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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충격을 받기에는 아직 이를 텐데
20 충격을 받기에는 아직 이를 텐데
“임강철 생도 85점, 이찬 생도 81점이다.”
임강철의 성적은 썩 훌륭했다.
상대를 이겼을뿐더러, 최고 기록까지 세운 것이다.
‘분명 주말에는 82점에서 84점 사이였으니까.’
원인은 분명했다.
상대가 방해를 한답시고 태클을 걸어왔을 때.
거기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오히려 추진력으로 삼은 덕분이었다.
결과적으로 상대는 점수가 떨어지고, 임강철은 그만큼 점수가 올랐다.
그래서일까.
“······빠득!”
지켜보던 강진솔이 이를 악물었다.
하나 그의 눈빛에 서린 분노는 금세 조소로 뒤바뀌었다.
이유는 시선을 따라가 보니 알 수 있었다.
‘차은월? 뭐,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네.’
차은월. 그녀가 다음 주자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대놓고 이죽거리는 태도를 보아하니, 어느 정도 믿는 구석이 있는 듯했다.
‘하긴, 우리 팀 성적을 알고 있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들의 반응이 이해는 갔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여태까지 차은월의 점수는 평균 이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만약 그가 기억하는 성적이 수요일 이전의 것이라면.’
다음 결과도 필히 볼만할 터였다.
그 사이, 차은월과 상대 팀 주자가 나란히 섰다.
‘분명 이름이 노유미였나?’
강진솔과 함께 다니는 걸 본 기억이 있다.
그녀의 표정 또한 여유로 가득했다.
‘과연 그 여유가 어디까지 갈지.’
희미한 미소를 그릴 때, 교관이 시작을 선언했다.
타닷-
동시에 트랙을 박차는 두 사람.
차은월의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스텟의 차이 때문인지, 금세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씨익-
비웃음을 날리며 여유롭게 앞서 나가는 노유미.
차은월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그녀의 침착한 눈빛은 마치 기회를 노리는 승부사의 그것과 같았다.
마침내 두 번째 트랙의 하이라이트, 공이 발출되는 구간에 이르렀을 때.
“······스으으.”
차은월의 기세가 일변했다.
본격적으로 마나 운용에 들어간 것이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날아드는 공을 포착하는 속도, 반응하는 타이밍, 마지막으로 회피하는 동작까지.
그녀의 신체 능력이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바로 그때부터였다.
그녀가 상대와의 격차를 좁히기 시작한 타이밍은.
“······!”
엄청난 기세로 추격하는 차은월.
첫 스타트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속도였다.
때문에 상대인 노유미의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게 퍽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익!”
그녀는 이를 악물며 달려나갔다.
딱 봐도 온몸에 힘이 과하게 들어간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으윽!”
노유미는 날아드는 공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탓이었다.
반면 차은월은 흔들림 없이 마나를 운용하며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오롯이 집중했다.
그 결과.
“차은월 생도 82점, 노유미 생도 81점이다.”
차은월이 이변을 일으켰다.
그토록 자신을 무시하던 상대를 1점 차이로 이긴 것이다.
그래서인지, 강진솔 패거리들은 입을 쩍 벌렸다.
“······어, 어떻게!?”
“대체 무슨 수로 일주일만에 20점씩이나 올린 거지?!”
분명 그들의 기억 속 차은월은 분명 60점대였다.
그런데 눈앞에서 20점가량 올라간 점수가 나오니,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하나 충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은월 생도. 혹시 마나를 활용했나.”
“······네.”
“일주일도 안 되어 그만한 수준이라는 건가. 어쨌든, 훌륭했다.”
교관의 입을 통해 밝혀진 비결.
차은월이 마나를 운용했다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아예 말문이 막혀 버렸다.
‘충격을 받기에는 아직 이를 텐데.’
피식 웃으며 생각하고 있을 때.
차은월은 나를 향해 배시시 웃으며 다가왔다.
나는 그녀를 간단한 인사로 맞이해 줬다.
“고생했어.”
“응······!”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세 번째 트랙, 내 차례가 다가온 까닭이었다.
상대를 기다리고 있자.
“······음?”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강진솔? 윤설하랑 붙을 줄 알았더니.’
다름 아닌 강진솔.
그가 세 번째 트랙의 주자로 나선 것이다.
‘우리 팀을 지켜봤다면 윤설하가 마지막 트랙의 주자라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럼에도 세 번째로 나선 걸 보니 답이 딱 나왔다.
