [마법]을 가장 강력하게 구현할 수 있는 무기이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마력에 있어 축복받은 자질을 타고난 차은월의 선택은 타당해 보였다.

‘다음은.’

윤설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음?’

왠지 넋을 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얘는 상태가 왜 이러지?’

가벼운 의문과 함께 말을 걸자 반응 또한 평소와 달리 약간 이상했다.

“······어? 미안, 무슨 이야기 중이었지?”

“무기, 생각해 둔 게 있나 해서.”

“아, 나는 검으로······.”

“나쁘지 않네.”

그 정도로 대답하고 넘어갔다.

딱히 대화를 할 기분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리자 임강철이 내게 물어왔다.

“일한이, 너는?!”

“나는 음.”

사실 두 가지 정도 생각해 둔 무기가 있었다.

‘검, 아니면 총기류.’

가장 많은 초인이 사용하며, 동시에 취급도 좋아 보편적인 무기로 인식되는 검.

검을 고려한 이유는 간단했다.

‘균열 너머의 마도 차원과 무도 차원. 두곳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유물이 검이라지?’

초인 시대에 있어 [유물]은 여타 최상급 아티팩트와도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귀물(貴物) 중의 귀물이었다.

[스킬]의 기원이 전부 유물에서 비롯된 까닭이다.

유물이 많다는 건 곧 무기 중에서 검에 관련된 스킬이 가장 많다는 뜻이었다.

스킬이 초인의 전투력의 척도인 이상, 검은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총기류에는 유물이 전무했다.

즉, 관련 스킬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것이다.

초인 시대의 도래와 함께 현대 문물에 게이트 자원을 더해서 탄생한 공산품인 까닭이었다.

거기에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 발생하는 애로사항, 비용과 효율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있으나, 현시점을 기준으로 특출난 장점 하나가 존재했다.

‘모든 무기 중에서 습득이 가장 빠르다.’

다름 아닌 빠른 습득 속도.

아카데미처럼 매 순간 평가와 시험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이만한 장점이 없다.

‘특히 수행평가와 달리 무기술 실기 시험은 개인 평가로 하는 모양이니까.’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그랬다.

틈틈이 나를 향해 눈빛으로 욕하는 강진솔이나, 수행평가에서 2, 3등을 차지한 생도들 등.

경험자들은 이미 체험이 아닌 단련을 하고 있다.

그들과 경쟁하려면 뭔가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입학 전에는 총을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스텟이 받쳐 주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역시 하나씩 직접 써 봐야 하려나.’

그런 생각을 떠올릴 때.

임강철이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왜.”

“일한이, 건틀렛이다!”

“이유는?”

“남자는 주먹이니까······!”

말을 말자.

‘물론 건틀렛도 유물이 많은 편이고, 스킬도 많겠지만.’

초근접전을 펼쳐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했다.

게다가 장점은 검과 일부 겹치는 만큼, 차라리 검이 나았다.

그 정도로 건틀렛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는 본래의 고민으로 돌아갔다.

‘······오늘내일 체험해 보면서 정해야겠다.’

교관의 말에 따르면 무기 훈련실 또한 스텟 단련실처럼 24시간 이용이 가능했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최선의 무기를 찾아낸다.’

다짐과 함께 나는 9교시가 끝날 때까지 나는 무기 체험에 매진했다.

*

그날 밤.

안일한이 깊은 잠에 빠진 순간.

-대상의 무의식 상태를 확인.

-대상의 주도권이 [????의 그림자]에게로 넘어갑니다!

-대상과의 동기화율을 확인.

‘그림자’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앞에 여태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 떠올랐다.

-현재 동기화율······ [10%]

-동기화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의 그림자]가 다소 낮은 분별력과 기억의 일부가 깃든 의식에 따라 행동합니다!

[동기화율 10%]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나 다름없었다.

이에 맞춰 분별력이 한층 선명해진다.

동시에 기억들 또한 되살아났다.

마지막으로.

-의식에 각인된 [스킬]이 활성화됐습니다!

-동기화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킬]이 활성화되는 걸로 마무리됐다.

확인을 마친 그림자는 미소와 함께 책상으로 향했다.

나뒹구는 공책과 펜, 그리고 스마트 워치를 바라봤다.

빨갛게 점멸하는 불빛.

이를 보며 마치 누군가에게 전하듯, 짧게 혀를 찼다.

쯧-

이내 거침없이 공책을 펼치더니 곧바로 무언가를 적어 냈다.

다 쓰고 나서야 그림자는 기숙사를 벗어나 마력 단련실을 향해 갔다.

단련실에 도착한 즉시.

쏴아아-!

그는 마나를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체내에 마나가 물결치는 가운데.

그림자는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스윽- 스윽-

기괴하고도 이상한 형태의 네 걸음.

그림자는 끊임없이 이를 반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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