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성장속도가 이상하다-18화 (18/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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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역시 대단해, 일한이는 천재구나

18 역시 대단해, 일한이는 천재구나

해결책의 단초를 얻게 된 건 수요일, 9교시.

‘마나의 작용’에 관한 수업에서였다.

“먼저 마나의 기본적인 작용이다.”

교관은 그대로 마나의 기본적인 작용을 나열했다.

‘체내 불순물 제거 및 신체의 토대 향상.’

‘마나를 체내로 순환시키는 신체 강화.’

‘마나 호흡법 [스킬]을 습득했을 때 활용이 가능한 마나의 발출.’

이 중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다름 아닌 두 번째.

‘잠깐, 마나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마나 운용에 따른 ‘신체 강화’였다.

“본격적으로 마나 호흡법 제3단계, 마나 순환을 통해 체내에 마나가 순환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마나의 기초 운용이라 할 수 있는 ‘신체 강화’가 가능해진다.”

마나를 순환시켜 신체 일부에 마나를 집중.

이를 통해 신체활동을 보다 강화하는 것.

이 말은 곧.

“즉, 마나로 신체를 일시적으로 강화하여 가지고 있는 스텟 이상의 신체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마력으로 스텟을 커버하는, 되레 뛰어넘는 수준의 신체적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핵심이었다.

‘마력을 활용하면 지닌 스텟 이상의 퍼포먼스가 가능해진다는 말이지?’

공교롭게도 이는 차은월의 문제, 스텟이 부족하다는 점과 맥이 닿아 있었다.

애초에 그녀가 가진 문제의 해결이 까다로운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스텟은 바로바로 올릴 수도 없고, 반드시 일정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마력을 통해 신체능력을 스텟 이상으로 강화할 수 있다면?

‘그녀는 물론, 덩달아 내 점수도 올릴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이어지는 교관의 강의를 통해 더더욱 강해졌다.

“신체 강화의 효과는 마나량. 즉, 마력 스텟의 수치에 따라 수준이 달라진다.”

마력 스텟에 좌우되는 효과.

즉, 마력에 있어 탁월한 자질을 가진 차은월에게 안성맞춤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물론 신체 강화 수준의 마나 운용은 결코 쉽지 않다. 경험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3단계, 마나를 순환시키는 것조차 상당한 집중력과 감각을 요하니까.”

다름 아닌 난이도.

그게 문제였다.

“‘신체 강화’는 거기서 한층 더 나아간다. 마나 순환을 ‘동적인 상태’에서 이뤄내야 비로소 성립되지.”

즉, 온전히 집중해도 힘든 마나 순환을 움직이면서 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때문에 교관은 보통 3단계에선 신체 강화를 원활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는 점.

4단계, ‘마나 로드 형성’ 단계부터 그나마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덧붙였다.

이후에도 교관은.

“이어서 마나 호흡법 및 마력의 이론 강의를······.”

마나의 구심점, 코어 등.

마나에 관한 이론과 수업 과정에 관한 강의를 이어 갔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집중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되네?’

마나 호흡법의 제3단계 마나 순환 이상으로 어렵다는 마나 운용, ‘신체 강화’.

그걸 나도 모르게 한 번에 해낸 까닭이었다.

내 스스로 해 놓고도 얼떨떨했지만, 성공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마나가 흐른 신체 부위에서 힘이 팍팍 느껴지니까.’

마나 순환 특유의 개운한 느낌부터, 마나가 집중된 신체로부터 느껴지는 생생한 활력까지.

몸으로 체감되니, 결코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도 역시 또 다른 나의 작품이겠지······?’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또 다른 나의 소행임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요 며칠간 꾸준히 마력 단련실만 찾는 걸 녹화 영상으로 봤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젠 진심으로 정체가 궁금해지네.’

하나 의문에 매달리는 건 그만뒀다.

그 대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쨌든 신체 강화만 있으면.’

절대적인 시간 문제로 인해 해결 불가능이라 여긴 차은월의 스텟.

그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딱 한 가지뿐이었다.

‘과연 내가 이걸 차은월에게 가르쳐 줄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

바로 그녀에게 가르칠 방법과 그녀가 배울 수 있을지에 관한 여부였다.