그녀를 이길 자신이 없어 다른 이에게 떠넘긴 것이다.
‘괜히 같은 트랙을 선택했다가 점수에서 뒤지면 쪽팔릴 테니까.’
대신 총 성적으로 이길 속셈인 듯했다.
그야말로 하찮게 짝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떠올릴 때.
“이렇게 된 이상 네 녀석이라도 박살 낸다······!”
강진솔은 까득, 이를 갈며 내게 선전포고를 해 왔다.
‘속셈이 하나 더 있었군.’
나는 눈알을 부라리는 그를 향해 피식 웃어 줬다.
여태 그를 겪어본바, 대꾸보단 사소한 몸짓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자식, 두고 보자!”
그는 어깨를 부르르 떨며 분에 겨워하는 반응을 보여 줬다.
그 정도로 만족하고 슬슬 트랙에 집중하려는 찰나.
“그럼 시작해라.”
때마침 시험이 시작됐다.
타닷-
나는 상대와 거의 동시에 트랙을 박찼다.
엇비슷한 시작, 하나 강진솔이 서서히 앞서 나갔다.
아무래도 스텟에선 그가 나보다 좀 더 앞서는 듯했다.
‘그렇다면······.’
계획이 필요했다.
내게는 차은월처럼 ‘신체 강화’를 길게 유지할 능력이 없다.
그러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총 세 번.’
세 번의 신체 강화.
그걸로 승부를 본다.
결론을 냈을 무렵.
끼이익-!
눈앞에 무언가가 솟구쳤다.
세 번째 트랙의 난코스, ‘표적판 구간’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가 바로 신체 강화의 첫 번째 타이밍이었다.
퍼-억!
표적판이 넘기고, 뻗은 팔을 거둬들이며, 다시금 트랙을 박찬다.
그중 마지막 동작, 트랙을 박차려는 순간.
‘······여기서 한 번.’
곧바로 나는 마나 운용에 나섰다.
쏴아아-
체내에 쌓인 미약한 마나가 반응했다.
내 의지에 따라 다리를 향해 물결처럼 흘러들었다.
더불어 활력이 솟구치는 게 느껴졌다.
타닷-
나는 한층 더 강하게 트랙을 박차며 쏘아져 나갔다.
덕분에 순간적으로 상대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
강진솔은 순간 움찔했다.
이내 그는 정신을 차리며 속도를 높였다.
다시금 격차가 벌어지려는 찰나.
후웅-!
정면에서 매서운 기세로 공이 발출되기 시작했다.
공에 맞서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만큼, 필연적으로 속도가 줄어든다.
하지만 나는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았다.
지금이 바로 두 번째 타이밍인 까닭이었다.
‘······지금!’
나는 곧장 마나 운용의 형태를 달리했다.
차은월에게 가르쳐 주는 과정에서 되레 그녀에게 배운 활용법.
반응 속도와 동체 시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최대한 옅게, 전신에 골고루 퍼뜨리듯이.’
마나의 흐름에 전신의 감각이 한층 선명해진다.
동시에 강진솔이 점점 가까워졌다.
마침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을 때.
‘마지막, 세 번째 타이밍.’
이젠 그를 추격하는 게 아닌, 추월해야 할 순간이었다.
끼익-!
세 번째 트랙의 마지막 표적판이 솟구쳤다.
동시에 공이 포격처럼 쏟아져 나왔다.
표적판 타격, 공으로부터 회피.
순간순간 시간을 잡아먹는 동작에 마나를 더했다.
쏴아아-!
그렇게 초 단위로 줄여나간 끝에.
“······이익!”
강진솔을 제쳤다.
이를 악무는 소리를 뒤로한 채 앞서 나갔다.
마침내 결승 지점에 발을 내디뎠을 때.
“안일한 91점, 강진솔 89점이다.”
결과가 나왔다.
최고 기록 경신, 그리고 승리.
나는 호흡을 고르며 강진솔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려 줬다.
“······이, 이럴 수는.”
충격이 상당했는지, 재밌는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그도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 팀의 마지막 주자가 윤설하라는 사실을 말이다.
“고생했어.”
“어. 부탁한다.”
“마무리하고 올게.”
그녀는 짤막하게 덧붙이며 트랙으로 나갔다.
상대는 강진솔에게 끼워 달라고 애걸복걸하던 생도 중 한 명이었다.
거기까지 확인한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관람하기로 했다.
‘어차피 박살 낼 테니까.’
