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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21화 (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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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주 커다란 수확을 얻었지

21 아주 커다란 수확을 얻었지

조금 전.

“······임강철 생도, 면담은 끝이다. 다음으로 안일한 생도를 불러오도록.”

“넵!”

진태진의 지시에 임강철은 힘차게 답했다.

생도를 돌려보낸 후 진태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14팀 전원이 안일한 생도를 언급할 줄이야.’

방금 면담을 진행한 임강철 생도를 포함, 윤설하 생도에 차은월 생도까지.

세 명 모두 ‘팀 프로젝트 소감’에 대한 대답으로 안일한 생도를 언급했다.

그것도 세 명이 각기 다른 이유로 말이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열정, 리더십과 노력, 그리고 배려심과 재능인가.’

게다가 차은월 생도의 면담에 이르러선 진태진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나를 운용하는 법, 안일한 생도가 가르쳐 줬어요.

시험에서 놀라운 수준의 신체 강화를 선보인 차은월.

그게 안일한 생도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나마 마나를 활용한 건 알고 있었지만······.’

안일한 생도가 타인에게 가르칠 정도로 감각과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즉, 생도의 자질이 그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진태진은 평소보다 입가를 느슨히 한 채로 모니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안일한 생도의 ‘생활기록부’가 있었다.

[안일한]

약칭 생기부에는 최근에 진행한 스텟 검사의 기록부터, 입학시험 당시의 성적은 물론.

심지어 아카데미 지원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빠르게 훑던 진태진의 시선이 문득 한 곳에 멈춰 섰다.

[특성]

-????의 그림자 (미구현 특성)

다름 아닌 [특성] 항목.

그중에서도 ‘미구현 특성’을 확인한 순간.

“······미구현 특성.”

진태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불현듯 그의 뇌리에 여태 잊고 지냈던 8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재앙과도 같았던 참사.

동시에 그로 인해 비틀린 제자에 관한 기억이었다.

‘오윤진.’

출중한 애제자였으나, 참사를 겪고 난 이후 빌런 세계로 탈선해버린 그녀.

더불어 그의 교육관을 ‘방관’에서 ‘적극적인 개입’으로 바꿔 놓은 당사자.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그녀 역시 ‘미구현 특성’의 소유자였다.

이를 떠올리는 순간.

“······!”

안일한 생도의 활약이 그녀의 출중했던 재학 시절과 겹쳐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일까?

“실례하겠습니다.”

진태진은 때마침 행정실에 들어선 안일한 생도를 굳은 낯빛으로 맞이했다.

“안일한 생도, 앉도록.”

또한 진태진은 개인 면담용 질문이 아닌, 다른 질문을 꺼내들었다.

“생도는 혹시 ‘미구현 특성’에 관해 알고 있나?”

“······!”

생도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잠깐 침묵하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능력이 구현되질 않아 사용이 불가능한 특성으로 알고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세간에 알려진 ‘미구현 특성’의 정의 그대로의 내용이었다.

때문에 진태진은 질문의 방향을 틀었다.

“혹시 이상한 체험을 한 적은 없나? 이따금씩 흐릿한 영상이 보인다던지······.”

이를테면, ‘처참한 재앙’ 같은.

진태진은 차마 뒷말을 꺼내지 못한 채 말끝을 흐렸다.

그의 물음에 생도는 잠깐 동안 침묵했다.

이내 묘한 기색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만.”

“그 말은 곧 처음 각성할 때 이후로 쭉 비활성화 상태라는 건가?”

“네.”

두 번째 대답은 즉각적으로 흘러나왔다.

진태진은 말없이 생도를 살폈다.

하지만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 때문인지,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기 힘들었다.

‘실제로 비활성화 상태라면 다행이지만.’

혹시 모른다고 판단한 진태진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는 8년 전 그 사건 이후, ‘미구현 특성’에 관해 알아낸 정보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미구현 특성의 기본적인 정보밖에 모르는 듯하니, 간략하게 설명해주겠다. 미구현 특성은 일반적인 특성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 말씀은······.”

“‘균열’ 너머의 차원을 가로지르거나, 의식을 ‘계승’하거나. 또한 무언가를 ‘예지’하는 경우도 있다 하더군.”