‘나는 또 다른 나를 통해 습득했다지만, 그녀는 온전히 내 설명만으로 익혀야 할 테니까.’

나는 다만 몸이 기억하는 덕분에 저절로 가능할 뿐.

직접 감각을 익힌 게 아니었다.

그 탓에 이걸 말로 설명이 가능할지가 의문이었다.

잠깐을 고민하던 나는.

‘뭐, 차은월은 마력에 있어 천재나 다름없으니. 어떻게든 알아먹지 않을까.’

그녀의 천재성을 믿어 보기로 했다.

다소 대책 없이 결론을 내릴 무렵.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각자 해산하도록, 이상이다.”

때마침 오늘의 마지막 수업이 끝이 났다.

생도들이 하나둘씩 마력 단련실을 빠져나가는 사이.

나는 곧장 차은월을 향해 다가갔다.

“차은월.”

“······응?”

그녀는 내 접근을 예상치 못했는지, 살짝 움찔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론을 꺼내 들었다.

“잠깐 시간 좀 내줘.”

“······!”

흠칫하는 차은월.

그녀는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잠깐 시간 좀 내줘.”

처음 안일한의 말을 들었을 때.

차은월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따로 호출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내가 같은 팀원이어서 폐를 끼친 걸까.’

떠오르는 거라곤 안 좋은 생각뿐이었다.

그도 그럴 게, 현재 팀의 분위기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

원인이 그녀에게 있음을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차은월은 말없이 서 있는 안일한을 힐끔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그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차은월.”

마침내 단련실에 단둘이 남았을 때가 돼서야 안일한의 입이 열렸다.

이내 그에게서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혹시 마나 호흡법, 몇 단계까지 익혔어?”

다름 아닌 마나 호흡법의 성취.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는지.

“······어?”

차은월은 저도 모르게 얼빠진 말투로 되물었다.

이내 그녀는 고개를 두어 번 휘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마나 호흡법 말이지? 오늘 3단계에 입문한 것 같아.”

“그럼 혹시 마나를 운용하는 것도 가능해?”

“마나 운용?”

“신체 강화.”

“아······.”

그의 물음에 차은월은 오늘 수업 내용을 떠올렸다.

더불어 감이 잡힐 듯 말 듯했으나, 결국은 실패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새삼 아쉽다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러자 또 한 번, 안일한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가르쳐 줄게. 마나를 운용해서 신체를 강화하는 법.”

“······!”

차은월은 진심으로 놀란 나머지 토끼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르쳐 준다니, 그럼 설마 한 번에 마나를 운용하는 법을 익힌 거야······?’

가르쳐준다는 말은 곧 마나 운용 및 신체 강화를 이미 할 줄 안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즉, 그는 오늘 배운 내용을 단숨에 습득했다는 것이다.

이를 깨달은 순간.

“······대단해.”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이내 그 사실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

동시에 뒤늦게서야 한 가지 사실을 추가로 깨달았다.

‘그런 귀중한 노하우를 알려 준다고? 나한테?’

분명 습득하기 쉽지 않았을 터였다.

직접 체험해 봤고, 결국은 익히지 못했기에 알 수 있었다.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가르쳐 주겠다니.

놀라움이 가시질 않는 한편,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유를 물었다.

“······대체 왜.”

어째서 그렇게까지 해 주는 걸까.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으나, 눈앞의 상대는 충분히 이해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팀이니까.”

짤막한 대답. 하나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차은월은 어깨를 잘게 떨었다.

‘이렇게 좋은 팀에 이끌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심지어 그는 귀중한 노하우까지 전수해주려고 한다.

그가 말했듯, 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차은월은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반드시 배우고 말 거야.’

그의 말처럼 한 팀이다. 그러니 함께 잘해야 한다.

차은월은 굳게 다짐하며 감사를 담아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부탁할게, 가르쳐 줘······!”

그녀의 눈빛은 강렬한 의지로 반짝이고 있었다.

*

30분 후.

“······저기,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차은월의 물음에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얘도 진짜 괴물이네.’

바로 그녀가 보여 준 학습 능력.