그녀가 과연 몇 점으로 대미를 장식해 줄지.
참으로 기대가 됐다.
···
···
···
5분 뒤.
“윤설하 생도 100점, 고동신 84점이다.”
그녀는 상대뿐 아니라 내 예상까지 박살 내는 결과를 보여 줬다.
‘임강철 85점, 차은월 82점, 내가 91점, 그리고 윤설하가 100점.’
총합 358점, 즉 팀 성적은 약 89점이다.
완벽에 가까운 승리이자, 성과였다.
*
8교시가 끝날 무렵.
50개 팀의 수행평가가 모두 끝났다.
교관은 간단하게 팀 성적을 발표했다.
그 결과.
“1등은 14팀이다. 축하한다.”
목표 했던 1등을 달성할 수 있었다.
교관의 성적 발표에 나는 팀원들과 함께 눈짓으로 기쁨을 나눴다.
“여태 고생 많았다. 하지만 이제 고작 수행평가를 치렀을 뿐이다. 바로 내일부터 새로운 수업이 있을 예정이며, 대략 한 달 뒤에는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될 거다.”
새로운 수업, 1학기 중간고사.
나는 교관의 말을 머릿속에 담아 두며 생각했다.
‘확실히 이제 고작 강제 전출의 세 가지 기준 중 하나가 끝났을 뿐이니까.’
1학기 중간고사의 필기 및 실기 시험.
무려 두 가지나 남아 있었다.
더욱이 조금 전 결과 발표를 통해 쟁쟁한 생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깨달은 참이었다.
‘꽤나 아슬아슬했어.’
2, 3등과 우리 팀의 점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즉, 까딱하면 1등을 뺏겼을 수도 있는 것이다.
거기서 깨달았다.
아직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새삼스레 마음을 다잡는 사이, 교관이 말을 이었다.
“각자의 수행평가 성적은 내일 스마트 워치로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오늘 9교시와 내일 7교시에는 개인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기자는 단련실에서 스텟을 갱신하거나, 자율 단련을 진행하도록. 이상, 이동해라.”
교관은 설명을 마치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나 역시 팀원들과 함께 생도들의 뒤를 따라 스텟 단련실을 향했다.
···
···
···
잠시 후.
“가예은 생도부터 면담을 시작하지. 따라오도록.”
교관은 예고대로 면담을 진행하려는 듯, 생도 한 명과 함께 단련실을 빠져나갔다.
그사이 나는 교관의 지시대로 스텟 갱신에 임했다.
그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까닭인지.
-근력 스텟 11
-민첩 스텟 10
-체력 스텟 9
-마력 스텟 3
전체적으로 스텟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총합 33스텟, F+급을 달성한 것이다.
‘E급까지 앞으로 28스텟.’
강제 전출 조건 중 하나인 1년 안에 E급 달성하기까지 앞으로 28스텟.
아직 3월 말인 만큼 시간은 차고 넘쳤다.
그렇게 결과물을 갈무리한 다음.
“일한이, 이쪽이다!”
면담의 차례를 함께 기다릴 겸, 팀원들과 합류했다.
다 같이 모였을 때, 임강철이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제안을 던졌다.
“그간 고생했는데 방과 후에 다 같이 회식을 하는 게 어떤가, 친구들!”
“회식? 아카데미 밖으로 나가게?”
“밖이라니!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스텟 손실이 일어난다고, 일한이!”
안 일어난다.
“아무튼, 매점이다! 다들 이의 없지?”
결과도 좋겠다, 간단한 회식 정도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1학기 중간고사 시험까지 함께할 테니.’
내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자 뒤이어 차은월, 윤설하까지 동의했다.
마침 네 명이서 합의를 이뤘을 때.
“차은월, 네가 면담할 차례야.”
앞서 면담을 진행했던 생도가 차은월에게 다가와 교관의 호출 사실을 알렸다.
“갔다 올게.”
“어.”
그렇게, 차은월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면담을 위해 자리를 벗어났다.
9교시가 끝나기까지 대략 20분 정도 남겨 뒀을 때.
“일한이, 네 차례다!”
내 차례가 다가왔다.
‘과연 어떤 면담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용맹관 1층, 행정실을 향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안일한 생도, 앉도록.”
왠지 표정이 평소 이상으로 차갑게 굳은 교관이 나를 맞이했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나 싶은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생도는 혹시 ‘미구현 특성’에 관해 알고 있나?”
교관으로부터 뜻밖의 화제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