“······!”

“그만큼 특성이 구현되면 일반 특성으로는 불가능한, 불가해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미구현 특성’에 관한 내용의 스케일 때문일까.

생도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반응을 확인한 진태진은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구현되기 전까진 어떤 능력인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 또한 구현된 능력이 끼칠 여파를 헤아리는 것도 개인에겐 어려운 일이다.”

“네.”

“혹시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거나, 미구현 특성에 관해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본 교관을 찾아와라. 얼마든지 상담해 줄 테니까.”

‘상담’에 힘을 주어 강조하는 진태진.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안일한 생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때와 같은 일로 생도를 잃을 순 없다. 그러니.’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다짐과 함께 진태진은 눈을 감았다.

*

잠시 후.

“면담은 여기까지다. 단련실로 돌아가서 대기하도록.”

“네.”

교관의 지시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행정실을 벗어난 순간.

‘······와, 식겁했네.’

일순 긴장이 풀려 잠시 벽에 어깨를 기대고 섰다.

이유는 다름 아닌 조금 전, 교관과의 면담 내용.

거기서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 튀어나온 까닭이었다.

‘갑자기 미구현 특성을 왜 물어보는 거지?’

각성 센터에서의 상담 이후.

‘미구현 특성’을 비롯한 상태창은 단 한 번도 살펴본 적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꼴도 보기 싫었으니까.’

미구현 특성에 관한 검사관의 설명.

그게 마치 ‘초인이 될 수 없다’라는 말처럼 느껴진 탓이었다.

하지만 교관의 설명을 듣고 나니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동했다.

특히 그가 예시로 언급한 ‘이상한 현상’ 때문이었다.

‘물론 그중에서 나와 겹치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차원 여행, 의식 계승, 무언가의 예지.

하나같이 상식을 벗어나는 이야기였다.

나를 둘러싼 기현상을 뺨치는 수준으로 말이다.

‘밝혔다간 어떤 여파가 발생할지 몰라서 일단은 말을 아꼈지만.’

따로 한번 확인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물론 여태까지는 효율을 위해 기현상의 원인보단 활용에 집중했다.

하나 그건 알아낼 방법이 없어서 그랬을 뿐이었다.

‘아예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니까.’

나는 단련실로 걸음을 옮기며, 각성 센터 이후 처음으로 상태창을 불러들였다.

상태창 특유의 반투명한 화면을 보는 순간.

“······!”

내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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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특성]

-????의 그림자

동기화율 9%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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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설명 없이 비활성화 상태였던 내 미구현 특성.

그곳에 [비활성화]라는 문구 대신, [동기화율 9%]라는 영문 모를 내용이 적혀 있는 까닭이었다.

‘······진짜로 미구현 특성이 원인이었을 줄이야.’

첫 각성 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기현상’ 뿐이다.

거기다 교관에게 ‘미구현 특성’의 상식을 벗어난 능력까지 듣게 됐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뜻하지 않게 근본적인 원인이 풀렸으나,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동기화율 9%]

다름 아닌 동기화율.

대체 무엇과의 동기화를 의미하는지.

또한 9%라는 수치는 어떤 이유로 오른 건지.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가운데 한 가지, 그럴듯한 가설이 떠올랐다.

‘혹시 기현상의 새로운 작용과 관련이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 확인된 기현상의 작용은 세 가지 스텟의 성장.

마력을 제외한 나머지 스텟의 단련뿐이었다.

거기서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마나 호흡법’의 공부가 추가됐다.

‘만일 그게 눈앞의 ’동기화율‘과 관련이 있다면?’

만약에 동기화율이 오를수록 기현상의 ‘새로운 작용’이 추가로 나타난다면······.

가능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때문에 마음껏 사고를 전개하는 사이.

“일한이! 면담은 잘했나?”

어느새 스텟 단련실에 도착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아주 커다란 수확을 얻었지.’

희미하게 미소 짓자 임강철이 내 어깨를 탕탕 쳤다.

“다행이구만! 곧 수업 끝나니까 슬슬 준비하자고!”

“어떤 준비.”

“당연히 회식이지!”

“아, 회식.”