마나 운용을 익히는 속도가 내 예상을 아득하게 초월한 까닭이었다.

‘이게 천재라는 건가.’

분명 내가 가르쳐 준 방식은 조잡하게 짝이 없었다.

마나 운용 당시의 감각을 설명하는 것부터 그랬다.

최대한 잘 표현하려 했으나, 정작 입에서 나온 내용은 너무나도 모호했다.

마나를 흘려보낼 신체 부위의 설명 또한 마찬가지였다.

직접 터치할 순 없는 까닭에 대충 허공에 짚어 주기만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따라왔다.

“······진짜로 마나가 지나간 자리에서 힘이 느껴져!”

손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거나, 한 발짝 걸어보는 등.

동적인 상태로 마나를 운용해 내는 것이다.

그녀의 성취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가 가르쳐 준 설명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건 물론.

더 나아가.

“마나를 발뒤꿈치나 발가락 끝까지 퍼뜨리면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달릴 때도 발을 내딛는 타이밍에 맞춰서 마나를 흘려보내면 체력을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반응 속도는 전신에 마나를 옅게, 골고루 퍼뜨리는 걸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응!”

혼자 힘으로 감각의 세밀함을 더하거나. 새로운 활용을 깨닫는 등.

무서운 속도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성장 속도였다.

심지어 그녀는 되레 나한테 질문을 던지기까지 했다.

“격하게 움직일 때는 마나 순환이 살짝 흐트러지는데, 어떻게 해야 돼?”

그때마다 나는 몸이 기억하는 감각을 말로 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럼에도 결국 흘러나오는 내용은 모호하게 짝이 없는 바람에 죄책감까지 들었건만.

“······역시 대단해. 일한이는 천재구나.”

오히려 그녀는 몽롱한 표정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듣고 있는 나는 속으로 기가 찼다.

‘내가 이젠 하다 하다 천재 소리를 다 듣네.’

그것도 진짜 천재를 눈앞에 두고 그런 소리를 들으니 참으로 민망했다.

더불어 눈앞의 그녀는 진짜 차은월이 맞나 싶을 정도로 괴리감이 느껴졌다.

‘원래 이렇게 적극적인 성격이었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그녀가 배움에 임하는 자세는 열정적이었다.

고개를 기울이는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차은월 덕분에 나도 좀 더 자세하게 배우기도 했고.’

이로써 그녀의 점수를, 나아가 수행평가의 성적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터였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차은월.”

“응?”

“시험해 보러 가자.”

실제로 해 보는 것.

‘정말로 마력을 통해 스텟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지.’

한번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셈이었다.

···

···

···

잠시 후.

“저기, 이 정도면······!”

잔뜩 상기된 모습으로 숨을 몰아내는 차은월.

다소 지쳤을지언정, 그녀의 표정은 전에 없을 정도로 활짝 피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줬다.

“어. 확실히 먹힐 것 같아.”

나는 확신했다.

이거라면 가능하다.

1등도, 하찮은 녀석들을 눌러 버리는 것도 말이다.

“그럼 바로 팀원들에게······.”

“그 전에 저녁부터 먹고 하자.”

“응!”

나는 그녀와 함께 그 길로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

그날 밤.

나는 차은월과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팀원들.

윤설하와 임강철을 스마트 워치의 메시지 기능을 통해 대강당의 지하 1층, 체육관으로 불러들였다.

두 사람에게 내가 찾은 해답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방법을 찾았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

윤설하는 체육관에 들어서는 즉시 내게 질문했다.

나는 말로 답하는 대신 고개를 돌렸다.

“일단 한번 봐봐. 차은월.”

“응, 바로 해 볼게······!”

윤설하와 임강철.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와 그녀를 바라보는 가운데.

차은월은 가타부타 말없이 자신이 맡은 두 번째 트랙을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결과가 나왔을 때.

“······차은월 75점, 70점을 뚫었다고? 대체 어떻게?!”

임강철은 입을 쩍 하고 벌렸고, 윤설하는 두 눈을 토끼처럼 동그랗게 떴다.

두 사람의 반응에 차은월은 그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을 확인한 윤설하는.

“······안일한?”

황당하다는 듯이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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