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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답을 찾아내 버렸다
17 답을 찾아내 버렸다
입학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말.
토요일 아침인 만큼 늑장을 부릴 법도 하건만.
‘······나가야지.’
윤설하는 정해진 시간에 칼같이 일어나 나갈 준비까지 갖췄다.
그러고는 곧장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팀원들과의 약속대로 주말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안 왔네.’
서둘러 나온 탓인지, 그녀가 1등으로 도착했다.
슬슬 몸을 풀고 있자 팀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덕분에 아침 11시쯤 첫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
“임강철 68점, 차은월 52점, 안일한 74점, 그리고 나는 88점.”
어제보다 향상된 점수를 확인한 순간, 팀원들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살짝 상기된 모습으로 숨을 고르는 차은월.
여전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운 넘치는 임강철.
그리고 변함없이 무덤덤한 안일한까지.
‘역시 성적은 아직도 한참 부족하지만······.’
팀원들의 태도만큼은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안일한, 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임강철. 방금 좋았다. 근데 동작 좀 더 간결하게.”
“음, 예를 들면 표범처럼 말인가?!”
“표범이 왜 나와. 아무튼 간결하게.”
“오케이, 표범처럼······!”
임강철에겐 직설적인 칭찬과 피드백을.
“차은월. 너는 어제보다 움츠러들던 게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정말?”
“어. 이젠 민첩이랑 체력 단련을 병행하는 게 좋겠어. 회피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체력이 버텨줘야 하거든.”
“응, 그렇게 해 볼게······!”
차은월에겐 격려와 조언을.
마지막으로.
“윤설하, 나 어땠는지 평가 좀 해 줘.”
그녀 자신에겐 기탄없이 조언을 구하는 모습까지.
그의 행동은 여러모로 그녀를 놀라게 했다.
‘정말······, 같은 나이 또래가 맞는 건지.’
말이 적고, 그만큼 행동으로 보여 준다.
자연히 그의 말과 행동에는 무게감이 실렸다.
‘게다가 눈치도 빠르고.’
그는 상대의 성향에 맞춰 행동을 조절할 줄도 안다.
어제저녁, 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분위기가 악화되기 바로 직전에 끼어들어 환기시켜 준 행동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지금보다 더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어. 아직 부족해.”
“정확히 어떤 부분?”
“‘근력 – 민첩’ 코스의 핵심은 정확히 과녁을 타격하면서 그 사이, 공의 피격 횟수를 줄이는 거야. 지금보다 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두 동작이 이어져야 해.”
“자연스럽게. 바로 해 볼게.”
향상을 갈구하는 태도까지.
그 모습이 그녀로 하여금 스멀스멀 차오르는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1등. 정말로 가능하지 않을까?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고 있을 때.
문득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어때? 우리 일한이, 굉장하지 않아?!”
다름 아닌 임강철이었다.
확실히,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윤설하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대답을 내놨다.
“······점수만 더 잘 나오면.”
“그거야 뭐, 시간문제일 뿐이지!”
말투는 물론 눈빛까지.
임강철은 변함없이 안일한을 향한 믿음을 표출했다.
이쯤 되니 그 모습이 마냥 이상하게만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일까.
“대단한 자신감이네. 대체 뭘 봤길래.”
그렇게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호기심이 동했다.
그녀의 물음에 임강철은 즉답했다.
“음, 그게 좋겠군. 윤설하, 오늘 밤 10시 넘어서 스텟 단련실에 한번 와 봐.”
“밤 10시 넘어서? 그때 뭐가 있어?”
“어째서 내가 이토록 일한이를, 그의 성장 속도를 믿는지. 너도 보면 알게 될 테니까!”
“······?”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는 한편.
‘밤 10시.’
속으로 시간을 되뇌었다.
···
···
···
다음날.
토요일과 마찬가지로 윤설하는 가장 먼저 체육관에 도착했다.
하나둘씩 팀원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임강철이 히죽 웃으며 다가왔다.
“어때, 굉장하지?”
“······확실히.”
본래 윤설하는 그녀 자신이 원체 뛰어난 탓인지, 좀처럼 타인을 인정해 주지 않는 편이었다.
하나 이번만큼은 그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일한, 그에게 특별한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안일한······.’
윤설하는 임강철의 말대로 어젯밤 10시, 스텟 단련실에 들렸다.