교관과의 면담이 여러모로 충격이었던 탓일까.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진짜 잊고 있었던 거야?! 서운하다, 일한이!”

그를 외면한 채 단련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대로 윤설하, 차은월과 함께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다들 주목하도록.”

교관이 단련실에 들어섰다.

그는 곧바로 생도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전에 말했듯, 내일 7교시까지는 개인 면담을 진행하고, 8교시 수업부터는 새로운 실기 수업, ‘무기술’ 진도를 진행하겠다.”

새로운 실기 수업, ‘무기술’.

스텟과 더불어 전투 계열 초인의 알파이자 오메가라 할 수 있는 분야였다.

교관은 가슴 설레는 예고와 함께 오늘 하루의 마지막 수업을 끝마쳤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다들 시험을 치르느라 수고 많았다. 이상, 해산하도록.”

*

그날 저녁.

임강철의 제안대로 다 함께 식당 대신 매점을 향했다.

다들 매점은 처음 방문하는지.

“여긴 편의점이 따로 없구만!”

다 같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매점을 둘러 봤다.

하나둘씩 먹을거리를 고르는 가운데, 특히 한 사람의 기세가 매서웠다.

“오, 만두 좋지! 여기 크림 파스타도 있다, 일한이!”

다름 아닌 임강철.

식당에서 으레 보여 줬듯, 매서운 기세로 냉동식품을 쓸어 담는 것이다.

나는 그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거 다 먹······.”

“먹을 수 있지!”

“······그래, 먹을 수는 있을 테고. 그만한 돈은 있는 거야? 이거, 더치페이인데.”

“아뿔싸!”

임강철이 이마를 탁 쳤다.

굉장히 아쉬운 눈초리로 물건을 덜어내려는 찰나.

“괜찮아, 내가 살게.”

차은월이 빙긋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넸다.

그녀의 말에 윤설하가 걱정스러운 낯빛으로 반응했다.

“괜찮겠어? 저건 아무래도 좀 양이 많은데······.”

“응, 너희도 마음껏 골라. 고마운 것도 있고, 아무튼 난 괜찮으니까.”

수줍게 답하는 차은월.

그녀의 긍정적인 답변에 임강철이 소리쳤다.

“오, 고맙다! 은월이!”

“······그렇게 부르지 마.”

질색하는 그녀를 뒤로한 채, 임강철은 다시 쇼핑에 매진했다.

무려 9만 원가량의 계산을 끝낸 후에야 우리는 간이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았다.

입학 후 처음 맞이하는 여유를 즐기듯, 소소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그나저나 다들 면담 때 무슨 이야기 했어?”

임강철이 면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윤설하와 차은월은 묘한 기색으로 답했다.

“그냥 초인이 되려는 이유나. 첫 수행평가 소감······, 으음, 그 정도?”

“······나도 설하랑 비슷해.”

왠지 말을 돌리는 느낌에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음? 뭐가 있나?’

대수롭지 않게 듣다 보니 내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특성에 관한 질문.”

“오, 일한이! 넌 특성이 뭐지?”

“미구현 특성.”

딱 그 정도로 답했다.

구구절절 설명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묘했다.

임강철과 차은월, 두 사람이 안타깝다는 눈초리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윤설하에 이르러선.

“······!”

크게 움찔거리는 반응까지 보였다.

이내 그녀가 무어라 중얼거렸으나, 잘 들리지 않았다.

“······괜찮다! 일한이, 너라면 특성 없이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임강철의 우렁찬 목소리에 파묻힌 탓이었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덩달아 차은월까지 내게 위로를 건넸다.

어느 정도 이해되는 반응이엇다.

‘뭐, 보통은 그렇겠지. 나조차 설명을 듣고는 상태창을 쳐다도 안 봤을 정도니.’

결국 두 사람의 반응이 곧 ‘미구현 특성’의 보편적인 인식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미구현 특성은 다르다.

여태 파격적인 성장을 이루어 준 또 다른 내가 있다.

또한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나, 새로운 형태의 성장이 나타날 거란 가능성까지 손에 쥐었다.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

가슴 속에 기대감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때문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위로에 답했다.

“괜찮아.”

나는 틀림없이 지금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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