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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오히려 차고 넘치는 수준이야
19 오히려 차고 넘치는 수준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60점 초반이었잖아? 대체 무슨 수로 하루 만에 10점 넘게 올린 거야······?”
윤설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으로 나와 차은월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감탄, 경악, 의아함 등 여러 감정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래서일까, 차은월은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를 대신하여 내가 나서서 윤설하를 향해 설명했다.
“윤설하, 혹시 오늘 마력 수업에서 배운 내용 기억나?”
“그러니까, 마나의 작용하고 3단계, 마나 순환을 통한 기본적인 운용과 신체 강화······.”
기억을 되새기며 중얼거리던 윤설하는 문득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 짚이는 바가 있는 모양인지, 곧장 내게 질문해 왔다.
“설마 지금 차은월이 보여 준 성적이 마나를 통해 신체를 강화한 덕분이라는 거야?”
“맞아.”
내 말에 윤설하의 동공이 살짝 떨렸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잠깐, 분명 네가 가르쳐 줬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넌 마나 운용을 수업 시간에 바로 익힌 거야?”
“어.”
“그리고 그걸 차은월은 바로 배웠고? 실전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어.”
“그게 가능해? 대체 어떻게?! 안일한, 너는 진짜······.”
윤설하는 기가 찬 표정으로 경악 어린 탄성을 흘렸다.
그 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마나 운용에 관한 수업은 불과 몇 시간 전이었으니까.’
더욱이 오늘 수업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코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이는 마력 수업 이전부터 3단계에 입문한 경험자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들조차 절반이 넘게 실패했지.’
심지어 성공한 이들 또한 차은월 정도 수준의 활용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나처럼 해결책으로 떠올리기는커녕, 벌써부터 가능할 거란 생각 자체가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윤설하는 한동안 침묵에 잠겨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무슨 수로 익혔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답해야 하지?’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나조차도 완전히 파악한 게 아니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내가 걱정하는 부분을 시시콜콜한 문제라 여겼는지.
“······정말 대단하네, 너희 둘.”
더 이상의 의문 없이 깔끔하게 인정하고 넘어갔다.
그러고는 이어서 정말이지 그녀다운 반응을 보여 줬다.
“마나 운용, 그러니까 신체 강화로 스텟 이상의 활동이 가능하다고 했지?”
“어.”
“직접 보여 줘. 내 두 눈으로 봐두고 싶어.”
반짝이는 눈빛으로 직접 보여 주길 부탁해 왔다.
그녀의 눈빛으로부터 상승을 향한 갈망과 불타는 승부욕을 느껴졌다.
두 눈으로 미리 봐두고, 언젠간 자신도 해낼 거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구태여 ‘지금의 네겐 불가능하다’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럼 스텟 단련실로 가자.”
잠자코 그녀의 요청에 응했다.
···
···
···
잠시 후, 스텟 단련실.
“내가 맡은 게 세 번째 트랙이니, 근력하고 민첩 스텟으로 보여 줄게.”
단련실에 도착한 즉시, 나는 윤설하의 요청대로 신체 강화를 선보일 준비를 갖췄다.
내가 택한 방식은 간단했다.
‘현재 내가 가진 스텟보다 1레벨씩 높여서 보여 주면 되겠지.’
본래라면 감당할 수 없는 레벨을 ‘신체 강화’를 통해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두 사람 다 나를 말렸다.
“일한이, 정말 괜찮겠냐?”
“맞아. 아무리 1레벨만 올렸다곤 해도······.”
감당할 수 없는 레벨로 기구를 이용했다가 자칫하면 다칠 수도 있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내가 묵묵히 고개를 내젓자.
“알겠어.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끼어들 거다!”
두 사람은 임강철이 바로 곁에서 보조해 주는 조건으로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지체 없이 선보였다.
마나 운용에 따른 신체 강화의 위력을 말이다.
이를 확인한 순간.
“······!”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충 이런 식이야. 난 아직 순간적으로 활용하는 수준밖에 안되지만.”
반면 차은월은 앞서 스텟 서킷 트레이닝을 통해 보여 줬듯, 나보다 지속 시간이 길었다.
그녀는 신체 강화를 유지한 채 맡은 트랙의 절반이나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마력 스텟의 차이가 워낙 크니까.’