단련실에는 예상대로 임강철과 안일한이 각각 체력과 마력을 단련하는 중이었다.
분명 거기까지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나도 기왕 간 김에 혼자서 따로 단련했으니까.’
하나 새벽 3시에 이르렀을 때.
임강철이 언급한 안일한의 진가가 비로소 드러났다.
그건 지칠 대로 지친 그녀가 단련실을 벗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의 동태를 확인하러 갔을 때였다.
슬쩍 마력 단련실을 들여다본 결과.
“······!”
윤설하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름 아닌 안일한.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지치지도 않는 걸까?’
지친 내색이 전무한 건 물론.
일말의 표정 변화 없이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마치 기계처럼 말이다.
제아무리 마력 단련이라 해도 저렇게 오랫동안 집중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나 호흡법에 집중할 땐 정신력이 엄청 소모되니까.’
더욱이 안일한은 그녀와 함께 하루 종일 팀 연습에 매진한 상태였다.
그로 인해 윤설하는 결국 한계에 도달하여 먼저 돌아간 데다가, 아직도 그 여파가 남아 있건만.
안일한은 달랐다.
‘새벽에 그토록 강도 높게 단련을 했으면서, 지금 눈앞의 모습은 대체······.’
그는 마치 새벽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곧장 연습에 임하는 것이다.
그것도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무표정으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대단하네.”
윤설하는 홀린 듯 중얼거렸다.
특히 그녀 자신 또한 피를 토하는 노력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여기는 만큼 충격이 대단했다.
그 결과로써 안일한은.
“······안일한 78점.”
어제보다 성적이 더 늘어났다.
하나 더 이상 그녀에게 의문은 없었다.
‘저렇게 단련했는데 늘지 않으면 그게 더 불공평해.’
깔끔하게 인정했다.
임강철의 믿음을, 안일한의 노력을 말이다.
성적을 향한 기대감이 점점 더 차오르는 가운데.
문득 안일한과 차은월, 두 사람의 대화에 눈이 갔다.
“움츠러드는 부분이 확실히 나아졌어.”
“정말?”
“어. 조금만 더 과감하게 치고 나가면 될 것 같아.”
“응, 해 볼게······!”
훈훈한 대화였으나, 이를 통해 윤설하는 잠시 잊고 있던 문제를 떠올렸다.
아직 이 팀에는 커다란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차은월.’
안일한이 데려온 마지막 팀원, 차은월.
분명 사람은 괜찮아 보였다.
내성적이지만, 패잔병 같던 다른 생도들과는 달랐다.
‘눈빛에 의지가 서려 있어. 그때도, 지금도.’
때문에 도무지 미워하거나 탓할 수가 없었다.
의지와 노력을 중시하는 그녀의 성격상 더더욱 그랬다.
해서 윤설하는 대신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뭔가 대책이 필요해.’
그녀가 온 힘을 다하여 100점을 찍는다고 해도 팀원의 뒷받침이 없으면 소용없다.
1등은커녕, 강진솔 패거리조차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깊어지는 고민과 함께 주말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
다음날, 7교시.
“다들 마지막 코스의 각 트랙 정도는 이미 숙지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자율 단련을 하돼, 돌아다니면서 지도해 주겠다.”
교관의 지시 아래 생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속에서 나와 임강철은 주말 사이에 꽤나 익숙해진 두 사람과 합류했다.
“바로 해 볼까?”
“어.”
윤설하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두 사람의 수긍과 함께 단련에 임했다.
첫 번째 주자이자 ‘근력 – 체력’ 트랙을 맡은 임강철.
그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으랏차-!”
특수 제작 조끼를 걸친 채로 기구를 밀어내며 힘 있게 나아가는 임강철.
그 결과, 74점.
마침내 그는 70점을 뚫었다.
“좋았어!”
그의 외침과 동시에 두 번째 주자.
‘민첩 – 체력’ 트랙을 맡은 차은월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쏟아져 나오다시피 하는 공을 피해 가며 지그재그로 이어진 코스를 달려나갔다.
그 결과 59점. 분명 점수는 올랐으나 안타깝게 60점을 돌파하지 못했다.
‘다음은 내 차례.’
나는 빠르게 트랙을 박차고 나아갔다.
내가 맡은 트랙은 세 번째, ‘근력 – 민첩’ 트랙.