확실친 않지만 그녀와 나 사이의 재능, 자질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담담하게 덧붙이자 윤설하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충분해. 오히려 차고 넘치는 수준이야.”
더 이상 그녀의 표정에 의문은 없었다.
대신 성적 향상을 향한 열망만이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바로 맞춰 보자. 이 방법만 있으면 지금보다 더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 테니까.”
윤설하는 의욕적으로 나섰다.
나 또한 그녀의 말에 동감했다.
임강철만 해도 그렇다.
최근에 그는 근력과 체력 스텟을 각각 성장시켜 80점을 목전에 둔 것이다.
‘나와 차은월은 마나 운용을 좀 더 능숙하게.’
동적인 상태에서의 마나 운용에 보다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럼 적어도 현 성적에서 10점은 올라갈 터였다.
마지막으로 윤설하. 그녀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점수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나는 빠르게 단련실을 벗어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수행평가까지 앞으로 5일.’
다 함께 전의를 불태웠다.
*
그로부터 5일 뒤, 7교시.
“그럼 지금부터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수행평가를 실시하겠다. 예고했듯, 시험은 마지막 코스로 이뤄지며 난이도는 F단계, 2개 팀이 동시에 진행한다.”
교관은 수행평가에 관한 설명과 함께 체육관의 가장자리에 마련된 단상을 향했다.
단상의 벽 쪽으로 다가가 뭔가를 조작하더니, 이내 홀로그램 화면을 뜨웠다.
“화면을 주목하도록.”
화면에는 50개의 팀과 각 팀의 명단, 마지막으로 대진표까지 전부 표시되어 있었다.
모든 생도의 이목이 화면에 집중된 가운데.
“진솔아, 저거 봐!”
찢어진 눈매의 청년, 이찬의 목소리에 강진솔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이 가닿은 곳에는 그가 속한 8팀의 대진 상대가 나와 있었다.
다름 아닌 14팀.
‘윤설하, 안일한······!’
공교롭게도 14팀은 생각만으로 분노를 일으키는 두 명.
윤설하와 안일한이 속해 있는 팀이었다.
강진솔은 비릿하게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침 잘됐어.’
그저 점수만으로 찍어 누르는 건 성에 차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찾아왔다.
직접 맞붙어서 무릎을 꿇릴 수 있는 바로 그 기회가.
승리를 단정 지을 만큼, 강진솔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어차피 쟤네 팀은 거의 윤설하 원 맨 팀이니까!’
저번 주 월요일쯤.
강진솔은 그녀의 팀 성적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307점. 어중이떠중이들에게나 나올 법한 점수였다.
‘구멍만 세 명인데, 천하의 윤설하라도 별수 있겠어?’
나머지 3명의 생도가 그녀의 위협적인 점수를 깎아 먹는 것이다.
반면 그의 팀은?
“우리 그래도 어제 340점을 뚫었으니, 이 정도면 1등 할 수 있겠지?”
이찬의 말대로 정확히 341점이었다.
윤설하의 14팀과는 무려 30점이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씨익-
강진솔은 비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차례를 기다렸다.
마침내 교관으로부터 기다리던 말이 흘러나왔다.
“8팀과 14팀, 나오도록.”
본때를 보여 줄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첫 번째 ‘근력 – 체력’ 트랙의 주자는 다름 아닌 이찬이었다.
강진솔은 그를 향해 한껏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찬아, 박살 내 버려.”
“알겠어!”
이찬은 한껏 거들먹거리며 트랙으로 향해 갔다.
반면 저쪽 팀에선 결코 잊을 수 없는 주자가 나섰다.
‘······저 빌어먹을 근육쟁이, 마침 잘됐어!’
강진솔은 임강철이란 이름을 떠올렸다.
녀석 또한 윤설하의 팀 성적을 갉아먹는 구멍 중 하나였다.
그러니 실력으로 박살 내는 건 물론.
‘찬이는 말재주가 뛰어나니까.’
저 덩치만 큰 근육쟁이에게 입으로도 한 방 먹여 줄 것이다.
기대감과 함께 두 생도가 트랙 위에 나란히 서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시험 시작도 전에 이찬의 입이 열렸다.
아니, 열리기 직전에 굵고 거친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
“흥, 비실비실하군!”
다름 아닌 임강철이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위압감 넘치는 덩치 때문인지.
이찬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쏙 들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임강철은 제 할 말을 이었다.
“쯧, 종아리부터 허벅지, 허리, 등 근육까지! 그런 흐물흐물한 몸으로는 결코 날 이길 순 없을 거다!”
속사포처럼 내뱉는 말에 이찬은 말문이 막혔다.
초인으로 각성한 이후.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지적인 까닭이었다.
지켜보던 강진솔의 속이 슬슬 끓어오르는 찰나.
“그, 근육이 무슨 상관······.”
이찬이 뒤늦게 항변을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상관이 왜 없어! 아무래도 직접 보여 줘야겠군!”
임강철의 우렁찬 목소리에 파묻혀 버렸다.
참다 못한 이찬이 마주 소리치려는 순간, 교관이 입을 열었다.
“조용. 더 이상 떠들면 둘 다 태도 점수에 감점을 주겠다. 두 생도는 준비하도록.”
결국 아무런 반박도 못 한 채 준비를 갖췄다.
“그럼 시작해라.”
교관의 시작 선언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두 사람이 트랙을 박찼다.
“하압!”
“흐아아압!”
각기 다른 톤으로 터져 나오는 기합성.
강진솔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입을 터는 것 정도는 성적으로 찍어 누른 다음에 해도 충분하니까!’
머지않아 보여 줄 것이다.
이찬이 저 빌어먹을 근육쟁이를 박살 내 버리는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쿠구구구궁-!
기구를 밀고 나아가는 두 사람의 속도는 박빙이었다.
임강철이 이찬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 것이다.
그 탓에 첫 번째 트랙의 직선 코스가 끝나갈 때까지도 이찬은 그를 떨쳐 내지 못했다.
‘괜찮아, 어차피 다음은 직각으로 꺾이는 부분이야!’
이른바 ‘직각 코스’라 불리는 첫 번째 트랙의 난코스였다.
동선, 동작, 위치 선정 등.
간결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지체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즉, 저런 쓸데없이 크기만 한 덩치에겐 불리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동작은!”
임강철로부터 괴성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는 덩치가 무색하리만큼 기만하게 방향을 틀었다.
“간결하게-!”
이어서 터져 나오는 기합성!
임강철은 스스로 내뱉은 바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간결하고 효율적인 동작으로 신속히 직각 코스를 통과한 것이다.
게다가 기구를 꺾는 위치까지 절묘했다.
그로 인해 임강철의 기구가 이찬의 진로를 비스듬히 방해하는 형세까지 만들어졌다.
그래서일까.
“······이익!”
참다 못 한 이찬은 직각 코스를 꺾으면서 비롯된 관성에 몸을 맡겼다.
그대로 임강철을 향해 온몸을 내던지려는 것이다.
그렇게 부딪힌 순간.
“소용없다!”
임강철은 말 그대로 꿈쩍도 안 했다.
“그런 물몸에 영향을 받을 근육이 아니다 이 말이야!”
되레 이찬의 태클을 추진력 삼아 쭉쭉 나아가는 것이다.
그 결과.
“임강철 생도 85점, 이찬 생도 81점이다.”
강진솔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이찬은 연습 때보다 점수가 4점가량 떨어졌다.
‘······이게 대체 무슨.’
그저 구멍이라 여겼던 임강철의 활약에 강진솔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내 그는 고개를 털어내며 생각을 전환했다.
‘그래 봐야 고작 4점이야. 어차피 그다음은 저 근육쟁이보다 더 한 구멍이니까······!’
차은월, 분명 그런 이름이었다.
그녀의 점수는 워낙 인상적인 탓에 기억에 남았다.
‘60점대. 그래, 분명 최하점이었지.’
기억을 더듬으며 강진솔은 팀의 두 번째 주자, 노유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노유미, 상대는 고작 60점대야. 알지?”
“쿡! 걱정 마, 25점 차이 정도로 박살 내고 올게!”
대답과 함께 노유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갔다.
···
···
···
잠시 후.
“어, 어떻게 저런 점수를?!”
윤설하 팀의 명실상부한 구멍이라 여겼던 차은월.
상식을 박살 내는 그녀의 점수에 강진솔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