일정 간격으로 솟구치는 과녁을 격파하는 것과 동시에 공을 피해 정해진 트랙을 완주해야 한다.
그만큼 손과 발이 제법 어지러웠으나.
‘과녁이 솟구치는 타이밍과 타격 타이밍을 정확하게. 그리고 팔을 거둬들이는 동작과 회피를 물 흐르듯.’
나는 윤설하의 조언을 떠올리며 침착하게 해냈다.
그 결과, 80점.
어제보다 2점이 더 올라 80점을 찍을 수 있었다.
“후.”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마지막 주자, 윤설하를 바라봤다.
근력, 민첩, 체력. 전체 스텟을 운용해야 하는 마지막 트랙.
그만큼 수행평가의 네 가지 트랙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았으나.
‘······우와, 94점.’
역시 윤설하는 윤설하였다.
주말 간 연습을 통해 점수를 90점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러다 진짜 100점 찍는 거 아니야?’
그녀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한편.
점수를 종합해 봤다.
307점. 즉, 한 사람당 팀 성적은 대략 76점이다.
처음 합을 맞췄을 당시와 비교하면 분명 진일보한 성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
그렇게 생각할 때.
“차은월 생도. 확실히 주저함이 덜해졌군.”
“······아.”
때마침 교관과 차은월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다 싶어 곧바로 귀를 기울였다.
“현재 생도가 익힌 노하우는 올바르다. 하지만 아직도 문제가 남아 있다.”
“······문제라면.”
“스텟이다. 물론 노하우로 점수를 일정 수준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결국은 스텟이 받쳐 줘야 한다.”
“아······.”
스텟 서킷 트레이닝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요소인 스텟.
그게 바로 낮은 점수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하필 스텟이라니, 꽤나 골치 아프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교관으로부터 직접 듣게 되니 착잡함이 밀려들었다.
‘노하우는 윤설하가 됐든, 내가 됐든 알려 주면 되지만 스텟은 아무래도······.’
절대적인 시간 투자, 즉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자질에 따라 성장 속도, 요구되는 시간은 다르다.
하지만 여태 지켜본 바로 차은월에겐 마력 스텟 이외의 자질은 다소 떨어지는 듯했다.
‘차라리 시간이라도 많았으면 모를까.’
수행평가는 셋째 주 월요일.
즉, 앞으로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생각을 정리했다.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되, 기본적인 스텟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으려나.’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차은월, 그녀에게 여전히 의지의 불씨가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노하우를 갈고 닦으며 스텟 단련까지 병행하면 성적은 오를 터였다.
그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7교시 수업은 이걸로 마치겠다. 8교시부터는 수행평가에 대비하여 시험에 맞는 형식으로 자율 단련을 진행하겠다.”
교관으로부터 본격적인 수행평가 방식에 관한 설명이 흘러나왔다.
이 또한 변수가 될 수 있는 까닭에 집중해서 들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단일팀이 아니라 2개의 팀이 경주하듯 시험을 치른다는 건가?’
여태까지와는 달리, 무작위로 2개의 팀을 묶어서 대결을 펼치듯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이건 영향을 줄 수도 있겠는데.’
새로운 변수에 생각이 깊어졌다.
적어도 ‘차은월의 스텟 문제’에 관한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 한.
자잘한 문제일지언정 신경을 써 줘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점수를 올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디 보자. 만일 상대 팀이 견제를 한다면······.’
···
···
···
저 당시에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그 탓에 8교시는 물론.
이틀 내내 변수를 해소할 방법에 골몰했건만.
‘······잠깐, 이 방법만 있으면 스텟은 필요 없지 않나?’
뜻하지 않게 나는 답을 찾아내 버렸다.
그것도 자잘한 변수 따위는 무시해도 상관없을 것 같은 수준의 ‘해결책’을 말이다.
‘생각할수록 그럴싸한데······?’
‘차은월의 스텟’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그 해답을 찾아낸 건 다름 아닌 이틀 뒤, 수요일.
“9교시 수업은 마나 호흡법 제 3단계. ‘마나 순환’의 활용과 효능, 그리고 마나의 작용과 기초 운용까지다. 감각을 익히는 게 쉽진 않겠지만, 집중해서 듣고······.”
‘마력 수업’을 통해서였다.